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터] 포르쉐 디자인 PDS50

안녕. 나는 한정판, 특별판, 그리고 콜라보레이션 전자 제품 리뷰를 빌미로 옛날 제품 이야기를 하는 ‘컬렉터’ 코너의 객원필자 기즈모다.

여러분은 혹시 자동차를 좋아하는가? 나는 자동차를 좋아한다. 하지만 가질 수 있는 것은 한 대뿐이다. 아랍부자나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대부분 자동차는 한 대 정도만 소유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자동차 회사와 콜라보하거나 자동차 느낌이 나는 스피커를 좋아한다. 자동차를 소유한 대리만족을 꽤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생전에는 결코 살 수 없는 브랜드를 소유할 수도 있다. 가령 페라리나 포르쉐 같은. 지난번에는 페라리 버전의 뱅앤올룹슨을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페라리의 경쟁 스포츠카인 포르쉐 느낌이 진하게 풍기는 스피커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오늘은 포르쉐 디자인의 블루투스 스피커 PDS50 리뷰다. PDS50은 국내 정식 수입되고 있으며 소비자가는 50만 원대다. 이 제품의 제조사는 ‘포르쉐’가 아니라 ‘포르쉐 디자인’이다. 포르쉐 디자인은 우리가 잘 아는 포르쉐 자동차와 약간 연관이 있는 회사다. ‘포르쉐 디자인’은 자동차 회사 ‘포르쉐’를 창립한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손자인 ‘페르디난트 알렌산더 포르쉐’가 창립한 회사다. 포르쉐가 너무 여러 번 나오고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름이 같아서 좀 헷갈린다. 해외에서는 손자를 이름 대신에 별명인 ‘부치’라고 불렀는데 나도 이번 글에선 부치라고 부르겠다. 외국인들도 많이 헷갈렸나 보다.

포르쉐는 창립자가 죽고나서 그의 아들인 ‘페리 포르쉐’가 회사를 맡아 운영했다. 디자인을 전공했던 손자인 부치는 아버지 밑에서 포르쉐 경영에 참여하며 자동차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부치는 1964년, 회사의 가장 히트 모델인 ‘포르쉐 911’과 ‘포르쉐 904’ 디자인에 깊이 관여하며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즈음에 독일에서는 창업자의 가족이 회사를 경영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생겼다. 그래서 부치는 포르쉐를 나와 ‘포르쉐 디자인’이라는 전문 디자인 회사를 1972년 설립했다. 처음에는 주로 손목시계를 만들었고, 이후에는 선글라스, 의류, 가방, 스피커, 전자제품 등을 만들었다. 물론 나는 스피커에만 관심이 있다. 선글라스, 의류, 가방은 내가 언제 샀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21세기 들어서 산 기억이 거의 없다.

우선 디자인을 보자. 디자인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짙은 회색의 무광 코팅된 통 알루미늄 재질이다. 표면은 새틴 마감이라고 하는 주로 자동차에 쓰이는 마감 기법을 사용했다. 빛 반사를 줄이면서도 은은한 광택이 돌게 하는 마감기법으로 특히 포르쉐 자동차의 외관으로 즐겨 쓰인다. 만져봐도 자동차의 질감과 촉감이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마감이다. 집 안에서 포르쉐 자동차의 질감과 촉감을 느낄 수 있다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원통형 디자인으로 상단으로 갈수록 살짝 원이 작아진다. 원의 지름은 약 12.3cm, 높이는 19.7cm. 묵직한 알루미늄을 층층이 쌓아 올린듯한 디자인이다. 레이어를 세어 보니 총 12개다. 그리고 무선 충전기까지 포함돼 있다. 무선 충전기에 올리면 총 13개의 레이어가 겹겹이 쌓인 모습이 된다. 디자인 모티브는 자동차 피스톤에서 가져온 것 같다. 실린더를 왕복 운동하는 피스톤을 겹겹이 쌓으면 이런 디자인이 될 것이다.

레이어를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스피커 상단에는 4개의 터치식 버튼이 있다. 전화, 플레이,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그렇다. 스피커폰 기능이 있는 스피커다. 해외에서는 스피커폰을 제공하는 스피커들이 꽤 있다. 시험삼아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해 봤다. 통화음은 깨끗하고 선명했다. 하지만 타인이 있는 공간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런 위험성을 경고한 섬뜩한 영화이기도 하다. 안 보신 분은 한 번쯤 보시기를.

