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새해에도 신나게 놀 방법을 고민 중인 객원 필자 조서형이다. 며칠 전엔 아웃도어 활동의 매력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휴대전화와 노트북, 충전기 등 디지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답했다. 막상 캠핑이나 등산을 앞둔 나의 백팩을 열어보면 배터리 충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휴대전화로 연락을 받아야 하고, 다운로드 받아 둔 영화도 봐야 하고, 비상 상황에 라이트로 쓸 수도 있고, 산에 가면 사진 찍을 일도 많으니까.
그리고 여기에 집 밖에서 활용도가 좋은 애플리케이션이 더해진다. 디지털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더욱 엮이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앱 세 가지는 활용도가 정말 좋다. 집 밖의 자연을 즐기는 데 앱 같은 게 무슨 필요냐고? 일단 들어보시라.
[1]
“고도로 발전한 나침반”
트랭글
트랭글은 GPS 기반으로 운동 시간, 이동 거리, 소모 열량, 속도와 경사도 등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1km’나 ‘중간지점’처럼 진행 경과를 알려주고, 활동을 마치면 내가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이전 기록과 비교를 통해 실력 향상 정도도 확인할 수 있다.
트랭글에서는 등산을 비롯해 달리기, 걷기, 자전거, 골프, 서핑, 수영, 스키, 줄넘기, 축구 등 26개의 활동을 지원한다. 깊게 들어갈수록 러닝에 NRC, 축구에 사커비, 자전거에 스트라바 같은 전용 앱을 사용하게 되겠지만, 등산만큼은 계속 트랭글으로 계속해도 좋다.
등산 코스를 정하는 일은 복잡하다. 특히 처음 가는 산의 경우 많은 경우의 수 앞에 어지러워진다. 주로 출발 장소와 도착 장소를 기준으로 동선을 짜거나 ‘최단 거리’, ‘코스 추천’을 검색해 블로그 포스팅을 확인하는데 이게 또 번거롭다. 이때 활용하기 좋은 게 트랭글. 남이 다녀온 경로를 따라 등반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다. 190만 명의 트랭글 회원의 발자취 중 하나를 골라 ‘따라가기’ 버튼을 누르면 등반대장 하나를 얻은 든든한 기분이 된다.
GPS 기반이라 높은 산 위에서 통신이 터지지 않아도 지도를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위치를 계속 추적해야 하므로 배터리도 그만큼 빨리 닳는다. 나는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두고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받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초행길이거나 길을 찾는 일에 자신이 없다면 보조배터리를 챙기는 게 낫다. 스마트 워치가 있다면 단독으로 트랭글을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트랭글에는 한국인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고 성취감을 높일 줄 아는 기능이 있다. 배지와 레벨이다. ‘짐꾼’ 레벨에서 시작해 활동량이 많아질수록 장군, 성주, 천왕이 될 수 있고 지정된 장소에 가면 가상 배지를 준다. 여권에 여행지 입국 자료가 모이듯, 수첩에 국립공원 도장을 찍듯 산마다 배지 디자인이 다르다. 100대 명산과 작은 뒷산까지 포함해 6,800종의 방문 인증이 된다. 게임처럼 단계를 깨가며 아웃도어 활동을 누려보자.
[2]
“캠핑 어디로 가지?”
캠핑지도
“캠핑장 추천 좀 해줘.”라는 부탁은 들을 때마다 어렵다. 적당한 캠핑장을 고르는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기 때문이다. 여기에 캠핑장 예약하는 일은 더 머리가 아프다. 캠핑장별로 자사 홈페이지, 블로그 게시판, 네이버 카페, 전화, 카카오톡 등 모두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캠핑지도는 전국의 캠핑장 3,500여 개를 조건별로 검색할 수 있다. 아이와 강아지가 있는 경우, 어르신을 모시는 경우, 뜨거운 물로 샤워가 가능한 쾌적한 화장실이 필요한 경우, 조개잡이나 눈꽃 트래킹, 지역 축제처럼 놀거리가 필요한 경우 모두를 고려할 수 있다. 필터를 통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거를 수도 있다. 다음에 가 보고 싶은 캠핑장을 장바구니에 담듯 찜해놓을 수도 있고, 이미 다녀온 캠핑장에는 깃발을 꽂을 수도 있다. 지도 뷰로 봤을 때 펄럭이는 깃발을 보면 빈 곳에 마저 빼곡히 채워 넣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개발자는 뭘 좀 아는 캠퍼일 뿐 아니라 쇼핑도 해본 사람임이 분명하다.
