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정기권을 끊어놓고 따릉이를 타는 객원 필자 김고운이다. 따릉이 위에서는 계절이 빠르다. 여름엔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고, 가을에는 시원한 바람에 페달마저 가볍다. 하지만 요즘 같은 겨울에는? 이제까지 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밟았다면 겨울에는 서슬 퍼런 바람이 나를 가르는 듯하다. 이런 추위로부터 연약한 몸을 건사하기 위해선 방한용품으로 속절없이 노출된 피부를 가려야 했다. 내가 생각한 브랜드는 무인양품이다. 무인양품의 방한용품이 생각난 데에는 내가 무인양품을 몹시 좋아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겨울 의류에 대한 약간의 불만 섞인 시선 때문이기도하다.
겨울 의류의 대표 격인 패딩의 가격이 끝을 모르고 올라간다. 나는 그 높은 가격이 허풍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싼 값을 톡톡히 한다고 생각한다. 최신 기술이 들어갔을 테고 실제로 입어보면 놀랍도록 가볍고 따뜻하니까. 다만 그것이 일상에 필요한 정도일까? 하는 의문이 찜찜하게 남는다. 기후 위기로 겨울은 더 추워진다고 하지만 아무리 추워져도 일상생활에는 과한 스펙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으니까.
너도나도 궁극의 방한용품을 개발하는 이런 상황에서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철학을 가진 무인양품의 방한용품은 흥미로운 대안이다. 제품을 만나기에 앞서 먼저 무인양품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자.
무인양품의 역사
무인양품은 1980년에 시작했다. 경제 전성기를 맞아 일본 국민들의 생활 수준은 높아졌고 이에 따라 명품 브랜드들이 각광받으며 매출이 상승하는 시기였다. 무인양품은 ‘상표 없는 좋은 품질의 제품’이란 이름의 뜻처럼 이런 시류에 반하여 생겨났다. 무인양품 초반에 브랜드 철학을 정비했던 디자이너, 다나카 잇코는 무인양품의 철학을 이렇게 말했다. ‘호화로움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간소화하고 낭비를 없애면서 화려한 어떤 것보다 멋있게, 훌륭하게 보이는 것’. 이것이 2002년에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인 하라 켄야에게 와서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정리된 것이다. 일상에 어울리는 정도의 기분 좋은 포근함을 주는 무인양품의 방한용품들을 만나보자.
[1]
머플러
방한의 대원칙: 노출 부위를 가린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가려야 할 부위, 그러니까 우리 몸에서 가장 추위에 취약한 부위은 어딜까? 대부분은 목일 거다. 목이 차가운 바람에 노출되면 목만 시린 게 아니라 목부터 추위가 퍼지면서 어깨는 굽어지고 고개가 파묻히면서 온몸이 움츠러든다. 무인양품에는 여러 가지 머플러가 있는데 오늘 소개할 제품은 폴리에스터 혼방 니트 머플러다. 폴리에스터 혼방 원단으로 되어있어 보온성이 좋고 탄력이 좋아 착용하기 편하고 세탁하기에도 간편하다.
무인양품 하면 떠오르는 자주색과 모카브라운색 등으로 출시되어 무인양품의 다른 옷들과도 잘 어울린다. 평소 무인양품의 분위기를 좋아하고 비슷한 취향의 옷이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목도리를 집어도 잘 어울릴 것이란 말씀. 사이즈는 27x180cm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하기에도 충분하다.
무인양품 목도리와 캐시미어 소재의 목도리를 비교하지는 말자. 캐시미어 목도리는 비싼 가격만큼 보온성이 좋고 가볍다. 다만 우리가 기억할 것은 무인양품은 최고의 방한용품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 무인양품이 생각하는 일상에 충분한 방한 기능을 믿고 그 정교함에 감탄하면 된다. 구매는 여기에서.
