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이볼 가이드 2편으로 돌아온 글렌이다. 1편에서 맛있는 하이볼을 위한 다섯 가지 체크리스트와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았는데 혹시 따라 해 본 사람이 있을까? 어렵지 않으니 아직 1편을 못 봤다면 여기로 들어가서 익혀보자.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 보며 취향을 찾아보자고 쓰긴 했지만, 조금 막연하게 들릴까봐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하이볼 레시피를 추천해 보려 한다. 부디 각자의 취향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되길.
[1]
조니워커 블랙 하이볼
- 조니워커 블랙 30mL, 탄산수, 레몬 필
세계적으로 유명한 블렌디드 위스키 조니워커 블랙을 활용한 가장 심플하고 기본이 되는 하이볼 레시피다. 플레인 탄산수를 활용해 위스키 맛이 잘 느껴지면서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한 매력이 있다. 마지막에 가볍게 레몬 필을 해 자칫 심심할 수 있는 풍미에 포인트를 준다.
[2]
와일드터키 101 하이볼
- 와일드터키 101 25~30mL, 진저에일, 레몬 웨지
대표적인 버번 위스키 중 하나인 와일드터키, 그중에서도 50.5도의 다소 높은 도수를 가진 와일드터키 101을 활용한 레시피다. 버번 특유의 달큰함이 조니워커 같은 블렌디드 위스키로 만들었을 때에 비해 하이볼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도수가 다소 높으므로 30mL보다 조금 덜 넣어도 된다. 믹서로는 버번의 달큰함과 잘 어울리는 진저에일을 추천한다. 레몬 웨지로 상큼함을 더하면 하이볼 초보자에게 특히 추천할 만한 새콤달콤한 대중적인 풍미의 하이볼이 된다.
[3]
깔바도스 하이볼
- 불라 VOSP 30mL, 진저에일, 오렌지 필
일반적인 브랜디가 포도 증류주를 의미한다면 깔바도스는 사과로 만든 증류주다. 위스키나 브랜디에 비해 인지도는 다소 부족하지만 한 번 맛을 보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사과 풍미의 매력에 빠져들지 모른다. 사과에 어울리는 진저에일과 오렌지 필을 곁들이면 마치 사과파이가 연상되는 달큰하고 색다른 하이볼이 된다.
[4]
과하주 하이볼
- 백세주 과하 50mL
- 진저에일
- 자몽 필
과하주는 지날 과(過)에 여름 하(夏) 즉, 여름을 나는 술이란 뜻의 전통주다. 포트나 셰리 와인 같은 유럽의 주정 강화 와인과 마찬가지로 발효 중에 도수가 높은 술을 첨가해 술이 쉽게 상하지 않게 하는 독특한 제조법으로 만들어진다. 일반적인 과하주는 청주를 발효하는 도중에 도수가 높은 증류식 소주를 첨가해 누룩 향이 살아있고 강렬한 풍미를 가진다.
국순당에서 백세주 과하라는 여름에 어울리는 술을 출시했다. 백세주에 쌀로 만든 증류식 소주, 그리고 오가피, 인삼 등 한약재를 더해 만들었다고 한다. 특유의 쌉싸름한 한약재 풍미를 진저에일로 부드럽게 풀어내고, 여기에 자몽 필을 더하면 달콤쌉쌀한 독특한 풍미의 하이볼이 된다.
기존의 과하주는 구하기도 까다롭고 가격대도 다소 높은 편이었는데 이 백세주 과하는 적당한 가격에 근처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2023년 여름 한정으로 출시되었으니 올 여름이 다 가기 전 색다른 하이볼을 꼭 즐겨보자.
[5]
탈리스커 하이볼
- 탈리스커 30mL, 탄산수, 흑후추
마지막으로 피트 위스키 애호가를 위한 하이볼을 소개한다. 피트 위스키는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에서 연료의 일종인 피트(이탄) 향을 입혀 만든다. 흔히 소독약 냄새 같다고 표현하는 피트향은 처음 접할 때는 대부분 당황스러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생각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탈리스커는 대표적인 싱글몰트 피트 위스키 중 하나로 퀄리티와 가성비 모두를 갖췄다. 탈리스커의 강렬하고 복합적인 피트향과 바다가 연상되는 짭조름한 풍미에는 흑후추가 잘 어울린다. 피트향을 살려주기 위해 탄산수를 사용하고 얼음 위에 통 흑후추를 그라인더로 갈아 조금 뿌려주면 된다. 피트 애호가라면 이 하이볼을 꼭 시도해 보자. 나도 올여름 바닷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이 하이볼을 한잔하고 싶다.
