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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2000년, <디아블로4>

에디터B의 디아블로4 플레이 후기
에디터B의 디아블로4 플레이 후기

2023. 04. 25

안녕, 에디터B다. 젊은 날에 듣던 음악이 평생의 취향이 된다고 한다. 음악에 국한된 얘기는 아닐 거다. 음식에 대한 선호나 게임 취향도 어린 시절에 대부분 정해지니까. 나를 돌아보니 정말 그렇다.

때는 2000년,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디아블로2가 출시되었다. 나는 그 게임을 정말 좋아했다. 나뿐만이 아니다. 온 동네의 아이들이 모두 디아블로만 했다. 모두가 천사와 악마의 싸움에 참전했다. 게임에 큰 흥미가 없으면 몰랐겠지만 디아블로는 스타크래프트 못지않게 한 시대를 대표하는 게임이다.

그러니 네 번째 시리즈가 출시된다는 소식에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난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오픈 베타가 열려 짧게나마 플레이해 볼 수 있었다(행복한 시간이었다). 참고로 나는 디아블로3는 하지 않았다. 오늘 리뷰는 디아블로1과 2를 플레이했던 사람이 4를 해본 짧은 리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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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총 다섯 가지. 원소술사, 야만용사, 네크로맨서, 도적, 드루이드. 나의 MBTI는 INTJ. 많은 이들이 모인 시끌벅적한 파티를 좋아하지 않고 4인 이하의 친구와 깊은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네크로맨서를 골랐다. 네크로맨서는 내밀한 관계의 해골을 네 마리쯤 소환해 다니기 때문에 왠지 INTJ스럽다.

캐릭터의 생김새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게 새로웠다. 디아블로2에는 없던 방식이다. 물론 요즘에는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는 온라인 게임이 많다 보니 새롭지는 않다. 게다가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요소도 엄청 다양하지 않아서 대단하지도 않다. 눈코입을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라스푸틴 같은 얼굴로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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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낫 하나 들고 눈이 푹푹 내리는 산속을 뛰어다녔다. 사슴인지 노루인지 모를 동물이 앞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거슬리는군…” 제거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 정도로 높은 수준의 상호작용은 지원하지 않는다. 블리자드 제작진은 디아블로4의 상호작용이 좋다고 말하던데… 정확한 건 정식 출시가 되어야 확실히 알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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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얼 무드의 카페 같은 곳에서 도란도란 모인 해골 무리를 사냥했다. 해골과 이름 모를 덩치 큰 괴물도 해치웠다. 레벨이 조금씩 올랐다. 레벨을 올리면 스킬 포인트를 얻고, 그것으로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다.

내가 초반에 배운 스킬은 ‘수확’. 커다란 낫으로 전방에 있는 몬스터를 (수확하듯) 공격하는 ‘간지나는’ 스킬이었다. 코어가 되는 기본 스킬 몇 가지는 정수(마나와 같은 개념으로 캐릭터마다 이름이 다르다)를 소모하지 않는다. 내가 마나 관리를 못 하는 편이라 마법사를 안 좋아하는데, 네크로맨서임에도 스킬을 막 쓸 수 있다는 게 맘에 들었다. 기본 스킬을 쓸 때는 정수가 생성되고, 고급 스킬을 쓰면 정수를 소모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부담 없이 낫을 휘두르며 전사처럼 플레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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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를 하다 보면 시네마틱 영상을 볼 수 있다. 영상의 퀄리티가 훌륭한데, 더 인상적인 건 내가 커스터마이징하고 치장한 모습이 그대로 영상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저 당시에는 저렴한 갑옷을 입어서 다소 후줄근해 보였다. 언젠가 빛나는 판금 갑옷을 입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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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더 올랐다. 이제 레벨 8이다. ‘시체 폭발’을 배웠다. 죽어 있는 시체를 폭발해서 주변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주는 스킬이다. 디아블로2에서 ‘시체 폭발’은 네크로맨서의 핵심 스킬 중 하나였다. 몬스터들이 사정없이 녹았다. 아, 역시 네크로맨서는 이 맛이다.

네크로맨서는 정말 강력했다. 다른 캐릭터를 경험해보지 않아서 처음엔 강한 줄 몰랐다. 나중에 후기를 찾아보니 네크로맨서, 원소술사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로는 플레이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더라. 특히 드루이드와 야만용사가 심했다고. 네크로맨서의 강력함은 밸붕 수준이라고 하는데, 정식 오픈 때는 조정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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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을 배우는 방식은 디아블로2와 큰 차이가 있다. 배운 스킬을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된다. 시체 폭발을 배우면 다음 순서로 시체 폭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독기를 내뿜는 시체 폭발과 취약 상태의 적에게 데미지를 더 주는 시체 폭발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뭘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사용해 보고 별로면 포인트를 회수하면 된다. 상대하는 몬스터에 맞춰 유리한 스킬을 바꿀 수 있으니 유용하고 재미있겠다.

