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컬러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말이야 요란했지만, 컬러 마케팅이라는 게 사실 간단하다. 개성 있는 컬러나 상징적인 컬러를 사용해 소비자에게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목적이다. 재밌게도 이 컬러 마케팅이 처음 적용된 제품은 바로 파카의 만년필이었다고 한다.
1920년대 당시만 해도 만년필의 컬러는 블랙이나 브라운이 전부였다. 블랙이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받는 건 크게 취향을 타지 않는 컬러이기 때문이다. 그때까진 아무도 만년필의 컬러에 새로운 취향을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파카가 여성들이 레드같은 화사한 컬러를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빨간색 여성용 만년필을 내놨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마치 립스틱을 연상케 하는 빨간 만년필의 등장은 그때까지 ‘검은 만년필’밖에 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컬러 마케팅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 내 관심을 끄는 건 ‘컬러 파괴’의 영역이다. 해당 제품군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컬러를 적용하는 과감함. 컬러 하나 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된 것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이런 건 컬러를 아주 잘 뽑아냈을 때만 해당하는 얘기다. 오늘은 아주 좋은 예를 하나 보여드리려고 한다. LG V30 라즈베리 로즈 컬러다.
V30가 현재 판매 중인 스마트폰 중 최고라고 말하진 않겠다. 하지만 적어도 가장 아름다운 컬러를 선보인 건 분명하다. 기존에 출시된 컬러인 라벤더 바이올렛의 실물을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은은하고 우아했다. 스마트폰에선 듣도 보도 못한 바이올렛 컬러를 이렇게 훌륭하게 소화한 능력이 놀라웠음은 물론이다.
V30는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채도가 다르게 표현된다. 제품 후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렌즈들이 패턴을 이루고 있다. 이 렌즈들로 이뤄진 렌티큘러 필름을 적용해 일차원적인 컬러를 벗어난 깊이감을 보여준다.
라즈베리 로즈 컬러 역시 마찬가지다. 짙은 자줏빛에서 화사한 핑크빛까지 다양한 컬러를 찾아볼 수 있다.
지문인식 센서나 카메라 주변부, 가장자리의 메탈 프레임까지 같은 톤의 컬러로 통일했기 때문에 일체감이 뛰어나다. 역시, 깔맞춤은 센스다. 한 가지만 볼멘소리를 하자면 구성품 중 케이블이라도 핑크톤으로 만들어줬다면 컬러 에디션으로서의 가치가 더 빛났을 텐데 아쉽다. 구성품은 이전 모델과 동일하다.
“이걸 대체 무슨 컬러라고 해야할까?”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에디터M이 “딱 그거네, 마젠타 컬러”라며 한 마디 던진다. 그 말을 듣고 마젠타 컬러를 찾아보니 라즈베리 로즈 컬러와 비슷하다. 밝은 자주라고도 표현하는데 빨강보다는 보라가 약간 섞인 상태를 뜻한다.
실제로 V30 라즈베리 로즈 컬러의 표면에서는 차가운 보랏빛이 묻어난다. 레드의 느낌과 블루의 느낌을 모두 품고 있다고 보는 게 옳겠다. 보랏빛 광택 덕분에 시크한 느낌이 있어 남자가 쓰기에도 착 붙는 컬러다.
리뷰 제품을 받아본 패키지가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박스를 여니 빼곡한 꽃잎 사이에 V30가 곱게 누워있다. 반지나 목걸이가 들어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로맨틱한 패키지다. 다가온 발렌타인 데이를 위한 준비일까? 아쉽게도 일반 판매용은 아니고 이벤트 패키지라더라. 그래도 뜯어보는 내 입장에선 눈요기는 톡톡히 한 셈이다. 혹시나 이 제품을 선물용으로 구입한 분들은 이 패키지에서 힌트를 얻어 꽃집에 포장을 맡겨보자.
삭막한(?) 디에디트에서 가장 로맨스와 가까운 막내 에디터가 “발렌타인 데이에 커플폰으로 선물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힌다. 그리고 내가 본래 가지고 있는 V30 모로칸 블루와 매치해서 보여주는데, 급조한 의견치고는 썩 잘 어울린다. 보통 스마트폰 컬러가 블랙 아니면, 화이트. 조금 특이하면 레드 정도였는데 블루와 핑크를 매치하는 커플폰이라면 유니크한 짝꿍이 아닐까.
오늘은 새로운 컬러에 대한 이야기만 풀어놨지만 V30는 흥미로운 기기다. 얇고 가볍지만 뜻밖에도 밀스펙을 지원하며, 독특한 시네 비디오 모드로 초보자들도 멋진 영상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예전에 썼던 ‘이 리뷰’를 참고하시길.
컬러는 취향이다. 세상엔 수많은 취향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머리색과 운동화 색, 속옷 색이 모두 다른 걸 보라. 근데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모두의 취향을 껴안기엔 컬러가 너무 단조롭다. 블랙과 화이트는 지겹다. 평범한 핑크와 레드도 그냥그냥. 팔레트를 마구마구 휘저으며 나타난 라즈베리 로즈 같은 유니크한 컬러가 반가운 이유다. 얼마 전에본 기사에 따르면 라즈베리 로즈 컬러의 구매 비중이 상당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더라. 이 정도면 꽤 성공한 마케팅이 아닐까. 다들 실물로 구경이라도 한번 해보셨으면. 그리고 모든 브랜드가 계속해서 예쁜 색을 더 많이 뽑아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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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