안녕하세요! 에디터 유정입니다. 오늘따라 공손하게 시작하는 이유는 제가 최근 푹 빠져있는 취미인 클라이밍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하기 위해서입니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김설현의 클라이밍 찬양기가 화제가 됐더라구요. 지금이 바로 이 매력적인 운동에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적기라고 생각해 입문 가이드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물론 저는 엄청난 고수는 아니에요. 3개월 강습을 거쳐 최근에는 주 2~3회 정도 운동을 하고 있어요. 비록 아직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실력보다 중요한 건 꾸준히 즐겁게 하고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저로 인해 제 지인도 여럿 클라이밍에 입문했으니, 이번엔 여러분을 입문시켜 보겠습니다!
본문에 앞서 클라이밍에 대한 간단한 설명부터 시작할게요. 스포츠 클라이밍은 크게 리드, 스피드, 볼더링으로 나뉩니다.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리드 클라이밍은 15m의 벽에서 안전 로프를 착용하고 제한 시간 내에 세팅된 문제를 푸는 운동입니다. 스피드 클라이밍은 말 그대로 속도전이죠. 15m의 벽을 가장 빠르게 오르면 돼요. 마지막으로 볼더링은 4~5m의 비교적 낮은 벽을 안전 장비 없이 맨몸으로 오르는 종목입니다. 루트 정상에 있는 ‘탑 홀드’를 양손으로 잡으면 완등이에요. 흔히 누군가 클라이밍을 취미로 한다고 하면 실내 클라이밍장(이하 ‘암장’)에서 볼더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제가 오늘 소개할 종목도 바로 볼더링입니다.
클라이밍에 입문하기 전 궁금할 만한 질문들, 클라이밍을 하면서 주변에서 들었던 질문 몇 가지를 추려봤어요. 저의 솔직한 답변과 경험담이 여러분의 입문 욕구를 자극하기를 바랍니다!
Q. 클라이밍 왜 해요?
너어어무 재밌어요. 물론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체육 시간을 가장 좋아하긴 했습니다만, 성인이 된 후로 테니스, 스쿼시, 헬스, 주짓수 등 다양한 운동을 경험해 봤는데요. 그중 클라이밍이 가장 재밌었어요.
클라이밍의 가장 큰 매력은 성취감이에요.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스포츠는 아니에요. 나 자신과 겨루는 운동에 가깝죠. 그렇다고 절대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한 문제 한 문제를 성공하고 다음 레벨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정복욕을 자극한다고나 할까요. 어떤 문제가 잘 안 풀릴 때는 다른 동작으로 시도해 보거나 새로운 루트를 찾는 등 머리도 잘 써야 합니다. (이 과정을 ‘루트 파인딩’이라고 해요. 보통 등반 전에 합니다.) 그렇게 해서 막혔던 문제를 풀어내면 스스로가 얼마나 기특하게요? 한계를 넓혔다는 거창한 감각까지 느껴지더라고요. 그 순간만큼은 짜릿함과 함께 자기애가 최대치로 치닫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레벨을 올려나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Q. 레벨은 어떻게 나눠요?
클라이밍은 같은 색 돌만 잡고 디디면서 스타트에서 출발해 탑까지 도달하는 운동입니다. 이 돌은 ‘홀드’라고 불러요. 시작할 때 잡는 스타트 홀드와 도착지인 탑 홀드는 지정되어 있고, 오르는 방식은 자유입니다. 홀드 색깔은 레벨과 무관하고 홀드에 붙어있는 스티커 색으로 레벨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모든 암장에는 레벨이 있어요. 암장마다 레벨 체계가 다른데, 보통은 색깔로 등급을 표시합니다. 제가 주로 다니는 ‘훅클라이밍’을 기준으로 설명드릴게요.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그리고 어나더레벨인 별까지 총 8단계로 등급을 나눠요. 레벨별로 문제 개수는 다 다릅니다. 빨간색 문제를 다 풀면 다음 단계인 주황색, 그다음엔 노란색 문제를 풀면서 레벨을 높여 나가면 돼요. 등급을 넘나들며 문제를 풀어도 되지만 한 레벨을 ‘올클’하고 다음 단계에 진입하는 게 주된 방식이에요. 참고로 저는 지금 남색 문제를 푸는 단계에 있답니다.
문제 세팅은 한 달마다 바뀌어요. 저는 보통 세팅이 바뀌기 전에 ‘남색 3문제 이상 풀기!’, ‘다이노(점프해서 다음 홀드를 잡는 기술) 성공하기’처럼 반드시 깨고 싶은 목표를 설정해요. 세팅 날은 암장에서 미리 공지해주기 때문에 참고해서 운동 계획을 짜도 좋겠죠?
Q.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준비물이랑 복장은요?
