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잠시라도 커피 없는 시간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자고 일어나면 커피를 찾고, 바쁜 업무 중에도 짬을 내어 커피를 마신다. 당연히 집, 카페, 일터에서 다양한 커피를 즐기지만, 간혹 인스턴트 커피가 유일한 대안일 때가 있다.
참고로, 인스턴트 커피는 2차 대전중 미군 보급품을 통해 전 세계로 알려졌다. 전쟁터의 군인에게 각성제로 보급했던 인스턴트 커피는 미국과 유난히 돈독한 한국과 일본에서 크게 발전했다. 한국의 경우 커피 믹스를 개발하면서 2차 성장을 했고, 최근 프랜차이즈와 스페셜티커피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양질의 인스턴트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커피가 맛있는 인스턴트 커피일까?
이번에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한국의 인스턴트 커피를 꼼꼼히 리뷰했다. 컬리, 쿠팡의 인기 제품부터 스페셜티커피까지 다양한 인스턴트 커피를 살펴 보았는데, 의외의 결과들이 많았다. 수십잔의 커피를 테스트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상당히 의미있는 작업 이었다. 여러분의 슬기로운 커피 생활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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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 아메리카노 미니 마일드
카누는 한국 인스턴트 커피에서 상징적인 브랜드이다. 김연아의 맥심을 제친 것만으로도 그렇다. 과거에는 설탕과 크림을 포함한 맥심 커피믹스가 메인이었다면,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하는 트렌드에 발맞추어 가당, 가향이 없는 카누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스턴트 커피가 되었다.
카누의 마일드, 다크, 디카페인 제품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마일드 아메리카노를 테스트 했다. 가격은 30개입 7,000원(한 잔 분량 0.9g, 233원). 최저 포장 단위는 30개로, 크기는 셔츠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위 중량이 낮아서 통상적인 프랜차이즈의 톨사이즈로 마실때는 두 개의 분량이 필요하다. 이외의 장점은 물에 녹는 점성이 매우 좋았다. 이번에 테스트한 제품 중에서 블루보틀과 함께 가장 잘 녹았다.
카누 인스턴트 커피의 맛은 (이전까지 카누를 마셔본 적이 없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특히 인스턴트 커피 특유의 향(감미료와 같은 단맛이 동결 건조 인스턴트 커피의 특징이다 )이 적은 편이고, 미세하게 분쇄한 원두 파우더를 직접 투입해 원두 커피의 느낌을 구현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카누의 공식 테이스팅 노트는 과일과 같은 산뜻한 맛과 향이라 하는데, 현실과 괴리가 있다. 커머셜 커피 특유의 후미가 짧은 점이 아쉽지만 생동감을 발현한 전체적인 느낌이 나쁘지 않다.
- 인지도: ⭐️⭐️⭐️⭐️⭐️ 카누라는 이름이 인스턴트의 대명사
- 포장: ⭐️⭐️⭐️ 왠지 믹스커피의 대용량이 연상된다
- 가격: ⭐️⭐️⭐️⭐️ 훌륭하다
- 맛: ⭐️⭐️⭐️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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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비아 콜롬비아
스타벅스는 ‘비아’라는 이름으로 인스턴트 커피를 만들고 있다. 하워드 슐츠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크게 망했다는 후문이 있지만, 최근 인스턴트 커피가 새롭게 각광받으며 더불어 뒤늦은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벅스 인스턴트 커피의 가장 큰 장점은 제품의 종류가 많다는 것. 전통의 파이크플레이스 블렌딩, 하우스 블렌딩, 디카페인, 이탈리안 로스트 이외에 콜롬비아 싱글오리진까지 다양한 인스턴트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스타벅스 비아 콜롬비아 인스턴트 커피를 테스트했다. 가격은 12개입 1만 5,000원. (한 잔 분량 3.3g, 1,250원) 최저 포장 단위는 12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의 1/4정도 되는 가격이지만 카누에 비하면 가격대가 높다. 대신 단위 중량이 3.3g이다. 참고로 카누와 이디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스턴트 커피는 한 잔 가격이 1,000원 내외의 가격이다. 다양한 장소에서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 특성상 포장 상태와 패키지가 생각보다 중요한데, 스타벅스 제품은 포장 상태와 디자인이 우수한 편이다.
스타벅스 비아 인스턴트 커피의 공식 테이스팅 노트는 견과류의 풍미를 간직한 부드럽고 균형잡인 커피이다. 인스턴트 커피와 같은 느낌이 강하지 않고, 스타벅스 매장에서 마시는 커피의 단단한 질감을 잘 연상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롬비아 커피 특유의 깔끔하고 청량한 느낌이 없어서 아쉽지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의 진한 질감을 잘 표현했다.
