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서울에서 에디터M이다. 내 나라, 내가 사랑하는 서울에 돌아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달이었다. 매일매일이 행복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충만하고 아름다운 나날들이었다.
예쁜 옷을 입고 싶다는 욕심은 해외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불편해서 좀처럼 손이 가지 않던 치마도, 남사스러워서 차마 입지 못했던 살이 훤히 비추는 셔츠도 예쁘기만 하면 오케이. 일단 챙기고 본다. 집 앞 카페를 갈 때도, 저녁을 먹으러 외출할 때도 우리는 쉬지 않고 옷을 갈아입었다. 사무실에서 딱 10발자국만 걸어가면 내 방 옷장이 있었으니까.
우리 이층집엔 없는 거 빼곤 다 있었다. 다양한 종류와 사이즈의 와인 잔, 돌돌이 청소기, 멋진 테라스와 화장실. 그런데 단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바로 다리미였다. 오랜 비행 동안 캐리어 안에서 부대꼈던 옷들은 우아함을 잃어버린지 오래. 도착해 모습을 드러낸 내 옷은 하나같이 구깃구깃, 슬프고 아파 보였다.
[크고 아름다운 박스, 어떤 옷도 빳빳하게 펴줄 것 같은 든든함]
구겨지고 볼품없어 보이는 옷에 한이 맺힌 우리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필립스가 새롭게 선보인 스팀다리미를 써보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또다시 사정없이 구겨져 버린 옷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줄 좋은 핑계 아닌가. 리뷰를 가장해 망가진 옷을 되살려 보고자 하는 우리의 검은 마음은 모른척해 주시길.
자, 그래서 오늘 만져볼 제품이 뭐냐고? 캐리어에서 사정없이 구겨져 있던 옷을 살려준 나의 구원자. 필립스 컴포트터치 플렉스헤드 스티머다.
[방금 캐리어에서 꺼내온 따끈따끈한 옷들. 남루하기 이를데 없다]
난 일주일에 적어도 2번 이상 유니폼처럼 셔츠를 입는다. 그래서 누구보다 다림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세탁만 하고 다림질을 하지 않은 셔츠는 죽어서 남긴 가죽처럼 볼품없거든. 게다가 난 다림질하는 걸 꽤 즐기는 편이다. 구깃 하던 셔츠가 마치 새것처럼 빳빳해지는 걸 보면 마음이 깨끗하고 맑아진다. 복잡한 마음도 다림질로 쫙 펴주면 좋을 텐데.
스팀다리미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다리미를 쥐지 않은 손으로 옷을 잡고 뜨거운 스팀에 손이 데지 않도록 주의하며 살살 달래듯 스팀을 쬐어주는 것이 포인트다. 옷감이 얇다면 스팀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주름이 펴지지만, 조금 뻣뻣하거나 두꺼운 옷감은 전기다리미처럼 깔끔하게 다림질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제품은 별다른 요령이 필요 없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인 ‘플렉스헤드’ 덕분이다. 말 그대로 유연하게 돌아가는 머리를 가졌다는 뜻이다. 왜 면도기 중에 머리가 유연하게 돌아가서 얼굴 윤곽을 따라 모든 수염을 매끈하게 잘라주는 제품과 비슷한 원리라고 이해하면 쉽겠다. 어떤 각도에서도 다리미 헤드가 옷감에 착 붙어있으니 다른 손으로 옷감을 잡을 필요도, 행여 스팀에 손을 델까 하는 염려도 없다. 다림질할 때 쭈구려 앉거나 엉거주춤 서지 않고 손목만 움직이면 되니 요령이 부족한 에디터H 같은 사람이 다림질을 해도 스팀이 새지 않고 쉽게 다림질을 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건, 이 제품은 스팀다리미 자체에 다림판이 붙어있다는 거다.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것만큼 무겁고 탄탄한 재질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림질할 때 지지해 주는 판이 있으니 한 손으로 옷을 잡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줄어든다. 한결 수월하고 안정적으로 다림질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초보자는 더 쉽게 나같은 숙련자는 더 완벽하게 다릴 수 있다.
[정장바지의 칼주름도 깨끗하게 다려진다]
특히 칼주름을 내야 하는 정장바지의 경우 아주 유용하더라. 옷걸이 없이 판에 바로 바지를 걸쳐두고 슉슉 다려준다.
[강력한 스팀! 근처만 가도 촉촉하고 뜨거운 기운이 느껴진다]
스팀다리미는 뜨거운 증기로 옷감 깊숙이 수분을 머금게 한 후, 열을 통해 옷의 주름을 펴주는 원리다. 스팀이 얼마나 잘 옷 속에 전달되는냐가 바로 다림질 결과의 성패를 결정하기 때문에 뜨거운 증기의 양과 그것이 옷감에 얼마나 잘 전달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에디터H가 큰마음 먹고산 고가의 반팔 티셔츠는 숨만 쉬어도 구겨질 정도로 얇다. 뭐 이런 걸 샀냐고 혀를 끌끌 차며 다림질을 시작한다. 워낙 천이 얇아서 그런지 스팀이 근처만 가도 주름이 펴지더라. 강력한 스팀 덕분이다.
또한 제품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키에 따라 조절하거나, 혹은 눈 높이에 맞춰 다림질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굉장히 편리하다.