- 머플러 1만 9,900원
[2]
장갑
따릉이 위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부위는 바로 손이다. 다른 부위야 웅크리든 고개를 돌리든 하면서 나름의 대처를 할 수 있지만 자전거 핸들 위에서 손을 뗄 수는 없으니 날카로운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무인양품 장갑은 두툼한 울 소재로 만들었고, 안감은 기모 처리가 되어 한결 따뜻하게 착용할 수 있다. 다섯 손가락 중 엄지, 검지, 중지는 스마트폰 터치도 가능하게 제작되었다. 울 소재로 두툼한 만큼 채팅 같은 섬세한 터치는 되지 않지만 이것이 무인양품이 생각하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패턴을 그리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전화를 받는 정도는 문제가 없다. 추운 겨울에도 이거면 됐다.
겨울 스웨터에서 볼 법한 노르딕 무늬로 짜여 겨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구매는 여기에서
- 터치 패널 장갑 (패턴) 1만 9,900원
[3]
워치캡
비니는 방한용품이지만 여름에도 착용할 만큼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기 때문에 비니의 방한 기능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겨울철 비니가 얼마나 따뜻한지는 안 써본 사람은 모른다. 일단 써보자. 그럼 벗었을 때 얼마나 추운지 알 수 있다.
무인양품 비니는 울 소재를 사용했고, 굵은 골이 진 모양이다. 워치캡은 미 해군이 병사들에게 보급했던 짧은 비니 형태의 모자를 뜻하는데, 무인양품의 워치캡 역시 유사한 디자인이다.
살갗에 직접적으로 닿는 이마 부분에는 면을 사용한 덕분에 가려움을 방지할 수 있다. 착용자에 대한 사려 깊은 관찰과 고민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런 작은 디테일이 무인양품을 다른 저가 브랜드와 다르게 만드는 게 아닐까. 구매는 여기에서.
- 워치캡 1만 4,900원
[4]
면 마스크
최근 독감이 유행하면서 거리에 다시 마스크가 종종 보이고 있다. 그런데 독감에 걸려 마스크를 쓰는 사람마다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마스크 쓰니까 따뜻해” 팬데믹 시절 구비해두었던 KF94 마스크도 따뜻하다면 면으로 된 마스크는 어떨까? 무인양품의 면 마스크는 면 100%로 얼굴의 온기를 유지시켜준다.
다른 면 마스크의 단점이라면 얼굴에 밀착이 되지 않아 열기가 새어나가거나 안경 착용자의 경우에는 안경에 김이 서린다는 것이었는데 무인양품의 면 마스크는 코 부분에 철사가 있어 얼굴에 밀착하여 착용할 수 있다.
2장 묶음으로 판매하며, 일회용이 아니기 때문에 손 빨래를 하면 여러번 사용하기에도 충분하다. 이 두 장이면 올겨울 나기에 충분할 거다. 구매는 여기에서.
- 마스크 2장 세트 5,900원
[5]
룸 삭스
고스펙의 방한용품과 함께 과하다고 생각하는 게 냉난방이다. 18도로 에어컨을 틀고 이불을 덮거나,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닥의 뜨끈한 온기를 느끼는 쾌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속가능함에 관심이 있는 무인양품은 집에서 착용하는 방한용품도 만들었다. 방에서 신는 양말, 룸 삭스가 그중 하나다.
룸 삭스의 특징 중 하나는 양말이 직각이라는 것(ㄴ자). 무인양품의 대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직각 양말은 체코에서 어느 할머니가 판매하던 양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무인양품 직원이 “왜 양말이 직각이에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발뒤꿈치가 직각이니까”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무인양품의 양말은 직각 디자인으로 출시되었고 오래 신어도 흘러내리지 않는다.
방한 양말은 자칫 답답할 수 있는데 면과 폴리에스터 혼방 실을 파일방식으로 짜서 가볍고 보드라운 수건의 느낌이 난다. 특히 발이 차가운 사람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거다. 구매는 여기에서.
- 양면 파일 룸 삭스 8,900원
About Author
김고운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누가 좀 말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