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뉴욕 여행 가이드 : 로컬숍 편

안녕. 어딜 놀러 가든 그 지역의 로컬 숍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뉴욕 여행을 준비하며 얼마나 신났는지 모른다....
안녕. 어딜 놀러 가든 그 지역의 로컬 숍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객원…

2023. 03. 14

안녕. 어딜 놀러 가든 그 지역의 로컬 숍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뉴욕 여행을 준비하며 얼마나 신났는지 모른다. 고유한 관점과 취향, 개성 있는 콘셉트로 무장한 가게들이 넘쳐나는 도시가 뉴욕이니까. 2주간 맨해튼과 브루클린 일대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방문한 매장 중에서 7곳을 추려 소개한다. 독립서점부터 샌드위치 가게까지, 거리 구석구석 산책하며 둘러보고 쇼핑하기도 좋은 뉴욕의 힙한 로컬 숍이다.

3부작으로 막을 내리는 뉴욕 여행 시리즈의 이전 회차가 보고 싶다면 아래 제목을 클릭해보자.

  1. 뉴욕 여행 가이드: 입문자 편
  2. 뉴욕 여행 가이드: 카페 편

[1]
중고 서점 ・ 카페 ・ 바
Molasses Books

1400_retouched_newyork_shop_-44

누군가 브루클린의 로컬 숍 딱 하나만 골라달라 요청하면 고민 끝에 이곳을 추천하겠다. 몰라시스 북스는 중고 서적을 파는 헌책방이자 커피와 술을 마실 수 있는 카페 겸 바다. 구글 맵을 뒤지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설 때부터 반해버렸다.

dobira_retouched_newyork_shop_-43 1400_retouched_newyork_shop_-39 1400_retouched_newyork_shop_-40

오래된 서점에 가보면 알 수 있다. 세월의 때가 묻은 중고 책과 투박한 나무 서가에서 오는 빈티지 무드가 얼마나 편안하고 아늑한지. 억지로 꾸며내거나 어색하게 힘을 준 느낌 없이 이 공간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은은하게 삐걱거리는 바닥 소리와 페이지 넘기는 소리, 조곤조곤 주고받는 말소리 사이로 어떤 이는 열심히 책을 들추고, 또 어떤 이는 볕 드는 창가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42 1400_retouched_newyork_shop_-41

쿨한 응대가 인상적이었다. 자리가 마땅치 않아 좁은 바 자리에 앉으려 하자, 여분의 의자를 가져다주며 말하는 게 아닌가. “여기 앉고, 옆에 사다리 테이블로 써.” 이게 브루클린 힙스터의 낭만인가 감탄하고 있는데 몇 분 뒤 다시 다가와 새로운 의자를 놔준다. “생각해보니까 이게 더 편하겠네.” 씨익 웃으며 돌아서는 모습에 한 번 치이고, 단골들과 책에 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장면에 두 번 치이고, 별 기대 없이 주문한 드립 커피가 맛있어서 세 번 치였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45

Molasses Books

  • 주소 770 Hart St, Brooklyn, NY
  • 영업시간 매일 11:00~00:00
  • @molassesbooks

[2]
샌드위치 가게 ・ 그로서리
Court Street Grocers

1400_retouched_newyork_shop_-13

여행 중에 만난 뉴욕 로컬의 추천으로 가본 코트 스트리트 그로서. 다양한 식료품과 샌드위치를 판매하며 맨해튼과 브루클린에 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공식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을 보면 알 수 있듯 전반적으로 통통 튀고 유쾌한 바이브가 넘치는 브랜드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12 1400_retouched_newyork_shop_-14

내가 방문한 매장은 맨해튼 라과디아 플레이스점. 실내 좌석이 몇 안 되는 작은 매장으로, 한쪽 벽면엔 블랙보드에 그린 펑키한 무드의 샌드위치 메뉴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알록달록한 손글씨와 독특한 식료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아, 귀엽다’ 소리가 새어 나오는 걸 막기 어렵다. 주문 후에는 매장 밖에서 대기하다 쇼윈도에 설치된 스크린을 보고 샌드위치를 찾아가면 된다. 종이에 손님 이름을 써서 카메라에 비춰주는 식인데, 진동벨이나 카카오톡 알림과는 다른 이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 어딘가의 시스템마저 엉뚱하게 귀엽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17 1400_retouched_newyork_shop_-16

매장 바로 옆에 워싱턴 스퀘어 파크가 있으니 포장 후 공원 벤치에 앉아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30개가 넘는 샌드위치 중 고심 끝에 내가 선택한 건 ‘아메리칸 콤보’. 부드러운 칠면조 닭가슴살과 아메리칸 치즈, 햄, 코울슬로, 피클이 들어간 메뉴인데 과하게 짜거나 느끼하지 않아 좋았다. 양도 넉넉해 다 먹고 나면 상당히 배가 부른 편이다. 딱딱한 빵의 샌드위치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부드러운 빵으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15