캠핑장을 다니다 보면 그 지역에 뭐가 있는지 찾게 된다. 모처럼 주거지에서 벗어난 동네까지 운전했는데, 간 김에 유명한 게 있으면 맛보고 특이한 볼거리가 있으면 구경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캠핑장의 체크인-아웃 시간을 맞추려면 오후에 들어가고 오전에 나와야 하는데 이때 시간이 애매하게 뜨기도 한다. 캠핑지도에는 캠핑장마다 주변 관광지와 맛집 추천을 같이 볼 수 있다. 매일 이벤트와 지역 축제 정보도 업데이트된다.
캠핑지도 앱은 다른 캠퍼와 커넥션을 만들기에도 좋다. 다녀온 캠핑장을 리뷰하고, 만들어 먹은 캠핑 요리 레시피를 공유하며, 놀았던 사진을 업로드하면서 SNS 역할도 하고 있다.
[3]
“밖에 나갈 수 있을까?”
윈디
윈디는 2014년 체코 프라하에서 만들어진 회사다. 내가 앱을 알게 된 것은 2019년 제주도 출장에서였다. 비행기까지 타고 온 출장인데 3일 내내 비와 태풍이 몰아쳤다. 여의찮은 상황에서 당시 사진작가는 이 애플리케이션을 꺼냈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찾아냈다. “7분 뒤에 바람이 13분가량 잠깐 멈추네요. 그때 빠르게 텐트를 쳐서 사진을 찍는 걸로 해요.”
앱 윈디는 기상정보를 알려준다. 그동안 사용하던 날씨 앱은 ‘무주군의 현재 온도는 -‘ 처럼 위치를 기반으로 한 최고 기온, 최저 기온, 현재 온도, 바람 세기, 비 올 확률, 강수량 등을 숫자로 말했다. 윈디는 시간대별 평균이 아니라 분 단위로 세밀한 정보를 전달한다. 순간적인 돌풍과 전반적인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다. 말하자면 상세하고 정확한 정보가 담긴 전문가용이라 할 수 있겠다. 비가 온다면 몇 분 뒤 얼마나 오는지, 방향과 세기는 어떤지까지 읽어낼 수 있다.
윈디의 가장 큰 특징은 날씨를 숫자가 아닌 이미지로 직관적 파악이 된다는 점이다. 화살표 방향과 길이, 색깔을 통해 바람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다. 바람이 셀수록 초록색에서 빨간색이 된다. 구글 맵 기반이라 확대하면 상세 도로까지 볼 수 있고, 웹캠 버튼을 누르면 주변의 실제 CCTV 화면도 볼 수 있다.
윈디의 초기화면이 지나치게 전문성을 띤 것 같아 부담이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시뮬레이션 영상이 아름다워 일할 때 책상 위에 태블릿으로 켜 놓는다는 사람도 있거든. 실제로 해보니 작은 수족관을 가져다 놓은 것처럼 기분이 좋다.
윈디 덕에 2019년 제주도에서 나는 바람이 잠시 멈추는 동안, 바람을 등지지 않는 방향으로 텐트를 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다음 촬영에서도 윈디로 구름의 정도를 미리 확인해 정확하게 해가 뜨는 시점에 사진을 남겼다. 앱 리뷰를 보면 다른 사람들의 윈디를 향한 신뢰도가 느껴진다. 패러글라이더, 스카이다이버, 서퍼, 선원, 비행기 조종사, 정부, 군대, 구조 팀까지 윈디를 사용하고 있다. 다운로드 수는 1,000만 이상, 별점은 4.8에 달한다. 앱을 따로 다운받지 않고 웹 상태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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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형
아웃도어 관련 글을 씁니다. GQ 코리아 디지털 팀 에디터. 산에 텐트를 치고 자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