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온 디에디트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이 계절엔 뭘 해도 딱 좋다. 밥을 먹으면 밥맛이 좋고, 밤에 누우면 잠이 잘 온다. 늘어져서 책을 읽기에도, 사랑을 하기에도, 그저 가만히 겨울을 나기 위한 에너지만 모아도 좋다.
[출처 @monthly_bikepacking]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건 바깥 활동이다. 바람은 시원하고 볕은 아직 따뜻한 이 시기는 자주 오지 않고 길게 머무르지 않는다. 야외활동 중에서도 가을에 가장 하기 좋은 것은 자전거 타기다. 억지로 끼워맞추는 게 아니다. 가을에 자전거를 타면 얼굴은 시원하고 등은 따뜻해서 기분이 진짜로 좋다. 해가 본격적으로 짧아지기 전에 하루 종일 자전거나 타고 싶다.
여기 주변 라이더에게 추천받은 다섯 대의 자전거가 있다. 사기 전에 충분히 검색하고 타면서 몇 번이고 고민하는 세심한 라이더가 딱 집어 알려줬다.
[1]
TREK
FX LTD
[출처 @hitch_official]
김리후, 필라테스 강사 @hooleehoo_
김리후는 고등학교 때 등하교를 자전거로 했다. 20대 초반에는 출퇴근을 자전거로 했다. 이전 자전거인 미니벨로는 근처에 친구를 만나러 갈 때나 카페에 가는 용도로 충분했다. 다만 오르막길을 오르면 앞바퀴가 들리고 긴 시간 이동하기에 피곤하다. 지금 자전거는 트렉 사의 FX LTD. 6개월 전 60만 원에 중고 거래로 샀다. 가벼운 알루미늄 몸체와 카본 휠로 이뤄진 하이브리드 자전거로 장거리와 비포장도로, 오르막에 모두 능숙하다.
자랑하고 싶은 아이템
❶ 서울 광진구 ‘루키바이크’에서 산 벨. 돌려서 소리를 내는 형식이다. 경적이 요란하거나 무례하지 않고 매우 젠틀하다.
❷ ‘루키바이크’ 사장님께 선물 받은 새들 백. 사이즈가 딱 맞아 휴대전화를 넣어 다닌다. 원래는 자전거 수리를 위한 도구를 넣는 용도의 가방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코스
강원도 홍천. 자갈이 깔린 산을 계속 탔는데 무섭지 않고 재미있었다.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던 업힐을 무리 없이 올랐다. 수상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커다란 호수와 산을 끼고 달리는 게 즐거웠다. 널찍한 도로에 차가 거의 없어 자연과 바람을 마음껏 즐겼다. 자전거를 실컷 타고 닭갈비를 먹으면 최고의 코스 완성이다.
[2]
매버릭
산토스
황자, 12년 차 직장인 @hwangja
황자는 6년 정도 로드 바이크를 탔다. 라이딩 행사에 자주 참여해 달렸다. 차량이 통제된 상황에서 맘껏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좋았다. 그러다가 3년 전, 그래블 바이크를 타기 시작했다. 3년 전에 ‘홈바이크’에서 350~400만 원을 주고 샀다. 프레임만 근사해 보이는 걸로 고르고 나머지는 ‘홈바이크’에서 맞춰줬다. 까만 자전거만 타다가 처음 가져보는 컬러풀한 자전거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사장님의 안목을 믿고 타다 보니 지금은 마음에 든다. 그래블 바이크는 모험을 즐기는 도파민 중독자에게 추천한다. 비포장도로를 타는 건 위험할 것 같지만 도시에서 자동차와 달리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
자랑하고 싶은 아이템
자전거는 취미니까 그에 맞게 가볍고 귀여운 게 좋다. ‘홈바이크’와 ‘히치’에서 선물 받은 아이템을 자전거에 붙여 두었다. 특이해서 좋다.
자주 찾는 매장
정비는 문정동 ‘조이풀’. 자전거는 예민하고 섬세해 작은 고장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정비만 보는 전문 매장에서 정기적으로 손을 보는 게 좋다. 피팅은 석촌의 ‘알 사이클 스튜디오’. 정우람 코치님께 효율적으로 힘을 전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알아두면 몸이 상하지 않고 오래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정확하게 몸에 맞춰 자전거를 세팅하면 몇백 킬로미터 장거리를 타도 몸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
자전거를 사려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목적을 정하세요. 빠르게 타고 싶은 건지, 업힐을 잘 타고 싶은 건지, 투어를 하고 싶은 건지 등. 그다음엔 투자할 수 있는 예산 안에서 가장 예쁜 걸 사세요. 그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작입니다.
