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자. 만약 산타가 존재한다면? 나라면 일단 받고 싶은 선물부터 고른다. 마냥 순수한 꼬마라면 장난감, 인형 같은 소소한 물건을 말하겠지만, 잔뜩 때 묻은 어른이 된 나는 값비싼 물건을 콕 집어 산타에게 말할 거다. 디에디트에서 취향과 소비에 대해 글을 쓰는 에디터들에게 공통 질문을 했다. “만약 산타가 선물을 준다면 어떤 선물 받겠습니까? 가격 제한 없음.” 산타 통장이 파산할 것 같은 리스트를 즐겁게 읽어보자.
탄노이 웨스트민스터 로얄 GR / 에디터B @editor_b__
을지로 카페 ‘헬카페 뮤직’에 가면 앤틱한 스타일의 어마어마하게 큰 스피커 두 개가 놓여 있다. 그 자태는 장엄하고, 멋스러우며, 소리는 웅장하면서 귀족적이다. 소리의 파동이 나를 휘감는 느낌이 근사해서 마음에 들었다. 비쌀 것으로 예상하며 바리스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스피커 어디 거예요?” “탄노이 스피커예요.” 탄노이라,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였다. 얼마인지도 물어보았다. “3500만 원쯤 할 걸요?” “와… 엄청 비싸네요.” 구글에서 찾아보니 그 모델 보다 훨씬 비싼 모델이 있었다. 가격은 7500만 원. 배송비는 4000원이다. 어차피 산타가 배송해줄 거니까 배송비는 빼달라고 요청해봐야겠다.
프라다 장식이 있는 새틴 미니 파우치 / 에디터H @editor_ha
어릴 적부터 ‘특별한 하루’를 상상하며 물건을 사모으곤 했다. 시시한 일상에서 간절히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1년에 단 하루 쯤은 어떤 멋진 모임이나 파티에 가게 될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래서 평상시에는 절대 쓸 일이 없는 화려한 귀걸이나 요란스러운 원피스 따위를 사들였다. 결국 단 한 번도 쓰지 못한 물건도 있고, 그걸 입은 내 모습이 기대만큼 근사하지 않았던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언젠가를 상상하며 일상과 동떨어진 물건을 쇼핑하는 게 나에게 큰 기쁨이었는 걸. 며칠 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 진짜 진짜 화려한 파티에 가게 될지도 모르는데, 딱맞는 가방이 없잖아? 모름지기 파티를 위한 가방이라면 밤새 들고 다녀도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작아야 한다.비싸고 커다란 가방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실용성을 배제하는 게 포인트니까. 립스틱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작아도 좋다. 일종의 액세서리니까 보석처럼 빛이나면 더 좋겠지. 인조 크리스탈을 잔뜩 박아넣은 프라다의 미니 파우치는 어떨까? 손바닥만한 사이즈에,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받아서 사정없이 화려해지는 존재감. 스트링으로 입구를 여며 볼록한 형태도 사라스럽다. 가격은 220만 원. 산타가 내게 선물한다면 1년 내내 파티를 기다리며 행복할텐데. 언젠가, 어느 날에는 나도 저렇게 반짝거릴 거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링크는 [여기].
