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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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덕후의 애플 비전 프로 사용기

애플 비전 프로에 대한 솔직한 리뷰, 장점과 단점을 모두 정리해보았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에 대한 솔직한 리뷰, 장점과 단점을 모두 정리해보았습니다

2024. 02. 16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애플 비전 프로를 샀습니다.

“500만 원? 그걸 샀다고?”

가족이든 친구든, 모든 주변 사람들이 묻습니다. “비전 프로 어떻게 생각해?” 그리고 이어지는 “살 거야?”라는 질문. 이미 주문했다는 답에 모두가 똑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넌 그럴만도 해”라고. 비전프로는 애플 신제품에 열광하는 저조차 마음이 묵직해지는 가격이고, 무엇보다 이 기기에 대한 경험이나 공간 컴퓨팅에 대한 확신 없이 아무런 사전 정보와 편견 없이 접근해봐야 할 것 같아서 구입을 서둘렀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

이제 열흘 넘게 제품을 써 보면서 놀랄 것들은 대충 다 놀랐고, 끌어 안고 자고 싶던 환상도 가라앉았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일을 할 때도 답답하지 않을 만큼 비전 프로를 쓰고 일하고, 스마트폰으로 디즈니 플러스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비전 프로를 꺼내듭니다. 오늘은 일상이 되어가는 비전 프로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 착용감은 어땠을까?

애플 비전 프로

제법 묵직합니다. 이런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는 앞부분에 디스플레이와 컴퓨터 등 핵심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무게가 앞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무게도 대체로 500g 내외인데 그게 한 곳에 쏠리니 오래 쓰고 있으면 기기를 받치는 얼굴이 아프게 마련입니다. 메타는 배터리를 뒤로 보내서 균형을 맞추는 방식을 썼는데 애플은 배터리를 바깥으로 떼어냈습니다. 일단 절대적인 무게를 줄이겠다는 것이지요.

무게와 두께를 더 줄이는 것은 이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합니다. 애플도 비전 프로를 만들면서 상당히 노력한 듯 합니다. 디스플레이와 눈 사이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라이트실을 떼고 보면 비전 프로는 상당히 얇고 꽉 차 있는 느낌입니다. 물론 기술이 좋아지면 점차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겠지만 마른 수건을 짜야 하는 일이 될 겁니다. 여기에서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등 더 떼어내거나 줄일 부품도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

결국 애플은 배터리를 떼어내는 방법으로 무게를 줄였고, 밴드에 신경을 많이 쓰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무게가 버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맥을 가상화면으로 띄워놓고 책상에 붙어 앉아 일하는 것도 괜찮고, 리클라이너 의자에 기대 앉으면 더 오래 볼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무게의 한계를 풀어내는 방법으로 스트랩에 대한 연구가 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로 니트 밴드, 듀얼 루프 밴드는 제가 지금까지 써 봤던 그 어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보다 쉽고 단단하게 고정되면서도 편안합니다.


배터리를 뺀 구조가 옳은가?

애플 비전 프로

애플의 공식적인 발표에 따르면 배터리는 약 2시간 정도 쓸 수 있습니다. 비디오를 보면 2시간 반까지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애플의 배터리가 늘 그렇듯 체감적으로는 더 쓸 수 있는 듯 합니다. 사실 비전 프로는 많은 상황에서 2시간을 연속으로 쓰고 있을 상황이 많지 않습니다. 애플이 목표로 하는 2시간 30분은 아마도 영화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데 메타 퀘스트 2와 비교해도 더 안정적으로 용량이 유지되는 느낌입니다.

사실 제 경우에는 배터리가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배터리 크기는 한동안 유행했던 10000mAh짜리 보조 배터리와 거의 비슷합니다. 이 배터리에는 USB-C 커넥터가 있어서 충전을 하면서도 쓸 수 있습니다. 어차피 배터리와 비전 프로 사이가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으니 배터리를 아예 어댑터려니 생각하고 연결해 두어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충전도 60W 수준으로 아주 빠르게 채워집니다.

애플 비전 프로

물론 케이블이 거슬리는 순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비전 프로를 오래 쓰고 일을 하다 보면 문득 현실 세상과 가상 환경의 구분이 잘 이뤄지지 않는 느낌이 있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케이블이 당겨져서 깜짝 놀란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맥세이프가 필요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배터리를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는 것이긴 합니다.

