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B다. 이사한 후부터 꾸준히 가난해지는 중이다. 통장 잔액이 삼성전자 주가마냥 우하향을 그리고 있다. 새 집으로 이사간 핑계로 주말마다 가구를 쇼핑한 결과다. 소파를 사고, 책상을 사고, 수납장을 사고 의자를 샀다. 금요일 밤에 ‘이게 과연 필요할까?’ 고민을 하다가, 일요일 밤에 결제하는 과정을 4주째 반복하고 있다. 이왕 과소비한 거 콘텐츠로 만들자 싶어서 인테리어 소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랜선 집들이라고 생각하자.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이다. 적극 추천하고 싶은 인테리어 소품만 골랐다.
[1]
피규어
서커스보이밴드 피규어
요즘엔 스마트폰 케이스, 에어팟 케이스, 볼펜, 스티커 등 작고 귀여운 것들을 직접 디자인해서 파는 브랜드가 많다. 우리는 이런 브랜드를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멋있는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서커스 보이 밴드(이하 ‘CBB’) 역시 디자인 스튜디오다. 귀엽다는 이유로 지갑을 열게 되는 아이템이 CBB에 가득하다. 역시 귀여운 게 최고다. 그중 베스트셀러는 바로 이 피규어.
CBB 피규어는 그 종류만 수십 개가 되지만, 순진무구한 얼굴을 한 저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내가 구매한 제품은 flamingo, Horangi-white라는 제품으로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가격은 개당 2만 2,800원. 현재 공식 스토어에서는 품절이지만 번개장터를 이용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호랑이 배가 볼록 나온 게 인간미 있고 귀엽다. 좋은 말은 여기까지.
CBB 피규어를 좋아하지만, 판매 정책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 CBB는 몇몇 인기 제품을 ‘블라인드 시리즈’로 판매한다. 블라인드 시리즈란, 쉽게 말해 랜덤 박스다. 예를 들어, Theater blind series를 구매하면 시리즈에 포함된 11종에 하나를 갖게 되는데, 박스를 오픈하기 전까지 피규어의 정체를 모른다. 내가 원하는 피규어를 갖기 위해 몇 번의 구매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같은 피규어가 연속해서 나올 가능성? 당연히 있다. 비인기 제품 재고를 해소할 수 있는 이런 방식이 판매자에게는 좋지만, 소비자에게는 좋지 않다.
CBB는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시리즈 전체 묶음 상품’을 준비해두었다. 그러니까 A피규어를 확실히 갖기 위해서는 A부터 Z까지가 포함된 패키지를 사야 하는 셈이다. 딱 하나의 피규어만 필요한 사람에겐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피규어는 귀엽지만 판매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나처럼 한정판 피규어만 구매하는 거다. 한정판 피규어는 단품으로 판매하니, 마우스 클릭만 빨리하면 충분히 구매할 수 있다. 제품 정보는 [여기].
[2]
인센스 홀더
기주얼리 산예 인센스 홀더
이 제품은 국립박물관 문화상품샵에서 처음 봤다. 사자 얼굴을 한 황동 인센스 꽂이를 보고 첫눈에 반해 까탈로그에 소개하기도 했다. 당장 사고 싶었지만, 가격이 걸렸다. 국립박물관 문화상품샵에 등록된 가격은 12만 원이다. 아무리 유니크한 디자인의 황동 인센스 홀더라지만, 12만 원?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공식스토어에서는 나무 받침을 제외하고 구매하는 옵션이 있었다. 가격은 9만 5,000원. 그래서 그 가격에 구매했다(지금은 그 옵션이 사라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다).
산예는 사자를 뜻한다. 사자의 존재는 삼국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하지만 사자는 한반도에 사는 동물이 아니었으니 실물을 본 사람들은 굉장히 드물었을 거다. 덕분에 신비한 동물로 여겨졌다. 악귀나 사악한 기운을 잡아먹는 정의로운 짐승처럼 주로 좋은 쪽이었다. 기주얼리에서 사자를 인센스 홀더 디자인으로 사용한 이유 역시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역시 사악한 기운을 막기 위해 창가에 두었다.
황동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변색될 가능성이 있다. 자연스러운 변색 또한 멋이지만, 그 모습이 싫다면 흐물흐물한 수세미로 가볍게 문질러주면 된다.
입 지름은 2.5mm, 깊이는 16mm. 선향과 죽향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두꺼운 인센스를 꽂았을 때 스틱이 부러져서 홀더에 끼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구멍 반대편이 뚫려있지 않은 홀더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구매 링크는 [여기].
[3]
포스터
마이페이보릿 시네마스토어
마이페이보릿 시네마스토어는 군산에 있는 영화 관련 편집샵이다. 주인장은 ‘영화와 관련된 좋아하는 것들을 판매합니다’라고 가게를 소개한다. 가게 이름이 마이페이보릿인 이유다. 하지만 판매 중인 상품을 조금만 둘러보면 알게 될 거다. 주인장의 취향이 곧 내 취향, 영화 덕후들의 취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나는 영화와 관련된 소품들로 집안을 가득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이사를 마치고 바로 주문한 소품도 영화 포스터들이었다. 처음 계획은 인생 영화 베스트5의 포스터를 사는 거였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 <비포 선셋>을 제외하고는 재고가 없어서 포기했다.