바르셀로나 비즈니스 업그레이드 / 에디터M @editor_hyemin
Dear 산타. 저는 성동구에 살고 있는 에디터M이라고 해요. 솔직히 말해 저는 산타의 당신의 존재를 한 번도 믿어 본 적이 없어요. 그렇다고 올해 특별히 착하게 지낸 것도 아니지만, 올해 크리스마스에 정말 간절히 원하는 선물이 생겼는데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사실 제가 며칠 뒤에 연말 휴가로 스페인을 가거든요. 제가 있는 곳에서 스페인은 비행기를 타고 무려 14시간이나 날아가야 하는 아주 먼 곳이랍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연말 휴가지만, 좁고 어둡고 답답한 비행기 안에서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사실에 출발하기도 전에 불행해요. 저는 요즘 장거리 비행이 너무 힘들거든요. 저에게도 공항을 가거나 비행기를 탄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신나던 때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저는 이제 너무 때가 탄 어른이 되었나 봐요.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루돌프가 끄는 설매를 타고 수염 휘날리며 밤하늘을 누비는 산타할아버지는 몇 백 명이 작은 기체 안에 꼼짝없이 갇혀 기내식에 사육당하는 그 기분이 어떤 건지 상상도 못 하시겠죠? 그래서 제가 갖고 싶은 선물이 뭐냐고요? 저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인천에서 바르셀로나 비지니스 왕복 티켓을 갖고 싶어요. 제 항공사는 아시아나인데, 비즈니스 스마티움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부르더라고요. 제 생에 한 번쯤은 비행기에서 두 다리를 쭉 뻗고 잠들고, 하늘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안심스테이크를 써는 호사를 누려보고 싶어요. 이 정도의 사치라면 일 년 내내 야근과 과로에 시달리고 출국 전날까지도 노예처럼 일해야 하는 저의 인생이 조금은 보상받는 기분이 들 것 같거든요. 저희 집에 굴뚝은 없지만 대신 제 아이폰 지갑에 있는 e티켓을 업그레이드만 해주시면 되니, 훨씬 간단하죠? 그럼 저는 그때까지 행운을 빌며 열심히 일하고 있을게요. 어쩌면 이 행운은 제가 직접 구매해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프라이빗 캐스크 / 홈텐더 글렌 @glen__ing
위스키 러버인 제가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라면 프라이빗 캐스크로 하겠습니다. 생년 빈티지를 곁들여서요! 제 나이와 같은 숙성년수의 위스키를 오크통째로 받고 싶어요. 꾸덕한 퍼스트 필 올로로소 풀 셰리 캐스크에, 500L 버트(Butt) 사이즈, 한 병에 35억으로 얼마 전 위스키 경매가 신기록을 갈아치운 맥캘란 증류소 원액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버트 사이즈면 650병 쯤 나올 테니 평생 동갑내기 친구 삼아 두고두고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받자 마자 맛은 봐야죠. 한 잔은 스코틀랜드부터 오크통 배송하느라 고생하신 산타 할아버지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디에디트 독자 분들을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 한 잔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하여!
헤르미온느의 시간을 돌리는 모래시계 / 에디터 정경화 @_hwa_0125
요즘 내가 두 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월간지 마감 노동자가 된 이후 매달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정에 숨이 막히는데, 내가 둘이 되면 한 달은 내가, 다음 한 달은 다른 내가 마감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 한 달 쉬고 한 달 일하는 기적이 탄생한다. 나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은 무서우니까 대신 시계를 갖고 싶다. 시계 돌려 놓고 또 다른 나는 갈 일 없는 해외로 떠나 마음껏 놀고 올테다. 이것은 마감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나의 현실 부정 이야기.
팔라완 초럭셔리 리조트 아만풀로에서의 한 달 / 에디터 김은아 @una3090
12월은 소진의 계절. 새해를 시작할 때 산처럼 쌓아놓았던 포부도, 체력도, 인류애도 일찌감치 바닥나버리고 말았다. ‘재료 소진으로 일찍 마감합니다’ 종이 한 장 붙이고 문 닫아버리는 맛집처럼, 이만 2023년을 조기퇴근해버리고 따뜻한 나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산타할아버지에게 받고 선물은 바로 바로, 필리핀 팔라완의 아만 리조트에서 보내는 한 달간의 휴가(숙박비·항공료 및 제세공과금 포함…). 아만은 럭셔리 리조트를 이야기할 때 첫 손에 꼽히는 하이엔드 리조트로, 빌 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가 아만의 소문난 마니아다. 전 세계에 36개 지점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팔라완의 아만을 콕 찍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팔라완은 청정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적어 ‘필리핀의 마지막 개척지’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다. 리조트는 그곳에서도 무려 ‘전용기’를 타고서만 들어갈 수 있는 파말리칸섬에 있다. 전용기를 타야만 도착하는 숙소라니, 설명만으로도 고립과 허세에 대한 욕구가 반은 충족되는 것 같다. 이렇게 투숙객들만이 독점한 섬에서는 인파에 시달릴 염려 없이 오롯한 나만의 시간을 즐길 것이다. 따뜻한 햇볕 아래서 장바구니에 넣어두기만 한 392권의 책을 읽을 수도, 스노클링을 즐기다 노곤노곤 스파를 즐길 수도, 그저 잔잔히 물결치는 파도를 바라보다 낮잠에 빠질 수도 있겠지. 손님마다 개별 집사(버틀러)가 배정되어 원하는 것은 24시간 요청할 수 있다니, 아주 긴급하게 차가운 맥주를 주문하기도 하면서. 이렇게 딱 한 달만 보내면 바쁘다바빠현대사회에 발맞추느라 소진된 에너지가 다시 차오르지 않을까. 덧붙여, 산타할아버지의 빠른 결제를 위해 드리는 가격 정보. 팔라완까지의 왕복 항공편 80만 원, 프라이빗 풀과 정원을 갖추고 해변과 바로 연결되는 아만 객실은 1박에 500만 원선(총 1억5000만 원!). 참, 사내 인트라넷 아이디로 연차 30일도 같이 넣어주는 거 잊지 마세요!