[6]
편의점 하이볼도 괜찮을까?
하이볼이 큰 인기를 끌면서 캔으로 즐길 수 있는 제품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캔 하이볼은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딘가 인위적인 단맛이 나서 별로라는 평도 있다. 이런 풍미가 나는 데에는 향료나 당을 과하게 첨가한 탓도 있겠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바로 진짜 위스키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진짜 위스키를 넣는 대신, 에탄올을 희석한 주정에 오크칩을 얼마간 담가 놓아 오크 향을 인위적으로 입혀 만드는 제품들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하이볼은 진짜 위스키를 넣은 것과는 풍미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진짜 위스키를 쓰면 단가가 훨씬 올라갈 테니 이런 방법을 통해 가성비 좋은 하이볼을 즐길 수 있다면 가치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가 하이볼 진짜 위스키가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하이볼 캔 뒷면의 성분 정보를 확인해 보면 위스키가 들어간 경우에는 ‘위스키’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주정’, ‘오크칩’ 등이 적혀있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캔 하이볼 중에도 진짜 위스키를 넣어 만든 것도 있다. 국산 위스키를 만들고 있는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에서 최근 출시한 ‘김창수 하이볼’도 그중 하나다. 오리지널, 얼그레이, 진저 세 종류로 출시된 김창수 위스키 하이볼은 일반 캔 하이볼에 비해 가격대는 다소 높지만 진짜 위스키가 들어간 만큼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풍미가 난다.
캔 하이볼을 더 맛있게 마시기 위한 팁도 있다. 이걸 완제품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하이볼의 재료라고 생각하고 부족한 맛을 채워보는 거다. 위스키 맛이 좀 더 나길 원한다면 위스키를 첨가하고, 상큼한 맛을 원한다면 레몬을 좀 더 넣어보는 식이다. 혹은 캔 하이볼을 믹서로 활용해 볼 수도 있다. 일반적인 하이볼을 만들듯이 잔에 얼음 넣고 술을 넣은 뒤 탄산수나 진저에일 대신에 캔 하이볼을 넣는 거다. 이렇게 하면 도수도 풍미도 짱짱한, 술꾼을 위한 특별한 하이볼이 된다.
[7]
바텐더의 하이볼을 찾는다면?
최근에는 하이볼 전문 바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 중에는 하이볼 전용 기계를 활용하는 곳도 있어 눈에 띈다. 버튼만 누르면 최적의 비율로 세팅된 하이볼이 나오는 기계인데 한 번 맛을 보고는 집에 하나 놓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위스키와 탄산수의 균형 잡힌 맛이 훌륭했고, 기계가 만들다 보니 편차가 적은 일관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느껴졌다.
바텐더가 직접 만들어 주는 수준 높은 하이볼을 즐기고 싶다면 가로수길 근처의 ‘하이볼 가든’을 추천한다. 최근의 하이볼 붐이 일기 훨씬 전인 2014년부터 한 자리에서 영업을 해오고 있는 하이볼 전문 바다. 일반적인 하이볼 이외에도 와사비 하이볼, 시소 하이볼 등 특별한 시그니처 메뉴가 있고, 때마다 바뀌는 오늘의 하이볼, 시즌 하이볼 메뉴도 있다. 얼마 전 방문했을 때는 레몬과 패션프루트 리큐르를 활용한 시즌 하이볼 메뉴가 무더운 이 날씨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이볼가든
- 서울 강남구 논현로161길 39
- 15:30-01:00
- 오늘의 하이볼, 시그니처하이볼 모두 1만 5,000원.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고 누구나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하이볼의 매력은 분명 편안함에 있다. 하지만 그 매력이 자칫 뻔하다고 느껴지지 않기 위해 나만의 취향을 한 스푼만 더해보면 어떨까?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분명 하이볼을 무척 좋아해서일 거다. 나도 그렇다. 하이볼로 통한 당신과 내적 건배를 나누며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하이볼을 좋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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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위스키와 칵테일에 대해 글을 쓰는 홈텐더. 술이 달아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