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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 여름 휴가를 위해, 베오사운드 A5

레트로 마니아 기즈모의 한정판 리뷰 시리즈
레트로 마니아 기즈모의 한정판 리뷰 시리즈

2023. 06. 12

안녕. 나는 한정판, 특별판, 그리고 콜라보레이션 전자 제품 리뷰를 빌미로 옛날 제품 이야기를 하는컬렉터코너의 객원필자 기즈모다. 요즘 원고가 뜸했던 것은 생각보다 콜라보레이션 전자 제품이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잘못이 아니다. 빈둥대는 전자제품 회사들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 에디터H 메시지를 보냈다빈둥거리지 말고 이번에 새로 나온 베오사운드 A5 리뷰나 하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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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뱅앤올룹슨의 베오사운드 A5 리뷰다. 베오사운드 A5 콜라보레이션 모델은 아니지만 옛제품을 재해석해서 내놓은 모델이다. 1960~1970년대 뱅앤올룹슨이 내놓았던 베오릿 라디오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은 모델이다. 앞으로는 리뷰 소재를 넓히기 위해 오랜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 모델이나 빈티지 모델을 재해석해서 내놓은 모델까지 소개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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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생의 1/10 뱅앤올룹슨을 비난하는 데 허비한다.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 때문이다. 디자인이 예뻐서 군침은 도는데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하는 베오사운드 A5 역시 출시가격이 149만 원(노르딕 위브 컬러), 169만 원(다크 오크 컬러)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정도 가격대의 블루투스 스피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품은 휴대용이고 크기도 비교적 작은 편이다. 다만 제품은 크기를 초월하는 파워와 다양한 기술이 들어 있으니 너무 욕하지 말고 리뷰를 살펴보자. 내가 구입한 모델은노르딕 위브컬러다. ‘다크 오크모델은 단순 소재 차이로 20만 원이 비싸 욕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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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디자인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밝은 나무 색상의 라탄 느낌의 그릴이다(실제로는 라탄이 아니라 굵은 실에 가깝다). 동남아시아의 어느 장인이 한 땀 한 땀 꼬아 만든 듯한 표면 디자인은 스피커에서 쓰이지 않는 소재다. 주로 가구나 소품에 쓰이는 소재다. 베오사운드 A5 디자인한 회사는 덴마크의 가구디자이너 그룹인 ‘감프라테시’라는 회사다. 가구 디자이너 회사답게 가구에 잘 어울리는 스피커를 탄생시켰다. 내구성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릴을 교체할 수 있으니 문제가 생기면 교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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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 역시 나무 재질이다. 매끄럽게 샌딩한 나무 손잡이는 감촉도 좋고 따뜻함이 느껴진다. 가볍게 들고 어디든 가고 싶은 디자인이다. 제품의 상단과 하단은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이뤄져 있다. 은색 알루미늄 프레임과 밝은 나무 컬러의 조합이 산뜻하다. 무게는 3.8kg으로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손잡이가 있고 부피 자체가 크지 않아서 이곳저곳 들고 다니며 듣기 좋다. IP65 등급의 방진 방수 성능을 지원한다. 정도면 생활 방수 정도고 물에 빠뜨리거나 바닷물에 접촉하는 것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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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상단에는 각종 조작을 할 수 있는 버튼들이 있다. 중앙 왼쪽을 기준으로 전원, 페어링, 볼륨 버튼이 있고, 오른쪽에서는 선호하는 라디오 방송국을 기억해 둘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아래쪽에는 재생, 곡, 뛰어넘기 버튼이 있다. 또 패널 가운데에는 무선 충전 패드가 있어 스마트폰을 놓아두면 충전이 가능하다. 최대 충전용량은 5W로 저속 충전식이다. 다만 충전 패드 때문인지 스피커의 전원을 꺼 놔도 배터리 소모가 꽤 심하다. 하루에 약 10%씩 배터리가 소모된다. 열흘만 둬도 배터리가 모두 방전된다. 휴대용 스피커로 사용할 때 꽤 크게 느껴지는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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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과 뒤쪽에 그릴을 벗겨 내면 유닛이 드러난다. 그런데 유닛 배치가 다소 독특하다. 5.25인치의 커다란 우퍼와 트위터가 앞쪽을 보고 있고, 뒤편에는 약간 측면에 두 개의 미드레인지가 붙어 있다. 보통 360도 스피커는 앞면과 뒷면을 동일하게 설계하는 데 비해 베오사운드 A5는 언발란스 설계를 했다. 5.25인치 우퍼는 이 스피커에 비해 상당히 대형 유닛인데 이렇게 큰 유닛을 사용하려면 이런 방식의 배치가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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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스피커 유닛이나 배터리 유닛 등에 커다랗게 보이는 나사다. 마감에 있어 세계적 수준인 뱅앤올룹슨이 나사를 숨기지 못해서 저렇게 드러낸 것은 아닐 것이다. 베오사운드 A5는 스피커 유닛이나 배터리 등을 사용자가 직접 교체할 수 있는 모듈식 구조다. 한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그릴이 낡거나 유닛, 배터리가 고장 나면 교체해 가며 평생 쓸 수 있다. 물론 교체용 유닛이나 그릴, 배터리 가격이 일반 블루투스 스피커보다 더 비쌀 테지만 이런 옵션이 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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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을 들어봤다. 총 4개의 유닛에 280W의 넉넉한 앰프가 내장돼 있다. 일반적인 휴대용 스피커는 보통 20~30W의 앰프가 내장돼 있는 데 비해 10배 이상의 파워를 가진 제품이다. 음압레벨도 101dB로 일반적인 블루투스 스피커에 비해 몇 배 더 큰 소리를 낸다. 30평대 공간도 넉넉히 울려줄 수 있는 스피커다. 피크닉 가서 볼륨을 크게 키우면 벌판을 쩌렁쩌렁 울려줄 정도다. 휴대용 중에 이 정도 출력이나 음압 레벨을 가진 제품은 흔하지 않다. 그만큼 출력이 상당하다.

