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꼭 한 번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에디터 기은이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친구들이 귀여운 아바타를 올리며 새로운 앱으로 놀러 오라더라. 유행? 못 참아. 그 앱으로 냉큼 따라갔다. 이름은 Bondee(이하 ‘본디’). 아바타를 만들고 집을 꾸미며 친구들과 채팅하는 메타버스 소셜 네트워킹 앱으로 현재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1등을 달리는 중이다. (논란도 있다)
이 유행에 적극적인 내 친구들은 MZ세대(이하 ‘MZ’)로 불린다. 이들은 본디, 근본부터 채팅 서비스에도 메타버스 플랫폼에도 아바타 꾸미기에도 익숙해 쉬이 사랑을 주지 않는다. 헌데 이런 MZ들의 간택을 받다니. 앱의 어떤 점이 인기를 불러왔을지 궁금해져 분석해 봤다. 논문 제목처럼 적어본다면 「본디 서비스의 기능과 동종 업계 경쟁 서비스와의 비교를 통한 매력 분석」(김기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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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
“나 닮은 귀여운 내 아바타!”
본디는 가입과 동시에 아바타를 제조해야 ‘스퀘어’라 불리는 홈화면에 진입할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아바타를 만들까? 몇 년 동안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는 MBTI와 심리테스트 확산의 중심에는 ‘자기애’와 ‘타인의 관심’이란 키워드가 존재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고 관심받는 게 늘 유행해 왔다. 본디에도 MBTI가 침투했는데, 타인에게 내 아바타&내 스페이스 보고 본인의 MBTI를 맞춰보라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그 증거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자기애’를 본디 가입 이유의 1순위라 보았다. 와, 이런 말투로 분석하다니 진짜 논문 쓰는 기분이다.
아바타를 만들다 보면 떠오르는 비슷한 서비스가 있다. 메타버스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 하지만 두 가지 서비스를 유심히 보면 확실한 차이가 있는데, 바로 비주얼의 방향성이다.
제페토 아바타는 예쁘고 본디 아바타는 귀엽다. 누군가 M과 Z를 분리해 M세대는 본인 얼굴과 비슷한 아바타를 만들고 Z세대는 본인이 추구하는 미가 반영된 아바타를 만든다고 하더라. Z세대가 많이 쓴다는 제페토는 확실히 아름답게 만들기 좋다. 예를 들어, 눈매 라인 커스텀은 내 손가락 컨트롤에 따라 미세 조정 가능하다.
M세대뿐 아니라 Z세대에게도 인기다. 이것으로 미뤄보아 귀여운 것이란 언제 어디서나 통한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특히 나를 닮은 귀여운 것일 때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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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성, 그로 인한 호기심
“친구들, 지금 뭐 해?”
아바타를 만들고 스퀘어에 들어와 보면 몇 가지 아이콘이 날 기다리고 있다. 홈 화면 왼쪽 최상단을 클릭하면 친구들의 상태 메시지가 뜨고, 스퀘어에 돌아다니고 있는 내 아바타를 누르면 상태 메시지를 입력할 수 있다.
본디는 본디 폐쇄형 소셜 네트워킹을 추구한다. 친구 등록은 50명까지만 가능해 실제로 아는 친구들과 오붓하게 즐길 수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며 사용자의 피로도를 높인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반면교사 삼아 나온 결과가 아닐까.
실제 아는 친구들만 모았기 때문에 친구들의 현재 상태가 궁금해 앱에 접속하게 된다. 물론 언제든 카카오톡으로 연락할 수 있지만 카톡은 더이상 친구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카톡으로 연락하는 건 지구촌 어딘가에 있는 아는 사람 집 초인종 누르기 정도에 가깝다. “아주머니, 기은이 지금 집에 있어요?” 이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문을 두드려보는 행위랄까. 나는 지금 친구들이 어디에서 뭘 하는지 어느 곳에 가야 쉽게 만날 수 있는지 연락 전 미리 확인하고 싶은데 말이다.