앞쪽 최 상단 레이어에는 포르쉐 디자인 로고가 있다. 자동차 포르쉐는 방패 문양의 로고를 쓴다. 그에 비해 포르쉐 디자인은 깔끔한 타이포로 그냥 ‘PORSCHE DESIGN’이라고 새겨져 있다. 로고 아래에는 상태 표시등이 있다. 그리고 아래쪽 6개의 레이어에 소리가 나올 수 있게 패브릭 그릴로 마감됐다. 패브릭 그릴 아래는 1인치 트위터와 2개의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있고 플라스틱으로 유닛을 보호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 레이어 바로 위에는 3인치 우퍼가 나오는 구멍이 앞뒤로 뚫려 있다. 뒷면에는 USB 충전, 전원, 블루투스 버튼이 있다.

음질을 알아보자. 포르쉐 디자인은 스피커 전문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필립스와의 콜라보를 통해 음질 튜닝을 한다. 그래서 평균 이상의 음질을 들려준다. 단순한 디자인 오브제 수준을 넘어선 음질이다.

유닛 구성은 3인치 우퍼가 아래쪽을 향해 있어서 살짝 360도 사운드를 들려준다. 1인치 트위터는 정면을 향해 있어서 책상위처럼 넓지 않은 공간에서 즐기기 좋다. 디자인만 보면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나올 것 같지만 두 개의 패시브 라디에이터 덕분에 저역이 강조된다. 적당한 수준의 해상력과 풍성한 저역을 가진 제품이다. 중고역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두툼한 사운드를 즐기기 좋고 오래 들어도 편안해서 책상위에 두기 딱 좋다. 참고로 출력은 45W지만 피크 출력이고, 상시출력은 30~40W 정도로 예상된다. 소리는 꽤 크지만 80% 이상 볼륨에서는 왜곡이 살짝 발생하므로 80% 이하 볼륨에서 최적의 사운드를 재생한다.

이 제품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거실 스피커? 침실 스피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제품은 데스크용이 알맞다. 깔끔한 책상에 노트북이나 모니터 옆에 세워 두기 좋은 제품이다. 음질 성향이나 디자인 성향이 책상 위에 잘 어울리는 스피커다. 책상에 별다른 장식이 없어도 이것 하나로 충분한 장식이 된다. 다만 제품 크기가 꽤 크기 때문에 책상이 커야 어울린다. 또 내 책상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려면 아무래도 혼자 쓰는 사무실이나 독립된 자신의 방이 있는 사람이 쓰는 게 맞겠다.

물론 배터리가 있기 때문에 휴대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무게가 1.5kg 정도라서 여행용보다는 캠핑용 정도가 맞다. IPX4등급의 생활방수 기능이 있어 가벼운 습기나 물 튀김 정도는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주용도는 역시 책상 위에 올려 두었을 때가 가장 잘 어울린다. 들고 다니기에는 표면이 너무 매끄럽다.

배터리는 완충시 약 20시간 정도다. 외부에선 USB-C 포트를 통해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도 있다. 장점은 무선 충전 스테이션. 무선 충전기 위에 올려 두면 깔끔한 데스크 셋업을 유지하기 좋다. Qi 표준 충전 규격이므로 평소에는 스마트폰이나 무선이어폰 등을 충전하기도 좋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노트북이나 모니터 옆에 두면 아주 잘 어울린다. 만약 운 좋게 두 대를 살 수 있다면 스테레오로 사용 가능하다. 모니터 양쪽에 하나씩 PDS50을 두면 더 뿌듯할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앱을 제공하지 않아 세부 EQ설정은 불가능하다.

포르쉐 디자인이라는 회사는 실제 자동차를 디자인했던 포르쉐 가문의 손자인 부치가 만든 디자인 전문 회사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살아남았을 정도로 좋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고 특히 알루미늄이나 표면 가공 실력은 굉장히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몇 개 만져본 포르쉐 디자인의 디자인 실력과 완성도는 뱅앤올룹슨에 비견될 만하다. 음질적으로 미심쩍은 부분은 필립스와의 제휴를 통해 평균 이상의 음질을 확보했다. 우리 책상 위에서 10년 이상 빛날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