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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여행 가이드 : 카페 편

안녕. 아직도 지난 뉴욕 여행을 그리워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서울에서도 허구한 날 좋은 카페 어디 없나 찾아다니던 습관은 뉴욕에서도 여전했다....
안녕. 아직도 지난 뉴욕 여행을 그리워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서울에서도 허구한 날…

2023. 03. 02

안녕. 아직도 지난 뉴욕 여행을 그리워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서울에서도 허구한 날 좋은 카페 어디 없나 찾아다니던 습관은 뉴욕에서도 여전했다.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2주간 여행하며 평균 하루 2곳 정도 들렀으니까. 주기적으로 카페인 충전이 필요한 데다 바쁜 일정 중에 잠시 숨 돌리기에 카페만 한 곳이 없으니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휴식도 취하고 알차게 사람 구경도 했던 뉴욕의 카페들. 그중 인상적이었던 7곳을 소개한다.


힙스터들로 가득한
트렌디하고 활기찬 카페를 찾는다면?

1. SEY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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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커피는 뉴욕 여행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 미국의 떠오르는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라며 국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언급됐기 때문이다. 한남동의 카페 아러바우트에 가서 세이 커피 원두로 내린 브루잉 커피도 마셔 본 적이 있던 터라 기대가 컸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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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고 앉자마자 느꼈다. 내가 생각했던 브루클린의 감성이 이런 거잖아. 높은 층고에 큰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과 천장 군데군데 매달린 행잉 플랜트, 날씨가 좋을 땐 활짝 열 수 있는 차고형 유리창에 자유롭게 대화하고 작업하는 사람들까지. 카페가 위치한 동네 부시윅(Bushwick) 힙스터들은 죄다 여기 모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캐주얼한 바이브가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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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깨끗한 커피를 지향하는 로스터리답게 주문한 브루잉 커피와 카페라테 모두 가볍고 깔끔하다. 특히 라테의 경우 고소함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텁텁함이라고는 1도 없는 산뜻한 후미가 인상적이었다. 참고로 세이 커피에서 브루잉 커피를 마시려면 메뉴판에서 ‘Single Cup’이라고 적힌 부분을 찾아 원두를 고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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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Y Coffee

주소 18 Grattan St, Brooklyn, NY
영업시간 월-금 07:00-17:00, 토-일 08:00-17:00
@seycoffee

2. Devoció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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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방문한 카페 중 가장 활기 넘치는 분위기로 기억하는 데보시온. 총 4개의 지점 중 윌리엄스버그점을 제외한 3개의 지점을 들렀는데 모두 인기가 상당해 평일이고 주말이고 자리 잡는 게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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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상징인 옐로우 컬러와 벽돌 벽, 거기에 짙은 브라운 톤의 가죽 소파와 군데군데 포인트를 더하는 대형 식물들은 어느 지점을 가나 공통으로 보이는 요소다.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도 특징. 꼭 작업용 테이블이 아니더라도 소파나 간이 의자에 걸터앉아 무릎에 노트북을 두고 일하는 모습들이 하나도 튀지 않는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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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시온은 오직 신선한 콜롬비아산 커피만 사용하는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다. 나는 세 번의 방문에 걸쳐 라테(다운타운 브루클린점), 카푸치노(덤보점), 코르타도(맨해튼 플랫아이언점)를 마셨다. 적당히 진한 농도로 고소하고 부드러워 크게 호불호 없이 먹을만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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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oción

  • 주소 276 Livingston St, Brooklyn, NY
  • 영업시간 월-금 7:30-18:00, 토-일 08:00-18:00
  • @devocionusa

동네 주민과 힙스터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작은 카페를 찾는다면?

3. P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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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을 뜻하는 PPL은 15년 전 뉴욕으로 건너온 일본인 주인장이 운영하는 카페다. 4년 전에 오픈해 현재까지 윌리엄스버그 동네 주민들이 사랑하는 방앗간 같은 가게. 30분 정도 머무르는 동안 모닝커피를 테이크아웃하는 단골 손님들이 수시로 드나들었고, 느긋해 보이는 성격의 주인장 ‘Tomo’의 응대는 친절하고 능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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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식물 가게에서 커피를 마시는 듯한 기분을 주는 곳이다. 관리는 다 어떻게 하나 싶을 정도로 상당한 양의 식물이 임팩트 있는 첫인상을 주고, 천장과 벽, 바닥과 선반 모두 오래된 나무 ・ 벽돌 ・ 철제 등의 소재가 섞여 투박한 공간이 주는 멋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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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신 건 드립 커피. 이전 여행 가이드 기사에서도 언급했듯 뉴욕 카페에서 Drip Coffee는 그 자리에서 추출해주는 핸드드립 커피(a.k.a. 브루잉 커피, 필터 커피)가 아니다. 미리 커피메이커 등을 통해 대량으로 내린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뒀다가 그대로 따라주는 방식. 가장 저렴하고 빨리 나오는 메뉴지만 카페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에티오피아 라로 보다 원두를 사용한 PPL의 드립 커피는 밝고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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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

  • 주소 189 Roebling St, Brooklyn, NY
  • 영업시간 월-금 08:00-17:00, 토-일 09:00-17:00
  • @pplnyc

