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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부탁해, 스메그

얼마 전엔 아주 요란한 촬영을 했다. 내 리뷰 인생에 가장 큰 물건이었다. 바로 냉장고. 그것도 스메그. 스메그에 대한 나의 단상은...
얼마 전엔 아주 요란한 촬영을 했다. 내 리뷰 인생에 가장 큰 물건이었다.…

2019. 04. 09

얼마 전엔 아주 요란한 촬영을 했다. 내 리뷰 인생에 가장 큰 물건이었다. 바로 냉장고. 그것도 스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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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메그에 대한 나의 단상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도였나. 마트에 진열된 값비싸고 커다란 프리미엄 냉장고를 보며 참담함을 느꼈다. 당시의 트렌드는 주방가전에 꽃무늬와 빨간색을 넣는 것이었다. ‘여자는 꽃무늬와 빨강을 무조건 좋아해!’라고 강요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때 스메그라는 브랜드를 처음 알았다. 당시의 내가 엄두를 내기엔 엄청난 고급 브랜드였지만, 다양한 취향과 무드를 포용하는 세련된 레트로풍 디자인에 뿅 반해버렸었지.  그리고 거의 10년이 지나 내 앞에 스메그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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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메그라는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부터 짧게 전하고 싶다. 1948년에 시작돼 무려 70년 동안 이어진 이탈리아의 스타일 가전 전문 기업이다. SMEG라는 간결한 브랜드 네이밍은 ‘Smalterie Metallurgiche Emiliane Guastalla’의 첫 글자만 따온 것이다. 풀이하자면 구아스탈라 에밀리아 지역의 에나멜 공장이라는 뜻. 스메그는 원래 에나멜과 금속 세공 사업으로 시작했다더라. 냉동고 같은 매탈 소재의 제품에 에나멜을 입히는 일을 했었다고. 이런 뿌리에서 비롯된 것인지, 2019년도까지도 스메그의 에나멜 공정은 끝내주게 아름답다. 스테인리스를 베이스로 유리, 황동, 주물 등의 다양한 소재로 견고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 브랜드의 특기. 여기에 다양한 컬러와 소재를 가져와 스타일리시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Processed with VSCO with av8 preset[우연히 촬영 스튜디오에서 만났던 스메그]

