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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스토리: 스트리트 패션의 아이콘, 슈프림

슈프림은 어떻게 지금의 슈프림이 될 수 있었을까?
슈프림은 어떻게 지금의 슈프림이 될 수 있었을까?

2023. 08. 17

글로벌 스트리트 브랜드가 서울을 주목하고 있다. ‘퍼킹 어썸’이 한남동에 최초의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하는가 하면, ‘피어 오브 갓’은 삼성동에 아시아 첫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키스’는 내년 상반기에 성수동에 1호 매장 오픈을 확정 지었다. 그리고 마침내, 스트리트 패션의 아이콘 이라 불리는 ‘슈프림’도 국내에 론칭을 알린다.

1fram [ 사진 : 이태원역 인근에 걸린 옥외 광고, 출처 @williamstrobek ]

슈프림의 리테일 전략은 놀라울 만큼 인색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트리트 브랜드임에도 단 6개국에 15개의 공식 매장만을 운영하고 있으니까. 국내 팬들 입장에서야 “이제서야 슈프림이 들어오는 거야?”라고 볼멘소리를 할 수 있지만, 팩트만 놓고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 이은 7번째 진출국이 되는 것. 슈프림의 국내 진출설은 워낙 여러 차례 루머로 불거졌다가 좌절되었던 터라 이번에도 진위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던 와중 공사 중인 슈프림 매장 위치가 공개됐고, 서울에서 스케이트 필름을 촬영하는 모습이 공개되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브랜드 30주년을 코앞에 두고 슈프림의 한국 진출이 마침내 이루어지게 됐다. 스트리트 문화를 동경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동경했던 이 브랜드에 대해 샅샅이 알아보자.


최초의 슈프림은 브랜드가 아니었다

슈프림의 뿌리는 미국 스케이트 문화다. 창시자인 ‘제임스 제비아’는 미국계 영국인이고, 스케이트 보드를 탈 줄 아는 사람도 아니었다. 1980년대 초부터 패션의 메카 뉴욕 소호 옷 가게에서 일했던 그는 1991년 스투시 창업자 숀 스투시와 함께 뉴욕 스토어에서 일하며 자연스레 스케이트 보드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스케이터들의 젊은 패기와 자유분방함을 사랑했던 제임스 제비아는 1994년, 뉴욕의 한 오래된 사무실을 개조해 스케이터를 위한 작은 편집숍을 오픈했다. 가게 이름은 ‘슈프림’. 역사로 남을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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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스케이트 보드는 지하 세계 문화로 여겨졌다. 스케이트 보드를 취급하는 매장은 전부 어두컴컴하고 칙칙했다. 제임스는 과감하게 그 편견을 뒤엎었다. 매장을 전체를 흰 벽으로 칠하고 환한 조명을 설치했다. 유리 선반 위에 전시된 물건들은 흐트러짐 하나 없이 각 잡힌 정렬을 유지했다. 여기서 끝이라면 그리 과감한 시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제임스는 스케이터들이 보드를 타고 자연스럽게 매장 안까지 들어오길 원했다. 그래서 매장 문턱을 없애고 실내에서 보드를 탈 수 있는 트랙을 설치했다. 매장 안에는 힙합 음악을 크게 틀고, 거리의 문제아로 치부됐던 스케이터들을 매장 직원으로 고용했다. 스케이터들에게 맥주나 음식을 제공하는 파티를 열기도 하며 이내 슈프림은 뉴욕 스케이터들의 성지로 거듭났다.

3fram <Kids> (1995)

스케이터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제임스 제비아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바로 그들이 당시 나와있던 스케이트 보드 브랜드의 옷을 입지 않는다는 것. 넘어지고 구르는 게 일상인 스케이터들이 입기에 품질이 떨어지는데다가, 10대 소년을 대상으로 출시된 제품에는 그들이 추구하는 ‘멋’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임스가 지켜본바 스케이터들은 폴로, 챔피온, 리바이스처럼 품질 좋은 옷에 샤넬, 구찌 등 럭셔리 브랜드의 아이템을 믹스매치해서 입었다. 제임스 제비아는 그들을 겨냥한 ‘쿨한 스케이터 브랜드’의 자리를 선점하기로 한다. 튼튼하고 좋은 품질을 기반으로, 스케이트 문화를 상징하는 멋진 옷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작은 편집숍으로 시작한 슈프림은 티셔츠부터 스웨트 셔츠, 카고 팬츠, 배낭까지 제품군을 늘려가며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작은 편집숍이 전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기까지

오직 스케이터만을 위한 공간으로 시작한 슈프림이 어떻게 전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을까? 그 비결을 찾자면 파격적인 마케팅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요즘은 제품을 사면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진 스티커가 동봉되어 오는 경우가 많다. 스타벅스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맥북 커버에 붙어있는 그런 스티커 말이다. 이러한 스티커 마케팅의 시초가 바로 슈프림이다. 제임스 제비아는 슈프림 로고가 새겨진 스티커를 뉴욕 곳곳에 붙이고 다녔다. 스케이트 보드와 마찬가지로 서브 컬처였던 그래피티에서 영향을 받은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끊임없이 주류 문화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슈프림이 가진 반항심과 기발함에 뉴욕 스케이터들은 더욱 매료됐다.

