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인스타그램 중독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혹자는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한다. 일견 동의하지만 중독을 벗어나기에 너무 멀리 와버린 나는 어떻게든 즐겁고 유용하게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려 노력 중이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저장’ 기능을 활용한 아카이빙. 온갖 멋지고 화려하고 감성적이고 그럴듯한 것들로 가득한 이 세계를 그냥 지나치지 않기 위해, 나는 수시로 게시물 우측 하단의 책갈피 버튼을 누른다.
책갈피 버튼을 눌러 저장한 게시물을 폴더별로 관리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이 폴더를 ‘컬렉션’이라 부른다.
좀 더 효율적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나는 여러 카테고리의 컬렉션을 만들어 두었다. 핀터레스트에서 레퍼런스를 수집하거나 신문 기사를 주제별로 스크랩하는 거,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꺼내 볼 때마다 재밌는 건 물론이요, 실제로 기사를 기획하거나 다른 일들을 진행할 때 꽤 유용한 재료가 되어주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수집한다’라고 표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자, 그럼 이제 꽁꽁 숨겨뒀던 내 인스타그램 컬렉션을 공개한다. 총 21개의 폴더 중에서 딱 6개만 엄선했다. 이런 식으로도 SNS를 즐기고 활용하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며 읽어주시면 좋겠다.
장소/공간 디자인/인테리어
place
집, 카페, 숙소, 작업실 등 매력적인 분위기의 장소 이미지를 담는 컬렉션. 자기 사적 공간을 보여주는 개인 계정부터 전 세계의 멋진 장소들을 소개하는 미디어나 브랜드 계정까지 내 눈길을 사로잡는 특정 인테리어나 기타 요소가 있으면 바로 킵해둔다.
최근에는 패션 브랜드 ‘르메르’ 공식 계정 @lemaire_official 에 올라온 오피스 사진을 담아놨다. 우아하고 담백한 옷을 선보이는 르메르답게 오피스 인테리어도 정갈한 우드 톤 위주의 깔끔한 분위기. 지금은 따라 해볼 수 있는 작업실 하나 없지만, 훗날 멋들어진 아뜰리에를 갖게 된다면 그때 참고하게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저장.
[출처 : Apartamento Magazine 공식 인스타그램]
이건 스페인의 인테리어 매거진 ‘apartamento’의 게시물이다. 스톡홀름에 거주하는 어느 뮤지션과 그의 집을 담은 사진인데 보자마자 취향 저격 당했다. 내가 사랑하는 밝고 따뜻한 화이트 & 우드 기본 바탕에 레드, 그린 등 채도 높은 원색 아이템으로 경쾌한 포인트를 더한 인테리어. 다음 이사할 (채광 좋은) 집에서는 꼭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모습이다.
[place 추천 계정]
@differ.design
@designed.to.last
@truckfurniture
@nella.beljan
@yasushiibashi
편집 디자인/브랜드 디자인
graphic design
타이포그래피, 로고, 포스터, 잡지 등 종합적인 그래픽 디자인 요소들을 담아 두는 컬렉션. 디자이너도 아니고 기초적인 디자인 툴도 다룰 줄 모르는 주제에 디자인 레퍼런스 모으는 건 몇 시간이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grafikfeed라는 계정에서 저장한 패키지 디자인도 인상적이었다. 어느 비건 케밥 브랜드의 패키지였는데, 굵고 크게 슥슥 쓰인 듯한 글씨체가 꽤나 쿨해보였다. 이렇게 레퍼런스를 모으다 보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할 때 유용한 참고자료가 되기도 한다. 물론 실질적으로 활용하지 못해도 상관은 없다. 예쁜 건 그냥 멍청하게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법이니까.
[출처 : Terra Cotta Prints 공식 인스타그램]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플랫폼 ‘Terra Cotta Prints’의 게시물. 스페인의 아트 디렉터 ‘Diego Andres’이 디자인한 포스터다. 보라색 배경과 주황색 글자와 흑백 사진이 이렇게나 멋지게 어울릴 수 있다니. 심플하고 명확한데 색감 조합도 아름다워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봤다. 만약 저게 매거진 커버였다면 어떻게든 구해서 집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놔뒀을 듯.
[graphic design 추천 계정]
@cargoworld
@grafikfeed
@neonlimemagazine
@radktt
@paper_press
패션/스타일링
style
유명 패션 브랜드부터 개인 인플루언서까지, 다양한 옷 스타일 이미지를 저장한 컬렉션. 런웨이 무대나 룩북 속의 착용 샷도 있고, 일반인들이 각자 일상 속에서 입은 모습이나 제품만 보이는 누끼 이미지도 있다. 최근 저장한 건 국내 스트릿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 공식 계정 @thisisneverthat 에 올라온 2022 봄 컬렉션 사진. 특히 레몬 컬러 스웨터와 오묘하게 염색된 팬츠 조합이 너무 예뻐 바로 저장했다.