- 인지도: ⭐️⭐️⭐️ 스타벅스 인스턴트의 인지도는 아직
- 포장: ⭐️⭐️⭐️⭐️ 패키지 디자인이 미적, 기능적으로 만족스럽다
- 가격: ⭐️⭐️⭐️ 업계 평균을 살짝 오버
- 맛: ⭐️⭐️⭐️ 스타벅스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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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 비니스트 아메리카노
이디야커피는 한국 프랜차이즈 커피중에서 메가커피, 컴포즈와 같은 저가 커피를 제외하고 가장 가격이 저렴하고 매장 수가 많은 (2022년 기준 메가커피와 매장 수 1,2등을 다투고 있다.) 커피 브랜드이다.
이디야에는 크림과 설탕이 포함되어 있는 제품도 있지만, 이번에는 가장 기본적인 비니스트 아메리카노 인스턴트 커피를 테스트 했다. 가격은 30개입 5,000원. (한 잔 분량 1g, 170원). 카누보다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디야 인스턴트 커피는 콜롬비아와 브라질 인스턴트와 브라질, 케냐, 파푸아뉴기니의 로스팅 커피를 배합한 제품이다. 인스턴트 기성 제품에 자체 로스팅 커피를 동결건조해서 추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식 테이스팅 노트는 향이 진하면서 산미가 강하지 않고 고소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인데, 실제로는 인스턴트에서 느끼는 편안한 단맛이 표현되었다. 전통 인스턴트 브랜드는 인스턴트 느낌의 단맛을 피하려고 애를 쓴다면, 이디야의 경우는 대중들이 쉽고 편안하게 느끼는 인스턴트 커피의 맛을 잘 표현했다. 굳이 정리하면, 이디야가 인스턴트 했다고 할까?
- 인지도: ⭐️⭐️⭐️⭐️ 프랜차이즈와 인스턴트 커피의 경계
- 포장: ⭐️⭐️⭐️ 특별한 특징이 없다
- 가격 :⭐️⭐️⭐️⭐️⭐️ 가격이 매우 만족스럽다
- 맛: ⭐️⭐️⭐️ 인스턴트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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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바셋 시그니처 블렌드 스틱 커피
폴바셋은 2003년 호주 출신 최연소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이 한국의 매일 유업과 공동창업한 커피 매장이다. 과거, 신세계 강남점 지하에 있던 매장이 화제가 되었던 때도 있었지만 스페셜티커피가 확대되면서 커머셜 커피와 스페셜티커피 사이에 애매하게 포지셔닝된 경향이 있다. 가장 대표 메뉴는 진득한 아이스 라테. 최근에는 더블샷 롱블랙이 인기가 많다.
폴바셋의 시그너쳐 블렌딩 스틱커피를 테이스팅 했다. 가격은 5개입 6,000원. (한 잔 분량 2g, 1,200원) 카누, 이디야와 달리 기본 용량이 2g이라 진득한 롱블랙을 마시기에 좋고, 우유에 섞어서 라테로 마셔도 좋다. 폴바셋 인스턴트 커피의 포장 상태는 스타벅스와 비슷하게 포장 단위도 적절하고 포장 상태도 우수했다.
폴바셋 인스턴트 커피의 테이스팅 노트는 브라질과 에티오피아 블렌딩, 카카오와 복숭아 베리류의 향미가 특징이라 표기되었는데, 마셨을 때의 느낌은 의외로 산미가 강했다. 인스턴트 커피 뿐만 아니라 한국의 프랜차이즈커피 매장은 산미있는 커피를 조심하는 편인데, 매장의 커피보다 산미가 강했다. 선명한 산미의 커피는 아이스로 마실 경우 청량감이 더욱 증가하지만, 폴바셋 인스턴트의 산미는 호불호가 있을것 같다.
- 인지도: ⭐️⭐️⭐️ 폴바셋도 인스턴트도 애매하다
- 포장: ⭐️⭐️⭐️ 포장과 디자인이 인스턴트스럽다
- 가격: ⭐️⭐️⭐️ 업계 평균 가격
- 맛: ⭐️⭐️⭐️ 아이스 혹은 라테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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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사이로 크래프트 파우더 몽상스
커피리브레, 테라로사와 함께 한국 스페셜티커피의 상징인 나무사이로는 크래프트 파우더 커피라는 이름으로 인스턴트 커피를 선보였다. 나무사이로의 크래프트 파우더 커피는 몽상스 (케냐 싱글오리진) 커피를 테스트했다. 가격은 30g에 2만 1,000원(한 잔 분량 2g, 1,400원). 트러플 포장을 연상시키는 소형 단위와 외관 디자인이 우수하다. 포장 용기에는 커피맛과 향미의 특징이 잘 표기되었다.
