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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축 마라톤을 위한 도움말 8

여덟 가지만 알면 된다
여덟 가지만 알면 된다

2023. 06. 21

안녕, 러닝 입문 도우미를 자처하는 객원 에디터 차영우다. 올해 3월부터 전국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고, 그때문인지 내 주변에서 러닝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그 친구들과 4월에 처음 같이 뛰어봤는데 3km도 힘들어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은 가을에 열리는 10km 대회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심지어는 10km를 뛰어본 친구 몇몇은 하프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꼽기도 했다. 실력이 어느정도이든 처음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거라면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그 두려움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오늘은 올해 꼭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글을 썼다. ‘대회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는 팁’ 여덟 가지다.


[1]
“걸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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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를 신청하기도 전에 많이 하는 걱정 중 하나가 “중간에 걸으면 어떡하지?”인 것 같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런 고민을 하는 러너들을 많이 만났다. 나는 그럴 때마다 “걷는 게 뭐 어때요.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는데, 진심이다. 다른 주자를 방해하지 않도록 코스 가장자리를 따라 걸으며 체력을 회복하고 다시 뛰어도 괜찮다. 나는 걷고 뛰면서 끝까지 해낸 사람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단, 코스 마감 시간 전에 완주하지 못하면 기권 처리되므로 대회에 나가기 전에 이 시간만큼은 체크하자.

*대회마다 다르지만 보통 10km 코스의 경우 2시간 내외로 책정된다.


[2]
“잘 뛸 수 있는 계절, 그 다음 대회”

대회를 선택하기 전, 연습할 계절을 골라야 한다. 러닝은 야외 운동이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봄, 가을에 대회가 열리는 이유도 선선해서 달리기 좋기 때문. 그런데 대회에 앞서 2~3개월은 연습을 해야 하니, 막상 연습은 여름이나 겨울에 해야 한다. 선호하는 계절은 사람마다 다르니, 연습하기에 좋은 계절을 고르면 된다. 대회는 잘 맞는 계절 다음에 있는 대회로 고르면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겨울에는 워밍업을 꼼꼼히 하더라도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나는 겨울에는 주로 실내 보강 운동을 하고, 여름에는 바깥에서 뛴다. 장마철에는 비를 맞으면서도 뛰는데, 생각보다 개운하고 기분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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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러닝의 또 다른 장점은 티셔츠와 2 in 1 반바지만 챙기면 별다른 짐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언더아머의 론치 엘리트 투인원 5인치 쇼츠를 샀는데, 허리춤에 있는 스피드 포켓이 안정적이라 스마트폰 암밴드도 필요 없어졌다. 최근에 산 러닝용 반바지 중에서 제일 만족하고 있다. 구매는 [여기].


[3]
“대회 필수 준비물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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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대회는 보통 주말 이른 아침에 열린다. 그래서 늦잠으로 대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고, 아침에 일어났지만 “어차피 혼자 나가는데, 그냥 나가지 말까?”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생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친구와 함께 대회를 신청하는 방법이 있다. 친구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일어나 출발 장소로 가게 된다. 평소에 함께 연습할 수도 있다는 것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 함께 뛸 친구가 없다면 집이나 직장 근처의 러닝 크루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스타그램에 ‘#(지역명)러닝크루’를 검색해 살펴보고 자신과 맞는 러닝크루를 찾아보자. 내가 추천하는 크루는 바로 아래에 적어두겠다.


[4]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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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를 앞두고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싶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작년에 소개했던 반려 러닝 앱 기사 속 앱들은 대회에 맞춘 코칭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보강 운동, 러닝 훈련 등 스케줄을 편성해 준다. 혹시 앱이나 훈련 설명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유료로 진행되는 오프라인 러닝 클래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전 한국 기록 보유자인 권은주 감독님의 런 위드 주디(Run with Judy)나 육상 선수 출신 코치들과 원데이 클래스를 할 수 있는 런 콥(Run cop) 등이 있다. 런 콥 원데이 클래스는 [여기].


