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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속에 블랙베리에 한 대 정도는 품고 살기 마련이다. 지금 내 주변에 블랙베리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다들 이...
누구나 가슴속에 블랙베리에 한 대 정도는 품고 살기 마련이다. 지금 내 주변에…

2016. 09. 21

누구나 가슴속에 블랙베리에 한 대 정도는 품고 살기 마련이다. 지금 내 주변에 블랙베리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다들 이 브랜드 이름만 들으면 아련한 표정을 짓는다. “소싯적에 내가 블랙베리를 썼는데 말야”라는 그 표정 말이다.

블랙베리 프리브가 드디어 한국에 정식 출시된다. 블랙베리지만 블랙베리가 아닌 그 물건. 추억의 쿼티 키보드를 품었지만 안드로이드로 구동되는 이종교배 스마트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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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엔 작년 11월에 출시된 제품이라, 블랙베리 사랑이 남다른 이들은 이미 다양한 경로로 구입한 뒤다. 나 역시 제품에 대한 궁금증이 앞서 출시 무렵에 어렵사리 제품을 구해 리뷰했던 기억이 있다.

프리브가 뒤늦게 국내 출시를 알리며 새삼스러운 자기소개에 들어갔다. 많이 늦었다. 타이밍도 썩 좋지 않다. 그럼에도 눈길이 간다. 재밌는 제품이니까. 블랙베리의 모바일 사업은 하루하루 기울어 가지만, 여전히 블랙베리라는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는 매혹적인 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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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독특한 아이를 뭐라고 소개하면 좋을까. 프리브는 짬짜면을 닮았다. 짬뽕인지 짜장인지 선택하지 못해 망설여질 때 블랙베리 프리브는 “둘 다 먹을 수 있다”라고 속삭인다. 블랙베리 고유의 강력한 보안 기능을 강조하는 동시에 많은 사용자를 껴안을 수 있는 안드로이드를 선택했다.

겉모습은 블랙베리지만 속알맹이는 우리가 흔히 쓰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다르지 않다. 구글 플레이에서 제공하는 모든 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블랙베리의 생태계는 사용자 수만큼이나 비좁았다. 팔리기 위해서는 안드로이드라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블랙베리의 로고를 달고 안드로이드의 세계를 보여주는 위화감은 이 제품의 매력이자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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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인치의 널찍한 화면에서는 (여느 안드로이드 폰이 그러하듯) 터치 인터페이스를 통한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 이와 동시에 물리 키보드까지 탑재했다. 슬라이드형 디자인 뒤에 숨어있는 쿼티 키보드는 이 제품이 짬짜면이라는 또다른 증거다. 가상 키보드와 물리 키보드를 자유롭게 오가며 사용할 수 있다. 사족이지만 쿼티 키보드의 손맛과 완성도는 블랙베리를 따라갈 이가 없다는 걸 실감하게 해준다. 삼성이 만든 쿼티 키보드 케이스와 키감을 비교해보면, 쫀쫀하게 반응하는 블랙베리 키보드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이 키보드는 트랙패드처럼 사용할 수도 있는데 그 느낌도 정말 매끄럽고 섹시하다. 키보드 짱짱. 키보드는 열 번 칭찬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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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여러 면에서 욕심을 부렸다. 1,800만 화소의 듀얼 플래시 카메라나 3,410mAh의 대용량 배터리, 블랙베리에만 제공되는 보안프로그램 DTEK, 2TB까지 확장할 수 있는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까지. 본격적으로 팔아보겠다고 욕심을 부린 흔적이 역력했다. 최고 스펙의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출시된 지 일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봐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심지어 디자인도 예쁘다. 단점이 없냐고? 물론 있다. 요즘 출시되는 제품도 그런진 모르겠지만 내가 작년에 리뷰했던 제품은 발열이 조금 심했다. 카메라도 최근 빵빵 터지는 갤럭시 시리즈에 비하면 저조도 촬영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평가는 후한 편이다. 꽤 괜찮다.

작년에 리뷰를 하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살까, 말까. 내 첫 번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블랙베리 프리브가 딱이 아닐까. 고민 끝에 사지 못한 이유는 세컨폰으로 들이기엔 가격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에서 699달러에 출시됐다. 구매대행으로 데려오면 더 비싸진다. 왜 사람들이 짬짜면을 잘 먹지 않는지 생각해보자. 짜장면만 먹거나 짬뽕만 먹는 것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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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10개월 만에 먼 길 돌아 한국에 정식 출시된 프리브는 얼마일까. 59만 8,000원. 솔깃한 가격이다.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현재 미국에선 408달러에 판매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그래도 이통사 지원금을 생각하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때마침 같은 날 LG V20이 출고가를 공개했다. 89만 9800원의 V20과 비교하면 누가 더 매력적일까. 궁금해진다.

참고로 현장 사진은 당일 취재를 맡았던 에디터M이 정신을 놓고 헤매는 바람에 씨넷의 권봉석 기자님이 촬영해주셨다.

블랙베리 프리브
Point – 이어폰 단자도 있고, 터지지도 않으니 네티즌들이 찾던 그 폰인가?
Price – 59만 8,000원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