참고로 네이버에서 영화 포스터를 검색하면 마이페이보릿 외에도 포스터를 파는 스토어를 많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곳을 추천하지 않는다. 아무리 해상도가 좋다고 말해도 정식 라이선스 포스터보다 좋을 수는 없고, 종이 재질이 저광택이라고 해도 반사가 되는 재질이라 빈티지한 느낌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식 라이선스 제품인지, 저작권을 침해한 불법 제품인지 알기가 힘들다.
마이페이보릿 스토어에서 파는 모든 제품은 정식 수입 및 라이센스 제품이다. 추가 금액을 내고 액자와 함께 주문할 수도 있어서 좋다. 빛 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액자 없이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미니 포스터의 가격은 만 원, 대형 포스터는 1만 5,000원이다. 미니 포스터의 액자 가격은 1만 5,000원이지만, 대형 포스터의 경우 액자 가격이 4만 6,000원이라 여러 개 구매하면 돈이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이건 사이즈 비교를 위해 찍은 사진인데, <귀를 기울이면>, <리틀 미스 선샤인>은 대형 포스터, <친절한 금자씨>는 미니 포스터다. 자세한 제품 크기는 상세 페이지에 기재되어 있으니 반드시 실측 후 구매하길 바란다. 대형포스터의 사이즈가 생각보다 커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나는 총 9개의 포스터를 구매했는데, 허전한 벽을 가리는 데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마이페이보릿에서 원하는 포스터를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나는 <달콤한 인생>,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봄날은 간다>를 사고 싶었는데, 재고가 없거나 아예 제품 리스트에 없었다. 언제 입고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포스터를 만날 수도 있다. <리틀 미스 선샤인>, <귀를 기울이면>, <아멜리에>는 후보에 없었다. 하지만 포스터가 주는 아름다운 분위기에 이끌려 구매 버튼을 눌렀다. 이런 우연한 만남이 바로 영화 같은 만남이 아닐까. 포스터에 둘러쌓여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행복이 따로 없다. 역시 ‘인생은 아름다워’. 구매 링크는 [여기].
[4]
그림
핀즐 12 Limited Edition
핀즐은 그림을 판매하는 서비스다. 핀즐이 그림을 파는 방식은 다양하다. 정기 구독으로 그림을 대여해주기도 하고, 시리얼 넘버가 들어간 한정판을 판매하기도 한다. 내가 구매한 작품은 한정판 작품이다.
내가 구매한 작품이 원화가 아님에도 한정판인 이유는 핀즐과 작가가 단 12점만 판매하기로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작품을 구매하면 시리얼 넘버가 적힌 인증서를 함께 받을 수 있다. 내가 구매한 작품은 6번째 작품이었다.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이 작품을 가진 사람이 아직은 6명밖에 없다는 거겠지? 가격은 20만 원이다.
이 작품의 이름은 <YTN Seoul Tower>,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작가 쿤 폴의 작품이다. 아크릴 글라스로 압축 코팅되었고 프레임이 없어서 어디서나 잘 어울린다.
이건 코타로 마치야마의 <Easy-going>이라는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은 집들이 선물로 받았고, 퀄리티가 만족스러워서 위에서 소개한 <YTN Seoul tower>까지 구매하게 된 것이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어떤 집들이 선물을 골라야 할지 모를 때 이런 그림 선물이 괜찮을 것 같다. 작품의 이름과 의미를 신중히 골라서 마음을 담아 친구에게 주는 거다. 참고로 <Easy-going>의 원화는 한화로 약 644만 원에 판매되었다고 한다. 구매 링크는 [여기].
[5]
조명
앤드래디션 플라워팟 VP9
이사를 하고 가장 처음 주문한 조명은 이케아 헥토그람이었다. 상향식 조명으로 거실 전체를 밝히는 용도의 조명이다. 거실용 조명을 사고 나니 침실용 조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은은한 빛을 내는 테이블 조명이 딱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구매한 것이 앤트래디션(&Traditon)의 플라워팟 VP9이다.
VP9는 덴마크 출신의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이 1969년 디자인한 제품이다. 그는 ‘색채는 형태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을 만큼 색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그가 디자인한 것 제품엔 다양한 색이 활용되었다. VP9 역시 다양한 컬러가 많고 나는 베이지 레드로 선택했다. 인디언 핑크와 비슷한 느낌이다.
VP9보다 사이즈가 더 큰 VP3도 있는데(더 큰 사이즈가 숫자가 작아서 매번 헷갈린다), 그 제품은 유선 모델이기 때문에 VP3를 추천한다. 조명이 무선인 게 무슨 장점이 될까 싶지만, 막상 쓰다 보면 여기저기 옮길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빛이 아래로 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큰 공간을 밝히는 데는 적절하지 않다. 나 같은 경우엔 영화감상실 간접 조명으로 쓰고 있다. 영화 감상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빛을 공간에 퍼뜨려준다.
조작 방식은 간단하다. 조명 갓 꼭대기에 있는 터치식 버튼을 누르면 밝기가 3단계로 조절되고, 충전 단자는 제품 하단에 숨어 있다. 충전 단자가 마이크로 USB인 점은 아쉽다. 가격은 28만 원으로, 구매 링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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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