알로소 보눔 4인 프렌치 모이어 / 에디터 김기은 @editor_gieun
30살이 넘고도 툭하면 울지만 그래도 산타할아버지께 선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할아버지도 아시죠? 우는 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거. 우는 것 빼곤 저 올해 나쁜짓 안 했습니다. 그러므로 주셨으면 좋겠어요, 선물. 제가 고른 위시리스트는 알로소의 보눔 4인 프렌치 모이어 소파입니다. ‘Alloso‘ Bonum lounge / French Moire, 기억해 주세요. 왜 이 소파에게 마음을 뺏겨버렸냐면요. 모름지기 가구는 계절 타지 않는 무난한 컬러가 스테디셀러잖아요. 블랙, 브라운, 화이트, 옐로우, 그린. 쓰다보니 이케아 컬러가 아닌가 싶네요. 이럴수록 새로워 보이는 컬러를 보면 탐욕이 생기잖아요? 제가 그랬어요. 흔치 않은 베이비 블루 컬러인데 페브릭 아니고 레더라니! 한눈에 빠져버렸습니다. 단정한 디자인에 이토록 사랑스런 컬러라뇨. 쿨톤인 제 피부톤과도 매우 어울린답니다. 아, 가격이요? 549만 원이요.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 프렌치 모이어 컬러로는 구매 페이지를 찾을 수 없어 따로 문의했는데요, “해당 마감재는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 방문하시어 구매 가능하십니다. *알로소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 516 (☎1588-1526)”라는 답을 받았어요. 직접 매장 방문 후 구매해서 제게 주셔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으실 텐데요.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산타할아버지!
메종 마르지엘라 글램 슬램 스포츠 백팩 / 에디터 HAE @_haeinlee
산타 할아버지, 이번 크리스마스에 저희 집에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답니다. 올해 제가 받고 싶은 선물이 따로 있거든요. 잘 듣고 꼭 들어주세요! 제가 가지고 있는 백팩은 고등학생 때 구입한 십 년도 더 된 가방이에요. 함께한 세월만큼 추억이 있는 가방이지만 이제는 보내줘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대신 새로 눈여겨보고 있는 녀석은 메종 마르지엘라 글램 슬램 스포츠 백팩인데요. 블랙 컬러라 무난한듯하면서도, 마르지엘라 백의 대표적인 글램 슬램 디자인과 넘버링 라벨로 브랜드 특유의 아이덴티티 또한 확실하게 느껴지는 백팩이에요. 전체적으로 폴리아미드 소재를 사용해서 가벼움을 유지하는 한편, 중간중간 카프스킨 가죽을 믹스해 고급스러움과 내구성을 더한 것도 마음에 들어요. 앞면의 버클이 플라스틱이 아니라 금속인 점도 퀄리티를 더하는 디테일이죠! 무엇보다 배낭여행도 가능할 것 같은 넉넉한 사이즈와 두툼한 쿠셔닝은 디자인만큼 실용성도 중요한 제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선사한답니다. 산타 할아버지, 그럼 전 울지 않고 할아버지만 기다리고 있을게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사진집 <결정적 순간> (앙리 마티스 커버 버전) / BGM매거진 편집장 남필우 @nampilwoo
산타는 있다. 지난 3년 동안에는 산타가 우리 집에 왔고, 휴대폰으로도 찍어놨다. 우리 집 가장 어린 친구에게 선물을 주고 집 밖으로 나간 산타를 배웅하는 일과, 허겁지겁 벗어대는 산타 복장을 건네받아 보이지 않는 팬트리 깊숙이 접어놓는 역할을 도맡아 했다. 배트맨에게 로빈 정도의 역할이랄까. 각설하고 내가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집 <결정적 순간>이다. 특별하게도 이 사진집은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마티스가 커버를 장식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건강이 악화된 마티스가 이 책의 표지 작업을 가까스로 완료했고, 그로부터 며칠 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대단한 사진가의 대단한 사진집은 대단한 화가의 작품을 커버로 세상에 나왔고, 62년 만인 2015년 재발행이 되었다. 2023년 현재 구매할 수 있고 비용은 약 700달러 정도 선이다. 그러니 이거로 선물해 주시죠. 기다릴게요!
