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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매워지는 거예요? 매운 라면 리뷰 4

매운 라면 4종 솔직 후기
매운 라면 4종 솔직 후기

2023. 09. 07

안녕, 에디터 유정이다. 한국인의 매운맛 기준이 신라면이었던 시절은 가고, 이제 불닭볶음면 쯤은 돼야 매운맛으로 쳐 주는 듯하다. 그 기준에 따르면 나는 소위 ‘맵찔이’다. 신라면은 무리 없이 먹을 수 있지만 불닭볶음면은 액상 스프를 3/4만 넣어야만 습-하-습-하 하면서 클리어할 수 있으니까.

내 입맛은 아직 불닭볶음면에도 적응하지 못했건만 더 화끈한 맛의 신제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유행에 발맞춰 나도 화끈하게 한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마열라면, 신라면 더레드, 간짬뽕 엑스, 맵탱 마늘조개라면까지. 최근 출시된 매운 라면 4개를 먹어봤다. 가끔 생각날 것 같은 중독성 있는 맛도 있었고, 먹다가 포기한 라면도 있었다. 제품마다 최소 1개부터 최대 5개의 불꽃(🔥)으로 상대적인 ‘매움지수’를 표기했으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아직까지 쓰린 속을 붙들고 맵찔이의 매운 라면 리뷰, 시작한다. 참고로 모든 라면은 포장지 뒷면에 적힌 조리법을 칼같이 지키며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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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후추의 공격
마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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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순두부 열라면레시피가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름처럼 열라면에 순두부를 넣은 레시피인데, 취향에 따라 고기나 해산물, 각종 야채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 매운맛 외에는 특징이 없어서 어떤 부재료를 첨가해도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오뚜기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열라면 후속작을 출시했다. 바로 ‘마열라면’이다. 이름만 듣고 혹시 마라 맛 라면인가 싶었는데, 마늘의 ‘마’였다. 기존 열라면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추가하는 재료인 마늘과 후추를 더했다. 패키지가 빨간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면서 마치 신라면 블랙처럼 열라면 프리미엄 라인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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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은 열라면과 동일한 면, 건더기 스프, 분말 스프에 마늘후추블럭 하나가 추가됐다. 의성 마늘 못지않게 좋은 품질로 알려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자란 마늘과 굵은 입자의 흑후추를 동결건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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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후추블럭은 조리가 끝난 후에 넣고 저어주면 된다. 블럭이 국물에 풀어지면 강렬한 후추 향이 코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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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열라면은 ‘생각보다’ 맵지 않다. 맵기는 오리지널과 거의 똑같은데 익힌 마늘에서 우러나오는 단맛 덕분에 오히려 좀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나 정도 맵찔이가 “맛있게 매운데?” 같은 시식 평을 남기며 한 봉지를 다 먹을 수 있는 정도였다. 물론 코는 좀 많이 훌쩍이겠지만.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건 후추의 톡 쏘는 맛. 꽤 큰 입자의 후추 알갱이가 시각과 후각, 미각을 점령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후추 향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아마 먹기 힘들 거다. 마늘보다도 훨씬 강렬한 존재감으로 이 정도면 ‘마열라면’이 아니라 ‘후열라면’이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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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 파, 마늘 등 부재료를 넣고 요리해 먹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열라면을 추천한다. 오리지널 열라면보다 풍미가 깊어 다른 재료를 추가하지 않아도 기대 이상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거다.

  • 매움지수 🔥

[2]
매운맛의 정석
신라면 더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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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블랙, 건면, 볶음면 등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는 신라면이 또 한 번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신라면 더레드’다. 새빨간 포장지와 강렬한 네이밍으로 알 수 있듯 기존 신라면보다 무려 2배 이상 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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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품은 면과 후레이크, 전첨분말스프, 후첨양념분말. 후첨양념분말에는 청양고추, 마늘, 양파, 후추가 들어있다.

봉지에 적힌 대로 조리한 후 불을 끄고 후첨양념분말을 넣으면 완성. 봉지를 뜯는 순간 매운 냄새가 코를 자극해 나도 모르게 재채기가 나오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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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더레드는 오리지널에 비해 후레이크가 한껏 푸짐해졌다. 양도 2배 이상 많고 고기 건더기의 크기도 커졌다. 자극적이지만 중독성 있는, MSG가 내는 깊은 맛이 느껴진다. 하지만 깊은 맛을 느끼는 건 나중이고 처음 면을 한 입 먹으면 너무 매워서 헉 소리가 난다. 계속 먹다 보면 속이 살살 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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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더레드는 원래 신라면을 좋아하지만 매운맛이 부족해 아쉬웠던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오리지널 신라면에 청양고추의 칼칼한 맛이 더해져 맛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게 매운맛만 싹 올렸다. 매운맛의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는 7500SHU로 4404SHU인 불닭볶음면보다 높다(참고로 기존 신라면은 3400SHU다). 하지만 매운맛이 모두 면발에 스며드는 불닭볶음면과 달리 국물에 많이 희석되기 때문에 실제 맵기는 불닭볶음면과 비슷하거나 약간 덜한 정도.

한 줄 요약을 하자면 기존 신라면에 청양고추와 소고기 다시다를 넣은 맛이다.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시도해 보길.