Court Street Grocers

  • 주소 540 LaGuardia Pl, New York, NY(이외에 브루클린에 3개의 지점이 더 있다.)
  • 영업시간 매일 09:00~16:00
  • @courtstreetgrocers

[3]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TANGERINE

1400_retouched_newyork_shop_-31

편집숍 구경은 언제나 재밌다. 다양한 카테고리의 아이템이 한데 모여 있어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선별했을지 짐작해보고, 같은 것이라도 어떻게 다르게 보여주는지 타 매장과 디스플레이 방식을 비교해보는 즐거움도 있다. 브루클린 이스트 윌리엄스버그에 위치한 탠저린 역시 안목 있는 이들의 (아이)쇼핑 욕구를 자극하는 곳이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29 1400_retouched_newyork_shop_-30 1400_retouched_newyork_shop_-26

의류・액세서리・오브제・기타 생활 소품에 아트북과 매거진까지. 각자의 개인 의류 브랜드를 전개하기도 하는 두 명의 디렉터가 서로의 취향을 담은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소개한다. 주얼리와 프래그런스, 스킨 케어 제품 등을 진열한 화이트 대형 선반, 알록달록한 여성복으로 채운 행거, 아기자기한 리빙 아이템을 중심으로 구성한 중앙 테이블 등 제품의 유형과 시각적 조화를 고려한 다채로운 배치가 인상적이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32 1400_retouched_newyork_shop_-27

간결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매장은 자칫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핫하다는 동네의 브랜드 쇼룸을 가보면 너무 고급스러워서 괜히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 것처럼.

탠저린은 다르다. 통창으로 쏟아지는 햇빛에 컬러풀한 의류와 귀여운 디자인의 소품에서 오는 경쾌함이 더해져 느긋한 마음으로 구경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숍의 스토리에 대해, 판매하는 제품들에 관해 친절하고 정중하게 설명해주던 공동 대표 Gina의 역할이 컸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28

TANGERINE

  • 주소 616 Lorimer St, Brooklyn, NY 11211 미국
  • 영업시간 수~일 11:00~19:00(월, 화 휴무)
  • @tangerine.nyc

[4]
중고 서점
Sweet Pickle Books

1400_retouched_newyork_shop_-24

“중고 책을 가져오시면 피클과 교환해드립니다.” 독특한 컨셉을 내세우는 이 가게의 이름은 스윗 피클 북스. 중고 서적과 수제 피클을 함께 판매하는 맨해튼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작은 서점이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25 1400_retouched_newyork_shop_-3

아무 맥락 없이 피클이 튀어나온 건 아니다. 서점이 위치한 로어 이스트 사이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Pickle Alley’가 형성될 만큼 피클 산업이 활발했던 동네이기 때문. 뉴욕의 대표 서점 ‘Strand Book Store’ 출신이기도 한 창업자가, 유대인의 유산이자 지역을 상징하는 소재를 활용해 유쾌하고 기발한 서점을 운영 중인 셈이다. 책과 교환하거나 별도로 구매할 수 있는 수제 피클 역시 창업자의 레시피로 만들었다고 한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1 1400_retouched_newyork_shop_-2 1400_retouched_newyork_shop_-4

물론 동네의 역사나 창업 과정 따위 몰라도 이 가게를 즐기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픽션과 논픽션, 아트, 희귀서적 등 다양한 장르의 중고 책이 풍기는 세월의 흔적에 선명한 초록색으로 눈길을 끄는 MD 상품, 거기에 매장 곳곳을 채우는 삐뚤빼뚤한 손글씨까지. 이 귀엽고 힙한 헌책방의 분위기에 매료되는 건 시간문제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5

Sweet Pickle Books

  • 주소 47 Orchard St, New York, NY
  • 영업시간 월-금 12:00-19:00, 토-일 11:00-19:00
  • @sweetpicklebooks

[5]
브런치 카페 겸 바
Dimes

1400_retouched_newyork_shop_-18

쿨하고 스타일리시한 가게에서 브런치를 먹고 싶었다. 여유를 누리는 뉴요커 흉내를 한번 내보고 싶었는데 다임스 덕분에 그 계획을 이룰 수 있었다. 다임스는 맨해튼 로어 이스트 사이드 지역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이자 바로 건너편에는 Dimes Deli와 Dimes Market도 함께 운영하는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대표적인 힙 플레이스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21 1400_retouched_newyork_shop_-22

작은 돔 형태의 천장 구조와 은은한 노란 빛의 조명 아래 앉아 있자니 아늑하고 편안한 마음이 든다. 동시에 레드, 그린, 블루 등 알록달록한 색감과 독특한 형태를 품은 가구들은 공간에 위트를 더한다. 깔끔하고 단정하면서도 귀엽고 쿨한 매력까지 놓치지 않는 매장답게, 아침부터 멋쟁이 손님들이 드나드는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주말 밤에는 또 어떤 분위기의 바로 변신할지 궁금하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20 1400_retouched_newyork_shop_-19

