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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 B&O과 페라리의 만남, 베오사운드 익스플로어

레트로 마니아 기즈모의 한정판 리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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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9. 04

안녕. 나는 한정판, 특별판, 그리고 콜라보레이션 전자 제품 리뷰를 빌미로 옛날 제품 이야기를 하는 ‘컬렉터’ 코너의 객원 필자 기즈모다.

오늘은 아주 따끈따끈한 신제품을 가지고 나왔다. 뱅앤올룹슨의 페라리 컬렉션 ‘베오사운드 익스플로어’다. 지난 8월 29일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컬렉터 코너에 나왔던 제품 중에 가장 신제품이 아닐까 한다. 이번에 나온 페라리 컬렉션은 베오사운드 익스플로어, 베오플레이 EX, 베오사운드2, 베오플레이 H95의 4종이다. 디에디트에 보낼 소재를 찾아 하루 24시간을 헤매던 나는 이 컬렉션을 보자마자 주저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물론 평소처럼, 본능적으로, 습관적으로, 가장 저렴한 베오사운드 익스플로어를 골랐다. 배송은 페라리처럼 빠르지 않았다. 택배트럭으로 천천히 왔다. 참고로 판매가격은 35만 9,900원이다. 900원까지 알뜰하게 받아 지금의 뱅앤올룹슨이라는 대기업이 탄생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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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박스 패키지를 보자. 아주 심플하다. 하얀 상자에 간단하게 페라리 로고만 추가된 형태다. 반대쪽에는 페라리 오피셜 프로덕트라는 태그 스티커가 붙어 있다. 오히려 일반 익스플로어 패키지보다 더 심플하다. 기타 부속품이나 액세서리도 기존 익스플로어와 동일하다. 페라리 로고 스티커라도 하나 주지.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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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 디자인으로 넘어와 보자. 본체는 페라리 특유의 금속성이 느껴지는 살짝 짙은 빨간색 색상으로 몸체가 이뤄져 있다. 익스플로어의 그릴 부분은 알루미늄 재질인데 이 알루미늄 재질과 빨간색이 너무 잘 어울린다. 뱅앤올룹슨과 페라리 디자이너들이 이번 협업을 위해 서로 모여 페라리의 시그니처 컬러인 빨간색을 바탕으로 다양한 톤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협업의 결과로 체리톤을 지닌 이 빨간색이 결정됐다고 한다. 빛에 따라 밝음과 어두움이 그라데이션되는 신비한 색상의 짙은 빨간색은 지금까지 나온 뱅앤올룹슨의 컬렉션 중에 가장 탐스러운 색상임에 틀림없다. 사실 나는 립스틱 색상을 3가지 이상 구분하지 못하는데 이 빨간색은 정말 다른 빨간색과는 다른 뭔가가 느껴졌다. 디자인의 달인인 덴마크의 뱅앤올룹슨과 이탈리아 페라리의 만남은 과연 헛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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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플로어는 원래 몸체의 그릴색과 상단, 바닥색을 동일하게 디자인한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은 상단 부분과 바닥 부분의 플라스틱은 짙은 회색으로 마감했다. 자동차 소재의 어딘가로 느껴지는 색상과 감촉의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마감으로는 저 신비로운 빨간색을 표현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 보였지만 오히려 빨간 그릴 부분을 더 돋보이는 역할을 한다. 그만큼 이번 컬렉션에서 신비로운 빨간색은 매혹적이다. 앞쪽 상단에는 뱅앤올룹슨 로고와 페라리 로고가 함께 그려져 있다. 여기까지다. 컬렉션은 색상의 변화 정도기 때문에 그 외에 다른 부분은 기존 베오사운드 익스플로어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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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사운드 익스플로어에 대한 기존 지식이 없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리뷰도 덧붙이겠다. 베오사운드 익스플로어는 뱅앤올룹슨의 스피커 라인업 중에서 가장 저렴하고 작은 제품이다. 하지만 출력이나 음질을 보면 오히려 다른 브랜드 제품보다 뛰어난 점이 있어 뱅앤올룹슨 제품 중에 베오사운드 A1과 함께 가성비가 높은 편에 속하는 모델이다. 무게는 약 630g 정도. 아웃도어용 모델이기 때문에 IP67 등급의 방진, 방수 등급을 지원한다. 배터리는 스펙상 27시간 정도. 실제 사용 시에도 10시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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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을 알아보자. 두 개의 드라이버가 양쪽으로 내장돼 있어 앞과 뒤쪽으로 음악을 내보낸다. 360도로 음악을 퍼트리기 때문에 크기에 비해 음장감이 좋은 편이다. 출력도 60W로 크기에 비해 높고 음압레벨도 91dB로 상당히 큰 음량을 낸다. 저역이 많지는 않지만 고역과 입체감이 좋은 상쾌한 소리를 낸다. 저역이 살짝 부족한 게 음질적으로 유일한 단점이다. 참고로 익스플러어 두 대를 사면 스테레오로 음악을 즐길 수 있고 두 대를 판 뱅앤올룹슨도 흡족해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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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번 컬렉션으로 넘어와서 뱅앤올룹슨과 페라리는 왜 갑자기 협업을 한 걸까? 사실 뱅앤올룹슨이 페라리와 협업하게 된 것은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2023년 뱅앤올룹슨은 포뮬러1의 스쿠데리아 페라리팀을 후원하며 뱅앤올룹슨 로고를 F1 머신에 새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에도 페라리와의 협업 제품은 꾸준히 나올 가능성이 높다.