겔랑 뮤게 시리즈 / 조향사 전아론 @ah.ro_
어른의 욕심이란 왜이렇게 시시할까. ‘가격 상한선 없는’ 산타의 선물을 고민하면서,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평소엔 별로 갖고 싶지도 않았던) 비싼 가전 기기들을 주루룩 나열해보다가 결국 내 생각이 가 닿은 곳은 고가의 향료들이었다. 향료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비싼 향료들은 1Kg당 몇백만 원을 훌쩍 넘는다. 수율이 낮아 만들기도 힘든 천연 향료들부터 합성이 까다로운 머스크 향료들까지… 그런 향료들이 있다면 다가올 2024년, 매일매일 너무 기쁘고 신나는 마음으로 조향에 몰두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향료 통을 들쳐 업고 올 산타를 상상하니 아무래도 우습다. 그런 건 일감이지 선물이라고 할 수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역시 받고 싶은 건 향수다. 가격도 비싼데다, 사려고 해도 사기 어렵고, 갖고 있기만 해도 행복해질 것 같은 그런 향수. 나에게는 그게 바로 겔랑의 뮤게 시리즈다. 요즘엔 다양한 니치 향수 브랜드가 유행하고 있어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사실 겔랑은 향수계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레전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겔랑이 매해 출시하는 ‘겔랑 뮤게’는 병당 백만 원에 가까운 가격임에도, 한정적인 제작 수량(평균 5000개 안팎) 때문에 만나보기도 힘든 향수다. 보통 한국에는 100개 남짓 들어오는데, 어떤 해에는 아예 국내 입고 자체가 무산될 때도 있다.
뮤게는 한국어로 은방울 꽃. 향수에서는 장미, 자스민과 함께 3대 플로럴이라고 불릴 정도로 존재감 있는 꽃이다. 하지만 꽃 자체가 비싼데다 수율이 심각하게 낮기 때문에 천연 오일로 만들기는 어렵고, 그래서 더더욱 조향사의 기량에 따라 퀄리티가 크게 달라지는 향이기도 하다. 특히나 그린 노트를 좋아하는 나에게 뮤게는 꼭 정복하고 싶은 대상이다. 투명하고 맑으면서도 섬세하고 향긋한 뮤게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알게 된다면, 분명 지금보다 멋진 조향사가 될 수 있으리라. 그러니 산타이시여, 2006년부터 매해 출시된 겔랑 뮤게 시리즈들을 제 품에 안겨주소서. 어쩌면 당신의 선물로 인해 세계적인 조향사가 탄생하게 될지도 모르니… 아님 말고…
Mona Frame Bag / 에디터 손현정 @nnanqo
가격 제한 없이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가격대의 선물을 골랐다. 진짜 산타 할아버지가 존재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준다면 개인에게 할당된 선물 비용은 작고 귀여운 수준일지도 모르니까. 이정도 가격이면 흔쾌히 사주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신중히 고르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 크리스마스만큼이나 특별한 연말 이벤트는 ‘이직’이다. 6년 만에 새로운 회사로 출근하니 허름한 가방 대신 새로운 가방을 메고 싶다. 플로르(FLOR)의 ‘Mona Frame Bag’. 정직한 직사각형 수납공간과 곡선의 손잡이가 조화를 이룬다.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직장인의 삶에 있어서 부드럽고 유연한 태도도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달까. 여기에 14K 골드 프레임과 실버 프레임으로 고급스러움을 한 스푼 더한다. 누르스름한 골드가 아니라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쿨한 골드빛이라는 점에서 프레임 선택장애를 일으킨다. 이 가방을 메고 출근한다면 내가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라는 착각에 빠질 것 같다. 여기까지 쓰다보니 산타를 찾을 시간에 내가 나의 산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구매하고 왔다). 가방의 폭이 좁아서 수납 공간이 넉넉할까 걱정했지만 직접 사용해 보니 생각보다 내부가 넓은 편. 손잡이가 얇지만 꼿꼿하게 서있는 모습이 끊어질 걱정도 없고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실물이 훨씬 클래식하고 고급스럽다. 길을 걷다 산타 할아버지와 마주친다면 꼭 말해줘야겠다. ‘이 가방을 직장인에게 선물하신다면 산타할아버지의 최대 업적이 될 겁니다.’라고. 링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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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