나무사이로 몽상스 케냐 싱글오리진 인스턴트 커피는 1,800미터의 재배 고지대에서 재배된, 케냐 커피 연구소에서 품종 개량된 SL28, SL34, 루아르 계열의 커피를 사용해서 생산했다. 커피의 맛은 당밀, 자몽, 가벼운 산미, 길고 여운있는 단맛이 특징이다. 다양한 향미와 우아한 밸런스와 단맛이 가장 좋았다. 1회용 포장이 아니라서 한 잔 분량 2g 내외의 커피 계량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아이스, 핫 아메리카노 이외에 카페 라테로도 매우 훌륭하다. 최근 유행하는 비건 밀크 오트사이드와도 잘 어울린다.
사심을 담은 팁을 추가하면, 나무사이로 커피와 오트밀크, 블루레시피 생강청을 첨가한 음료의 조합이 저 세상 맛이다.
- 인지도: ⭐️⭐️⭐️ 스페셜티 인스턴트 커피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 포장: ⭐️⭐️⭐️⭐️ 디자인과 이동성이 만점이지만, 계량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 가격: ⭐️⭐️⭐️⭐️ 품질 대비 만족스럽다
- 맛: ⭐️⭐️⭐️⭐️⭐️ 가장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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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크 인스턴트 커피
스페셜티커피 라인업으로 부산의 새로운 스페셜티커피 성지 베르크의 인스턴트 커피를 테스트했다. 베르크 인스턴트 커피의 종류는 베이비, 하우스 블렌딩,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과 디카페인이 있다. 스페셜티커피 업체 중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를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10개입 1만 6,000원. (한 잔 분량 2g, 1,600원).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네 종류의 인스턴트 커피가 10개씩 소포장된 앙증 맞은 사이즈로 판매하고 있다. 작고 귀여운 외모가 매력적이라서 4 세트를 한번에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2g 단위 개별 포장 중에서는 가장 예쁘다.
베르크 에티오피아 싱글 오리진의 테이스팅 노트는 포도향, 초콜릿, 건포도, 오렌지와 초콜릿의 특징이다. 커피 맛은 에티오피아 커피의 꽃향보다는 군고구마에 가까운 단맛이 인상적이다. 바디와 질감도 좋아서 블랙 뿐만 아니라 밀크와의 조합도 상당히 좋다. 인스턴트 커피의 종류가 많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밀크와의 궁합에서 가장 단단한 질감을 선보였다.
- 인지도: ⭐️⭐️⭐️ 스페셜티커피의 인지도는 참 어렵다
- 포장: ⭐️⭐️⭐️⭐️⭐️ 기능성, 디자인, 개별포장 까지 훌륭하다
- 가격: ⭐️⭐️⭐️ 평균 이상의 가격
- 맛: ⭐️⭐️⭐️⭐️⭐️ 두말하면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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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크래프트 인스턴트 커피 에스프레소
블루보틀커피는 현재 세계 최대의 스페셜티커피 업체이다. 참고로 현재 블루보틀 전세계의 매장 규모는 100개이고, 한국에서 합작 회사와 함께 성수, 강남, 삼청, 명동, 제주와 같은 상징적인 지역에 화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블루보틀은 한 종류의 인스턴트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60g에 3만 5,000원(한 잔 분량 4g, 2,400원). 제품의 패키징은 나무사이로와 비슷한 병모양이지만 사이즈가 크다. 커피 파우더의 제형은 카누와 비슷하고 물에 녹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인스턴트 커피중에서 가장 잘 녹는 느낌이었다.
공식적인 테이스팅 노트로 다크 초코, 당밀, 구운맥아와 같이 스페셜티커피의 품질을 잘 구현하고 있다. 커피 원두는 한국의 스페셜티커피 업체들에 비해서 아쉽지만, 인스턴트의 경우 상당히 근접했다. 특히 에스프레소 커피를 추출해서 동결건조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콜롬비아 싱글오리진 특유의 깔끔하고 우아한 향미와 산미가 잘 표현되었다. 블루보틀의 권장 레시피는 4g 내외의 커피를 사용해서 200ml의 상하목장 우유, 미뇨르 피겨스와 같은 오트밀크와의 조합이다.
- 인지도: ⭐️⭐️⭐️⭐️ 블루보틀 인스턴트가 의외로 화제가 많이 되었다
- 포장: ⭐️⭐️⭐️⭐️ 나무사이로와 유사한 디자인이고 직관적으로 상당히 우수하다
- 가격: ⭐️⭐️⭐️ 기본 중량이 있지만, 그래도 비싸다
- 맛: ⭐️⭐️⭐️⭐️ 스페셜티 커피 품질
종합하면, 카누와 같은 전통업체 제품들이 상당히 개선되었고, 프랜차이즈는 가격 혹은 품질로 다변화, 스페셜티커피는 품질이 압도적이지만 인지도가 조금 아쉽다. 맛을 기준으로 하면, 나무사이로, 베르크 투톱에 블루보틀이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스타벅스의 질감이 매장커피를 잘 표현했다. 폴바셋은 개성을 표현했고, 이디야와 카누는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