호기심 가득한 혹은 음침할 수도 있는 이 태도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통해 학습됐다. 친구들이 지금 무얼 하는지 궁금해하도록 만든 이 요소가 지금까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만의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본디에서도 느낄 수 있다. 친구들이 본인이 현재 뭘 하고 있는지 자꾸만 상태 메시지를 바꿔주니 모를 수가 없다. 유저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본디로 옮겨갔다는 말은 아니다. 친구들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것을 본디에도 올리고 본디에 올린 것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도 올린다. 아직 덜 귀찮은가보다.
✅ TIP
친구 추가를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헤매는 사람이 많다. 스퀘어 우측 상단 ‘친구 추가’를 눌러 보자. 연락처에 있는 친구 중 본디에 가입한 친구들은 프사가 본디 아바타로 채워져 있다. 이 친구들을 추가하면 빠르게 친구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친구 추가는 50명까지만 가능하니 섣부르게 50명을 채우진 말자. 대신 애정하는 친구가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면 링크 복사를 눌러 그 친구에게 전해주자.
지인들은 자신을 친구 추가해달라고 본인의 본디 QR코드를 캡처해 보낸다. “나는 스마트폰이 한 개야! QR코드를 찍을 여분의 스마트폰이 없다구!”라고 좌절하지 말자. 이럴 때는 친구의 QR코드 이미지를 내 폰에 저장하고 ‘친구 추가’ > ‘QR코드’ > 우측 상단 ‘앨범’을 클릭해서 저장한 사진을 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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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피로도
“아, 평화로워”
스퀘어 좌측 상단 포스팅 버튼 바로 옆 아이콘을 누르면 ‘플로팅’을 할 수 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영상을 배경으로 내 아바타가 떠다니는데 불특정 다수에게 편지를 쓸 수도 있고, 받아볼 수도 있다(가끔 아이템을 얻기도 한다). 평화로운 BGM이 흘러 즉각 마음이 차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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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성
“여기서는 뭘 해야 할지 알 것 같아”
첫 번째 탭 스퀘어를 지나 두 번째 탭으로 가보자. 여기는 후킹 요소가 없다. 사진 찍어 올릴 수 있는 카메라 탭인데 딱 기본만 하는 기능! 다음으로 넘어가 보자. 다음 탭은 채팅 탭으로 친구와 대화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대화창 안에서 챗과 함께 서로의 아바타를 춤추게 하거나 음성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으며 하단 ‘뭐해?’를 누르면 친구에게 사진 답장을 받을 수 있다. 단톡방도 만들 수 있다. 왠지 ‘젠리’와 ‘스냅챗’이 떠오른다.
나는 사실 3년 전까지 제페토도 열심히 즐긴 사람이다. 온라인에서 친구 사귀는 게 어색했기 때문에 실제 친구를 제페토에 가입시켜 제페토에 미약한 도움을 준 바 있다. 이때 친구가 한 말이 잊히지 않는데,
친구 : “나 아바타 꾸몄어. 이제 다음엔 뭐해야 해?”
나 : “그냥 이렇게 꾸미고 캡처하는 걸 즐기는 거야. 여기서 이제 뭐 하냐고 묻는 순간 우린 끝났어. 어른 다 됐다.”