이날 선택한 메뉴는 ‘Eggs Any Style’. 써니사이드업으로 요청한 계란 두 개와 멀티 그레인 토스트 2조각, 구운 토마토, 그린 샐러드 구성이다. 흐르는 계란 노른자에 듬뿍 적신 토스트 위에 샐러드를 올려 먹고, 따뜻한 블랙커피 한 모금까지. 빵을 두어 조각 더 줬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이외에도 ‘건강한 브런치 메뉴’라는 기조 아래 아사이 보울이나 샌드위치, 샐러드, 타코 등의 식사를 제공한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23

Dimes

  • 주소 49 Canal St, New York, NY
  • 영업시간 월-수 09:00-10:00 목-토 09:00-10:30 일 09:00-21:30
  • @dimestimes

[6]
빈티지숍
Kalimera

1400_retouched_newyork_shop_-36

최근 빈티지 쇼핑에 부쩍 재미를 들인 만큼 뉴욕의 빈티지숍은 꼭 가보고 싶었다. 특히 브루클린 골목 곳곳에 위치한 힙하고 개성 있는 작은 빈티지숍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리스트에 추가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했던 곳이 칼리메라다. 정보 습득 목적으로 뉴욕에서 생활하는 한국인 인플루언서를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 이곳을 발견했다. 게시물에 이름을 안 적어뒀길래 사진도 확대해보고 구글에도 열심히 검색해보며 결국 찾아내고 말았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38 1400_retouched_newyork_shop_-34

귀여운 간판 아래, 투박한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면 펼쳐지는 안락한 실내 공간. 이전에 국내 빈티지숍을 소개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했던 이야기가 있다. 어두운 지하에서 물량으로 때려 박은 옷더미의 쿰쿰한 냄새를 견디며 옷을 고르는 일은 꽤 지치는 일이라고. 쾌적한 상태로 제품을 둘러볼 수 있는 환경의 매장을 찾게 되는 이유다. 거기에 ‘힙 앤 쿨 바이브’를 더하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빈티지숍의 풍경 완성. 그걸 브루클린 몬트로즈 애비뉴에서 만났다. 높은 층고와 내부를 가득 채우는 오후의 햇빛, 곳곳에 배치한 식물들이 빚어내는 칼리메라의 여유로운 분위기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무섭고 빡세게 생긴 형님과 누님이 위아래로 훑어보며 부담 주지도 않는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37 1400_retouched_newyork_shop_-35

컨템포러리 빈티지 스토어를 표방하며 디자이너 브랜드를 비롯한 다양한 스타일의 의류를 판매한다. 여성복을 중심으로 하되 남성복, 부츠나 핸드백 등의 잡화류, 인디펜던트 디자이너가 제작한 액세서리도 구매할 수 있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33

Kalimera

  • 주소 99 Montrose Ave, Brooklyn, NY
  • 영업시간 매일 11:00-19:00
  • @kalimera.nyc

[7]
사진책 전문 독립서점
Dashwood Books

1400_retouched_newyork_shop_-11

맨해튼 노호에 위치한 대쉬우드 북스는 사진 서적을 전문으로 하는 독립서점이다. 2005년에 오픈해 1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양질의 사진집과 아트북을 소개하며, 뉴욕을 대표하는 독립서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8 1400_retouched_newyork_shop_-7

전 세계 예술가와 컬렉터들로부터 깊은 신뢰와 지지를 받는 독보적인 독립서점인 만큼, 국내에도 적지 않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뉴욕 여행을 간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대쉬우드 북스는 꼭 방문해보라는 추천을 해줬을 정도니까. 패션, 자연, 역사, 예술, LGBTQ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된 방대한 양의 사진집을 원없이 구경할 수 있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6 1400_retouched_newyork_shop_-10

본드 스트리트를 걷다 보이는 철제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만큼 괜히 더 비밀스러운 아지트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일관된 형태의 나무 서가와 매대를 가득 채운 책들을 둘러보는 동안 포토그래퍼와 작가와 힙스터들이 책방을 수시로 드나드는데,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에 한해 서점을 지키는 매니저 Miwa Susuda가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재밌다. 2015년부터 꾸준히 이어고 있는 소소한 이벤트로, 선물용으로 책 한 권을 산 나도 여지없이 찍혔다. (그렇게 촬영한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추후에 <Some Of Miwa’s Favorite Dashwood Friends Of The Day>라는 이름의 아카이브 북으로 엮기도 한다.)

1400_retouched_newyork_shop_-9

Dashwood Books

  • 주소 33 Bond St, New York, NY
  • 영업시간 화-일 12:00-18:00(월 휴무)
  • @dashwood_books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