[5]
“극복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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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릴 때 음악은 정말 힘이 된다. 투 도어 시네마 클럽(Two Door Cinema Club)의 ‘I CAN TALK’ 전주를 들으면서 달리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붙는다. 경쾌하고 비장한 전주에 보폭이 맞춰지고, 힘든 것도 잊게 된다. 스프링필드 대학교의 자스민 허친슨은 “특정한 음악이 보폭이나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청각과 보폭 동기화 효과(Auditory Motor Synchronization)’를 설명했다. 음악이 운동 퍼포먼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는 3년 전부터 클래식 음악 연주곡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서 듣고 있다. 연주곡을 들으면서 뛰면 박자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효과가 있고, 달리는 나를 위한 무대가 연출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음악 플레이리스트는 유튜브의 HALIDONMUSIC 채널을 추천한다. 멋진 악역이 된 상상을 하며 뛸 수 있는 웅장한 플레이리스트는 [여기], 빠르고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리스트는 [여기].


[6]
“잊어버리면 안 돼, 쿨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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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쿨 다운 스트레칭. 하지만 꼬박꼬박하기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나도 혼자서 뛰고 난 다음에는 쿨 다운 스트레칭을 건너 뛰어왔다. 그렇게 몇 달이 쌓이다 보니 무릎을 꿇고 앉을 수 없을 정도로 종아리, 허벅지 근육이 수축된 채 굳어버렸다. 나도 모르는 새에 다리가 굳어서 무릎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달리고 난 뒤에 폼 롤러나 종아리 마사지기로 근육을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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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가장 잘 쓰고 있는 마사지기는 롤 리커버리(ROLL Recovery)의 R8 제품.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모두 마사지할 수 있고, 압력도 폼 롤러보다 몇 배는 강해서 마사지를 시작하기 전에 크게 심호흡을 하고 쓴다. 하지만 그만큼 뭉친 근육을 강하게 밀어준다. 특히 허벅지는 폼롤러로 제대로 풀어 주기 어려운데 R8은 허벅지의 다양한 근육을 풀어줄 수 있어서 추천한다. 구매는 [여기].


[7]
“익숙한 러닝화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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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가 다가오면 그날 무엇을 입으면 좋을지 고민하기 마련이다. 새 신발도 신고 싶고, 새 옷도 입고 싶지만 사실 평소에 제일 편하게 입었던 대로 입는 게 제일이다. 한 번은 하프 마라톤(21.095km)을 나갈 때 새 러닝화를 신었는데 완주하고 난 뒤에 무릎이 아파서 3주간 고생했다. 내 보폭에는 잘 맞지 않는 러닝화였던 탓이다. 이런 변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평소에 뛰면서 입었던 옷, 신었던 러닝화를 신고 뛰는 것을 추천한다. 대회 날 입고 싶은 옷, 신고 싶은 러닝화가 있다면 미리 착용하고 뛰어봐야 한다. 대회 공식 티셔츠도 미리 수령했다면 입고 뛰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러닝화를 고를지 고민된다면 지난 입문용 러닝화 추천 기사를 참고하길 바란다.


[8]
“마구마구 스스로 칭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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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를 완주한 뒤에는 스스로를 아낌없이 칭찬해 준다. 평소에 참았던 음식을 마음껏 먹기도 하고, 대회에 신었던 러닝화에 기록과 날짜를 적기도 한다. 흔하지 않지만 타투로 자신의 기록을 새기는 러너들도 있다. 기록이 예상보다 안 좋아서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차츰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조금씩 체력이 강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러닝에 빠져들게 된다. 나도 그랬다. 그러니 마음껏 기념하고 칭찬하자. 그래야 또 뛸 수 있다.

나는 처음 10km 대회를 완주하고 “3km도 뛰기 싫어했는데, 3배가 넘는 거리를 뛰었다고? 나 진짜 대단한데”라고 칭찬했다. 최근에는 “24km를 뛰는 지금의 체력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나만의 것이야”하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이 있다.

“고통은 잠깐이고, 자부심은 영원하다(Pain is temporary, Pride is forever).”

뉴욕 마라톤에서 처음 보고 지금까지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떠올린다(이렇게 스스로를 암시하는 문장이나 단어, 노래를 ‘만트라’라고 부른다). 달리는 동안 얼마나 자주 포기하고 싶었는지, 매분 매초 타협하고 싶은 마음과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스스로는 알고 있다. 이제 승리한 영광을 누릴 때다.

About Author
차영우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는 프리랜스 에디터. 습관처럼 보고 사고 뛰고 찍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