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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M3 지름신고서

최근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딴에는 식사량을 줄여봤는데, 막내 에디터는 내가 먹는 걸 보고 환히 웃으며 “아, 이제 다이어트 끝내셨나봐요”라고 묻는다. 왤까?...
최근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딴에는 식사량을 줄여봤는데, 막내 에디터는 내가 먹는 걸 보고…

2018. 04. 27

최근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딴에는 식사량을 줄여봤는데, 막내 에디터는 내가 먹는 걸 보고 환히 웃으며 “아, 이제 다이어트 끝내셨나봐요”라고 묻는다. 왤까? 나 지금 배고픈데.

혀끝에서 채워지지 않은 배고픔은 물욕으로 이어진다. 나만 그래? 요즘 우리 집 현관에 택배 박스가 매일 쌓여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자꾸만 뭐가 갖고 싶어진다. 양말도 사고 레깅스도 사고 하다못해 화장솜도 두 박스씩 산다. 이런 것들로는 내 욕망이 채워지지 않는다. 좀 더 큰 것. 좀 더 거대한 것이 필요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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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질렀다. 요즘 줄 서서 산다는 그 카메라. 회사 카드로 긁은 소니 A7M3에 대한 지름을 신고하는 바다.

사실 밑밥은 진즉에 깔아두었다. 에디터M(다들 아시는 것처럼 우리 대표)에게 소니 A6500을 팔아야겠다고 속삭였다. 판매는 곧 수익이다. 돈이 나가는 것엔 예민해도 들어오는 것엔 관대한 에디터M이 곧장 ‘call’을 외쳤다. 바보녀석. 나간 물건이 있으면 채워지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디에디트 초창기부터 사용해온 A6500은 꽤 괜찮은 제품이다. 특히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했을 때 소니가 만든 최고의 가성비 카메라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나는 작년 말부터 A7R3의 맛을 본 몸. 너무나 도도해진 것이다. 원래 나처럼 촬영을 못하는 애들이 장비병에 쉽게 걸린다. 부족한 실력을 돈으로 커버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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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6500을 지나가던 유명인에게 순조롭게 판매하고, 몸을 낮춰 때를 기다렸다. 사실 우리는 영상을 촬영할 때 대부분 2대 이상의 카메라를 사용한다. 바디 하나에 한 개의 와이어리스 핀 마이크를 연결해 보이스를 녹음하기 때문에, 최소 2대의 카메라가 있어야 에디터M과 나의 목소리를 동시에 깨끗하게 담을 수 있다. 게다가 리뷰 영상이라는 게 큰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클로즈업과 풀샷의 2개 화면 정도는 함께 있어야 풍성한 내용과 그림을 담을 수 있는 법. 이렇듯 나는 주야장천 독자들 생각뿐이다.

그리고 어느 날, A6500이 사라진 빈자리 때문에 촬영에 어려움을 겪고 나서야 타이밍을 잡았다. 당황한 에디터M에게 다시 속삭인다. “카메라가 한 대 더 필요할 것 같아. 이번에 아주 싸게 나온 게 있어. 이걸 안사면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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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될 수 없었던 대표님은 언짢은 표정으로 카드를 내민다. 그리고 잠깐의 기다림을 거쳐 A7M3을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초반에 판매량이 몰렸는지 생각처럼 빨리 구할 수 없었다. 압구정 스토어에서 온 따끈따끈한 카메라는 내 물욕을 채워주었다. 거짓말 안 보태고 반나절 동안 배가 안 고프더라.

이쯤 되면 여러분은 궁금하겠지. 이게 얼마고, 대체 뭐가 그렇게 좋냐고. 내가 작년 말에 구입한 A7R3는 꽤 비싼 카메라였다. 출고가가 무려 389만 원. 물론 그만큼 만족스러웠다. 영상도 잘 찍히고, 반응 속도도 빠르고, 배터리도 오래가고. 가장 좋은 건 4,240만 화소의 무시무시한 고화소라는 것.  과한 보정과 크롭을 즐기는 디에디트에게 딱 맞는 카메라였다. 디에디트의 사진은 일단 찍고 난 뒤에 보정으로 완성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만지면 만지는대로 사진이 살아나는 즐거움이란. 물론 보정을 도맡은 건 90% 이상이 에디터M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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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49만원에 출시된 A7M3는 고화소 부분만 쏙 빼고 389만원짜리 바디가 가진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배터리도 동일하고, 외관으론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 심지어 AF 성능이나 연속촬영은 더 앞선다. 여기에 S-log3까지 지원하는 등 훨씬 상위 모델인 A9에 대한 팀킬로 보일 정도였다. 기존에 A9을 구입한 사람들이 마음이 아팠더라는 이야기도 숱하게 들렸다. 나 역시 그중 하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후속작이 훨씬 더 가성비 좋은 팀킬 모델로 나왔다면 그것도 취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iphone8plusred_IMG_2893[새 카메라를 들고 신이 난 나]

자, 여기까지가 내가 디에디트에 새로운 카메라를 들인 이유다. 이제 좋은 콘텐츠를 만들러 가겠다. 절대 배고파서 산 게 아니다. 다이어트 중이라 탐욕스러운 게 아니다. 내 머리속엔 오로지 콘텐츠 생각뿐. 잘 고른 물건이 좋은 순간을 만들어준다는 디에디트의 모토를 충실히 지킬 뿐이다. 민첩하게 반응하는 AF에 손끝을 맡기고 셔터를 누르련다. 이 명문을 읽고 독자 여러분은 물론 에디터M 역시 납득하였으리라 믿는다. 그럼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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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