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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클래식, 라이카 M11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며칠 전에 라이카 M11의 출시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5년 만에 돌아온 M시리즈 신제품인 만큼 기존 라이카...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며칠 전에 라이카 M11의 출시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2022. 01. 18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며칠 전에 라이카 M11의 출시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5년 만에 돌아온 M시리즈 신제품인 만큼 기존 라이카 유저들의 격양된 ‘흥분(?)’이 느껴졌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일평생 라이카 카메라로 찍어본 사진 컷수가 10컷이 될까 말까 싶은 ‘라알못’이다. 카메라란 그저 초점이 나가지 않고, 초점이 빨리 잡히며, 변수가 적어야 한다고 믿는 효율충에게, 라이카는 너무나 콧대높은 카메라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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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M11의 자태는 영롱했다. 클래식하고, 우아하며, 간결하다. 게다가 허투루 만든 구석이 없는 견고한 만듦새는 어떻고.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조립되는 제품이 내뿜는 카리스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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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전시되어 있던 M11 실버 크롬 모델을 조심스럽게 손에 쥐어 봤다. 보기보다 묵직해서 놀랐다. “이거 꽤 무겁네요.”라고 하니 블랙 모델을 들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블랙 바디는 조금 더 캐주얼한 느낌, 한 손으로 들었을 때 손목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훨씬 가벼웠다. 알고보니 실버 크롬 모델은 황동을 사용하고, 블랙은 알루미늄이라 무게 차이가 20% 가량 나더라. 데일리 카메라로 쓰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경량 모델이 나왔다는 게 반가운 소식이겠다. 하지만 소재의 차이와 관계 없이 바디 가격은 1290만원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가볍다는 이유만으로 곧장 블랙 바디를 선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고민부터 하는 성격). 

자, 이제 M11의 달라진 면면을 확인해보자. 클래식한 외모에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진화를 꾀한 모습이다. 내가 막연히 생각하던 라이카의 이미지보다 훨씬 편의성을 많이 고려한 제품이라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이런 면이 기존 사용자들에게는 클래식의 파괴로 여겨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나도 써볼만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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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해상도가 무려 6,000만 화소로 업그레이드 되었을 뿐만 아니라 라이카 최초로 풀프레임 이면조사형 CMOS 센서를 탑재했다. 재미있는 건 이 고화소를 활용해 3중 해상도 기술을 적용했다는 것. DNG/JPEG 원본 파일을 각각 6,000만, 3,600만, 1800만 화소로 구분해서 저장할 수 있다. 촬영 환경, 후작업 여부 등에 따라 포토그래퍼가 선택해 촬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크롭과 보정 자유도가 높은 고화소 사진을 원한다면 6,000만 화소를 선택하고, 노이즈 억제력이나 최상의 연사 시간을 필요로 할때는 1,800만 화소를 선택하면 된다. 

최신 기술이 반영된 UV/IR 필터를 통해 색표현 범위와 색 재현력이 더 우수해졌으며, 플레어를 방지해준다고. 14비트의 색 심도는 세밀한 묘사를 담당하고, 최대 15스톱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통해 저조도 환경에서도 밝기의 차이를 민감하게 구분해서 이미지를 깊이 있게 담아낸다. 

©Shin Woong-jae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촬영된 결과물을 보자. 라이카 신제품 발표회 현장에서 신웅재 포토그래퍼가 M11으로 촬영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그 순간의 분위기와 디테일을 담을 수 있는 좋은 카메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by 효열 ©Shin Woong-jae

온갖 조명과 네온사인이 빛나는 익선동 골목에서도 치우치지 않은 컬러 밸런스를 맛볼 수 있다. 짜릿하다. 

by 효열 ©Shin Woong-jae

M11과 빈티지 렌즈와의 조합으로 촬영한 사진. 

m11_seoul_lores_11 ©Shin Woong-jae

개인적으로 라이카로 촬영한 흑백 사진을 좋아하는데, 색을 덜어낸 사진에서도 빛의 변화를 촘촘하게 캐치해내는 섬세한 계조가 아름답기 때문. 확실히 표현력이 다른 카메라다. (더 많은 사진은 신웅재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참고하시길)

이제 파격적으로(?) 개선된 편의성에 대해 알아보자. LCD 화질이 230만 화소로 더 선명해졌고, 상단 플레이트에 fn 버튼이 추가되어 사용자 입맛에 맞게 설정할 수 있는 자유도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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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보기엔 너무 당연한 스펙이지만 USB-C 포트가 적용되었다는 것도 환영받는 소식. 더불어 하판 플레이트가 없어졌기 때문에 더 편리한 조작이 가능해졌다. (사실은 굳이 하판을 열어야 SD 카드와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었던 기존 구조가 나에겐 너무 충격적이었지만… 필름 카메라 특유의 조작성을 가져온거라던데…) 라이카 M10과 비교했을 때 USB-C 포트를 쉽게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 SD 카드나 배터리를 빠르게 교체할 수 있는 편한 구조가 된 셈이다. 여기에 UHS-II SD 카드 슬롯 외에도 64GB 용량의 내장 스토리지를 추가해, SD 카드와 동시에 이미지를 저장하도록 업그레이드 했다. 배터리 용량은 1,800mAh로 이전보다 64% 가량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 작동의 효율성을 높여서 사용 시간을 크게 개선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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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기기와의 연결성을 강조한 부분도 흥미롭다. 기본 제공되는 라이카 FOTOS 케이블은 애플 MFi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애플 기기에 직접 연결할 수 있다. Leica FOTOS 앱을 통해 무선 펌웨어 업데이트는 물론 사진 편집과 업로드도 가능해진다.

여기까지만 들어봐도 기존에 ‘라이카 스타일’이라는 미명 하에 약간은 수고스럽고, 접근성이 떨어졌던 요소들을 과감하게 개선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현대적인 M시리즈가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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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를 누르기 전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간편하고 쉬워졌던 간에, 결과물의 감성은 변하지 않은 게 확실하다. 날카롭고, 섬세하면서도 사진을 찍는 순간의 공기 입자까지 포착하는 것 같은 표현력은 여전하다. 라이카 M11으로 촬영한 사진을 몇 장 덧붙인다. 이 매력적인 카메라를 탐내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KakaoTalk_Photo_2022-01-18-17-24-03 003 ©Hyunseok Hans OH
KakaoTalk_Photo_2022-01-18-17-24-03 002 ©Hyunseok Hans OH
KakaoTalk_Photo_2022-01-18-17-24-03 001 ©Hyunseok Hans OH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