[출처 : 봉태규 인스타그램]
개인적으로 국내 남자 연예인 중 가장 스타일리시하다고 생각하는 배우 봉태규. 또 어떤 옷들을 입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게시물들을 찾아보다 이 사진을 발견했다. 가죽 재킷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리던 내 눈에 들어온, 군더더기 없이 시크한 핏과 깔끔한 색 조합을 뽐낸 봉 배우님. 의심의 여지 없이 컬렉션에 모셨다.
[style 추천 계정]
@studionicholson
@warm_hugs_only
@nickwakeman
@stussy
@iammyq
이야기/문장/말
story
유쾌하거나 감동적이거나, 인상적인 이야기와 문장이 담긴 게시물을 저장하는 컬렉션. 분야와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내밀한 생각과 감정을 담은 시나 에세이, 사회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브랜드와 비즈니스 관련된 유용한 정보 등 다양하게 수집한다.
최근에는 감정사회학자 김신식 님의 계정 @shakshak01 에 올라온 게시물을 저장했다. 영화 <퍼스트 카우>를 언급하며 다정함에 대한 단상을 나눠주셨는데 곱씹으며 깊은 공감을 느꼈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중심의 소셜 플랫폼이지만 결국 그걸 전달하는 (포스팅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관점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 비주얼이 화려하거나 감각적이지 않아도 내용이 알차다면 기꺼이 저장하고 팔로우하는 이유다.
[출처 : 김해서 인스타그램]
나와 함께 콘텐츠 기획 일을 하고 있는 동료 김해서 에디터의 게시물. 솔직한 문장으로 옮기는 일상의 단상들이 매번 적지 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 글 역시 거창하고 허황한 이상만을 좇고 있지는 않나 마음이 많이 헛헛해진 시기에 깊은 위로를 받았던 글이다. ‘나도 나만 아는 소란과 평화의 가짓수를 늘려가야지’ 곱씹으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story 추천 계정]
@shakshak01
@jessoo
@edit.ohsunhee
@koejejej
@parcchanyong
제품/오브제
item
예쁘고 귀엽고 신기한 각종 제품과 오브제를 모아 둔 컬렉션. 가방이나 액세서리 같은 패션 아이템부터 컵과 식기 따위의 주방용품, 러그나 조명 같은 인테리어 소품까지 나름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최근에는 오더메이드 가방 브랜드 CDY 공식 계정 @cdybag 에서 본 가방 이미지를 저장했다. 기본 패브릭 재료에 주문자가 원하는 옵션을 넣어 가방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인데, 각 주문자의 요구사항과 실제 구현된 결과물을 함께 보여주는 포스팅이라 흥미로웠다.
[출처 : Stussy 공식 인스타그램]
이사 직후 한창 러그를 찾아다니다 스트리트 브랜드 Stussy의 게시물에서까지 러그를 발견했다. 가격도 배송 기간도 엄두가 안 나서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너무 차분하거나 재미없는 디자인 말고 세련되면서도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디자인을 찾던 내 눈에 무척 근사해 보였던 제품이다. 사진처럼 바닥에 깔아두지 않고 큰 벽면에 걸어도 공간 분위기가 확 바뀔 것 같다. 결국 나는 국내 이름 모를 패브릭 브랜드의 가성비 좋은 러그를 구매했다. 1년 넘게 만족하며 쓰고 있으니 그걸로 됐지.
[item 추천 계정]
@frame_rectangle
@select.mauer
@informalware_seoul
@cava.life
@shop.stack
화보
pictorial
독특하고 감각적인 비주얼의 패션 화보들을 담는 컬렉션. 인물과 풍경과 물건을 완전히 새롭게 보이도록 만드는 창의적인 시선과 펄떡거리는 에너지를 덩달아 느낄 수 있어 좋다. 보는 것만으로도 생경한 영감과 자극을 받는 것 같달까.
최근에는 패션 매거진 ‘데이즈드 코리아’ 공식 계정 @dazedkorea 에 올라온 머드 더 스튜던트의 화보를 저장했다. 빛과 옷과 표정과 몸짓 모두에서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사진 한 컷만으로 눈길을 붙들고 마음을 흔드는 화보들. 이 귀하고 멋진 것들을 돈 한 푼 안 내고 쉽게 만날 수 있다니 이 또한 인스타그램의 순기능일지도 모르겠다.
[출처 : 보그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배우 전도연을 기록한 보그 코리아의 화보 포스팅. 버질 아블로가 이끌었던 오프 화이트 2021 S/S 컬렉션을 만난 전도연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간 영화 속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강렬하고도 세련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당사자도 무척 만족했을 것 같은 결과물. 참고로 발렌시아가와 함께한 데이즈드 코리아의 화보도 상당히 멋있다. 전도연 배우님 화보 자주 찍어주세요.
[pictorial 추천 계정]
@dazedkorea
@es.consultancy
@jilsander
@nahidmd
@somewhere.global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