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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을 담아 맥북을 만들었어요

올가을엔 애플 때문에 잠 설치는 일이 많네요. 겨울 코트를 꺼냈으니 겨울이라고 해야 할까요. 애플이 9월, 10월 이벤트에 이어 11월 이벤트를...
올가을엔 애플 때문에 잠 설치는 일이 많네요. 겨울 코트를 꺼냈으니 겨울이라고 해야…

2020. 11. 11

올가을엔 애플 때문에 잠 설치는 일이 많네요. 겨울 코트를 꺼냈으니 겨울이라고 해야 할까요. 애플이 9월, 10월 이벤트에 이어 11월 이벤트를 열고 새로운 맥 라인업을 발표했습니다. 신제품은 13인치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 맥 미니입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별다른 감흥이 없죠. 애플이 우리한테 수금할 때가 되어서 신제품 내러 왔다는데 뭐가 새롭겠습니까. 늘상 있는 일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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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One more Thing…” 여기 완전히 새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애플이 Mac용으로 직접 설계한 최초의 칩인 M1을 탑재했다는 사실이죠. 여태까지 애플은 컴퓨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칩셋에 항상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해왔습니다. 오랜 협업을 유지해왔지만, 외주는 역시 입맛에 맞지 않았던 걸까요. 몇 차례 인텔에 맞추느라 제품 출시 일정이 미뤄졌던 것이 문제였을까요. 애플은 결심합니다. “이제 이것도 내 맘에 쏙 들게 내가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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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탄생한 M1 칩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자그마한 칩 하나에 CPU, GPU, 뉴럴 엔진 등 수많은 요소가 통합돼 있는 시스템 온 칩(SoC) 형태입니다. 크기가 더 커진 것도 아닌데, 애플이 여태까지 만든 칩 중 최고인 16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돼 있습니다. 공간을 아주 알차게 쓴다는 뜻이죠. 어떻게 이런 게 가능했냐면, M1이 데스크톱 PC 프로세서로는 최초로 5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칩 안에 많은 트랜지스터가 들어갈 수 있고, 트랜지스터가 많을수록 성능 향상에 유리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집니다. 애플의 모바일 칩셋인 A14 바이오닉 역시 5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 적이 있지만, PC에도 적용되는 건 또 새로운 이야기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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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은 4개의 고성능 코어와 4개의 고효율 코어로 구성된 8코어 CPU를 탑재했습니다. 애플에 따르면 고성능 코어는 저전력 프로세서 중에서는 세계 최고의 CPU 속도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고효율 코어는 고성능 코어의 1/10 수준의 전력으로도 구동된다고 합니다. 현세대 듀얼코어 맥북 에어와 유사한 성능이지만 실제 소모하는 전력은 훨씬 낮다는 게 포인트죠. 이메일 확인이나 웹 브라우징처럼 가벼운 작업을 할 때는 효율성을 택해서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빡센(!) 작업을 할 땐 8코어를 사용해서 연산 능력을 끌어올리는 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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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M1을 탑재한 신제품에서 배터리 시간이 얼마나 가는지 확인해 볼까요? 신형 13인치 맥북 에어는 맥북 에어 사상 가장 긴 배터리인 최대 18시간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새로운 13인치 맥북 프로는 최대 20시간 동안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배터리라고 하네요. 이전 세대 맥북 프로보다 2배가량 긴 시간임은 물론, 역대 Mac 라인업에서 가장 긴 배터리 시간입니다. 맥북 프로를 오래 사용한 입장에서 항상 어댑터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었는데 기쁘기 그지없네요. 물론 애플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시간은 스펙상의 숫자일 뿐,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이보다 짧아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배터리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져가려고 했다면, M1 칩의 전력 효율에만 기대지 말고 실제 용량도 늘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전 세대의 맥북 에어나 맥북 프로의 동급 제품과 똑같은 배터리를 탑재했는데, 배터리 용량이 조금만 늘어났어도 역대급 제품이 나왔을지도 모르니까요. 