  • 매움지수 🔥🔥🔥🔥

[3]
4배 강해진 매운맛
간짬뽕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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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간짬뽕’을 아시는지. 2007년 출시된 전통있는 제품으로 국물 없는 볶음 짬뽕 맛 라면이다. 풍부한 해물의 향과 자극적인 맛으로 PX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으며 민간인보다 군인들에게 더 사랑받는 라면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 소개할 ‘간짬뽕 엑스’는 기존 제품보다 면과 후레이크 양을 늘리고 매운맛을 4배가량 업그레이드했다. 간짬뽕의 오리지널은 봉지 라면이지만 간짬뽕 엑스는 컵라면으로만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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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짬뽕 엑스에는 해물 향을 끌어올려 줄 건조 오징어와 미역 후레이크가 새롭게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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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먹으면 복합적인 맛이 느껴진다. 굴 소스의 달달한 맛, 베트남 고추의 매운맛, 해물의 감칠맛. 액상소스만 따로 냄새를 맡았을 땐 많이 맵지 않고 달달해서 먹을만 하겠다 싶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매웠다. 베트남 고추가 들어가서 혀가 얼얼하고 오래 지속되는 매운맛이다. 국물이 없는 볶음면이라 그런지 오늘 소개하는 라면 중 가장 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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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에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싶겠지만 문제는 세 가지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거다. 제각기 맛의 존재감이 너무 강렬하다. 특히 소스를 넣고 섞을 때부터 느껴지는 해물의 존재감이 가장 강한데, 약간의 감칠맛이 느껴지긴 하지만 볶지 않은 멸치 비린내에 가까웠다. 너무 매운데 그렇게 맛있지는 않고 또 양은 많아서 결국 먹다가 포기했다. 비슷한 류의 라면이 먹고 싶다면 볶음 너구리나 야키소바 불닭볶음면을 먹는 걸 추천한다.

  • 매움지수 🔥🔥🔥🔥🔥

[4]
완벽한 해장라면의 등장
맵탱 마늘조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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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라면 계의 판도를 바꾼 게 ‘불닭볶음면’이라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할 거다. 불닭볶음면을 탄생시킨 삼양식품에서 이번에는 국물 라면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새로운 매운 라면 브랜드 ‘맵탱’을 출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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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이 맵탱을 출시하면서 재밌는 걸 만들었다. 매운맛을 화끈함, 칼칼함, 깔끔함, 알싸함, 은은함 5가지로 세분화한 ‘스파이시 펜타곤’ 지표라는 건데, 이를 활용해 맵탱 패키지에 매운맛의 종류와 강도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이번에 출시된 맵탱은 총 3종. 흑후추소고기라면, 마늘조개라면, 청양고추대파라면. 그중 내가 오늘 리뷰할 제품은 ‘맵탱 마늘조개라면’이다. 스파이시 펜타곤 지표에 따르면 마늘조개라면은 칼칼함과 알싸함이 강하고, 은은함과 깔끔함이 적은 매운맛, 화끈함은 중간 정도라고 나와 있다. 이건 객관적인 지표라기보단 맵탱 라면 3종 간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구성품은 면, 후레이크, 분말스프. 위에 소개한 두 국물 라면과는 달리 후첨스프가 따로 없다. 뒷면에 나와 있는 조리법도 가장 간단하다. 끓는 물에 구성품을 몽땅 때려 넣고 4분 더 끓이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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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레이크는 말린 파, 홍고추, 청경채의 조합으로 별다른 특징이 없어 의아했는데 마늘과 조개는 분말스프에 ‘몰빵’됐더라. 분말스프를 넣는 순간 조개 향이 강하게 난다. 라면이라기보단 엄청 매운 조개탕 냄새에 가깝다.

심상치 않은 매운 냄새에 조심스레 면을 한 입 먹었는데, 냄새에 비해서는 먹을만 했다. 진짜는 면이 아니라 국물이다. 국물이 정말 맵다. 먹다 보면 속이 쓰린 건 물론이고, 면치기를 하다가 국물이 잘못 들어가 사레들리면 지옥을 경험하게 될 거다(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나에겐 너무 맵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 맛본 라면 중 가장 맛있었다. 면발도 쫄깃하고, 국물 맛은 깊고 개운해서 너구리의 얇은 면 버전 같은 느낌도 있다. 어제 마시지도 않은 술이 해장 되는 시원하고 칼칼한 라면이다.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서도 끝까지 먹었다.

  • 매움지수 🔥🔥🔥

종합하자면 맵탱 마늘조개라면 > 마열라면 > 신라면 더레드 > 간짬뽕 엑스 , 맵기간짬뽕 엑스 > 신라면 더레드 > 맵탱 마늘조개라면 > 마열라면 순이다. 이것저것 넣고 요리하듯 끓인 라면을 좋아한다면 마열라면을, 오로지 매운 맛에만 집중한 깔끔한 라면을 원한다면 신라면 더레드를 추천한다. 혀에 불나는 진한 매운맛을 원한다면 간짬뽕 엑스를 시도해 봐도 좋겠다. 하지만 해장이 필요한 날엔 꼭 맵탱 마늘조개라면을 시도해 보길. 모쪼록 나의 속 쓰린 리뷰가 이번 주말에 먹을 라면을 고르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

About Author
손유정

98년생 막내 에디터. 디에디트 다니고 하고 싶은 거 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