[생산성을 좇는 어른들]
그렇게 친구도 나도 제페토에 동화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본디에선 아바타 꾸미기 이후 뭘 해야 할지 감이 온다. 싸이월드의 일촌평처럼 본디에서는 친구 스페이스에 놀러 가 메모를 남길 수 있고 하루하루 뭘 했는지 포스팅할 수 있으며 친구와 채팅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기능은 사실 제페토에도 다 있는데, 다만 어디서 찾을지 모르겠다는 점이 차이다. 본디에선 채팅 기능이 잘 보인다는 점이 가장 큰 포인트. 이 채팅 창이 뭘 할지 모르는 새로운 유저가 먼저 가입한 친구에게 “이거 뭐야?”를 물어볼 수 있는 창구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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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
“집들이합니다”
오른쪽 하단 마이 페이지를 가보자. 여기선 내 아바타 수정과 함께 내 스페이스를 꾸밀 수 있다. 여기서부턴 싸이월드가 떠오른다. 아파트에 걸어놓은 액자는 내가 고른 앨범 속 이미지로 교체할 수도 있고 악기나 소파를 배치해두면 내 아바타가 그 악기를 다루거나 소파에 누워있게 할 수도 있다. 이게 상당히 귀엽다. 어림잡아 5평 남짓한 방 크기를 연상케 하는 이 스페이스는 실제 내가 사는 집처럼 혹은 살고 싶은 집처럼 꾸미게 한다. 기타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가상의 공간을 꾸미는 느낌이었다면 본디의 스페이스 꾸미기는 실제 내가 사는 방을 상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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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나 이게 웃기네”
내 스페이스를 꾸미고 난 뒤 좌측 아래 벌집 같은 아이콘을 누르면 친구들의 스페이스를 한 번에 구경할 수 있다. 한 칸 한 칸 누르면 친구 스페이스에 방문할 수 있는데 이때 방문록 같은 메모를 남길 수 있다.
빨간색의 메모장을 선택해 붙였더니 마치 압류딱지 같더라. 한국 드라마에서 많이 봤던 장면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는지 몇몇 친구들 스페이스에 붙은 빨간 메모를 눌러보면 ‘압류 딱지’라고 적어둔 경우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본디의 매력을 더 탐구해 본다면 바로 유머다. 본디에선 ‘채 치우지 않은 쓰레기봉투’, ‘먹다 남은 라면’, ‘엎지른 커피’를 집에 모셔둘 수 있다. 깔끔하니 예쁘게 꾸며진 친구 집에서 ‘먹다 남은 라면’을 발견하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싶어 웃음이 난다.
이 귀엽고 재밌는 앱, 그냥 즐겨도 되는데 구구절절 분석해봤다. 나 자꾸 이런 게 궁금하네. 현재 본디에선 아직 광고도 인앱결제도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추가될 아이템&이모티콘의 유료화, 50명 이상의 친구 추가를 원할 시 과금, 게임 도입, 더 고도화된 멤버십 등 앞날을 상상해 보지만 혹시 또 모른다. 기존 앱 서비스들의 한계를 온고지신 삼아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가지고 나타날지도.
본디를 설치하기 전에 알아야 하는 이슈가 있다. 중국에서 만든 앱인데 싱가포르로 워싱을 했다,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논란에 대해서 본디 서비스를 운영하는 메타드림이 해명을 했다. 요약하자면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True.ly 앱의 지식재산권을 인수 후 글로벌 서비스로 새롭게 탄생했으며, 중국 기업이 아닌 싱가포르에 있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 인수 과정에서 중국 직원이 일부 합류했고, 한국,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단 한 건의 개인 정보 유출이나 도용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여타 앱에서도 수집하는 통상적인 정보라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여러 네티즌이 추가 해명을 요청하는 상황인데, 앱을 사용해보고 싶은데 설치하는 게 찜찜하다면 일단은 안테나를 세우고 상황을 지켜봐도 되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 글을 마무리 지어보자. 최근에 ‘네트워크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사설에서 읽었다. 우리는 경험이 자산이 되고, 경험을 통해 얻은 네트워크가 비즈니스의 토대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왜 본디가 인기일까라는 질문에 ‘네트워크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떠올랐다. 네트워크가 자본이 되는 세상에서 “이 유행을 놓치면 경험이 없고, 네트워크도 만들어지지 않을 거야.”라는 두려움이 본디로 이끄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본디에 끌리는 마지막 이유는 ‘유행을 익혀야 한다는 강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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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은
새로운 서비스와 플랫폼을 소개하는 프리랜스 에디터. 글과 영상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