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H다. 벌써 연말이다. 하루는 전쟁처럼 길고 치열한데, 365일은 뺨 맞은 것처럼 짧다. 역사와 전통의 디에디트 연말 어워즈가 여덟 번째 해를 맞이했다. 매년 각 에디터가 그 해에 가장 인상 깊었던 물건과 장소, 서비스를 선정하는 우리만의 연말 시상식이다. 2016년부터 2023년. 그러니까 서른 두 살부터 서른 아홉까지 내 삶의 기록이 남아있는 셈이다.
재밌는 사실은 예전에 작성한 ‘H어워즈’를 읽으면 영판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거다. 2018년에 최고였다고 뽑은 와인은 더이상 마시지 않고, 최고의 웹툰으로 선정한 작품은 내용 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17년의 내가 제일 좋아하던 전자 제품은 어느 구석엔가 먼지 쌓여 방전되어 있고 말이다. 고작 몇 년 사이에 취향이 바뀌고, 유행은 흘러가고, 열광하던 제품은 구닥다리가 되어버렸다.
올해도 수많은 물건과 장소, 사람과 서비스를 경험했다. 다 흘러가버릴 걸 알면서도 여전히 좋아하고, 기대하고, 때로는 실망한다. 일주일 내내 고민하며 선정한 2023의 어워즈도 즐겁게 읽어주시길. 그리고 여러분도 각자의 어워즈를 한 번 기록해보시면 좋겠다.
올해의 충격
애플 비전 프로
애플이 올해 6월에 공개한 혼합 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아직 정식 출시하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내가 전세계에 몇 안되는 비전 프로 실제 사용자일 것 같다. 약 45분 정도 은밀한 공간(?)에서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 끝나고 나서는 내가 10분 정도 사용해봤다고 착각했을 만큼 몰입도가 높았다. 비전 프로는 제품 자체에 달려있는 디지털 크라운 버튼, 손가락 움직임 그리고 사람의 시선 추적을 통해 조작한다. 내 눈동자가 응시하는 방향을 인식해서 마치 마우스 커서처럼 사용할 수 있는데, 원하는 아이콘을 바라보면 그 아이콘이 살짝 움직이면서 반응하는데 너무 정확하고 빨라서 소름이 돋았을 정도. 특정 아이콘을 응시한 상태에서 두 손가락을 꼬집는 것 같은 제스처를 취하면 바로 실행할 수 있다. 마우스 클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비전 프로의 인터페이스는 3D로 구현되기 때문에, 화면 속에 내가 띄워둔 여러 개의 앱과 윈도우를 입체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어떤 창은 더 멀리 밀어버리고, 어떤 창은 가까이 잡아 당기거나, 천장 위로 배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영상이나 사진을 감상할 때, 시선이 계속 화면에 머물면 주변 조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서 콘텐츠 영역을 제외하고는 점점 어둡게 만들어준다. 마치 영화관처럼 주변 환경을 바꿔주는 것. 앞, 뒤, 옆, 뒤 어디를 바라봐도 360도 가득 풍경이 펼쳐지는 ‘환경’ 기능도 대단하다. 마치 다른 세상으로 이동한 것처럼 묘한 기분이 든다. 그러다 옆에 앉은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 그 사람을 잠시 쳐다보면, 내 시선을 인식해서 카메라를 통해 그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비전 프로에서 보여주고 있는 콘텐츠의 그래픽이 일부 투명해지면서, 나와 대화하는 사람의 모습을 표시해주는 것.
화질 역시 대단했는데, 벽을 뚫고 공룡이 튀어나와 나를 향해 점점 다가오는 인터랙션 콘텐츠가 있었는데 순간 “악”하고 소리를 질렀을 만큼 실감나더라. 손가락을 앞으로 뻗으면 나비가 내 손끝에 앉는데, 실제인지 가상인지 구분이 힘들어지는 순간이다. 앞으로 게임 산업이 얼마나 바뀌게 될지 아찔할 정도.
물론 전용 콘텐츠가 아니라면 이 하드웨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 것이고, 400g이 넘는 무게에서 오는 뻐근한 착용감도 단점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전 프로는 대단하다. 올해 뿐만이 아니라 태어나 써본 모든 제품을 통틀어서 가장 미래적인 경험이었으니까.