이 구조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배터리를 기기 안에 억지로 넣고 다른 부품들의 배치에 애를 먹느니 이 구조가 훨씬 낫다고 봅니다. 특히 바깥쪽에 디스플레이와 카메라가 잔뜩 놓인 구조상 이전의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들보다 물리적으로 더 많은 부품이 들어가고 무게도 늘어나기 때문에 배터리를 아예 밖으로 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메타 퀘스트 프로처럼 배터리를 뒤로 돌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목이 받는 절대적인 무게를 덜어내는 면에서는 배터리를 외부로 떼어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디스플레이, 비전 프로의 설득이 시작되는 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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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기를 집에 들일 때는 ‘이걸 왜 샀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저걸 어디다 쓸까?’라는 생각이 있으실 겁니다. ’대체 그걸 뭐하러 샀냐’고 묻고 싶으시겠죠. 저는 사실 메타버스라는 막연한 개념에는 회의적이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주는 기술적 가치에는 기대와 동시에 ‘도대체 언제?’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저는 비전 프로에 대한 기술적인 호기심을 전제로 두 가지 기대를 품었습니다. 첫번째는 디스플레이이고, 두 번째는 컴퓨터입니다.

디스플레이로서의 비전 프로를 먼저 이야기해보지요. 비전 프로는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바탕화면입니다. 앱을 띄워서 여기저기에 놓을 수 있습니다. 360도이지만 평면이 아니라 각 창을 앞 뒤로 놓을 수도 있고 원하는 크기로 창 크기를 늘리는 것도 됩니다. 무엇보다 맥의 화면을 그대로 가상 디스플레이에 가져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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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는 에어플레이에 기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이 이런 연결성을 구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애플TV도, 아이패드도 맥의 화면이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눈으로 들어오는 경험은 머리로 납득하는 것보다 훨씬 압도적입니다. 필요에 따라서 큰 화면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노트북 화면만큼 작게 봐도 충분히 화면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신경 쓰이는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화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눈의 초점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누구나 나이가 늘면 노안이 옵니다. 저도 막 시작돼서 모니터를 보는 데에 상당히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결국 가까운 곳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안경이 따로 필요한데, 비전 프로는 초점이 맺히는 위치가 다르고, 또 아예 멀리에 둔 채로 크게 볼 수도 있으니 역설적이지만 글을 더 편하고 또렷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공간 디스플레이는 VR과 뭐가 다를까

애플 비전 프로

제품의 평가는 결국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서 엇갈리게 마련입니다. 비전 프로 역시 기술적으로 바라보면 이제까지 나왔던 수많은 가상현실 헤드셋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드웨어 구성을 봐도 가장 많이 비교되는 메타 퀘스트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나온 VR 기기 중에서 그 어떤 것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좋은 디스플레이와 빠른 프로세서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걸 500만원씩 주고 사야 하나’라는 의문이 나오게 됩니다. 메타 퀘스트 3 정도면 적당한 선에서 충분한 경험을 주는 기기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비전 프로는 분명히 지향점이 다른 기기입니다. 비전 프로는 공간을 반영하고, 그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컴퓨팅을 이야기합니다. 저도 제가 이야기하면서 이 느낌이 말로 전달되지 않을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큰 디스플레이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저쪽에는 타이머가 되는 시계를 두고, 여기에는 작은 컴퓨터를 하나 두면 어떨까?’라는 우리 일상의 상상을 말합니다.

어떻게 보면 비전 프로는 메타 퀘스트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에 더 가깝습니다. 가상의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지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보다는 아무 데나 제약 없이 둘 수 있는 디스플레이, 컴퓨터, 그리고 일상의 컴퓨팅에 가깝습니다.

Vision Pro

그래서 이 화면을 마냥 크게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도 어느 정도의 공간이 있어야 더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벽을 넘어서 디스플레이를 두는 건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으니까요. 비전OS는 그런 부분을 아주 잘 가다듬어 두었습니다.

애플TV플러스나 디즈니 플러스 등의 영상을 극장에서 보는 것 같은 몰입형 화면도 굉장히 재미있는데, 이것도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공간 컴퓨팅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극장이라는, 또 어떤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적절한 공간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또 조금은 다른 느낌이긴 합니다.


‘애플의 새 기기는 2세대부터지…’

애플 비전 프로

‘애플 기기는 2세대부터 사겠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아직 초기 단계이기도 하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제 기대로는 비전 프로의 발전에 대한 기대는 지금으로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있습니다. 하드웨어에 딱 하나 아쉬운 것은 디스플레이 너머의 현실 공간이 조금 더 높은 해상도로 비춰졌으면 하는 점인데, 지금으로서는 실시간성과 반응성에 초점을 맞춰서 속도와 감도에 중심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더 많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비전OS는 더 나은 경험을 만들어줄 여지가 굉장히 많습니다. 지금은 확실히 초기 운영체제의 느낌이 강합니다. 곳곳의 UX는 아직 조금 비어 있다는 인상도 줍니다. 그만큼 채워질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도 될 겁니다.

