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매일 청소하는 사람 에디터M이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몇 달 전 나는 독립을 했다. 전세 계약서에 찍은 새빨간 인주가 아직 마르기도 전에 나는 머릿속으로 쇼핑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몸만 달랑 나와 새로 시작하는 독립이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사야 할 것뿐이다. 수많은 리스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무선 청소기였다.
[사진만으로도 스트레스 받는 아찔한 순간]
청소에 대한 나의 철학은 확실하다. 청소는 방학 숙제가 아니다. 몰아서 하지 말 것. 나에겐 더러운 먼지가 보일 때마다, 맨발에 닿는 마루의 느낌이 다를 다를 때마다,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 박스를 꺼내 정리하고 나서 돌릴 수 있는 청소기가 필요한걸. 청소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선 청소기가 필요하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 하지만 오히려 청소를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좋은 무선 청소기가 필요하다. 좋은 물건은 삶의 질을 올리고 생활 방식도 바꾼다.
그렇다면 어떤 무선 청소기를 사야 할까? 사실 이미 내 마음속에 답은 있었다. 다이슨이었다. 예전에 다이슨 V11 리뷰를 하고 난 뒤 나에게 다이슨 청소기는 어떤 기준이 되었으니까.
오늘 소개할 제품은 얼마 전 출시한 다이슨의 따끈따끈한 신제품 옴니-글라이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왜 조금 더 일찍 나오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헤드, 작은 크기, 합리적인 가격까지 혼자 사는 내게 맞춘 것처럼 완벽한 제품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몇 주간 쉬지 않고 이 새로운 청소기를 사용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번 제품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이기 때문에 가격을 먼저 언급하겠다. 다이슨 옴니-글라이드™의 가격은 5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여기까지 읽고 다들 깜짝 놀랐겠지. 사람들이 다이슨의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라고 우스갯소리 하던 것도 이제 다 옛날이다. 하지만 여러분 아직 놀라긴 이르다.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이 달라졌으니까.
박스 크기를 보고 조금 멍했다. 이 안에 정말 다이슨 청소기가 들어있다고? 기존 다이슨 청소기 박스 사이즈의 반이 조금 넘는 사이즈였으니까. 그런데 맞다.
[왼쪽: 다이슨 V11™ / 오른쪽: 다이슨 옴니-글라이드™]
일단 작고 가벼워졌다. 쉬운 비교를 위해 사무실에 있던 V11™과 나란히 사진을 찍어봤다. 가격, 무게, 크기 여러모로 화끈한 다이어트를 한 셈이다. 내가 처음 독립할 때 망설였던 많은 부분이 해결된 느낌이다. 조금만 일찍 나왔다면… 자꾸만 아쉬운 마음이 비집고 올라온다.
다음으로 달라진 것은 손잡이다. 이번 제품은 제임스 다이슨이 크리스마스에 빗자루로 청소를 하다 떠올린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손잡이가 정말 빗자루처럼 생겼다. 잡는 방식에 어떤 고민도 망설임도 없다. 그냥 아무렇게나 움켜쥐면 된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청소기를 잡아도 혹은 그 반대 상황이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다이슨이 오랜 시간 고집해왔던 전원을 켜는 방식도 달라졌다. 사용하는 내내 스위치를 누르고 있어야 하는 ‘홀드 앤 건’ 대신 전원 버튼이 생겼다. 이제 버튼을 눌러 전원을 켜고 왼손 오른손 양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청소를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변화는 청소를 마음먹었을 때의 심리적인 장벽을 낮춰준다. 청소를 하고 싶다면, 다이슨을 가볍게 들고 전원 버튼만 누른 뒤 청소기를 돌려준다. 쉽고 간단하며 직관적이다. 한 손으로 청소를 하면서 남는 손으로 테이블 위를 정리할 수도 있고, 양손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니 손목에 무리도 덜하다. 나처럼 청소는 더러운 것이 보일 때마다 자주 돌려야 한다고 믿는 사람에겐 더없이 좋고, 어쩌면 집에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세컨드 청소기를 찾는 사람에게도 더할 나위 없겠다.
옴니-글라이드™는 내 집 방바닥을 마치 자기부상 열차처럼 미끄러지며 굴러간다. 왜지? 바로 헤드 때문이었다. 완전히 달라진 전 방향 플러피 헤드™는 하나의 헤드에 두 개의 롤러가 맞붙어 있는 모양이다. 모터로 구동되는 두 개의 롤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한 톨의 먼지도 놓치지 않는다.
앞, 뒤, 옆 360도 방향으로 마치 자기부상열차처럼 미끄러지는 헤드 덕분에 방향도 사각지대도 없다. 좁은 의자 다리 사이사이도 유연하게 움직인다.