내가 리뷰중이었다는 걸 잠시 잊고 콧노래를 부르며 다림질 삼매경에 빠지고 말았다. 한 장 한 장 구김이 없어지는 옷들이 보며 나도 모르게 신명이 난다. 가난해 보였던 옷들이 다림질 만으로 전혀 다른 옷이 되는 게 즐겁다. 꼭 새 옷을 보는 기분이다. 역시 다림질은 짜릿해.
내가 하는 게 재미있어 보였는지 에디터H도 자기도 해보겠다며 거든다. 태어나 다림질을 해본 적이 고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생초보 H가 해도 그리 어렵지 않다. 행앤락은 옷걸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상단의 걸이에 옷걸이 채로 걸어준 뒤, 동그란 손잡이를 돌려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한다. 덕분에 옷걸이가 걸린 상태 그대로 옷장에서 꺼내 스팀다리미에 걸어 안정적으로 다림질이 가능하다. 옷걸이에서 옷을 빼고, 다림질 후, 다시 옷걸이에 거는 이 동선을 생략할 수 있다. 일분일초가 아쉬운 아침, 준비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다.
혹은 옷걸이가 없어도 괜찮다. 옷걸이처럼 옷의 어깨 부분을 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셔츠의 경우는 옷걸이가 없어도 이 제품에 옷을 입힌다는 느낌으로 걸칠 수 있다. 다리미가 필요한 순간은 모든 준비를 끝내고 나가기 전 옷을 입을 때인 경우가 많다. 이런 세심한 배려는 다림질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좀 더 빠르고 쉽게 다림질을 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사용하면 할수록 사용자의 입장에서 편의를 섬세하게 고려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새것처럼 펴지는 옷들에 신이 나서 난이도를 조금 올려보기로 한다. 사정없이 구겨져 우아함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실크 소재의 슬리브에 도전! 그런데 에디터H가 짐짓 불안해하는 눈치다. 포르투에서부터 야심차게 가져온 실크 슬리브는 아무래도 쉽게 맡기지 않을 눈치다. 비싼 옷인데 괜히 잘 못 했다가 옷감이 상하지 않겠느냐며 딴죽을 건다.
다행히 이 제품은 스팀을 5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실크처럼 섬세한 옷감은 스팀의 강도를 낮춰 사용하면 된다. 너무 강력한 스팀은 옷감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 온도를 낮춰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고객님이 흡족해 하셨다. 고객님, 한 장에 1만원입니다]
짜잔. 재미로 다림질을 하는 시간을 재 봤는데, 옷걸이에서 꺼내 이렇게 깨끗하게 다려지기까지 딱 24초 걸리더라. 이 정도면 아침에 준비하면서 다림질을 하기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겠다. 에디터H도 아주 만족해하는 눈치다. 확실히 깨끗하게 펴지니 실크의 고급스러움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고백하자면 우리 집에서 필립스 핸디형 스팀다리미를 사용하고 있다. 크기가 작아 옷장 안에 쏙 들어가는 대신 물탱크의 용량이 쥐꼬리만큼 야박하다. 셔츠 한 장을 다리고 나면 물탱크가 비기 때문에 리필을 해줘야 한다. 우리 엄마는 일회용이냐며 비웃으셨다. 이 제품은 물탱크 용량이 1.8리터다. 직접 사용을 해보니 한 번에 이 물탱크 용량을 모두 소진하는 일은 쉽지 않겠더라.
전열기기를 쓰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작년 겨울 출근 준비하느라 전기장판을 끄는 걸 깜빡해 엄마한테 호되게 혼난 일이 몇 번 있었다. 다행히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끄지 않고 하루 종일 틀어둔 전기장판에서는 방금 다림질한 빨래의 향기가 난다. 이 제품은 자동 전원차단 기능이 있어 물통이 비워지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진다. 아침에 정신없이 출근 준비를 하고 셔츠를 다리고 나가면서 한시름 덜었다
즐거운 리뷰였지만, 마음 한편에 계속 아쉬움이 남는다. 이 제품이 우리 포르투 숙소에 있었다면, 볼품없는 옷 대신 좀 더 멋지게 유럽 거리를 활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실 한 달 살기에 다리미 정도는 없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구겨진 옷을 입고 다녀보니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더라. 물론 부피가 좀 큰 편이라 포르투갈에 가져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긴 했겠지만.
어딘가에서 손이 벨 듯 날이 선 칼 주름을 만든 셔츠를 입은 사람과 마주치면, 그 사람의 인성도 단정할 거라 짐작하곤 한다. 잘 다려진 셔츠를 보면 아직 칠하지 않은 도화지를 보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구김살 없이 다려진 옷이 멋진 옷태를 만든다.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 빈티와 부티의 차이는 명품 브랜드에 있는 것이 아니라, 1% 디테일에 있는 법이다. 누군가는 그 디테일을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쉽지 않은 사소한 것들이 모여 그 사람의 분위기를 쥐고 흔든다고 믿으니까. 그래서 난 오늘도 조금 귀찮아도, 바쁜 아침에도 잘 다려진 셔츠를 입기로 한다. 포르투에서 구겨진 옷에 한이 맺혔던 여자의 리뷰는 여기까지. 나처럼 이 제품에 강한 끌림을 느낀 사람을 위해 친절하게 구매링크도 첨부해본다. 우리가 구겨진 옷을 쫙쫙 피고 나서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영상을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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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