➊ 일단 가세요
대부분의 암장에서는 클라이밍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일 체험 강습을 하고 있어요. 보통 기본적인 룰과 안전 수칙을 설명하고 기초 강습을 진행하는데요. 클라이밍을 잘하는 지인에게 배우기보다는 체험 강습을 통해 체계적으로 배우는 걸 추천합니다. 안전 교육이 중요한 건 물론이고, 기본 자세가 잘 잡혀야 실력이 빨리 늘 수 있거든요. 하루 이용권 금액보다 만 원 정도 더 지불하는 수준이라 부담도 없을 거예요. 암장별로 다르긴 하지만 일일 이용권이 포함된 체험 강습은 3만 원, 일일 이용권은 2만 원 정도입니다.
<준비물>
첫날 준비물은 운동복과 양말이면 충분해요. 암벽화는 현장에서 대여할 수 있어요. 공용 암벽화의 경우 양말을 착용하는 게 매너입니다. 두꺼운 스포츠 양말은 눌려서 아프고 덧신은 말려 들어가니까 얇은 발목 양말 추천! 운동이 끝나면 발을 씻고 싶어질 테니 여분의 양말도 챙겨가면 좋아요.
<복장>
옷은 움직이기 편하다면 아무거나 입어도 됩니다. 암장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건 반팔티와 기능성 바지의 조합이에요. 이외에도 민소매, 레깅스, 조거 팬츠, 반바지 등 스스로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옷이라면 두루 보이니 복장은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체험 단계에는 만세와 쪼그려 앉기만 가능하면 장땡!
저의 추천 복장은 얇은 기능성 긴팔과 긴 바지입니다. 반팔 반바지는 팔다리가 홀드에 스쳐 긁힐 수도 있고, 너무 크거나 치렁치렁한 옷은 걸리적거릴 때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레깅스와 짧은 반바지는 피하는데요. 벽을 오르는 운동이다 보니 레깅스를 입으면 적나라한 뒷모습이 부담스러워서 적극적으로 운동하기 어렵더라구요. 너무 짧은 바지도 속이 보일 수 있으니 유의하세요!
➋ 이용권을 끊으세요
체험 강습을 듣고 만족스러웠다면 1회권이 아닌 다른 이용권을 끊어보세요. 5회권, 10회권, 1개월 정기권 등 다양한 옵션이 있어요. 저는 1회권을 끊어 몇 군데의 암장에서 운동해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의 정기권을 결제하는 걸 추천해요. 보통 1개월 정기권 비용은 13~14만 원 정도예요.
꾸준히 다닐 마음을 먹었다면, 횟수권보다는 기간권을 끊어보세요. 하루당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의 자유이용권이기 때문에 ‘오늘 꼭 본전 찾아야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페이스대로 운동할 수 있습니다.
➌ 초크와 암벽화를 구매하세요
입문 단계를 거치면 초크와 암벽화가 필요해요. 먼저 초크는 액상형과 분말형으로 나뉘는데, 분말형을 대중적으로 사용해요. 분필을 갈아놓은 것처럼 생긴 가루를 손에 바르면 땀을 흡수해 홀드에서 미끄러지는 걸 방지해줍니다. 1만 원대로 암장이나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어요.
클라이밍에 재미를 붙이면 암벽화 대여비가 아까워지는 순간이 와요. ‘어차피 계속 다닐 건데 매번 3,000원에서 5,000원 정도 대여비를 내는 것보다 내 암벽화를 사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초급화를 대여해서 신다가 꾸준히 다니기로 마음먹었을 때 중급화를 구매하는 걸 추천합니다. 암벽화는 생각보다 비싸고, 초급화를 몇 번 신다보면 금세 중급화를 사고 싶어지거든요. 중급 이상의 암벽화는 보통 20만 원대입니다.
암벽화는 사이즈가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구매하기보단 직접 신어봐야 해요. 맨 처음 신었을 때 작게 느껴져 발이 아픈 사이즈가 정상입니다. 서울에서는 보통 ‘종로산악’, ‘5가기어’, ‘디딤돌’ 등 종로 근처의 아웃도어 매장에서 암벽화를 구매하는데요. 저는 종로산악에서 구매했어요. 방문하면 사장님이 발 크기와 족형을 보고 암벽화를 추천해줍니다.
➍ 강습을 듣거나 크루에 가입하세요
이건 필수는 아니지만 클라이밍을 취미로 삼고 싶다면 강력 추천! 많은 암장에서 초급자를 위한 정규 강습을 진행하고 있어요. 체험 강습이 마음에 들었다면 같은 선생님이 운영하는 정규 강습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양한 그립법이나 스텝, 기술을 익힐 수 있어서 실력도 빠르게 늘고 클라이밍이 훨씬 더 재밌어지더라구요. 여러 암장의 커리큘럼을 비교해 보고 마음에 드는 수업을 수강해 보세요.
