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2년째 안경과 한 몸으로 살고 있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안경은 내게 너무 익숙해서 당연해져버린 필수품이다. 착용하지 않는 날이 단 하루도 없거니와 가끔 깜빡하고 안경 쓴 채로 잠들거나 샤워하러 들어갈 때도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만큼 내 인상을 크게 좌우하는 아이템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부터, 나는 안경을 조금 더 소중히 여기려 노력하고 있다. 더 오래 더 깨끗하게 쓰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은 내 안경을 좀 더 아껴주고 싶은 이들을 위해 리스트를 준비했다. 안경 닦이부터 스토리지까지 5개의 종류별 안경 관리/보관 아이템이다. 이왕 비싸게 주고 산 안경, 내 얼굴에 걸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잘 쉴 수 있도록 마음 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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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TIDE
안경잡이로서 제일 서러운 순간 중 하나는 갑자기 앞이 뿌예질 때다. 마스크를 쓰고 가다가 숨이 차거나, 추운 겨울날 따뜻한 우동집에 들어갔을 때처럼. 김이 가득 서린 안경을 쓴 나는 “덕선아 어딨니 내 목소리 들리니” 애타게 부르짖는 <응답하라 1988> 속 동룡이가 된 기분을 느끼곤 한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서둘러 안경을 벗고 급한 대로 이너용 티셔츠로 박박 문지르는 것뿐이다. 제발 아는 사람만 안 나타나길 바라면서.
김이 서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치고 빠르고 깔끔하게 제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이타이드의 김 서림 방지 안경 닦이를 구매하는 것도 한 방법일 테다. 일반 안경 닦이 천과는 다르게 김 서림 방지 기능을 위해 특수 가공한, 말하자면 청소용 천이다. 안경 외에도 휴대폰이나 태블릿 PC의 화면을 닦을 때도 사용 가능하다. 다만 렌즈 표면에 모래나 먼지가 묻어 있다면 간단히 제거한 뒤 사용하자. 건조할수록 김 서림 방지가 약해지는 만큼 평소에는 구매 시 제공되는 PVC 케이스에 꼭 넣어 휴대하는 것도 잊지 말 것. 구매는 여기에서.
- ANTI FOG CLEANING CLOTH (KH) 1만 1,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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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EBCO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안경이 있다. 방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떡하니 진열해 두고 싶은 그런 안경.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프레임 전면부의 색감과 유려하게 꺾이는 앤드피스의 곡선은 작은 케이스 안에 꼭꼭 숨겨두기에는 너무 아깝다. 그렇다고 초등학생 때 받은 상패나 조기축구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마냥 웅장하고 화려한 자태로 세워둘 수도 없는 노릇. 내 최애 안경의 품격을 살려줄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 없을까?
© PUEBCO
푸에브코의 안경 트레이를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견고한 세라믹 소재와 매끈한 곡선, 오프화이트 컬러에 심플하게 적힌 중앙부 텍스트까지. 어디에 놓아도 크게 튀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단골 바버샵에서도 거울 앞에 이 제품을 놓은 걸 보고 ‘역시는 역시’ 싶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은근한 빈티지 무드가 느껴지는데, 이는 재활용/재사용을 핵심으로 하는 푸에브코 제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다. 안경을 올려두지 않을 때는 귀걸이나 반지 등 작은 크기의 소품을 두는 용도로도 유용하다. 구매는 여기에서.
∙ GLASSES TRAY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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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아이웨어
‘진열’보다는 ‘보관’에 초점을 맞춘다면 트레이보다는 박스 형태의 제품이 적합할 것이다. 오랫동안 쓰지 않고 놔두더라도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특히 아끼는 제품이라면 집에 굴러다니는 아무 보관함이나 케이스에 넣어 놓을 수는 없다. 보유하고 있는 안경이 한두 개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지. 구매할 때 받았던 케이스에 보관하면 제각각 따로 놀아서 ‘아, 그 안경 어디에 뒀더라’ 한참을 찾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테니까.
서울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안경을 선보이는 진저아이웨어가 제작한 스토리지라면 어떨까. 6개까지 수납이 가능해서 보유 중인 안경들을 한데 모아 보관할 수 있다. 아무리 많아야 4개까지만 안경을 가져본 나로서는 동일한 규격으로 나뉜 6칸을 모두 채운 안경들을 보고 있으면 뿌듯한 기분이 들 것 같다. 민트 컬러의 가죽으로 겉감을, 다크 레드 컬러의 스웨이드로 안감을 처리한 보관함 디자인 역시 고급스럽다. 부드러운 스웨이드 소재 위로 안경을 조심스럽게 올려둘 때야말로 내 안경에 대한 애착이 한 뼘 커지는 순간일 것이다. 구매는 여기에서.
(현재는 뜨거운 반응으로 인해 단종되었다는 아쉬운 소식을 들었다. 조금만 기다려 보자. 조만간 업그레이드 제품이 출시되니까. 기존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보다 간소화된 형태로 리뉴얼한 새 버전을 들고 돌아온다고 한다.)
- GNGR The Storage 4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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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ffuser Tokyo
안경 보관함이나 트레이가 집이라면, 케이스는 자가용 정도 될까. 외출 시 대개 안경 케이스를 들고 나가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트레이나 보관함보다 케이스가 훨씬 중요한 아이템일 것이다.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너무 무거워도 안 되고, 이따금 안경을 닦으려 꺼내는 상황에서 민망할 정도의 촌스러운 디자인이어도 안 된다. 안경을 보호해 줄 최소한의 내구성은 당연하고, 여기에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자잘한 휴대용 소품을 함께 보관할 멀티 케이스 역할까지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아이웨어 마니아를 위한 양질의 제품을 선보이는 디퓨저 도쿄의 케이스 역시 좋은 선택지로 보인다. 처음엔 높은 가격대에 흠칫 했지만 유심히 뜯어 보면 충분히 제값을 할 거라 기대된다. 안경을 보관하는 데 최적의 사이즈로 설계했는데 안경 외에도 펜이나 기타 소품을 함께 수납할 수 있어 활용도가 좋다. 안감은 코튼 소재로 처리해 부드럽고, 겉감은 올 블랙의 캔버스 천과 가죽 소재로 만들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가죽 스트랩까지 감아 놓으면 그저 세련된 파우치로 보여 따로 말하지 않고서는 안경 케이스임을 알아채지 못할 듯하다. 구매는 여기에서.
- Cotton Canvas Multi Case Black & Black leather 1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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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
위에서 소개했던 김 서림 방지 안경 닦이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 클리닝 스프레이까지 써보는 건 어떨까. 급격한 일교차와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찬 바람에 툭하면 눈치 없이 뿌예지는 안경의 기강을 확실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뉴진스가 광고모델로 발탁돼 화제가 되기도 했던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카린의 안티-포그 스프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미스트 형태로 제작해 렌즈 표면에 골고루 분포되도록 뿌리기 좋다.
분사 시에 형성되는 견고한 코팅막은 24시간 이상 지속된다고. 매번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외출하기 직전에 안경을 들어 칙 뿌려주고 나가면 된다. 하이타이드의 김 서림 방지 안경닦이와 마찬가지로 스프레이를 뿌리기 전에 먼저 렌즈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분사 후에는 코팅막이 형성되도록 1분 정도 기다린 뒤, 극세사 클리너로 부드럽게 닦아주면 된다. 구매는 여기에서.
- ANTI-FOG SPRAY 5,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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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