제품 내부 설계 사정을 제가 100% 이해할 순 없지만 애플은 항상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덴 참 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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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세대와 비교해서 성능이 어떻게 좋아졌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맥북 에어는 애플 제품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Mac입니다. 판매량이 많다는 뜻이죠.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13인치 노트북의 자리를 꿰차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맥북 에어에 M1 칩을 탑재했다는 건 과감한 승부수입니다. 8코어 CPU를 이용해 이전 세대보다 최대 3.5배 빠른 성능을 제공합니다. 대용량 이미지를 미리 보거나, 대용량 파일을 가져오는 속도 자체도 더 빨라졌고요. 애플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파이널 컷 프로에서 프레임 누락 없이 최고 화질의 4K ProRes 동영상의 여러 스트림을 재생하거나 편집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라이트룸 같은 사진 편집 프로그램에서 결과물을 내보내는 속도도 2배 가량 빨라졌구요. 팬리스 디자인을 통해 어떤 작업을 하던 비행기 이륙 소리 없이 작업할 수 있다고 하네요. 가격은 8GB 메모리, 256GB SSD 모델이 129만 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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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맥북 프로 13인치 제품은 어떨까요? 프로 라인업인 만큼 본래 인텔 기반의 제품도 상당한 성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비교했을 때의 결과가 더 궁금했습니다. 신제품은 맥북 프로의 새로운 프로세서에 액티브 쿨링 시스템을 더해 최대 2.8배 빨라진 성능을 제공합니다. 8코어 GPU는 최대 5배 더 빨라서, 그래픽이 많은 게임이나 디자인 작업에서 유리합니다. 머신 러닝 속도가 최대 11배 빨라진 것도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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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맥북 프로 13인치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향상된 스튜디오 품질의 마이크, M1 칩에 탑재된 최신 카메라 ISP를 이용해 동영상 통화 시 암부의 디테일이 더 또렷해진 점이 있습니다. USB4를 지원하는 두 개의 썬더볼트 포트를 이용해 6K의 프로 디스플레이 XDR에 연결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썬더볼트 하나로 최대 40Gb/s로 데이터를 연결하거나 데이터 전송, 충전, 화면 출력까지 가능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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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또 여기서 의아한 것 하나는 M1을 탑재한 신형 맥북 프로는 썬더볼트 포트가 2개인 옵션밖에 없다는 거죠. 포트 4개인 모델을 선택하고 싶다면 결국 아직 함께 판매 중인 인텔 탑재 모델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가격 면에서 메리트를 주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 같지만, 4포트 모델이 아예 제외되었다는 건 신제품의 많은 업그레이드를 상쇄하는 결정인 거죠. 가격은 8GB 메모리, 256GB SSD 모델이 169만 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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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맥 미니도 새롭게 출시되었습니다. M1과 새로운 Big Sur를 통해 초소형 데스크톱이 할 수 있는 일이 대대적으로 바뀌게 되었어요. 이전 세대 대비 최대 3배 빨라진 CPU는 물론, 6K 해상도의 프로 디스플레이 XDR을 포함한 최대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지원합니다. Wi-Fi 6를 지원해서 더 빠른 무선 성능을 갖췄고요. 가격은 이전 세대 쿼드 코어 모델보다 낮은 89만 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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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이번엔 맥북 프로보다 맥북 에어에 마음이 가네요. 가벼운 제품이 하나쯤 갖고 싶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요. 4년 쓴 저의 13인치 맥북 프로가 수명을 다한(…) 직후이기도 하고요. 두 제품의 실질적인 성능 차이도 궁금해지네요. 1세대는 거르라고 하던데, 그게 사실일지 기회가 되면 확인해보고 오겠습니다. 애플과 애플의 야심찬 M1 칩에 대한 소식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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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