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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 작가의 앱, PICA

디에디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을 세 손가락으로 꼽자면, “카메라 뭐써요? 렌즈 뭐써요? 그리고 보정은 뭘로 하나요?”다. 보정이란 전적으로 취향의...
디에디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을 세 손가락으로 꼽자면, “카메라 뭐써요? 렌즈…

2018. 07. 23

디에디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을 세 손가락으로 꼽자면, “카메라 뭐써요? 렌즈 뭐써요? 그리고 보정은 뭘로 하나요?”다. 보정이란 전적으로 취향의 영역이다. 어렵다. 가끔은 촬영보다 보정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앱은 어쩌면 이런 질문이 지겨워진 한 사진작가가 만든 것이 분명하다(물론 내 추측이다). 최근 앱스토어 유료 인기차트를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앱이 있어 소개한다. 이름은 피카(P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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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부터 언급하고 넘어가자. 엄청나게 특이한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앱의 인터페이스는 상당부분 VSCO와 닮았으며 불친절하다. 심지어 크롭을 하거나 수평 맞출 수도 없다. 온전한 카메라/사진보정앱이라고 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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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셀 수 없이 많은 사진 보정 앱 중, 피카가 이토록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카의 슬로건은 ‘여행 사진작가가 만든 카메라 앱’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앱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사람의 사진 취향에 전적으로 의지한 앱이라는 거다. 한 마디로 한 사진 작가의 사진 보정 노하우의 정수를 뽑아 빚은 것이라도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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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설정 화면이다. 설정을 누르면 가장 먼저 보이는 메뉴인 Artist엔 앱을 만든 사진 작가에 대한 소개와 그의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나온다. 다른 앱이었다면 저 밑에 보일까 말까 작게 넣었을 정보가 가장 첫 번째로 나오다니. 자의식이 꽤 강한편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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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를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아티스트 노트는 말 그대로 작가의 보정 노하우를 전수하는 튜토리얼에 가깝다.

비오는 날의 차분한 분위기엔 어떤 보정이 좋은지 알려주고 유럽 거리를 컬러풀하게, 벚꽃 핀 일본을 핑크빛으로 만드는 방법도 전수한다.

모든 창작은 모방과 변형에서 시작한다. 보정할 때 가장 필요한 정보가 바로 이런 상황별 보정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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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점은 심지어 이 사진을 찍은 위치까지 구글지도로 표시해주고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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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는  총 16가지. 인도네시아(IN), 오키나와(OK), 사이판(SP), 도쿄(TK)로 각 도시의 색감을 표현하고, 도시마다 1번부터 4번까지 번호가 붙은 필터가 있다. 확실히 필터의 색감이 과하지 않고,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소위 먹힐만한 색감의 필터가 많아 버릴게 없다.

기본적인 필터 외에 다른 값도 함께 조정한 일종의 프리셋 개념인 SCENE이 있다. 현재까지 14개의 씬이 나왔는데 매달 새로운 장면(SCENE)이 추가된다고 하니 다음 달엔 어떤 필터가 나올지 기다리는 맛이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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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을 적용할 경우 어떤 필터를 적용하고, 어떻게 세부보정을 했는지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을 보정하고 나면 사진첩엔 보정 정보도 함께 저장된다. 물론 이 기능이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면 따로 저장하지 않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IMG_1156-sideporto_tmp 36[SCENE #9을 적용했다]

얼마 전, 친구들과 함께 블라디보스토크로 여행을 다녀왔다. 공교롭게도 피카에도 블라디보스토크에 적용한 필터 SCENE이 있더라. 그래서 나도 냉큼 같은 설정을 적용해봤다. 역시 사진은 구도가 중요하다. 좀 더 잘 찍을 걸.

앞서 VSCO와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가졌다고 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뷰티 모드가 추가 되었다는 거다. 눈을 키우고 턱을 깎는 등 엄청난 기능이 있는 건 아니고, 피부를 뽀얗고 예쁘게 만들어준다. 셀카는 좀 남사스럽다고 잘 찍지 않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꽤 유용한 기능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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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지 않은 색감, 트렌디한 필터. 피카는 괜찮은 카메라 앱이다. 어떤 필터를 써도 ‘요즘 사람들’ 같은 톤이 나오지 않던 사람이라거나, 직접 보정하면 뭔가 마음에 안드는데 어디가 잘못된건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딱이다. 초보자도 쉽고 멋지게 사진을 만질 수 있다.

피카 앱의 리뷰엔 평소 이 사진작가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가득하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던 사진작가가 필터 앱을 만들었다고 하니, 당장 다운로드 받았다는 것이다. 고작 3,000원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의 프리셋을 훔쳐올 수 있다면 꽤 합리적인 가격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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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최근 내 흥미를 잡아 끈 앱들은 모두 어떤 개인 혹은 아주 작은 개발사에서 만든 것들이다. 몇 년 전에 런칭해 아직까지도 가장 인기있는 유료앱 순위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날로그 필터 시리즈도 개인이 만든 앱이었다.

매일 훑는 내 소셜 피드는 감각있고 똑똑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요즘 내가 동경하는 건, TV나 브라운관 속 연예인이 아니라 나보다 더 감각있고 멋진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이다. SNS는 멋진 사람들을 더 가까이서 지켜보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뜨고 있다’같은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흥미로운 기획, 확고한 취향, 자신에 대한 확신, 감각 여기에 한 스푼 정도의 운이 따라준다면 당신도 할 수 있을지도. 하지만 일단은 여기 2.19달러의 피카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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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
StoreiOS
Point – 필터
Price – 2.19달러
Size – 26.8MB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