앱 생태계에 대한 걱정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비전OS는 이전에 없던 별도의 컴퓨터지만 그 안의 앱 구성은 아이패드와 가장 닮아 있습니다. 물론 아이폰용 앱을 띄울 수도 있고, 나중에 맥용 앱도 내보낼 수 있겠지만 창의 형태는 아이패드를 닮아 있습니다. 한 마디로 곳곳에 아이패드를 붙여 놓는 게 바로 이 비전 프로 경험의 중심인 셈입니다.

다만 앞으로 비전OS와 그 앱에는 몰입을 위한 가상 공간이 입혀지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비전 프로를 쓰면서 놀랐던 것 중 하나가 막혀 있지 않은 일상 공간에 가상의 화면들이 입혀진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카페 공간도 순식간에 나만의 몰입 공간이 되는 겁니다.

그럼 결국 메타 퀘스트가 보여주는 가상 현실이나 메타버스와 같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네, 두 회사가 지금 가는 길은 전혀 다르지만 서로 닮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애플이나 메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앱 생태계가, 또 이용자들이 결정하는 겁니다. 몰입형 콘텐츠와 게임 등이 더 좋은 경험을 준다고 하면 그 관련 시장이 커질테고, 공간 컴퓨터 경험에 공감한다고 하면 그 시장이 커질 겁니다.

하드웨어와 플랫폼은 그 시대의 요구를 따르게 마련입니다. 물론 그 방향성을 이끌어가는 것은 운영체제이고, 또 개발 환경이기 때문에 결국 플랫폼 기업의 의도가 반영되긴 합니다. 그럼에도 기기의 성격은 결국 소프트웨어가 결정합니다. 메타가 비전 프로를 반기는 이유에는 시장의 크기를 넓히는 것도 있지만 기술의 방향성에 대한 다른 해석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큽니다.


그래서 애플 비전 프로의 앞날은?

애플 비전 프로

저는 생각보다 비전 프로에 푹 빠져 있습니다. ‘메타버스로 다른 세상이 온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비전 프로를 써 보고 ‘아.. 다른 세상이 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비싼 기기를 살 때 가장 중요한 건 기기에 대한 명분인데,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라 지금 쓰고 있는 맥의 업무 환경이 극적으로 달라졌고, 콘텐츠를 즐기는 재미도 확실합니다.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니까…’라고 조금은 포기해야 했던 것들을 하드웨어적으로 가득 채워 주었습니다.

결국 지금은 아주 커다란 나만의 디스플레이, 그리고 공간을 구입했다고 생각합니다. 5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디스플레이들을 비교해 보면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 비전 프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4k 빔 프로젝터나 대형 TV가 주는 경험에 못지 않고, 설치나 상면 공간에 대한 부담도 없으니 말이지요.

‘그게 비교가 되냐?’라고 하실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비교가 되고 받아들여질 만도 합니다. 그 기준이 되는 해상도가 바로 비전 프로의 디스플레이입니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전환 포인트’라는 평가가 딱 적절할 것 같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

비전 프로는 모두가 서둘러서 사야 하는 기기는 아닙니다. 조금 저렴하게 나왔으면 어땠을까요? 아쉬운 부분이고, 가격이 그 자체로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 가치는 충분히 하는 기기이고, 어떻게 보면 가격 때문에 디스플레이나 성능, 카메라 등을 낮추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만드는 것이 옳습니다. 지금도 거부감을 표하는 목소리 중에 ‘전에 다른 걸 써봤는데 별로더라…’는 게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한된 가격 안에서 최고의 기술을 녹여 만든 비전 프로는 애플다운 접근이라고 봅니다. 다음 기기를, 다음 버전의 OS를 기다리게 되니 말이지요.

주변에서 비전 프로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이야기의 마무리에 꼭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이야기는 다 틀렸다’고 말이지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저는 비전프로의 경험을 말로 설명하기에 한참 부족합니다. 그 장벽을 처음 느꼈던 기기가 2015년의 홀로렌즈였고, 그 비슷한 맥락의 한계가 비전 프로에서 와 닿습니다.

그래서 비전 프로는 꼭 어떤 기회로든 써보고, 경험해 보고 나서 기기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해 봐야 합니다. 아마 그리고 나서 이 글이 생각나서 다시 읽어보신다면 지금보다 고개를 더 끄덕이게 될 겁니다.

About Author
최호섭

지하철을 오래 타면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모바일 기기들이 평생 일이 된 IT 글쟁이입니다. 모든 기술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공부하면서 나누는 재미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