올해의 기다림
애플페이
2023년 3월 21일, 드디어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당일에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미디어 행사가 있었는데, 애플페이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린 행사장 앞에서 수십 명의 사람이 줄지어 서있으니 외국인들이 의아한듯 쳐다보며 지나가더라.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페이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9년이 지났으니 애플페이를 가지고 이 난리를 치는 게 새삼스럽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애플페이는 올해의 기다림인 동시에 올해의 ‘실망’이기도 하다.
일단 애플페이의 경험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지갑을 꺼내지 않아도 되는 간편함과 직접 접촉 없이도 결제가 이루어지는 쾌적함을 여태까지 누리지 못했다는 게 화가 날 정도로. 하지만 9년의 기다림이 무색하도록 애플페이는 한국에서 제한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카드와 단독 제휴를 맺다보니 현대카드가 없는 사람은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없었고, 사용자들이 가장 기대한 교통카드 기능을 지원하지 않다보니 반쪽 짜리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게다가 내가 반 년 넘게 애플페이를 사용해보니 가장 큰 문제는 삼성페이처럼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편의점이나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면, 매번 결제를 할 때마다 “애플페이 되나요?”하고 물어봐야 했다. 원리상 애플페이를 지원해야 하는 단말인데도 막상 결제를 하면 거절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오히려 해외에서는 막힘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는데 말이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애플페이가 더 많은 파트너사를 통해, 아무데서나 쓸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올해의 생산성
포토샵 생성형 AI
명백하게, 2023년의 키워드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였다. 그중에서도 생성형 AI는 프롬프트에 대응해 텍스트, 이미지, 기타 미디어를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ChatGPT도 생성형 AI에 속한다. 나의 경우에는 일상에서 이 기술을 가장 많이 활용했던 예시가 바로 어도비 포토샵에 들어간 생성형 AI였다. 유튜브 썸네일 이미지 제작이나 간단한 포토샵 작업을 매일 하는 편이기 때문에, 생성형 AI의 도입과 함께 업무 생산성이 놀라울 만큼 향상됐다. 이미지 비율이 맞지 않아 사진 일부 영역이 비어있을 때는 생성형 AI가 사진의 빈 부분을 즉각 채워주고, 필요없는 이미지를 지워주고, 날씨를 바꿔주고, 의상을 바꿔주고, 없었던 나무를 만들어 넣거나, 배경 속 국가를 바꿔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 한국 프롬프트를 입력해도 찰떡처럼 알아듣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 조차 없다. 사소한 이미지 수정을 위해 10분, 30분씩 낭비하던 시간이 30초 컷으로 줄어버렸다. 얼마다 쉽고 간단한지는 [여기]서 영상을 확인해주시길.
올해의 만족템
LG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하이드로타워
얼마 전에 ‘나의 이상형 가습기’라는 제목으로 이 제품을 리뷰했던 적이 있다. 광고 콘텐츠였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내가 찾아헤매던 바로 그 가습기였다. 지금 화가나는 것은 주문했는데 내년 1월까지 배송이 밀려있다는 사실 뿐. 수많은 가전 제품을 써봤지만, 가습기만큼 고르기 까다로운 제품은 없다. 위생에 대한 이슈 때문에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고, 저가 제품을 사용했다가 1년에 한 번씩 버리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하이드로타워는 정수 필터와 LG전자의 고온 살균 기술, 그리고 공기청정기 필터까지 더한 3콤보의 합작이다. 정수 필터를 통해 유해 물질과 스케일 원인 물질을 제거하기 때문에 가습기를 사용하다 하얗게 가루처럼 잔여물이 남는 현상이 전혀 없다. 그리고 매번 가습기를 가동할 때마다 정수된 물을 100도씨로 가열하는 고온 살균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다시금 유해균을 99.999% 제거하고, 공기청정기 필터를 통해 극초미세먼지까지 제거한 바람이 가습 방울을 실어 내보내는 원리다.
매번 전원을 끌 때마다 가습후 내부에 남은 물을 회소후고 바람으로 건조시켜 물기를 제거한다. 그리고 다시 전원이 켜지면 100도씨로 끓인 후 가습을 시작하기 때문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위생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이 제품의 포인트다. 참고로 수분이 직접 닿는 커버와 물통은 손쉽게 분해해서 세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기세척기 사용도 가능하다.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겸하기 때문에 활용도도 높은 제품이기도 하다. 게다가 예쁨.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가격대가 높긴 하지만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배송만 빨리 왔으면.
