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음악평론가 차우진이다. 디어유가 상장했다. 디어유는 아티스트와 팬이 1:1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을 주는 ‘버블’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나도 버블 유저다. 에스파의 윈터를 팔로우하고 있다. 그런데 ‘1:1 대화 같은 느낌’이라니? 실제로는 아티스트와 팬들의 1:n 대화지만, 채팅 창에는 윈터와 나만 보이기 때문에 1:1 대화 같다는 얘기다. 아쉽지 않냐고? 설마. 이 아저씨는 그저 윈터의 혼잣말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사진도 많이 올려준다고…
[편집자주: 실제 대화를 외부로 유출하면 법적 처벌을 질 수 있기 때문에 공식 이미지를 가져왔다]
아무튼 이 서비스는 올 초부터 하이브의 위버스와 함께 팬덤 기반 비즈니스의 대표 서비스로 언급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100% 자회사인 에스엠스튜디오가 최대 주주로 있고, 지난 6월에는 JYP엔터테인먼트가 2대 주주로 합류했다. 사실상 SM과 JYP 엔터테인먼트의 회사라고 이해할 수 있다.
덕분에 코스닥이 뜨겁다. 일반 공모 청약으로만 17조원의 증거금을 끌어모았고 62만 6121건이 참여하면서 경쟁률은 1598.15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2만 6,000원이다. JYP와 투자사들은 올해 초에 주당 5,000원으로 디어유에 투자했다. 1년도 되지 않아 수백억 원대의 평가 이익을 얻게 되었다. 당연히, 상장 후 디어유의 주가 뿐 아니라 SM과 JYP 엔터테인먼트의 주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팬덤은 왜 중요해질까?
핵심은 ‘팬덤’이다. 나 같은 아저씨들도 디어유에 가입하는 걸 보면 말 다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팬덤이 주목받은 건 최근의 일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프로듀스 101> 시즌2의 결과인 워너원 이전까지 덕질은 타인에게 숨겨야 할 취향(‘일코’를 기억하시는지? ‘일반인 코스프레’의 줄임말로 덕후들이 학교나 직장에서 일반인처럼 하고 다니는 걸 일컬었다)이거나 ‘아이돌에 빠진 10대 소녀들의 일탈’ 정도로 이해되었다.
[채팅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기능도 있다]
하지만 강다니엘이 이걸 싹 바꿨다. <프로듀스 101>은 시청자와 팬을 ‘국민 프로듀서님’이라고 불렀고, 강다니엘의 팬덤에는 3~40대 여성들도 포함되었다. 그래서 강다니엘은 한국에서 팬 문화의 분기점을 만들었다. 곧이어 ‘아미’도 등장했다. 심지어 아미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확산되었다. 바야흐로 팬덤은 팬 정체성과 덕질에 대한 세계적인 편견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과 2021년, 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도 팬 문화와 덕질에 대한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모두가 팬을 원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면 본질적으로 이런 질문이 생긴다. 팬덤은 왜 중요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 관점은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수렴된다. 두 개의 전제가 필요하다. 하나는 저성장 시대, 또 하나는 불확실성이다. 알다시피 2010년대 이후 전세계는 저성장 시대로 진입했다. 새로운 시장을 찾을 필요가 생겼다. 음악을 기준으로 보면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가 신흥 시장이다. 특히 아시아는 매우 빨리 성장하는 시장이다. 그런데 엔터테인먼트는 자고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산업이다. 누가 단번에 스타가 되고 누가 순식간에 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새롭게 등장하는 시장을 안전하게 장악할 방법이 필요했다. 거참 너무 욕심이 과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만 어차피 대자본은 욕심밖에 없다.
이 두 가지 어려움을 해소하는 게 팬덤이다. 특히 케이팝의 팬덤이다. 케이팝 팬덤은 음반이 망한 시대에도 유일하게 수백, 수 천만장의 앨범을 판매한다. 오프라인 콘서트가 망한 시절에도 온라인 콘서트를 성사시킨다. 잠깐, 그런데 이것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이때 필요한 게 기술이다. 테.크.놀.로.지.가 저성장 시대의 예측 불가능성을 상쇄시킨다. 2021년을 기준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기술적 요인이 매우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테크놀로지가 답이다
디어유의 버블은 표면적으로는 팬덤 서비스지만, 실제로는 데이터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다. 버블은 팀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로 팔로우할 수 있다. 요금도 각각 다르다. 교묘한 수익 모델이지만 동시에 사용자 데이터가 쌓인다. 팬의 접속 시간, 사용 시간, 대화 패턴, 행동 패턴 등이 모두 수집된다. 기업들은 팬들을 직접 만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스마트 스토어를 하나 가진 것처럼 핵심 고객들을 직접 만나고 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이벤트부터 마케팅, 콘서트에 이르기까지 직접 기획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약진이 단지 팬덤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요인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핵심은 테크놀로지다. 네이버가 하이브와 손을 잡고, 하이브가 두나무(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와 손을 잡고, 뿐만 아니라 워너뮤직이 로블록스(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와 손을 잡고, 유니버설뮤직그룹이 하이브와 오디션을 준비하고, 나아가 스포티파이가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고, 유튜브가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만드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하나로 연결된다. 테크놀로지가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바꾼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던 산업을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자, 그러면 디어유 버블에 투자할 만 할까?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니 원금 손실에 유의하시고, 다만 테크놀로지가 바꾸는 세상의 변화에 꾸준하게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 (까탈로그만큼 티엠아이 에프엠 뉴스레터도 괜찮다던데…) 무운을 빈다.
About Author
차우진
음악/콘텐츠 산업에 대한 뉴스레터 '차우진의 TMI.FM'을 발행하고 있다. 팬덤에 대한 책 [마음의 비즈니스], 티빙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을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