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LG G4를 두고 이런 우스갯소릴 했었다. LG가 뒤에서 카메라 몰래 개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였다. 그만큼 LG의 스마트폰 카메라는 기대 이상이었다. 카메라를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제조사 치고는 기본기가 탄탄해보였다. 그리고 지금. LG G6의 카메라를 살펴볼 차례다.
결론부터 말하자. 좋다. 준수한 카메라다. G6만의 매력도 충분히 느꼈다. 그런데 소름끼치게 좋진 않다. 2017년 플래그십 스마트폰 경쟁의 포문을 연 제품 치고는 밋밋한 모습이다. 뭐라고 해야할까. 작년에 출시된 갤럭시S7 등의 경쟁 플래그십 모델과 나란히 두고 봤을 때, G6의 카메라가 월등히 좋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다소 구형 이미지 센서인 소니 Exmor RS IMX258을 탑재한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가장 최신의 센서를 써도 모자랄 플래그십 모델에 작년 모델인 V20에 들어간 것보다 구형 센서를 쓴 이유는 크기 때문이다. 뒷면의 카툭튀를 없애기 위해 크기가 가장 작은 센서를 고집한 것. 어차피 센서에 대한 불만은 일반 사용자들에겐 와닿지 않는 문제다. 결과가 중요하다. 이제 사진을 보자.
G6로 사진을 찍으면 무엇부터 해봐야 할까. 듀얼 광각 카메라부터 테스트해봐야지. 터치 한번으로 71도 화각의 일반 카메라와 125도 화각의 광각 카메라를 와리가리할 수 있다. G5보다 화각을 줄이면서 왜곡을 줄였다고.
확실히 광각 카메라는 매력적이다. 솔직히 렌즈 교체식 카메라를 매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광각 렌즈가 필요한 순간은 기습적으로 찾아오는데, 우리 손엔 늘 스마트폰 뿐이다. 같은 자리에서 촬영해도 완전히 다른 풍경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몸을 움직이지 않고 게으르게 촬영해도 두 가지 화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모두 매력적이다. 좁은 공간에서 넓은 풍경을 모두 담아야 하거나, 피사체 자체가 거대할 때 효과적이다. 틈만 나면 찍어봤다.
광각 카메라와 일반 카메라의 화질은 똑같이 1300만 화소. 그러나 광각 카메라가 같은 화소에 더 많은 풍경을 담는 만큼 디테일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위치에서 촬영한 일반 카메라와 광각 카메라의 확대컷을 첨부한다. 차이가 분명하다.
일반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도 여럿 첨부한다. 샘플 사진 찍는답시고, 봄기운 완연한 가로수길을 휘젓고 다녔다. 기분이 좋았다. 아, 놀러가고 싶다. 아니지. 정신 차리고 기사를 마저 써야지.
앞서 말했듯 준수한 카메라다. 하지만 100% 상태로 확대해서 봤을 때 약간의 수채화 현상이 눈에 거슬렸다. 디테일이 흐려진 사진에 인위적으로 샤픈(선명하게) 효과를 먹인 것 같은 느낌? 물론, 이건 깐깐하게 따지고 들었을 때의 얘기고, 화면 상에서 감상하거나 인스타그램 업로드용으론 전혀 문제 없는 일이다.
색감은 아주 화사하고 화려하다. 대체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컬러풀하게 표현해준다. 음식모드를 따로 사용하지 않아도 굉장히 먹음직스럽게 담아주는 편. 아이폰7 플러스로 촬영한 사진과 색감을 비교해보자. 아이폰으로 찍은 음식은 시체처럼 창백해보인다.
저조도 촬영도 능하다. 이건 전문가 모드로 촬영한 야경사진. 빛번짐은 미세먼지 때문이다. 미세먼지 나빠.
18:9의 화면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자. 쉽게 말해 2:1. 길쭉한 스마트폰이다. 화면비 그대로 18:9로 촬영할 수도 있고 우리에게 익숙한 다른 비율로 변경해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18:9의 비율은 결과물 보다 ‘찍는 재미’가 뛰어나다. 커다란 화면을 꽉 채운 시원스러운 비율로 사진을 찍으면, 눈앞의 풍경을 그대로 캡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만 한쪽으로 너무 긴 비율이다. 사진을 다른 기기에서 감상하거나 웹에 업로드할 때 애매하다. 얼마나 긴지 지금부터 보여드리겠다. 스크롤을 내려야 사진 한 장을 볼 수 있는 그 정도의 비율이다.
짠. 퇴근길에 잠실에서 내려 산책하다가 촬영한 사진이다. 찍으면서 느꼈다. G6로 찍기에 롯데월드타워 만큼 완벽한 피사체는 없겠구나.
18:9 화면을 가장 야무지게 활용할 수 있는 건, ‘갤러리 함께 보기’ 기능이다. 사진 촬영 비율이 4:3으로 자동 전환되면서 상단에 바 형태로 갤러리 미리보기가 생긴다. 화면 비율이 위 아래로 길쭉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카메라 실행 중에도 바로 바로 앨범을 넘겨볼 수 있다. 이건 솔직히 감탄했다. 사진을 선택하면 큰 화면으로 확인한 뒤 바로 다시 카메라 앱으로 돌아올 수 있다. 촬영 화면에서 소셜 공유 버튼까지 불러낼 수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정방형 화면 두 개를 동시에 띄워서 카메라 앱과 앨범 앱을 동시에 구동하는 형태의 스퀘어 카메라도 흥미롭다. 지금 설명하는 것들은 영상으로 확인하는 게 더 직관적일 것 같다. 자세한 설명을 화면으로 준비했으니 영상을 보시길.
여러분이 모두 영상을 보셨을 거라 믿고 글을 마무리하겠다. 시작부터 볼멘소리로 LG전자 개발팀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 같다. 사실 콕 집어 말할 만한 단점은 없다. 광각 카메라와 18:9의 화면비를 이용한 새로운 사용자 환경은 훌륭하다.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카메라인 것도 맞다. 다만, 나는 G6에게 이 이상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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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