디아블로2에서는 스킬을 한 번 찍으면 물릴 수 없었다. 레벨 99까지 키워 놓고 다른 컨셉의 캐릭터를 키우고 싶으면 다시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다.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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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4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클래스 메카닉’이라고 불리는 직업 전문화 시스템이다.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전문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네크로맨서의 시스템 이름은 ‘망자의 서’다. 무엇을 선택하냐에 따라 능력이 달라지기 스킬 시스템처럼 커스터마이징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네크로맨서는 해골 전사, 해골 마법학자, 골렘 등 세 종류의 소환수를 부릴 수 있다. 각 소환수에게는 3가지 특성이 있고, 각 특성에는 또 3가지 속성이 있기 때문에 소환수마다 9가지의 선택지, 총 27가지의 선택지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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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을 듣자하니 유니크 아이템의 드랍율이 높다고 하던데, 이상하게 나만 예외였다. 레어 아이템만 겨우 몇 개 얻었다. 아이템은 크기 상관없이 인벤토리에서 한 칸만 차지해서 관리하기가 좋았다. 하지만 나보다 더 많이 플레이해 본 게이머들은 인벤토리 공간이 부족하다고 말을 하더라. 내가 초반까지만 플레이를 해서 부족한 인벤토리를 체감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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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이 있으면 벽을 타고 내려갈 수 있고, 울타리 밑으로 웅크려서 기어갈 수도 있다. 이런 상호작용이 중간중간에 있는데 다양하진 않았다. 울티마 온라인 정도의 자유도를 바라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이왕 만들어주는 거 더 많은 상호작용을 만들어줬다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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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이 넓어서 걸어 다닐 때 다리가 아팠다(?). 디아블로2에 없던 탈것 시스템이 있는데 오픈 베타에서는 해금되지 않았다. 정식 서비스가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말을 타고 꾸밀 수 있다고 한다. 드래곤도 타고 그리핀도 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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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4는 오픈 월드라 마을에 여러 플레이어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픈 베타 최고 레벨인 25를 찍은 채 마실을 다니는 유저들이 보였다. 오픈 월드라니, 디아블로에서는 낯선 풍경이다. 덕분에 P.K 방에 따로 들어갈 필요 없이 다짜고짜 인간 사냥을 시작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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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베타에는 전체 맵이 풀리지 않았다. 여러모로 한계가 있었지만 디아블로4의 매력을 알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디아블로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과 기괴한 몬스터, 고어한 전투 연출이 만족스러웠다. 디아블로1이나 2만큼 어둡지는 않지만 디아블로3보다는 확실히 어두워 보였다. 오픈 베타를 해본 유저들은 대체로 “드디어 ‘디아블로’다워졌다”는 평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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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인슬래시(Hack and Slash, 자르고 베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대량 몰살의 쾌감이 있다. 출시를 앞둔 디아블로4는 게임 역사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게임은 아니지만, 디아블로2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만한 게임이 있을까 싶다. 중학생 때 같이 디아블로2를 하며 놀았던 친구에게 톡을 보냈다.

“디아블로4 해봄?”
“ㅇㅇ 해봄. 디아블로2보다 더 재밌음.”
“나도. 컴퓨터 한 대 사야 하나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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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5, 황금빛이 도는 거대한 낫을 들고, 뿔이 달린 투구를 썼다. 아이디는 summerisover, 여름은 끝났다는 뜻으로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곡 제목을 따라 지었다. 작은 낫을 들고 사슴 꽁무니를 쫓아다니던 때에 비하면 멋있게 성장했다. 남들 먹고 놀 때 열심히 시체 폭발하며 돈을 번 덕분이다. 아쉽게도 이 캐릭터는 오픈 베타 종료와 함께 사라질 운명이다. 안녕, 두 달 뒤에 다른 모습으로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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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4 때문에 게이밍 노트북 하나 장만하고 싶을 정도다. 참고로 내가 사용한 노트북은 HP OMEN16이다. 고사양 게임을 리뷰하기 위해 대여한 게이밍 노트북이다. 몬스터가 쏟아지고 시체가 여기저기에서 폭발하는 전투씬에서도 버벅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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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4의 공식 출시일은 6월 6일이다. 토네이도가 블리자드 본사를 덮치지 않는다면 6주 뒤에는 플레이할 수 있다. 두근두근거린다. 곧 만나자. 안녕.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