올해의 역주행
애플 아이폰XS
올해는 아주 재밌는 현상이 눈에 띄었다. 최신형 아이폰15 시리즈의 색감이 예쁘지 않기 때문에 구형 기종인 아이폰XS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 아이폰XS는 무려 5년 전에 출시된 모델이다. 그런데 중고 시장에서도 고개 빳빳하게 들고 가격 방어에 성공해 살아남았더라. 나 역시 테스트를 위해 당근마켓에서 아이폰XS MAX 모델을 다시 구입했는데, 무려 38만 원이었다. 사람들이 아이폰XS를 좋아하는 이유는 흔히 ‘아이폰스럽다’고 말하는 따뜻한 색감 때문이다. 노란빛이 유독 많이 도는 사진이라 실제 눈에 보이는 색감보다 더 따뜻하게 왜곡되는 경우가 많고, 사람 피부 색을 화사하게 표현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최신 기종들은 실제 색감과 최대한 비슷한 화이트밸런스를 목표로 삼고, 촬영 후에 딥퓨전이라고 부르는 기술을 통해 텍스처나 대비 등을 더 끌어올리기 때문에 오히려 ‘감성적이지 않은’ 사진이 된다는 것이다.특히 얼굴을 촬영했을 때는 대비가 강조되며 얼굴빛이 어둡거나 피부가 칙칙하고, 요철이 두드러보이는 현상 마저 있고 말이다. 아이폰XS와 아이폰15 Pro로 찍은 사진을 나란히 비교해봤을 때 어떤 게 더 선명하고 잘 나온 사진이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아이폰15 Pro로 촬영한 사진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아이폰XS로 촬영한 사진의 색감이나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든다고 고르는 건 왜일까?
올해의 다이닝
레스토랑 알렌
나는 본래부터 먹고 마시는 일에 진심이다. 올해는 조금씩 와인과 다이닝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치솟은 엥겔 지수를 대가로 교훈을 얻었다.비싼 코스 요리라고해서 항상 더 맛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예약에 들인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실망이 잦았다. 그러다 디에디트 웹사이트에서 <미쉐린 스타 도장깨기> 시리즈를 연재중인 줄리아님의 추천으로 레스토랑 알렌에 방문했다. 내가 방문했던 날은 11월 11일.가을의 식재료가 가장 찬란하게 빛날 무렵이었다. 계절을 그대로 액자에 담아온 것 같은 아름다운 음식들은 정말 놀라울 만큼 맛있었다. 낯설고, 유니크하고, 몇 번을 곱씹어 생각해야 하는 맛이 아니라 입에 넣는 순간 풍성하게 맛이 피어올랐다. 캐비어나 트러플 같이 화려한 식재료들도 좋았지만, 가장 맛있었던 건 가을버섯 요리. 이날 특별히 샴페인 페어링 코스가 있어서 주문했는데, 다른 방식으로 조리한 5가지 버섯과 돔페리뇽 2012의 페어링은 눈물이 날 것 같은 감동이었다. 그걸 먹는 순간엔 내 인생이 최고인 것 같았을 정도로. 여기에 세심한 서빙과 서비스가 더해져 완벽한 저녁이었다. 디너 코스는 28만 원. 말할 것도 없이 높은 가격이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올해의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로맨스물은 즐기지 않는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의 팬도 아니다. 그런데 왜 나는 이 드라마를 올해의 작품으로 뽑았을까?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는 우타다 히카루가 1999년에 발표한 동명의 노래 <First Love>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다. 이 노래는 “마지막 키스는 담배향기가 났어요(最後のキスは タバコのflavorがした)”라는 가사로 시작하는데, 이 구절에 대한 망상만으로 드라마 한 편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1999년에 들었던 그 감성, 그 목소리, 그 느낌이 영상에 완벽하게 표현되어 있다. 지독할 만큼 순진한 사랑이야기다. 고등학교때부터 시작되는 첫사랑, 기억상실, 재회. 2023년에는 용납할 수 없는 유치한 클리셰들이 가득하건만, 그걸 모두 극복할 만큼 아름다운 드라마였다. 남의 사랑이야기를 보며 눈물짓는 건 정말이지 내 스타일이 아닌데, 이제는 <First Love>의 첫 소절만 들어도 코가 시큰거린다. 연출, 대사, 캐스팅, OST의 궁합이 정말 좋다. 마음껏 순진해지고 싶은 날 보시길. 나는 이 글을 마감하고, 드라마의 배경인 삿포로로 떠날 예정이다.