4. Ludlow Coffee Sup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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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low Coffee Supply는 근사한 레스토랑과 카페, 편집숍이 즐비한 맨해튼의 힙 플레이스 로어 이스트 사이드(Lower East Side)에 위치한다. 치킨과 와플로 유명한 바로 옆 레스토랑 Sweet Chick에서 함께 운영하는 카페로, 아침부터 커피 한잔하러 들른 이들로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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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고 거친 느낌의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밝고 아늑한 분위기. 다른 뉴욕 카페들이 그렇듯 층고가 높고 창이 커서 매장이 작은 편인데도 전혀 답답하지 않다. 창가에 앉아 한 쪽 벽면에 걸린 로컬 큐레이터가 선별한 강렬한 그림과 개성 넘치는 스타일링을 하고서 내내 노래를 따라부르는 파워 ‘E’ 성향 바리스타를 구경하고 있자니 혼자 있어도 심심할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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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배전의 원두를 사용해 매우 진하고 강한 커피다. 우유가 들어간 카푸치노는 고소한 맛이 좋았지만, 아무래도 블랙커피는 내 입맛에 다소 세게 느껴질 듯하다. 기본 에스프레소 베이스 메뉴 외에 시그니처 메뉴로는 버번 바닐라 라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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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low Coffee Supply


넓고 쾌적한 공간의
규모 있는 로스터리 카페를 찾는다면?

5. La Colombe Coffee 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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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콜롬브는 오늘 소개하는 카페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커피 브랜드다. 뉴욕 9개, 미국 전역에 3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한다. 맨해튼에만 8개의 매장이 있다 보니 주요 관광지가 밀집한 도심 위주로 여행하는 한국인 여행자들에게는 꽤 유리한 옵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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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예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매장을 두 번 방문했다. 한 번은 아침에, 한 번은 오후에. 아침부터 노트북으로 작업하거나 미팅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편안하게 수다를 떠는 어르신들도 눈에 띄었다. 바닥과 테이블, 중앙의 커다란 오픈 바가 나무로 돼 있는 데다 큰 창으로 햇빛이 잘 들어 전체적으로 밝고 따뜻한 분위기다. 특히 창가나 벽을 따라 길게 둘러진 좌석들에 앉으면 휴식을 취하며 사람 구경하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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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커피로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원두로 내린 푸어 오버(Pour-over)를 마셨다. 뜨거웠던 커피가 식을수록 올라오는 단맛과 기분 좋은 산미가 훌륭했다. 두 번째 방문 때 마신 커피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카푸치노. 날이 워낙 추웠던 만큼 첫 모금에 깊은 행복감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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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Colombe Coffee Roasters

  • 주소 400 Lafayette St, New York, NY
  • 영업시간 매일 7:00-18:30
  • @lacolombecoffee

6. Variety Coffee 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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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커피 역시 뉴욕에 6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다. 맨해튼과 브루클린에 3개씩 있는데, 내가 방문한 매장은 맨해튼 숙소 근처 7tv Ave에 위치한 첼시점이다. 맨해튼에서의 첫 모닝커피를 마셨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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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커피나 데보시온에서 느껴지는 자유분방하고 힙한 에너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적당히 세련되고 쾌적한데, 그렇다고 호텔 커피숍처럼 너무 우아해서 부담스러운 느낌은 아니다. 아늑한 공간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여유롭게 모닝커피를 즐기는 한편, 노트북을 두고 일에 열중하는 이들도 많았다. 기분 좀 내보려 맥북을 챙겨간 나는 인스타그램만 붙잡고 있어서 좀 민망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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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에 마신 따뜻한 라테는 하루의 첫 커피로 더할 나위 없었다. 라테아트 모양이 다소 뭉개졌지만 사실 라테아트를 굳이 왜 하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 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건 상관없다. 데보시온에서 맛본 라테와 마찬가지로 편안하게 마시기 좋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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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ety Coffee Roasters

  • 주소 261 7th Ave, New York, NY (이외에 맨해튼 2개, 브루클린 3개의 지점이 더 있다.)
  • 영업시간 매일 19:00-21:00
  • @varietycoffee

멋있고 맛있는
브런치 카페를 찾는다면?

7. Five Lea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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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브런치 카페까지 하나 더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여기야말로 뉴욕에서 방문한 ‘쿨 앤 힙 플레이스’를 통틀어 내 취향에 가장 부합하는 공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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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닳아 해진 나무로 두른 천장과 바닥, 오래된 철제를 활용해 만든 투박한 창틀과 선반에, 환하게 쏟아지는 정오의 볕은 아늑함을 더한다.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훵크 음악과 에너지 넘치는 직원들의 모습, 심지어 외벽을 따라 늘어선 야외 자리까지! (물론 내 공간이었다면 여기에 컬러풀한 소품을 몇 개 더 추가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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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브런치 역시 훌륭하다. 미리 찾아보고 예약을 했던 터라 가장 많이 추천받은 리코타 팬케이크를 주문했다. 극강의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팬케이크에 메이플 시럽을 듬뿍 얹고, 크게 잘라 리코타 치즈와 블루베리까지 같이 한 입으로.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곁들여 느긋하게 먹다 보면 행복 별거 아니다. 물론 미국답게 양도 과하게 많고 가격도 비싸지만 여행 중에 한 번쯤 꼭 들러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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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e Leaves

  • 주소 18 Bedford Ave, Brooklyn, NY
  • 영업시간 매일 08:00-11:00
  • @fiveleavesny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