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똑똑한 즉석카메라를 리뷰한 적이 있다. 원하는 사진만 골라 프린트할 수 있는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이었다. 즉석카메라의 감성과 디지털 카메라의 편리함을 모두 갖췄달까. 가지고 놀고 있노라면 붕어빵을 손에 쥔 듯 마음이 훈훈했지.
스마트폰으로 주고받는 디지털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고 휘발된다. 하지만 진짜 사진은 다르다. 필름 사진은 사람들의 지나간 순간을 눈에 보이게, 손에 쥘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또 한 번 겨울이 오고 신작이 나왔다. 오늘 리뷰의 주인공은 가지고 나가면 인싸되는 인싸템, 인스탁스 스퀘어 SQ20다. 이 제품을 가지고 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다들 한결 같이 놀라는 포인트가 있었다.
SQ20를 가방에서 꺼내면 사람들이 물어본다. “예쁘다, 이거 뭐야?”
네모난 모양처럼 정사각형 사진이 출력되는 인스타그램 감성의 하이브리드 카메라! 양손으로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도록 셔터가 좌우에 모두 달려 있다. 깔끔하고 감성적인 디자인이다. 유광 코팅의 베이지와 매트한 마감의 블랙 컬러가 있다. 두 모델이 다 예쁜데, 베이지가 좀 더 귀엽다. 대신 유광이라 지문이 많이 묻더라. 아쉽.
405g에서 390g으로 전작보다 무게가 줄었다. 28.5mm 고정 화각에서 4배 줌으로 바뀌었다. 다만 디지털 줌이라 확대하면 화질 저하가 생길 수 있다. 초점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10cm에서 8cm로 조금 더 가깝게 찍을 수 있다.
이건 내가 놀랐던 포인트. 셀피 미러가 생겼다. 전면의 작은 거울을 통해 내 얼굴을 확인할 수 있으니 이상한 각도로 셀카를 찍을 걱정은 없겠다. 인스탁스 미니 시리즈의 일부 모델에는 예전부터 있었던 기능인데 인스탁스 SQ20 모델에는 이번에 들어갔다. 왜 지금에서야 생긴 거죠?
친구들은 내가 SQ20의 전원 버튼을 켜는 순간부터 놀란다. “오잉? 화면이 있네?!” 그렇다. SQ20의 매력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오묘한 조화. 촬영한 사진을 LCD 모니터로 확인하고 원하는 것만 프린팅할 수 있다. 즉석에서 인화되는 즉석카메라의 단점을 보완해 완벽해졌다. 그뿐이랴, 간단한 편집까지 가능하다. 밝기를 조절하거나 필터를 입힐 수도 있다.
SQ20의 하이라이트. 전작과 가장 큰 차이는 동영상 촬영 기능, ‘프레임 그랩’이 된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영상에 보이스까지 녹음되진 않는다. 행여 이 카메라로 유튜버에 도전하려던 마음이 들었다면 사과한다. 그렇다면 이 동영상 기능은 어떻게 활용하는 걸까? 프레임 그랩은 우리에게 ‘좋은 사진’을 얻게 해주려는 노력에서 나온 기능이다. 쉬운 예를 들면 아이폰의 라이브 포토와 비슷한 기능.
촬영한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확인하고 가장 잘 나온 장면을 선택해서 출력할 수 있다. 평소에는 밝게 웃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굳어버리는 사람들을 위해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고자 하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동영상 기능을 설명해줬다. “카메라가 어색한, 바로 너희 같은 사람들을 위해 탄생했어!”라고 말하니 환호성을 지르더라. 여기까지 듣고 흥분한 이들은 내게서 카메라를 빼앗아 자기들끼리 놀러 갔다. 아니 아직 설명해줄 기능이 더 있었는데…
끊임없이 움직이는 아이나 동물을 찍기에도 최적이다. 1초당 15프레임, 총 15초까지 찍을 수 있어 총 225프레임에서 골라 출력할 수 있다. 225장 중 하나는 건져보자는 야심찬 계획이다.
동영상 촬영이 가능해지면서 추가된 기능이 또 있다. 움직이는 피사체의 잔상을 표현하는 ‘순서’기능이 생겼다. 역동적인 모습이 한 장면에 담겨 재밌는 사진이 만들어 지더라. 이 기능은 동영상 촬영 모드의 필터에서 적용할 수 있다.
시차를 두고 4장의 사진을 한 장의 이미지에 담아주는 ‘연속콜라주’ 기능도 추가됐다. 시차는 0.2초에서 2초까지 설정할 수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가만히 있다가도 내가 카메라만 들면 움직이는 피사체를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을 때 딱이다. 마침 에디터M이 강아지를 찍어왔다. 주인을 흘끗 보고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 강아지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담겼다. 에디터M이 간식을 안 줬나보다.
참고로, 연속 콜라주 기능은 동영상 모드가 아닌, 사진 촬영 모드 중 ‘촬영 모드’에서 찾을 수 있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 되며 인터페이스에 혼동이 생겼다. 처음엔 적응을 못해 헷갈리더라.
새로 나온 기능은 아니지만 쓰면 쓸수록 재밌는 기능, 이중노출을 소개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능이다. 친구들에게 자랑하면 인싸가 되는 정도는 아니고, “오~!”정도는 들을 수 있다.
신호등의 초록불과 빨간불을 찍어 합성하니 꽤나 예술적인 사진이 나왔다. 가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사람들에게 혼동을 주는 아주 멋진 사진이지. 뿌듯.
[필터 모드도 몇 가지 추가됐다. 개중 마음에 드는 건 필름 모드. 깔끔하니 예쁘다.]
다들 카메라 구경이 끝나면 물었다. “얼마야?” SQ20의 가격은 25만 9,000원이다. 필름은 10장에 1만 5,000원. 전작인 SQ10의 가격을 들으면 더욱 놀랐다. SQ10은 출시가격이 35만 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동영상도 못 찍는데 비싸긴 비쌌지. 사람들은 크게 감명받고 돌아갔다. 모두가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하는 것 같더라. 가격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갖고 싶다고 외쳤기 때문이다.
연말에 만난 지인들에게 SQ20로 촬영한 사진을 선물했다. 기뻐하며 받아간 이들은 모두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인증하며 기분 좋은 티를 톡톡히 내더라. 연말 인싸되는 길, 참 쉬웠다. 나도 모르게 연말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해버렸네. 여러분! 인싸가 되고 싶으시다면, 전작을 살까 말까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사세요 SQ20!
아래는 동영상 기능을 실험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쓴 에디터들의 SQ20 사용 모습! 웃음 포인트가 낭낭하니 어서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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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은
새로운 서비스와 플랫폼을 소개하는 프리랜스 에디터. 글과 영상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