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전자담배 인플루언서 에디터M이다. 에디터H가 날 놀리려고 붙인 별명인데 어느새 입에 익었다. 솔직히 이 말이 처음엔 좀 쑥스러웠는데 나이가 들면 얼굴이 두꺼워지는지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고백한다. 10월 갈대보다 줏대 없는 내 마음이 활처럼 휘었다. 전담 권태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궐련형 전자담배와 시들해졌다. 날이 좋아서 바람이 선선해서 내 마음이 연초를 향해 기울었다. 그런데 말이지 이런 내 마음을 귀신처럼 읽고 KT&G가 너무나도 상콤한 전담을 내놓은 것이 아닌가. 그렇다 오늘의 주인공은 따끈따끈한 신제품 릴 미니다. 아주 짧고 쌈박하게 살펴보자.
색상은 화이트와 민트의 두 가지. 내 선택은 당연히 민트.
정가는 10만 원. 그런데 난 7만 원에 샀다. 릴 공식 홈페이지에서 10만 명을 대상으로 3만원 할인 쿠폰을 뿌리고 있더라. 사실 쿠폰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친절하신 편의점 직원분이 쿠폰 다운받으시라고 3분 정도나 되는 시간을 바코드 리더기를 손에 쥐고 기다려주셨다. 감사하다. 아마 여러분도 높은 확률로 선착순(?) 10만 명 안에 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일단 색을 아주 잘 뽑았다. 베스킨라빈스31의 민트초코칩에서 초콜릿을 쇽쇽 버리고 치약맛 아이스크림만 남긴 그런 때깔이다. 색도 예쁜데 무광이고 어디하나 모난데 없는 동글동글한 디자인이라 자꾸만 만지고 싶다. 부들부들. 게다가 가볍다. 깃털처럼. 기존의 릴 무게가 84g, 근데 이건 무려 30g이나 다이어트를 했다. 54g의 가벼움.
[익숙한 에어팟과 함께 릴 미니가 얼마나 작아졌는지 가늠해보자]
대부분의 전자기기 다이어트는 배터리 용량에서 시작한다. 당연하게도 릴 미니의 배터리 성능은 줄었다. 기존 4분까지 가능했던 흡연시간이 3분 30초로 줄었고, 완충 시 피울 수 있는 양도 20개비에서 10개비로 쪼그라들었다. 반쪽짜리라니. 하지만 괜찮아, 넌 예쁘니까.
[나 배터리 Full이에요. 반짝반짝]
이번 릴 미니를 통해 우리는 KT&G가 고객의 소리를 아주 경청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단 기존에 스위치 부분에 파-노-빨 색으로 표시되던 배터리 잔량이, 릴 미니에선 3개의 LED 불빛 개수로 확인할 수 있다. 이편이 훨씬 더 직관적이다. 굿잡 KT&G.
[왼쪽이 릴 초기 모델 오른쪽이 릴 미니]
뚜껑을 열면 나오는 소켓도 변했다.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나있는 바람에 내구성은 별로, 청소도 영 귀찮았던 것이 좀 더 단순해졌다. 청소가 쉬워졌다는 소리다. 슥삭슥삭(하지만 난 귀찮아서 청소를 잘 안 한다).
결론적으로 릴 미니는 예쁘고 귀엽다. 너무 작고 사랑스러워서 화장품 파우치나 뒷주머니에 쏘옥 넣어 다녀야지. 암, 예쁜 건 중요하지. 딱 여기까지 글을 쓰고 아이코스2가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 인생이란. 카사노바와 돈 주앙의 마음이 이런 걸까. 내 곁에 릴 미니가 있지만 난 또 다시 다른 꿈을 꿔.
https://www.youtube.com/watch?v=oQ_GlM7kp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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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