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오픈한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에 에디터H를 초대하고 싶어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외출도 조심스러운 시대에 아트갤러리 초대라니. 첫 마디를 듣자마자 뭐라고 거절해야 하나 진땀이 났다. 제가 요즘 집콕 중이라서요…, 하고 말끝을 흐리며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는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아니에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온택트 전시에요!”
역시, 사람은 성격이 급하면 안 된다. 기꺼운 마음으로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갔던 게 언제인가. 비대면 트렌드 속에서 온라인 전시밖에 즐길 수 없는 상황이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전해 받은 URL을 통해 아트갤러리에 입장했다. ‘시그니처관 입장하기’를 클릭하자 모니터 가득히 진짜 갤러리가 펼쳐졌다. 온라인이라고 해서 이미지나 영상 몇 개 띄워두고 구경하는 걸 상상했는데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서글픈 마음은 쏙 들어갔다. 실제 갤러리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두었다.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360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은 현실적인 동시에 비현실적이었다. 여기에 디지털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편리함과 영상, 소리, 비주얼을 모두 결합한 경험마저 인상적이었다.
사실 LG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화면으로 구현된 ‘아트갤러리’를 오픈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갤러리 설계 디자인은 국내 유명 건축가인 홍익대학교 유현준 교수가 맡았다. 시그니처라는 브랜드의 철학이 ‘가전의 본질에 집중한다’는 것인데, 이번에 오픈한 아트 갤러리 역시 건축의 본질인 공간에 집중해서 최소한의 곡선과 직선의 구조, 절제의 미학을 담아서 설계했다고. 말로만 설명을 들으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비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도 아름답다. 물리적인 제약이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건축가의 모든 상상력과 감각이 더욱 정교하게 구현될 수 있었으리라. 내가 이토록 극찬하는 이유는 여러분도 직접 경험해보시면 바로 공감하시리라. 지금부터 세상에 없던 아트플랫폼,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 체험기를 시작한다.
먼저 시그니처관은 4개의 각기 다른 제품에서 영감을 받아 다른 테마로 전개된다. 감상에 큰 차이는 없지만, 되도록 셀프관람 모드를 이용해 자유롭게 재미를 느껴보시길. 헤드폰을 끼고 도슨트의 차분한 목소리를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정말 그 공간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니까.
먼저 별빛이 가득 수놓은 공간인 ‘LG 시그니처 냉장고 존’이다. 별빛이 냉장고 표면에 반사되어 아름답다. 공간이 주는 압도감이라는 게 있는데, 정말 현실의 공간에서는 좀처럼 연출하기 쉽지 않은 광경이다. 아트 퍼포먼스를 시작하면 완전 다른 공간으로 변모한다. 화면 가득하던 LG 시그니처 냉장고의 디자인을 형상화한 큐브 형태로 변하는데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하나하나의 전시가 임팩트 있고 길지 않기 때문에 금세 다음 존으로 이동할 시간이 된다.
▶ 세탁기존 관람하기
다음은 ‘LG 시그니처 세탁기 존’이다. 세탁기 한 대를 가지고 공간을 이렇게 꾸밀 수 있다니. 거대한 돔 형태의 수족관 안에 내가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물결이 움직이는 모습과 바닥에 물결이 반사되는 동작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놓았으니 부지런히 스크롤을 움직여 360도 화면을 모두 감상해보자. 아트 퍼포먼스를 클릭하면 물 밑에서 컬러풀한 꽃들이 피어오른다. 이건 패브릭을 형상화한 것. 넋 놓고 구경하다 꽃이 만개하면 다음 존으로 이동할 시간이다.
▶ TV존 관람하기
세 번째로 감상하게 되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제품이기 때문인지, 가상 공간이지만 롤러블 TV가 11대나 전시되어 있는 게 얼마나 신기하던지. 붉은 석양이 타오르는 TV 화면이 하나하나 말려 들어 가고 나면, 오로라가 밤하늘을 감싼다. 아트 퍼포먼스는 정말 기획이 완벽했다. TV 뒤로 파도처럼 물결이 출렁이면서 그 움직임에 따라 TV 화면이 오르내린다. TV가 아니라 작품이로구나. 이건 말로 해서는 설명할 수가 없으니 꼭, 구경해보시길. 난 다섯 번이나 반복해서 봤다.
▶ 에어컨존 관람하기
시그니처관의 마지막은 ‘LG 시그니처 에어컨 존’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원형의 드넓은 공간이 나온다. 에어컨의 동심원을 표현한 공간이라고. 여기서도 공간을 활용한 아트 퍼포먼스가 돋보이는데, 전시관의 원형 천정이 서서히 열리며 바깥 바람과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을 표현한다. 이때 천장을 올려다보면 푸른 하늘과 전시장 바깥의 나무들이 바람을 맞아 흔들리는 모습까지 감상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길지 않지만, 남긴 인상은 강렬하고 길었다. 가전제품을 이런 식으로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고, 오프라인의 경험을 온라인에서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 시그니처 갤러리답게 집에서도 예술작품들을 품격 있게 즐길 수 있다.
▶ 김환기 특별전 입장하기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공간은 ‘기획 전시관’이다. 앞으로도 이 공간에서 국내외 작가들의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 전시가 주기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첫 번째 전시로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라 불리는 고(故) 김환기 화백의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다. 작품 10점과 함께 뉴욕 아틀리에를 재현한 숨은 가상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솔직히 온라인 전시라고 얕봤던 마음이 민망할 만큼 훌륭한 전시였다. 좁은 입구를 사이를 미끄러지듯 움직여 입장하면 조용하고 아름다운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유럽 유명 갤러리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근사한 공간이다. 천장에는 빛이 들어올 수 있는 틈을 마련해 비스듬히 햇살이 조명처럼 떨어지는데, 작품 감상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각각의 작품 앞을 클릭하면 마치 액자 앞에 바로 서 있는 것 같은 뷰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의 터치 하나하나가 엿보이도록 확대해서 감상할 수도 있고, 도슨트의 음성을 듣거나, 자막까지 준비된 영상을 바로 플레이할 수도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수어 도슨트까지 따로 준비한 디테일이다.
작품 하나하나의 설명을 들으면서 모처럼의 문화생활을 만끽했다. 이건 여러분 모두 꼭, 꼭 보셔야 한다. 이 정도 퀄리티의 전시를 입장료도 없이, 인파에 시달릴 필요도 없이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사치스러울 정도다.
뭐든 심드렁하게 반응하는 에디터M 조차 온라인 전시관을 둘러보더니 “어머, 나 소름 돋았어”라고 반응했을 정도. LG전자가 정말 타이밍 좋게 세련된 기획을 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언택트 시대에 집콕에 질려가는 여러분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온라인 전시가 얼마나 좋길래? 궁금해진 분들을 위해 짧은 영상도 준비했다.
LG 시그니처 갤러리에서는 오는 1월 17일까지 디지털 방문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고 하니 이것도 꼭 응모해보시길. SNS에 인증한 사람 중 추첨을 통해 상품을 준다더라. 1등이 트롬 스타일러라 나도 응모해볼까 싶었지만, 우리 독자분들을 위해 사심을 거두기로 했다. 자세한 이벤트 방법은 ‘여기’에 안내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LG전자 아트갤러리가 궁금해졌다면 ‘여기’를 클릭해서 구경가시길. 아주 잠깐이라도 둘러보자. 놓치면 후회할 경험이다. 온라인에서의 경험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비대면 시대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말이다. ‘가전, 작품이 되다’라는 LG 시그니처의 메시지를 엿볼 수 있었다. 정말 가전이 곧 작품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글은 LG전자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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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