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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전담생활

여러분 안녕. 언제나 새로운 전담을 찾아 회색빛 도시를 어슬렁 거리는 전담계의 하이에나 에디터M이에요. https://youtu.be/MGnuSBkWJcQ 요즘 가장 핫한 건 아무래도 궐련형...
여러분 안녕. 언제나 새로운 전담을 찾아 회색빛 도시를 어슬렁 거리는 전담계의 하이에나…

2017. 12. 17

여러분 안녕. 언제나 새로운 전담을 찾아 회색빛 도시를 어슬렁 거리는 전담계의 하이에나 에디터M이에요.

https://youtu.be/MGnuSBkWJcQ

요즘 가장 핫한 건 아무래도 궐련형 전자담배, 아니 정확히 말해 아이코스인 것 같아요. 정말로요. 저는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빠른 시간 안에 하나의 기기를 쓰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제 주변의 흡연인들이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하나둘씩 손가락에 아이코스를 끼고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물론 얼굴엔 멋쩍은 듯한 미소도 함께요. 그런 그들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좀 기분이 이상하답니다. 내가 뻥 차버린 전남친을 길에서 마주친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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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요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연애랑 닮았다고 생각해요. 첫사랑은 누구나 서툴죠. 전혀 새로운 감정의 파도에 압도되어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쉽게 분간을 할 수가 없어요. 두 번째 연애는 좀 나아졌을까요? 글쎄요 그때는 첫 번째보다 나은 것 같았는데, 지금 보니 그건 그냥 내가 이 감정이 익숙해진 것일 뿐. 돌이켜보니 첫 번째만 못한 것 같았어요. 두 번째 연애가 더 나은 점이 있다면, 그나마 비교할 대상이 있었다는 것 정도랄까요? 아 벌써 세 번째네요. 이번엔 어떨까요.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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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은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에게 다음은 BAT의 글로에게 빼앗겼으니 우리의 KT&G는 고민이 많았겠죠. 얼마나 똥줄이 탔겠어요. 이 시장을 타계하고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말이죠. 하지만 역시 위기의 순간에 좋은 제품이 나오는 법. 꼬박 2주정도 함께 해본 릴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녀석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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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하소연 좀 할게요. 저 정말 힘들게 구했어요. 매일 출근 전마다 GS25에 들러 릴이 있냐고 물었죠. 일주일쯤 지나니, 편의점 알바생이 제가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없어요”라고 하더군요. 냉정하기는. 이쯤 되고보니 KT&G에서 일부러 물량을 눈꼽만큼 풀어서 우리는 애태우게 하려는 수작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되더라구요.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집념의 에디터M. 결국 구했습니다. 정가는 9만 5,000원인데, 사이트에서 성인인증을 한 뒤 쿠폰을 받아 6만 8,000원에 샀습니다. 알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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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릴은요 아이코스와 글로의 장점만 쏙쏙 뽑아낸 녀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필립모리스와 BAT라는 글로벌 대기업을 상대로 이 정도의 제품력을 자랑하다니 저는 좀 자랑스러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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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일단 쥐는 느낌은 나쁘지 않습니다. 길고 가는 형태다 보니 글로보다 거부감이 덜하달까요? 솔직히 사이트의 공식 이미지만 보고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오색광이 은은히 도는 재질일 줄 알았는데, 그냥 흰색 플라스틱이에요. 스위치는 손으로 부드럽게 기기를 쥐었을 때 검지가 닿는 부분에 있어요. 불빛의 색이나 깜빡임 그리고 진동의 정도로 제품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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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괜찮아요. 날도 추우니까 얘한테 따듯한 옷을 입혀주기로 했거든요. 지금 사면 이 커버케이스는 공짜로 얻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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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는 꽤 가벼워요. 글로가 120g이고, 아이코스가 홀더와 충전용 포켓을 모두 합친 무게가 103g인데, 릴은 90g 정도랍니다. 이렇게 가벼운데 배터리는 꽤 인상적이에요. 일단 한 번 완충으로 20개비까지 피울 수 있고요. 제가 아이코스에서 목놓아 부르짖던 줄담배가 릴은 무려 3개비나 가능합니다. 그이상을 피우면 과열 문제로 5분 동안 강제 금연을 해야 한대요. 괜찮아요. 어차피 3대 줄담배는 좀 심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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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릴이 아이코스와 글로의 장점을 쏙쏙 뽑아 만들었다고 했죠? 그러니까 KT&G의 릴이 어떤 식으로 앞서 출시한 경쟁사 제품에 빨대를 꽂았는지 둘씩 비교해가며 설명해보도록 할게요.


릴 vs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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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은 BAT의 글로와 같은 일체형입니다. 그냥 이거 하나만 들고다니면 끝! 충전도 흡연도 하나의 디바이스에서 이루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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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이점도 물론 있어요. 전혀 분리되는 것 없는 글로보다 릴은 좀 더 융통성이 있는 편입니다. 상단의 캡은 자석형식으로 야무지게 착하고 달라붙고요, 스틱포켓도 아주 쉽게 툭하고 분리돼요.


