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에디트 에디터H입니다. 오늘은 Apple 명동이라는 이름으로 오픈하는 새로운 애플 스토어에 다녀왔답니다. 2018년 가로수길, 2021년 여의도에 이어 국내 세 번째 애플 스토어죠. 사실 한국은 시장 규모에 비해 애플 스토어 진입이 늦은 편이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사용자들의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애플 기기를 사용해본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애플 스토어의 유무는 브랜드 경험의 질을 좌우하거든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죠. 내가 관심있는 기기를 충분히, 다양하게 체험해보고 컨설팅 받을 수 있는 장소인 동시에 애플이라는 회사가 제품을 통해 만들어가는 문화적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너무 거창한 표현이라고요? 전세계 다양한 애플 스토어에 방문할 때마다 항상 똑같이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물건을 사지 않는 사람들도 이곳을 편하게 머물고, 쉬고, 즐기다 간다는 거죠. 마치 도서관처럼요.
Apple 명동은 을지로입구역에 있는 롯데백화점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힘을 잃은 명동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게 되는데요. 실제로 방문해보니 명동역 인근이 아니라 백화점과 호텔을 마주보고 있는 대로변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명동 골목 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살짝 의문이 남습니다.
길 건너편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더 커서 깜짝 놀랐습니다. 1, 2층을 모두 사용하는데다가 애플스토어가 입점한 센터포인트 빌딩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웅장하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건물 2층에 둥근 달처럼 걸려있는 애플 로고를 보니, 이 거리에서 상징적인 장소가 될 것 같네요. 실제로 Apple 명동은 국내 애플 스토어 중에 가장 큰 규모이기도 합니다.
[Apple 여의도]
사실 작년에 오픈한 Apple 여의도는 IFC 내부에 입점한 형태다보니 규모나 인테리어 면에서 특별한 감흥은 없었습니다. 정갈하지만 차갑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그에 비하면 Apple 명동은 삭막한 도시 풍경 속에서 마치 작은 공원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건물 밖으로 뻗어있는 가로수처럼, 1층 창가에도 6그루의 나무가 심겨 있는데 건물 밖에서부터 1층까지 산책로가 이어지는 것 같은 구조입니다. 1층부터 2층까지 통유리로 설계해 햇볕이 충분히 들어오면서도 시원스러운 개방감을 느낄 수 있어요. 건물 밖에서 바라볼 땐 웅장해보이지만, 오히려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아특하면서도 시야가 탁 트여 있다는 느낌이었달까요. 유럽의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만든 애플 스토어처럼 유니크한 감성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명동 거리에 이런 공간이 생겼다는 것 만으로도 신선하더라고요.
1층 안쪽을 살펴보면 아시아 애플 스토어 최초로 생겼다는 ‘픽업’ 공간이 눈에 띕니다. 이제 온라인으로 주문한 제품을 매장에서 픽업하는 경우에는 이 공간에서 따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항상 붐비는 애플 스토어에서 한가한 스텝을 발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것 보다는 훨씬 쾌적하고 빠르겠죠?
사이사이를 유리로 처리한 투명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통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요. 2층만 올라가도 도심 전경이 내다보여서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선 커다란 비디오 월과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설치된 공간이 바로 보입니다. 바로 Today at Apple 세션이 진행되는 포럼 공간입니다. 제가 방문한 오늘은 애플 스토어 오픈 전이라 정식 세션은 아니었지만, 일러스트레이터 나난 작가의 아이패드 드로잉 세션을 짧게 나마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원래 나난 작가의 오랜 팬이기 때문에, 작가의 인스타그램에서 애플 세션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보고 혼자 들떠있었거든요. 현장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간단한 설명을 들으며 아트워크가 담겨있는 아이패드로 간단한 드로잉 체험을 해볼 수 있어서 너무너무 재밌었습니다. 롱롱타임플라워라는 이름의 이 아트워크는 나난 작가의 전시회가 아니면 구입하거나 볼 기회도 마땅히 없기 때문에, 이 세션에 체험하는 게 아주 의미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롱롱타임플라워를 색칠하고 안에 저의 반려묘인 구르미의 사진을 넣어 완성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직접 참여하지 못했지만, 오늘 오후에는 국내 아티스트인 세븐틴이 직접 방문해서 새로운 싱글의 트랙을 아이패드와 개러지밴드를 통해 리믹스해보는 세션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콘텐츠가 다채롭죠? 이 밖에도 이종범 작가와 함께 자신만의 포토 갤러리를 만드는 사진 세션이나, 파친코의 주연 배우 김민화와의 토크 세션 등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네요. 제가 앞서 애플 스토어의 문화적 경험에 대해 언급한 이유가 이런 겁니다. 예전에 바르셀로나의 번화가에 있는 애플 스토어에서 나이가 지긋한 신사분이 맥북 사용법을 배우고 있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거든요. 단순히 기기를 판매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창의성과 생산성을 발견할 수 있는지 계속 알려주는 거죠.
애플스토어의 양쪽 모퉁이에는 작은 야외 정원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애플은 아마 번잡한 명동 거리에서 작은 안식처 같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꽤 공을 들은 모습입니다. 이 작은 정원에 대해 굉장히 강조하더라고요. 설명만 듣고 방문하신다면 “엥? 정원이 어딨어? 저게 정원이야?”라고 실망하실 만큼 작은 공간이긴 합니다. 하지만 걸음 걸음이 다 돈인 명동 땅덩이에 이 정도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겠죠. 날씨가 좋을 때는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도 충분히 설치되어 있습니다. ‘정원’이라는 정체성 보다는 여기에 설치된 조형물에 눈이 갑니다. 애플스토어를 바라보고 왼쪽 정원에는 이재효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나무로 만든 거대한 구 형태의 조형물인데요. 굉장히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니, 광장동 W 호텔이 들어서던 당시 로비에 전시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더라고요.
스토어 좌측에는 기하학적인 도형과 화려한 색상으로 시선을 끄는 빠키(VAKKI) 작가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애플 스토어를 가운데두고 좌우 정원에 스타일이 전혀 다른 국내 작가의 작품을 배치했다는 게 재밌지 않나요?
Apple 명동은 8개 이상 국적 출신의 220명의 직원들이 총 11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오는 4월 9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정식 오픈할 예정입니다. 혹시 저의 방문기를 읽고 궁금해지셨다면 ‘여기’에서 세션 정보를 찾아보시길.
다음 애플 스토어는 어디가 될까요?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