올해의 웹툰
똑 닮은 딸
웹툰을 정말 많이 본다. 특히 올해는 회귀물과 빙의물에 빠져서, 국내 웹툰판에 존재하는 온갖 유치한 제목의 로맨스 판타지는 모두 섭렵해버렸다(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제목이 유치하다고 해서 내용도 유치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이렇게 회귀물과 깊은 사랑에 빠져놓고서, 막상 선정한 작품은 스릴러물인 네이버 웹툰의 <똑 닮은 딸>. “난 엄마에게 복수를 꿈궜다.”라는 대사로 시작되는 1편을 보는 순간 가슴이 서늘해졌다. 얼마나 무섭던지. 작화, 흡입력, 연출, 캐릭터… 모든 것이 완벽한 웹툰이다. 스크롤을 내리는 손가락이 찌릿찌릿할 만큼 재밌다. 내용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가장 충격적인 건 이담 작가가 이 작품으로 데뷔했다는 것. 이제 첫 작품을 연재하는 신인 작가가 이 정도로 스토리를 끌고가는 힘이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꼭 보시길.
올해의 와인
Summer dreams
작년 ‘H어워즈’에서 올해의 만족템으로 LG 디오스 미니 와인셀러를 뽑았더라. 딱 8병의 와인이 들어가는 귀엽고 예쁜 제품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곧 작별하게 된다. 8구짜리 와인 셀러로는 나의 사랑을 품을 수 없다는 걸 금세 깨달았으니까. 200병 짜리 와인 셀러가 집에 들어오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빠는 “대체 얼마나 많이 마시려고 이렇게 큰 냉장고를 산거냐”고 물었고, 나는 “다 마셔버리지 않으려고 큰 냉장고가 필요한거다”라고 반박했다. 와인을 모으는 즐거움은 그 어떤 물건보다 각별하다. 한 번 오픈하면 몇 시간 안에 쓸모를 다 해버리는 그 허무함을 감수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아주 특별한 날과 덜 특별한 날을 위해 와인을 모은다.
올해는 나파 밸리 와인을 즐겨 마셨다. 모든 와인을 사랑했지만, 그래도 혀가 가장 즐거웠던 기억을 꼽자면 헌드레드 에이커의 ‘Summer dreams’ 샤도네이. 육감적인 레이블 만큼이나 노골적인 맛. 따자마자 마셔도 녹진한 오크향과 과실향이 레이어링되어 캐러멜처럼 혀에 감기는, 그야말로 여름밤의 꿈같은 맛이다. 출시한지 얼마 안된 와인이라 생산량도 적고, 정보도 많지 않은데, 혹시라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망설이지 말고 마셔보길 추천한다.
올해의 뷰티템
퍼셀 픽셀바이옴 원액
뷰티가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정말 정말 많은 화장품을 사보는 편이다. 올해는 가격도 괜찮고 품질은 더 괜찮은 국내 브랜드를 많이 접해서 정착템이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공병템이라고 할 수 있는 퍼셀의 픽셀바이옴 원액. 며칠 전에 새로 뜯어서 올해만 딱 5병째 쓰는 중이다. 물론 워낙 용량이 작은 제품이기도 하다. 대용량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사용감이랄 게 없을 만큼 잔여감이 없고 물처럼 가벼운 제형이다. 하지만 고농도 원액이라 세안 후에 바로 발라주면, 확실히 피부가 진정되는 느낌. 얼굴이 갑자기 뽀얗게 되거나 주름이 옅어지는 기적같은 제품은 아니지만, 정확히 설명할 순 없는데 없으면 불안할 정도로 의지하게 된다. 예민한 피부라면 기초 화장품 단계를 줄여서, 이 제품만 가볍게 도포하고 크림을 덧바르는 루틴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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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