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런 생각을 했다. 삼성의 디자인 철학은 ‘안티 미니멀리즘’이 아닐까? 보태고, 더하고, 덧붙이고. 디자인부터 기능까지 너무 욕심을 부려서 부담스러운 제품을 뽑아내기 일쑤였으니까.
그런데 과욕의 아이콘 S사가 드디어 ‘덜어내기’에 눈 뜬 모양이다. 최근 출시한 스마트 밴드 ‘챰 바이 삼성(Charm by Samsung) 스퀘어’는 모든 면에서 산뜻하다.
디자인 좋다. 삼성은 이걸 착용하면 당장 ‘패피’가 될 것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미안하게도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스마트 밴드 중에 제일 예쁜 건 인정. 웨어러블 디바이스라기 보다는 액세서리에 가까워보이니 성공적인 디자인이다. 세 가지 컬러 중 가장 고급스러운 건 블랙 컬러. 다른 팔찌와 레이어링하면 꽤 까리해보일 것.
더 좋은 건 가격. 4만원을 내면 1500원을 거슬러 받을 수 있는 이 묘한 가격은 스마트 밴드에 대한 진입장벽을 무너트릴 만큼 착하다. 올리브영이나 에잇세컨즈, 비이커 등 패션/뷰티 스토어에서 판매한다는 것도 좋은 전략. 스마트 기기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화장품 사러 갔다 덤으로 사게 만들 수 있도록 미끼를 던져놓은 것이다.
문제는 고객이 이 귀여운 미끼를 문 후의 일이다. 챰은 활동량을 트래킹하고 삼성의 건강 관리 앱인 S헬스과 연동할 수 있다. 스마트폰 전화/메시지/앱 등에 대한 알람 기능도 지원한다. 그런데? 진동 모터가 없다. 전화가 와도 챰은 LED 램프를 껌벅거릴 뿐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이렇게 미련할 수가. 결국 손목을 수시로 쳐다보지 않으면 전화가 왔는지 알 길이 없단 얘기. 스마트폰에도 있는 만보기 기능만 바라보고 사기엔 돈이 아깝다. 큰일이다. 배터리가 14일이나 가는데 쓸모가 없다. 삼성이 덜어내다 못해 쓸모를 덜어내 버렸다.
챰 바이 삼성 스퀘어 타입
H’s Point – 삼성에 싸고 좋은 건 없다
Price – 3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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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