음질은 전체적으로 밝고 개방적인 사운드다. 소리가 쭉쭉 뻗어져 나가고 넓은 사운드 공간을 그려낸다. 360도로 음이 퍼지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눈을 감고 들으면 대형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부드럽고 편안한 소리는 아니다. 디자인을 보면 산에서 새가 지저귀는 간지러운 소리가 날 것 같은데 정반대다. 고라니의 울음처럼 날이 서 있고 파워가 있는 소리다. 다만 다양한 사운드 옵션과 EQ가 있으므로 자신이 원하는 음질로 세팅하기 쉽다. 사실 기본적인 음색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은 옵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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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작은 볼륨에서는 해상력이 확 떨어진다. 미드레인지 유닛이 뒷면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은 볼륨에서는 인위적으로 저음역과 고음역을 강화시키는 ‘증폭’ 기능을 켜주는 것이 좋다.

사운드 옵션이 무척 다양하다. EQ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하고 스피커가 놓인 위치에 따라 음을 조절해 주는 공간 보정 기능까지 지원한다. 따라서 어느 공간에서든 최적의 음질을 즐길 수 있다. 단점이 있다면 공간 보정 기능은 배터리 모드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반드시 전원이 연결된 상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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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용량이 상당하다. 스펙상 12시간 정도 들을 수 있고 실제 테스트에서 절반 정도의 볼륨에서 13시간이 넘는 사용 시간을 보였다. 볼륨을 최대 근사치까지 높여도 4~5시간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전원을 완전히 꺼도 전력 소모가 꽤 심한 편이다. 지난번에 완충했다고 안심하지 말고 스피커를 밖에 가지고 나가기 전에는 다시 완충을 해줘야 하는 불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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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기술로는 일반적인 블루투스 5.2 버전 외에도 에어플레이2, 크롬캐스트, 스포티파이 커넥트,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네트워크 재생이 가능하다. 특히 베오릿 라디오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답게 인터넷 라디오를 들을 수 있고 상단 인터페이스에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국을 최대 4개까지 설정해 둘 수 있다. 다만 아날로그 라디오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같은 모델 2대를 사면 스테레오로 들을 수 있는 기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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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사운드 A5 뱅앤올룹슨다운 모델이다. 100여 년에 가까운 뱅앤올룹슨 역사와 전통을 이어 나가는 디자인과 완벽한 마감, 소재, 그리고 현대 오디오가 제공하는 강력한 파워와 네트워크 음향 기술이 담겼다. 물론 뱅앤올룹슨 비판자들의 주장대로 뱅앤올룹슨 스피커의 대부분은 음질에 있어서는 가성비가 떨어질 있다. 하지만 뱅앤올룹슨 스피커의 디자인을 떠올려 보라. 양궁 과녁판을 닮은 A9, 원뿔 형태의 베오사운드2, 타이어 모양의 베오사운드 엣지, 절구통(?) 닮은 베오사운드 밸런스, 발레리나가 연상되는 베오랩 18 매번 다른 컨셉의 디자인으로 사운드 공간을 새롭게 설계한다. 전통적인 네모박스 디자인을 탈피하며 새로운 스피커 모양을 만들어 가며 다른 스피커 업체들에게 영감을 주는 회사는 뱅앤올룹슨 외에는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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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사운드 A5 나무와 노끈 같은 소재를 활용한 피크닉 바구니 같은 디자인으로 어디에도 없는 스피커를 탄생시켰다. 음질이 좋은 스피커를 선택하려면 많은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집안을 피크닉 분위기로 만들고, 감성 캠핑용으로 스피커를 고른다면 베오사운드 A5 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가격표만 무시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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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즈모

유튜브 '기즈모' 운영자. 오디오 애호가이자 테크 리뷰어. 15년간 리뷰를 하다보니 리뷰를 싫어하는 성격이 됐다. 빛, 물을 싫어하고 12시 이후에 음식을 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