혼자 혹은 소수로 하는 운동에 익숙하지 않다면 크루에 가입해도 좋아요. 암장에 가면 “나이스~”, “오른발 옆으로!” 같은 응원과 격려의 외침을 흔히 들을 수 있는데요. 크루에서는 비슷한 레벨의 크루원끼리 함께 북돋우며 문제를 풀거나, 더 잘하는 사람에게 지도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운동을 지속할 동력이 필요하다면 고려해 봐도 좋겠죠? 크루는 인스타그램에 검색하거나 ‘소모임’ 어플을 통해 찾을 수 있습니다. 주 운동 지역이 가까운 곳으로 골라 보세요.
Q. 팔 힘이랑 악력이 엄청 세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많은 사람이 벽을 오르려면 손과 팔 힘이 절대적으로 중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랬거든요. 실제로 처음 체험한 다음 날에는 전완근만 미친 듯이 아팠어요. 그런데 제대로 강습을 받고 자세를 갖춰 운동하면 등과 허벅지, 엉덩이까지 근육통이 오더라구요. (그러면 아주 뿌듯합니다…)
클라이밍은 전신의 힘이 고루 쓰이는 운동입니다. 하체도 잘 써야 하고, 밸런스와 유연성도 필요해요. 그리고 꾸준히 하다 보면 필요한 근육이 조금씩 단련된답니다. 그래도 ‘원래 힘이 센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여러분께 용기를 드리자면 저는 고등학생 때 반에서 악력으로 뒤에서 3등이었고, 얼마 전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팔씨름을 이겨본 적이 없었어요.
몸무게도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에요. 몸을 가누기 힘든 초고도비만이 아니라면, 스스로 몸을 지탱할 수 있는 근력만 있으면 충분히 클라이밍을 할 수 있어요. 다만, 근력이 부족할 때는 체중이 가벼우면 비교적 유리하긴 합니다.
Q. 장갑 껴도 되나요?
원한다면 사용할 수 있지만 권하지는 않습니다. 장갑을 끼면 홀드를 잡을 때 마찰력이 줄어들고 감각이 둔해지기 때문이에요. 레벨이 높아지면 손가락 끝으로만 홀드를 잡기도 하는데, 장갑을 끼면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굳은살이 생기는 게 싫어서 장갑을 끼는 것도 추천하지 않아요. 클라이밍을 꾸준히 하려면 손에 굳은살이 생겨야 홀드를 잡았을 때 덜 아프거든요. 운동을 해서 굳은살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저는 오히려 훈장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차피 2주만 클라이밍을 쉬어도 굳은살은 쉽게 사라지더라구요.
Q. 클라이밍 하는 모습 왜 찍나요? SNS 자랑용인가요?
이 질문은 실제로 한 친구가 제게 했던 질문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삼각대를 이용해 등반 영상을 찍고 있는 걸 보고 의아해하더라고요. 원래 목적은 문제를 풀다가 떨어졌을 때 내가 등반하는 자세를 확인하고 실패 요인을 분석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많은 암장에서 삼각대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기도 해요. 물론 그렇게 찍다가 멋지게 성공한 영상을 건진다면? 자랑하지 않을 이유도 없겠죠!
Q. 못하는데 다들 쳐다보면 부끄럽지 않나요?
문제를 푸는데 다들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실제로는 절반 이상이 벽을 보고 있을 확률이 높아요. 다들 본인 문제 루트 파인딩하느라 정신없거든요. 물론 어쩌다 눈길이 가서 볼 수도 있고, 내가 다음에 풀 문제라서 보고 있을 수도 있죠. 그렇지만 ‘저 사람 못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걸요. 잘하는 사람들도 전부 그 단계를 거쳐왔으니 기죽을 필요 없어요!
그리고 풀이 방법을 가르쳐 주려고 쳐다보는 사람일 수도 있어요. 실제로 저도 왕초보일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종종 받았거든요. “저 홀드 먼저 잡으면 편해요.”라고 팁을 일러주는 분도 있었고, 저도 누군가 물어봐서 알려준 적도 있습니다. 암장에선 꽤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Q. 부상 위험은 없어요? 위험할 것 같아요.
모든 운동이 그렇듯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지 않거나, 욕심을 내거나, 자칫 방심하면 다칠 수도 있어요. 스스로 안전에 유의하고 자신의 레벨에 맞춰 운동하면 위험하지 않아요. 저는 아직 가벼운 찰과상 외의 부상을 입은 적이 없는데 주변을 보면 낙하하면서 다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강습에서 기본기와 낙법, 다운 클라이밍을 익혀두면 도움이 되니 다시 한번 체험 강습은 필수! 기초 강습은 권장합니다!
클라이밍에 대한 기사를 한번쯤은 꼭 쓰고 싶었어요. 요즘 저의 가장 큰 ‘사는 재미’거든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고 클라이밍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드셨길! 그리고 몸도 마음도 단단해지는 클라이밍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About Author
손유정
98년생 막내 에디터. 디에디트 다니고 하고 싶은 거 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