[3]
벨로 오렌지
뉴트리노
윤준서, 사업가 @93antony_y
윤준서는 약 2년 전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 출근길에 맞닥뜨리는 대법원 언덕이 힘겨웠다. 몇 번을 쉬어가며 오르곤 했는데 2주쯤 지나니까 되더라. 그때부터 재미가 붙어 자전거를 열심히 타기 시작했다. 지금은 서초동에서 구의까지 16km 정도 출퇴근 길은 물론 데이트를 포함한 이동을 자전거로 한다.
지금 자전거는 300만 원대 제품이며 조립한 지 6개월 정도 됐다. 장거리에 특화되어 있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적당한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면 평생을 타도 좋을 자전거다. 바퀴가 작아 자동차에 보관할 때도, 좁은 실내에 보관할 때도 용이하다.
자주 찾는 매장
자전거를 자주 사고팔아 여러 가지 기기를 체험하는 것을 즐긴다. 광진구의 ‘루키바이크’, 용산의 ‘디스코바이크’, 대전의 ‘유성바이키’, 부산의 ‘워크아웃’에서 정보를 얻는다. 일본의 자전거 가게 ‘블루러그’의 인스타그램도 자주 본다. 여기서 운영하는 글로벌 쇼핑몰에 블로그도 재미있다. ‘같은 프레임인데 이렇게도 다를 수 있어?’ 싶은 커스텀 사례가 많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미니벨로 특성상 기어가 여러 개 달린다. 심플한 게 좋아 일부러 기어를 많이 달지 않았다. 뒷바퀴에는 아예 하나만 두어 자전거가 단순하고 가벼워졌다. 멋있고 개성 있는, 남들과는 다른 특이한 자전거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코스
광진구에서 성수 왕십리 을지로까지. 오르막길이 없고 자전거 길이 좋다. 성수는 볼거리가 많고 한강 길은 풍경이 좋아 자전거를 타는 맛이 난다.
[4]
SALSA
TIMBERJACK
Jill 이지영 @jillfowle
지영은 뉴욕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휴식 중이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평생을 미국에서 살았다. 한국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 입양아 컨퍼런스에 방문하는 김에 천천히 돌아보고 싶어 6주간 한국에서 자전거를 탔다. 이 자전거 여행을 위해 선택한 자전거는 살사Salsa의 팀버잭Timberjack. 마운틴 바이크 전문 리셀러인 Pinkbike에서 샀다.
하드테일 MTB는 산이 많은 한국 여행에 적합한 자전거다. 오래 앉기 좋은 안장과 몸체, 핸들바를 선택했다. 좁은 산길이나 큰 추진력이 필요한 흙길에서도 무리가 없다. 서울에서 탔을 때 언덕을 잘 올라가는 걸 느끼며 만족했다. 안동과 무주 같은 선비와 신선의 도시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지방 여행을 하다가도 퀴어 퍼레이드 등 서울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고속버스를 탔다. 자전거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어 기뻤다. 지리산, 경주, 제주도 여행을 특별히 기대하고 있다.
[5]
브롬톤
M6R
박찬빈, 기획자 @dripcopyrider
박찬빈은 자전거를 타고 동유럽을 여행한 경험이 있다. 이후에도 투어링 바이크와 MTB, 따릉이 등을 타며 자전거 생활을 계속해왔다. 지금의 브롬톤을 타기 시작한 건 1년 전. 졸업하면서부터 계속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던 걸 공유오피스 복도에 세워진 접이식 자전거를 보고 결심하게 되었다.
블랙을 좋아하는데 브롬톤 안에서도 인기가 많은 컬러라 예약을 걸어놓고 구매했다. 브롬핑(브롬톤을 타고 캠핑하는 일)을 해보고 싶던 터라 짐이 실리는 랙이 있는 모델로, 장거리와 오르막길을 타기 위해 6단 기어를 선택했다. 접이식 자전거에 빠른 속도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걸어서 가긴 멀고 차는 타고 싶지 않을 때 좋은 선택이다. 주말이나 퇴근 후에 캠핑 의자와 마실 걸 자전거에 실어서 훌쩍 떠나기엔 충분하다.
구매하고 두 달 뒤, 속초에서 고성을 들렀다 양양, 강릉까지 브롬핑을 했다. 브롬톤을 버스에 싣고 등산 가방을 자전거에 걸어 캠핑을 하며 이동했다. 고성 파견 근무를 한동안은 자주 해안도로를 라이딩했다. 브롬톤 유저들이 한 장소에 모여 축제를 벌이는 브롬톤 챔피언십 코리아도 두 번이나 나갔다. 브롬톤 라이딩 대회와 빠르게 접는 폴딩 대회도 있었다.
좋아하는 코스
보광동에서 서울숲까지 출퇴근 길. 보광나들목에서 한남대교를 타고 성수까지 간다. 30분 정도 소요되고 난이도가 높지 않아 아침과 저녁에 쾌적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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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형
아웃도어 관련 글을 씁니다. GQ 코리아 디지털 팀 에디터. 산에 텐트를 치고 자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