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스마트폰 케이스를 잘 쓰는 편은 아니다. 모름지기 스마트폰은 헐벗고 있을 때가 제일 예쁘지 않나. 특히 두툼한 다이어리형 케이스를 보면 소름이 돋는다. 그런데 오늘은 스마트폰 케이스 리뷰를 들고 왔다. 아이러니하지.
갑자기 내가 케이스를 씌우고 다니기 시작한 이유는 세 가지다. 하나는 전에 쓰던 아이폰을 사무실 돌바닥에 떨구어 살짝 균열이 생기는 아픈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지난 주말에 한 번 지갑을 두고 외출했다가 하루 종일 남의 돈을 삥 뜯고 다니는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폰과 노트북만 덜렁 들고 외출했더니 컵라면 하나 사먹을 수 없었다. 내 폰은 삼성 페이 같은 거 안 되니까… 셋째 이유는 베루스에서 아이폰X용 담다 글라이드를 선물로 주셨기 때문. 이게 가장 결정적인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여러분의 오해다.
자, 결론부터 말씀드리겠다. 쓴 지 일주일 되었지만 수납형 케이스는 사랑이다. 갤럭시S9을 리뷰 중이라 여기에도 씌워봤는데 착, 달라붙는다. 디자인은 무난하다. 쌩폰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특별히 좋을 것도 없는 디자인이지만, 나쁘지도 않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이라 거부감 없이 쓸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가장 의외였던 건 그립감. 케이스를 씌우면 전체적으로 두툼해지는데, 여기다 카드를 넣을 수 있는 수납 공간까지 넣으려면 당연히 뚱뚱해지지 않겠는가. 근데 카드 2장을 수납할 수 있는 케이스 치고는 상당히 슬림한 편이다. 두 장 꽉 채워 넣어도 두께가 12mm를 넘지 않는다.
손에 잡고 쓰기 어려울까 염려했는데, 그립감도 생각보다 좋다. 손이 작은 막내 에디터가 쥐어도 부담스럽지 않더라.
무엇보다 카드 케이스의 슬라이딩 방식이 세련되다. 한 손으로 잡고 가볍게 스윽 밀면 반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이 느낌이 좋아서 습관적으로 슬라이드를 밀고 당겨보게 된다. 장난감 다루듯이 스윽, 탁, 스윽, 탁. 이런 슬라이드형 케이스 중에 제일 잘 만들지 않았나 싶다.
슬라이드 케이스가 부드럽게 열고 닫히는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만듦새가 상당히 좋다. 여러 번 열고 닫아도 유격 없이 케이스가 꽉 들어맞아서 보기 좋다.
닫았을 때 카드가 밖으로 노출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카드 한 장과 약간의 현금을 넣어도 여유있게 잘 들어간다. 난 법인 카드와 스타벅스 카드를 넣어 다니고 있다. 삼성 페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법인 카드는 등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케이스에 물리적으로 챙겨 다니는 게 편리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스마트폰 케이스를 잘 쓰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가 사이드 버튼이 잘 눌리지 않거나, 누르는 느낌이 살지 않아서다. 카메라 홀은 물론 사이드 버튼이나 충전단자홀 등이 아주 섬세하게 설계돼 있다. 갤럭시S9의 볼륨 버튼이나 빅스비 전용 버튼 등이 모두 쾌적하게 잘 눌린다. 케이스를 씌우지 않았을 때와 별로 다를 바 없는 손맛이다.
엣지 디스플레이는 자칫 잘못 떨어트리면 크게 충격을 받아 깨지는 사례가 많다던데, 케이스 각 모서리마다 미세한 에어스페이스가 있다. 모서리로 떨어졌을 때의 충격을 흡수해주는 역할이다. 한 번 테스트해보고 싶었지만, 갓 나온 갤럭시S9을 떨굴 용기가 나지 않는다. 충분한 높이에서 거친 드롭 테스트를 겨쳐 인증받았다고 하니 믿어보도록 하자.
갤럭시S9 전용 담다 글라이드 케이스의 컬러는 총 6가지.
자세한 리뷰를 위해 꼼꼼히 들여다보며 설명했지만, 제일 중요한 건 하나다. 혼돈의 카오스인 내 가방 속에서 지갑을 찾으려고 혼이 쏙 빠지도록 헤집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
항상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지하철을 타고, 편의점에 가고, 커피를 살 수 있다는 것. 이 간단함이 가장 큰 변화다. 이 좋은 걸 왜 안썼을까? 이번 미국 출장에도 달러 몇 장과 법인 카드를 쏘옥 넣어 챙겨갈 예정.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 궁금한 분들은 ‘여기’로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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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