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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 트웸코 QT-30 나라 요시토모 에디션

레트로 마니아 기즈모의 한정판 리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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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12

안녕. 나는 한정판, 특별판, 그리고 콜라보레이션 전자 제품 리뷰를 빌미로 옛날 제품 이야기를 하는 ‘컬렉터’ 코너의 객원필자 기즈모다.

오늘은 아주 재미있는 탁상시계를 하나 구해 왔다. 여러분은 혹시 플립 시계를 아는가? 숫자판이 바뀌며 숫자를 알려주는 시계인데 최근 레트로 바람을 타고 소소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큰 인기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시계라 겸사겸사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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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플립 시계는 평범한 플립 시계가 아니다. 숫자판에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나라 요시토모’의 일러스트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참고로 나라 요시토모는 일본의 팝아트 작가로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영향을 받은 장난스럽고 기괴한 어린이의 모습을 주로 그린다. 시계 제조사는 트웸코라는 홍콩 브랜드다.

오늘은 트웸코의 QT-30 나라 요시토모 에디션 리뷰를 들고 왔다. 이 제품은 현재 뉴욕 모마 디자인스토어(moma)에서 판매 중이며 가격은 375달러다. 요즘 환율이 안 좋아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하다. 대신 베이스 모델인 트웸코 QT-30은 약 10만 원대에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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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보자. 유광 ABS 플라스틱 케이스에 앞쪽은 투명 아크릴로 덮여 있다. 가로 사이즈는 19.5cm, 높이는 약 10cm, 두께가 7.5cm로 두껍다. 시계 두께가 두꺼운 이유는 숫자판이 원형으로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무게는 약 350g. 색상은 하얀색, 하늘색, 베이지색의 세 가지 색상이 있다.

q30-base model
[QT-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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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웸코 고유 모델인 QT-30을 베이스로 디자인했기 때문에 크기나 무게, 소재 등은 QT-30과 동일하다. 다른 것은 앞쪽의 숫자판이다. 숫자판에는 숫자 대신에 기괴하고 장난스러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시간 칸에 24장(오전, 오후 분리), 분 칸에 총 60개. 즉 84장의 작품이 그려져 있어 매시간 매분,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예술적인 면을 강조했기 때문에 시간을 보기가 무척 어렵다. 어떤 숫자판에는 숫자가 그림 구석에 적혀 있지만 어떤 숫자판에서는 숫자를 전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은 스마트폰으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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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에는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조정 스위치와 배터리 수납 칸이 있다. 벽걸이로 걸 수도 있고 탁자 위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 언뜻 장식품 같은 토이 제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실제로 시간이 굉장히 정확하다. 독일제 무브먼트를 사용했는데 트웸코 측에서는 1년에 10초 이내의 오차만 있다고 한다. 1년에 한 번 정도만 시간을 고쳐줘도 정확히 시간을 알 수 있다. 다만 다시 말하지만 시간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다. 시간은 스마트폰으로 보자.

배터리는 C사이즈의 알카라인 배터리를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QT-30 모델을 10년 넘게 사용 중인데 배터리는 5년 정도 갈 정도로 길다. 자주 갈아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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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은 초침 소리가 꽤 크다. 플립 형태라서 초침이 밖에서 보이지 않지만 무브먼트 내부에 초침이 돌아가고 있는데 이 소리가 꽤 크다. 침대 바로 옆에 두면 예민한 사람들은 귀에 거슬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숫자판이 넘어갈 때도 소리가 살짝 들린다. 한 시간에 한 번 시간칸의 숫자판이 돌아갈 때는 꽤 큰 소음이 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숫자가 잘 안보이기 때문에 시계 역할은 빵점이다. 하지만 이런 예술과 레트로가 결합한 탁상시계는 드물지 않은가? 컬렉팅 아이템으로 만족스럽다.

잠깐 플립 시계에 대해 알아보자. 플립 시계는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발명됐다. 발명특허가 1890년에 등록됐으니 정말 오래된 기기 중에 하나다. 플립 시계는 누구나 쉽게 시간을 알 수 있고 직관적이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숫자판이 겹겹이 쌓여 있다가 1분마다 물리적으로 회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고장이 잦고 시간 오차도 많았다. 불편하고 시간이 잘 맞지 않으니 사람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했다.

플립 시계가 다시 전성기를 맞은 것은 1960년대. 플립 시계가 전성기를 맞은 것은 일본인들 덕분이다. 일본은 기계식 손목시계 대신에 쿼츠 손목시계를 만들면서 시계 산업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손목시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계들을 전자식으로 개량했는데 그중에는 잊혔던 기술인 플립 시계도 있었다. 일본의 세이코, 파텍, 코팔 등의 회사들은 전자식 플립 시계를 경쟁적으로 개발해서 큰 히트를 기록한다. 특히 1970년대 일본 가정에는 플립 시계가 없는 집을 찾기 힘들 정도로 대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플립 시계의 유행은 숫자판이 넘어가듯 갑자기 유행이 끝나 버린다. 1980년대 들어 더 정확한 디지털 시계들이 나오면서 다시 사람들의 선택에서 멀어졌다. 이제는 플립 시계를 만드는 메이커도 얼마 남지 않았다. 중국의 저가 업체들, 그리고 이탈리아의 몇몇 업체가 명맥만 유지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최근 레트로 바람을 타고 조금씩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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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한 홍콩의 트웸코는 현존하는 플립 시계 메이커 중에 상당히 독보적인 브랜드다. 트웸코는 홍콩에서 1968년부터 다른 제품군은 전혀 만들지 않고 오직 플립 시계만 만들어 왔다. 오랫동안 꾸준하게 완성도 있는 다양한 플립 시계를 만들어 왔고 최근 들어 레트로 바람을 타고 다시 소소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플립 시계가 유행했을 때도 크게 확장하지 않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만들어 왔다. 플립 시계라는 용어조차 사람들 기억 속에 사라졌지만 수십억 인류 중에 몇몇은 자신들을 선택할 거라 믿고 계속 제품을 생산했다. 그러다가 운 좋게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최근의 레트로 바람이 사라져도 트웸코는 꾸준하게 플립 시계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아마 인류가 존재하는 날까지 플립 시계를 만들 것만 같다. 그랬으면 좋겠다. 이런 브랜드가 하나쯤 있다는 것이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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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즈모

유튜브 '기즈모' 운영자. 오디오 애호가이자 테크 리뷰어. 15년간 리뷰를 하다보니 리뷰를 싫어하는 성격이 됐다. 빛, 물을 싫어하고 12시 이후에 음식을 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