보통 냉장고라고 하면 가전제품 카탈로그에서나 목격하게 되겠지만, 스메그 제품은 패션지나 근사한 인테리어 스튜디오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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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포인트는 곡선 처리된 모서리 마감 방식이다. 다른 주방 가전 브랜드에선 보기 힘든 디테일이다. 요즘에야 ‘스메그 스타일’을 모방하려는 브랜드가 몇몇 나오긴 했지만, 원래 가전제품이라는 건 날카로운 직선의 연속인 경우가 많으니까. 스메그는 기본적으로는 50년대 복고풍 느낌의 디자인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현대적이다.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물을 제대로 본 분이라면 퀄리티에 굉장히 감탄하게 되리라. 광택이나 곡선이 정말 탐스럽고 아름답다. 디자인만으로도 이 리뷰를 끝낼 수 있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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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메그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FAB 냉장고 라인의 세 가지 제품을 만나봤다. 에디터G, M, H가 각기 다른 컨셉으로 냉장고를 꽉꽉 채워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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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일 작은 녀석. 홈바형 미니 냉장고인 FAB5. 에디터 기은은 과감하게 핑크를 골랐다. 세상에 침대 옆에 두니 너무 귀엽다. 이 공간의 라이프스타일이 눈에 그려지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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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걸로 채워보라는 말에 에디터 기은은 맥주 냉장고를 만들어버렸다. 작은 냉장고지만 알뜰하게 3단으로 활용했는데, 첫째 칸도 맥주 둘째 칸도 맥주, 셋째 칸도 맥주다. 대단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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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기은의 설명인즉 이렇다. 작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으니까 침대 옆에다 딱 두고, 퇴근 후에 샤워 끝나고 짜릿하게 칠링된 맥주 한 잔! 이 미니 냉장고는 상단에 조그만 냉기조절 스위치가 숨어있는데 이걸 상황에 맞게 조절하면 맥주 냉장고나, 화장품 냉장고, 과일 냉장고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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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기은은 3단계로 설정해두었는데, 이렇게 해두면 약 7~8도 정도의 온도가 유지된다. 일반적인 냉장고보다는 높은 온도지만 오히려 맥주나 샴페인을 먹기엔 최상의 온도라고. 거품이나 탄산이 가장 풍성해지는 구간이라더라. 이번에 좋은 걸 하나 배웠다. 화장품 냉장고로 쓰고 싶을 땐 온도가 더 높은 1단계로 바꾸면 된다. 12~15도 정도면 화장품이 얼지 않고 신선하게 유지된다. 여기서 아주 솔깃했다. 왜냐면 내가 의외로 숨은 코덕이거든. 값비싼 크림이나 에센스를 더운 여름에 상온에 두는 건 마음이 쫄깃해지는 일이다. 그렇다고 식재료 냉장고에 넣으면 너무 차갑다. 갑자기 FAB5를 방에 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온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131만 원. 크림 10통 살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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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냉장고를 침실에 들일 땐 소음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데, FAB5 모델은 작은 크기만큼이나 소음도 작다. 호텔에서 사용하는 저소음 냉장고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그래서 서재나 침실 등 조용한 공간에 들여놓고 음료수 냉장고 등으로 활용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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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엔 FAB28로 크기를 키워보자. 270L 용량의 중형 냉장고인데, 호시탐탐 독립을 꿈꾸는 에디터M이 맡았다. 혼자 살면서 스메그를 거실에 두는 게 로망이라나 뭐라나. 집을 마련하는 게 먼저인 것 같지만 에디터M의 로망을 짓밟지 않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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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M이 고른 건 강렬한 엘로우. 나는 너무 튀는 색일 것 같다고 만류했지만, 핑크머리의 그녀가 옐로우를 고집했다. 실물을 보니 노란색이 정말 눈 뒤집어지게 예쁘다. 뭐랄까 공간 분위기를 완전 바꿔버리는 느낌. 어떻게 냉장고에 저런 눈이 시린 옐로우를 넣을 생각을 했을까. 거실 인테리어가 확 사는 느낌이다. 원도어 디자인이라 심플하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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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트에 함께 가서 장을 보긴 했는데, 따로따로 고르고 결제해서 어떤 식재료를 샀는지 정확히 알진 못했다. 에디터M이 촬영용으로 세팅이 끝났다고 해서 냉장고를 열어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과일 칸에 값비싼 드래곤 프루츠와 파인애플이 가득한 게 아닌가. 나한테 돈 많이 쓰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이런 앙큼한 과일을 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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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일 칸은 습도 조절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바깥 공기를 차단하거나 열어둘 수 있다. 그래서 바깥공기를 차단하면 마르지 않고, 건조하지 않은 상태로 과일이나 야채를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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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의 서랍은 약 0도의 온도를 유지해주는 슈퍼콜드 서랍인데, 에디터M은 여기에 막걸리와 소주를 넣어놨다. 0도 정도면 음료나 술에 살얼음이 끼는 온도라 슬러시처럼 먹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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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온갖 종류의 치즈나 올리브, 소스들이 들어있더라. 심지어 골뱅이와 숙취해소 음료도 들어있었다. 물어보지 않아도 에디터M의 콘셉은 명료하다. 술과 안주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냉장고다. 아무래도 평소에 연예인 박나래씨를 닮았단 말을 많이 들어서, ‘나래바’를 동경하는 것 같다. 비싼 치즈와 스프레이 생크림까지 없는 게 없는 냉장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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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어 냉장고라 냉동고가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분리된 냉동고가 따로 있다. 아주 크진 않지만, 1인 가구에서 사용하기엔 충분한 사이즈로 보인다. 에디터M은 여기에 냉동식품 판매하는 불닭발과 소막창, 위스키와 잔을 넣어두었다. 이렇게 하면 매콤한 안주에 시원한 술을 마실 수 있어서 좋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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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28 모델은 올해 리뉴얼되어 내부가 조금 업그레이드 되었는데, 앞서 설명한 슈퍼콜드 서랍이나 야채 서랍 등이 그것이다. 냉장구 내부 곳곳에 냉기를 고르게 순환시켜서 효율도 높다. 4인 가구에서 사용하기엔 조금 비좁은 냉장고다. 세컨 냉장고로 쓰는 집이 많은 사이즈다. 혹은, 1인 가구에서는 충분히 메인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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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의 냉장고. 대망의 FAB50를 보여드릴 시간이다. 눈치채셨겠지만 제일 큰 모델이다. 올해 국내에 처음 출시된 신제품이고, 기존 스메그 레트로 냉장고의 제일 큰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듯. 내가 고른 건 빈티지한 느낌을 가장 잘 살려주는 파스텔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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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실은 351L, 냉동실은 116L. 물론 촬영했던 제품이 유럽 모델이라 국내 표시 용량은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어쨌든 크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스메그 냉장고는 세컨 냉장고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모델은 4인 가구에서도 메인 냉장고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사이즈다. 우리집 같은 경우도 김치 냉장고를 따로 쓰고 있으니 크게 부족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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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가 크다는 걸 알고 있어서 식재료도 정말 다양하게 샀다. 야채나 과일도 잔뜩 사고, 와인도 사고, 커피도 사고, 계란, 두부, 고추장, 버섯, 명란젓, 소고기, 김치…. 우리집 냉장고에 있을 만한 모든 것들을 상상해서 3시간 동안 장을 봤다. 살림을 해본 적이 없으니 이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나 많이 사도 되는건가 싶을 만큼 장을 봤고, 돈도 많이 나왔다. 마트에서 내가 끌고 가는 카트를 다들 신기한 듯 쳐다봤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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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스메그 FAB50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거대했다. 채워도 채워도 끝없이 들어갔다. 내 기대만큼 꽉 채우는 데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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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는 물론이고 도어에 달린 서랍장에도 꽤 많이 들어가더라. 이 서랍 부분은 보관하려는 음료나 식재료의 높이에 따라 4단이나 3단으로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 나는 와인을 보관해야 해서 3단으로 설치했다. 와인 한 병, 물 세병, 주스 2통 그리고 갖은 소스와 올리브, 주스, 우유, 계란, 버터, 요거트. 아마 이 도어 서랍장에 들어간 것만 합쳐도 에디터 기은이 사용했던 FAB5 제품을 꽉 채우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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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델에도 습도 조절 가능한 야채/과일 서랍이 있는데 서랍이 2개로 분리되어 있어 좋았다. 한쪽에는 딸기를 넣고 한 쪽에는 양배추와 브로콜리, 파프리카 같은 야채를 넣었다. 꽤 많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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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 조절 버튼은 안쪽에 배치됐다. 손으로 가볍게 옆으로 밀면 개폐할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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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내부 역시 선반 설치에 따라 높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식재료를 밑에서부터 채워나가면서 한 단씩 추가했다. 만약에 큰 김치통 같은 게 들어가야 한다면 조금 더 여유 있게 선반을 설치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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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냉장고에도 당연히 슈퍼콜드 서랍이 있는데, 서랍 깊숙한 곳을 보면 버튼으로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단순하게 두 종류다. 에디터M처럼 소주나 음료를 넣어 0도를 유지하고 싶다면, 0도 쪽으로 버튼을 밀면 된다. 만약 육류나 생선을 보관할 목적이라면 버튼을 왼쪽으로 밀면 된다. 쉽다. 그래서 나는 이 서랍을 보여줄 겸 소고기를 두 팩 구입해 넣었다. 촬영 끝나고 우리집에 슬쩍 들고가서 구워먹었다는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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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스메그 냉장고의 구조는 단순하고 1차원적이다. 이 냉장고를 받아본 사용자 누구나 어떻게 쓰는 것인지 공부하거나 사용 설명서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모니터가 달려있거나, 음성인식이 되고, 스마트폰과 연결이 되는 요란한 기능은 없지만 냉장고가 가진 기본 기능과 사용자 환경에 충실한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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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따로 있는 만큼 냉동실도 꽤 크다. 아이스 메이커도 달려있고, 빠르게 냉동할 수 있는 급속 냉동칸도 있다. 여름에 미지근한 술을 빠르게 칠링하고 싶다면 이 서랍을 추천한다.

