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앤올룹슨의 신제품 소식을 살펴보는데, 낯익은 디자인이 보인다. 베오릿 15(Beolit 15)의 후속작 베오릿 17이 나왔다. 4년 전에 베오릿 12(이 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이다)를 들고 피크닉을 갔던 일이 생각난다. 리뷰 촬영 겸 나간 거였지만 그 핑계로 즐거웠다. 탁 트인 곳에서 음악을 들었고 맥주도 마셨다. 조금 덥지만 날이 좋았다.
뱅앤올룹슨 스스로 ‘음악 도시락’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팅하는 이 제품은 정말 피크닉용 도시락 바구니를 닮았다. 재치있고 독특하지만 고급스러운 모양새다. 게다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손잡이에서 피크닉을 나설 때의 설렘이 묻어난다. 자꾸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다.
고민할 것도 없이 잘 만든 디자인이다. 저 어여쁜 스피커를 들고 공원에 나가서 체크 무늬 피크닉 매트를 깔고,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들으면서 노닥거리는 풍경을 떠올리게 되는걸. 눈에 보이는 요소 만으로 그 제품이 어울리는 순간과 분위기, 설렘을 상상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나의 경우엔 익숙한 사람들과 음악을 들었던 4년 전의 초여름 날이 떠오르고.
너무 디자인 얘기만 한 것 같다. 사실 소리도 훌륭하다. 보기보다 묵직한 무게 만큼, 소리도 중후한 맛을 갖췄다. 휴대용 스피커라고 해서 방방 뜨는 음질은 절대 아니다. 360도 방향의 사운드와 240W 출력은 소리가 부딪힐 곳이 없는 야외에서도 빛을 발한다.
눈에 띄는 점만 조금 더 살펴보자. 베오릿 17은 전작과 다르게 USB-C 충전 방식을 채택했다. 이것봐라 역시 C의 시대는 오고 있다. 상단에는 스마트폰 등을 올려놓을 수 있는 트레이가 있으며, 스트랩은 진짜 가죽. 가격은 73만 원이다.
컬러가 중요하다. 스톤 그레이와 내추럴의 두 가지가 있는데, 지금 당장 살 것도 아니면서 에디터M과 설전을 벌였다. 나는 도시락통 느낌을 그대로 살린 화사함의 내추럴을 지지했고, 쿨한 척이 심한 에디터M은 시크한 스톤 그레이가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피크닉엔 내추럴 컬러지, 바보야.
뱅앤올룹슨 베오릿17
price – 7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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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