뱅앤올룹슨과 페라리에 협업에 대해 뱅앤올룹슨은 ‘사운드의 스피드를 다시 정의하는 두 개의 아이콘’이라고 정의했다. 사실 그건 오버고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레드 색상을 만드는 자동차 브랜드와 세계에서 가장 알루미늄 소재를 잘 다루는 음향 브랜드가 아주 매력적인 레드 색상의 알루미늄 바디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이번 컬렉션의 의미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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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뱅앤올룹슨은 왜 이리 협업이나 컬렉션 발매가 많을 걸까? 이유는 있다. 뱅앤올룹슨은 모델 교체주기가 길다. 일반적으로 한 모델을 생산하면 10년 이상 유지하는 원칙이 있다. 동일한 모델을 20년 가까이 유지한 적도 있다. 매해 디자인을 조금씩 바꿔서 신제품을 계속 파는 산업디자인 업계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접근이다. 제품 교체주기가 길고 중고 제품의 재활용 비율도 높아서 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제조사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신제품 발매 주기가 기니 빈둥거려 좋을 수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월급도 줘야 하고 빈둥거리는 직원들 보기도 답답할 거다. 그래서 뱅앤올룹슨이 생각해 낸 것이 각종 브랜드와 콜라보, 또는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 색상 변화를 준 컬렉션을 매해 새롭게 내는 거다. 그래서 뱅앤올룹슨은 정말 다양한 색상과 콜라보 제품을 매해 쏟아낸다. 너무 많은 콜라보와 컬렉션이 있기 때문에 나는 뱅앤올룹슨 제품을 살 때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한다. 어차피 언젠가 매력적인 컬렉션이 언젠가 나오기 때문에 신제품을 사지 않고 기다린다. 베오사운드 익스플로어 역시 제품을 사지 않고 버틴 끝에 페라리 컬렉션을 고를 수 있게 됐다. 페라리는 나의 로망이지만 사실 내 남은 삶에서 페라리를 구입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이번 생은 이 페라리 컬렉션으로 만족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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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즈모

유튜브 '기즈모' 운영자. 오디오 애호가이자 테크 리뷰어. 15년간 리뷰를 하다보니 리뷰를 싫어하는 성격이 됐다. 빛, 물을 싫어하고 12시 이후에 음식을 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