슈프림의 행보는 점점 더 과감해졌다. 급기야는 케이트 모스의 캘빈 클라인 캠페인 포스터 위에 슈프림 스티커를 붙이는 악동같은 짓을 했다가 캘빈 클라인에게 고소를 당하기도 한다. 재밌는 사실은 나중에 고소를 당했던 그 포스터를 활용해 케이트 모스와 콜라보한 티셔츠가 제작되었다는 것. 지금으로 치자면 일종의 ‘어그로 마케팅’이다. 당대 최고의 스타와 최고의 브랜드에 슈프림의 송사를 끼얹자 사람들은 더욱 열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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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프림은 멈추지 않았다. 루이비통 모노그램 패턴을 무단으로 도용해 스케이트 보드를 제작한 것 역시 유명한 사건 중 하나다. 당연히 소송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슈프림은 훗날 루이비통과도 콜라보를 하게 된다.

2017년 이루어진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콜라보는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을 받으며 시장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레전드 콜라보로 기억되고 있다. 이때부터 스트리트 패션과 럭셔리 브랜드의 만남은 업계에서 새로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슈프림은 현재까지도 많은 브랜드와 아티스트, 심지어는 캐릭터까지 장르의 구분 없이 활발한 콜라보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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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Supreme X Vans
Old Skool

이제는 콜라보의 귀재가 된 슈프림의 역사적인 첫 콜라보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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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Supreme X Kaws
Chum

미쉐린 맨을 닮은 카우스의 Chum 캐릭터가 그려진 스케이트 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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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Supreme X Dr. Martens
4-Eye Shoe

신발을 벗기 전까지는 슈프림 콜라보인지 알아챌 수 없는 슈프림X닥터마틴 스미스 슈즈. 지드래곤이 자주 착용하는 신발로 알려지며 리셀가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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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Supreme X Comme des Garcons
Split Box Logo Tee

슈프림의 상징인 박스 로고가 반으로 뚝 잘린 버전의 스플릿 박스 로고 티. 발매와 동시에 매진된 인기 아이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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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Supreme X Nike Air Force 1 Low

클래식한 디자인의 에어 포스 1에 아이코닉한 슈프림의 레드 로고가 더해졌다. 리오더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슈프림이 2년 뒤 재발매를 해 화제가 된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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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Supreme X Tiffany&Co.

스트리트 브랜드와 하이 주얼리 브랜드의 만남. 1960년대에 발매된 티파니앤코의 주얼리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의 이름은 ‘리턴 투 티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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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Supreme X The North Face
Faux Fur Nuptse Jacket

노스페이스의 상징적인 아이템 눕시가 슈프림과 만나 퍼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출시 컬러는 블랙, 그린, 레드.


“600개를 팔 수 있으면 400개만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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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제비아의 슈프림 경영 철학에 따라 슈프림은 29년째 소량 생산, 한정 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특정 제품이 아무리 잘 팔려도 쉽사리 재입고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출시하는 모든 제품이 한정판인 셈이다. 수요는 늘어가는데 공급은 늘지 않으니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사람들이 슈프림 매장 앞에 줄을 서는 건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슈프림은 사고 싶어도 못 사는 브랜드가 된다.

사실 제임스 제비아가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이런 판매 방식을 택한 건 아니었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던 사업 초반에는 어떤 제품이 잘 팔릴 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재고가 남는 걸 방지하기 위해 소량만 제작했던 것. 이러한 방식은 슈프림이 인기를 얻고 난 후에 자연스럽게 희소성을 만들었고, 이제는 슈프림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다. 슈프림은 현재까지도 한 번에 모든 컬렉션을 공개하는 대신, 정해진 날짜에 소량씩 제품을 공개하는 드롭(Drop)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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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국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슈프림 제품을 구매하려면 해외 매장에 직접 방문하거나,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 직구를 하거나,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리셀러를 통해 구매하는 수밖에 없었다. 해외 온라인 사이트는 타지역 구매를 차단하기 때문에 우회 경로를 탐색해야 하는 데다가 배송대행지를 이용해야 하는 등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는 드디어 한국에서도 슈프림을 만나볼 수 있게 됐으니 반가운 소식이다. 이미 국내 슈프림 팬들은 오픈일 전부터 매장 앞을 찾을 정도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나라의 슈프림 매장 사진을 둘러보며 서울 매장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보자.

Supreme West Holly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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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reme Brook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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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reme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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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reme Fukuo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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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reme Shibu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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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손유정

98년생 막내 에디터. 디에디트 다니고 하고 싶은 거 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