의외로 청소하기 까다로운 벽의 모서리 부분도 문제없다. 먼지가 모이기 쉬운 벽 쪽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벽과 헤드를 직각으로 만나게 해서 계속해서 수직으로 청소기를 돌리는 게 맞다. 하지만 이 제품은 벽과 헤드를 평행하게 만나게 움직여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큼의 흡입력을 보여준다.
청소기를 돌릴 때마다 항상 찝찝함이 남는 공간이 있었다. 바로 침대 밑이다. 매일 내가 몸을 눕히는 침대의 고작 40cm 아래 공간에 얼마나 많은 먼지가 있을지 알고는 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 애써 무시한 게 벌써 3개월째다. 침대 밑 귀신을 무서워하는 어린아이처럼 눈을 닫고 살았다. 무거운 침대를 옮길 자신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드디어 이번에 속 시원하게 모든 먼지를 제거했다. 어찌나 시원하던지.
내구성을 위해 조인트의 개수를 최대한 줄였다. 특히 헤드 부분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한 덕분에 헤드부터 본체가 완전히 일직선이 될 때까지 눕기도 한다. 덕분에 좁은 소파나 침대 프레임 밑 부분도 손쉽게 청소가 가능하다.
무게 중심이 잘 잡혀있고, 유연하게 미끄러지기 때문에 손에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좁은 곳도 모서리도 둥근 곳도 내가 원한다면 어디든 청소를 할 수 있다. 작고 가벼우며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이 바로 이 청소기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바뀐 버튼 방식, 손잡이, 바닥과 붕 떠 있다고 느낄 정도로 미끄러지는 감각과 실제로 더 작고 가벼워진 무게가 만나 청소의 경험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
하지만 여전히 ‘다이슨스러움’은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다이슨은 모든 것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설계를 시작했다. 다이슨 하이퍼미디엄™ 모트는 최대 105,000rpm까지 회전하며 가동 시간을 최적화했다. 작지만 강력한 8개의 사이클론이 98,000G의 원심력을 만들어서 공기의 흐름 과정에서 0.3마이크론 크기의 미세입자 99.97%를 잡아낸다.
또 다른 변화 중 하나는 배터리가 탈부착이 가능해졌다는 거다. 배터리 한 개로 최대 20분까지 가능하다. 물론 이건 모터 툴을 장착하지 않았을 때의 기준이며, 만약 전 방향 플러피 헤드™를 장착할 경우 최대 18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내 아담한 집에서는 한 번도 배터리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어쩌면 좁고 복잡한 곳을 청소하기 위해 요리조리 움직이거나, 혹은 같은 곳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불필요한 동작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배터리 시간이 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추가 배터리를 구매하면 된다. 고정형 배터리 대신 이번에는 버튼 하나로 쉽게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추가로 봉도 하나 더 들어있다. 긴 것 하나, 조금 더 짧은 것 하나. 사용해보고 자신의 키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투명하게 속이 비치는 먼지통에 가득 쌓인 먼지를 보니 속이 다 시원하다. 평소 내가 사용하는 제품은 먼지가 얼마나 쌓여있는지 보이지 않아서 자꾸만 먼지를 비우는 걸 잊게 되더라. 자주 하지 않으니 모터 성능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다.
마치 총을 쏘듯 먼지 통을 비우는 방식도 여전하다. 먼지통, 필터, 플러피™ 클리너 헤드 및 전자부품이 없는 모든 부속은 깔끔하게 물 세척이 가능하다.
충전은 벽걸이형 충전거치대를 통해서 할 수 있다. 다만 벽에 못을 뚫어야 한다. 전작인 V11에서는 거치대가 포함돼서 나오긴 했지만, 확실히 이번 제품은 좀 더 훨씬 작아졌으니 밖에 꺼내놔도 확실히 부담이 덜하겠다. 대부분 창고에 감춰뒀던 청소기를 사람들이 거실의 가장 잘 보이는 위치로 꺼내게 된 시작이 바로 다이슨이 아니던가. 나도 누군가의 집에 초대되었을 때 거실에 위용 넘치는 다이슨 청소기가 보이면, 조금 부러워하곤 했으니까.
혹시 ‘나는 청소기를 돌리는 게 귀찮은 게 아니라 그냥 청소가 싫은 건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 제품은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한 번 사용하고 난 뒤엔 청소가 얼마나 쉬우며 재미있는 일인지 알게 되는 좋은 시작이 될 게 분명하니까. 좋은 장비는 정말 중요하거든.
*이 글은 다이슨코리아의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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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