bcut_DSC06121bcut_DSC06123[위쪽 사진은 냉동실 온도조절 컨트롤러 아래쪽은 냉장실 컨트롤러]

냉장실과 냉동실에 따로따로 온도 조절 컨트롤러가 있는 것도 특징. 이 제품 역시 일정한 온도를 계속 유지해 냉각 성능을 향상시켜준다. 새롭게 들어오는 음식을 빠르게 식혀서 내부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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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메그 냉장고를 써본 분은 알겠지만 도어가 굉장히 묵직하다. 두께도 두껍다. 도어에 정수기가 달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이런 하드웨어적 특징이 냉각 성능에 아주 큰 역할을 한다고. 두껍고 밀착력이 강한 도어 덕분에 정전이 되어도 24시간 동안 내부 냉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어쩐지 문을 닫을 때마다 찰싹 붙어버리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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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공간에 배치하고 스메그 냉장고를 채우며 촬영하는 과정은 꽤 즐거웠다. 물론 힘들었지만. 변치 않고 사랑받는 전통있는 브랜드의 가치를 다시금 알 수 있었다. 근사한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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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어여쁜 컬러의 스메그 냉장고가 있다면, 고상하고 스타일리시한 취향을 가진 사람으로 보일 것 같다. 우리집도 그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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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