릴 vs 아이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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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릴은 일체형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아이코스와 결이 더 잘 맞아요. 일단 스틱끼리 호환이 가능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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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에 들어가는 담배 스틱은 핏 체인지와 핏 체인지 업 이렇게 두 가지 종류에요. KT&G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맛의 캡슐을 선보여 왔어요. 마치 캡슐에 집착이라도 하는 것처럼요. 역시나 릴에 들어가는 스틱에도 모두 캡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체인지는 멘솔, 노란빛이 더해진 체인지 업은 풍선껌 맛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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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말보로 아이스블라스트를 피웠던 저는 캡슐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앞니로 캡슐을 톡 하고 터뜨릴 때의 쾌감도 즐겁고, 희석되지 않은 캡슐의 강한 맛도 재미있어요. 그런데 말이죠. 캡슐은 향이 강한 연초였을 때가 더 잘 어울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담뱃잎을 태우는게 아닌 찌는 방식의 궐련형은 향도 맛도 그냥 담배보다 훨씬 약하거든요. 그런데 캡슐맛이 너무 강하니까 담배 맛을 이 캡슐이 다 지배해버리는 느낌입니다. 입안에 남는 들척치근한 맛도 좀 강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캡슐을 안터뜨리고도 피워봤는데요. 맛이 좀 약한데 타격감은 꽤 강해서 그건 더 아니더라구요.

Processed with VSCO with av4 preset[위가 아이코스용 히츠스틱 아래가 릴용 핏 체인지]

여기서 잠깐 호환이 가능한 아이코스의 히츠스틱을 끼워서 피워볼까요? 두 개의 두께는 거의 비슷하지만, 릴의 핏이 조금 더 기네요. 이 정도 길이 차이는 바꿔서 피우기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아니에요. 아, 물론 각 제조사는 바꿔서 피우는 것을 권장하지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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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이코스 히츠스틱이 확실히 맛이 좀 더 구수하네요  그런데 아쉬운 건, 아이코스로 피웠을 때보다 연기량이 덜하고 빨아들일 때 좀 퍽퍽한 느낌이 든다는 거예요. 그냥 제조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겠어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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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의 경우 긴 담배스틱을 그대로 찌는 방식인데요(그래서 아이코스가 자기네는 종이 맛이 없는 정말 순수한 맛이라며 공격하기도 했구요). 반면 릴과 아이코스는 모두 가열판을 담뱃잎에 직접 꽂아서 가열하는 방식이라고 보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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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둘의 차이가 있어요.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망가진 저의 아이코스 블레이드 스틱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이코스는 약 5mm 정도 두께의 얇은 판으로 담뱃잎을 가열합니다. 반면, 릴은 판이 아니라 못처럼 생긴 지름 1에서 2mm 정도의 동그란 스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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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식의 차이는 각각의 불편함을 초래합니다. 아이코스의 경우 블레이드가 굉장히 잘 부러져요. 부러진 제 것을 보세요. 릴의 경우 연소가 끝난 담배스틱을 제거하기 위해 좌우로 스틱을 돌리라고 말하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아이코스의 블레이드는 똑 하고 부러지기 십상이죠. 반면 릴의 블레이드는요. 맞지 않는 청바지처럼 스틱을 넣을 때 조금 힘이 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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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제가 요즘 한참 살이 오르고 있는 중이라 꽉 끼는 청바지를 입는 것은 익숙하거든요. 그건 참을 수 있어요. 그런데 말이죠. 문제는 다 피운 담배스틱을 제거할 때에요. 3번에 한 번은 이렇게 담뱃잎이 그대로 끼지 뭐예요. 다행히 뚜껑을 쉽게 열수 있어서 툭툭 털어내면 되긴 하지만, 좀 귀찮은 건 사실이에요. 블레이드 스틱을 개선하든지 아니면 담뱃잎이 스틱에 딱 달라붙어 있도록 손을 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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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저에 대한 소개를 할게요. 아직 많은 분들이 제가 정말 담배를 피우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에요. 저는 일단 주말엔 흡연을 하지 않아요. 뭔가 기분전환이 필요하다거나, 기사가 너무너무 써지지 않을 때 끽연을 하는 생계형 스모커에 가깝다고 보면 되겠네요.

그러니까 한 시간이라도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흡연이란 것이 저의 바이오리듬과 굉장히 맞닿아 있는데요. 담배 동면 기간입니다. 너무 추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구요.

Processed with VSCO with av4 preset[디에디트 사무실 한켠 생각의 의자]

이 길고 긴 리뷰의 결론은 저는 요즘 릴을 피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춥거든요. 옥상까지 올라가지 않고 사무실 창문에 얼굴을 내밀고 흡연을 할 수 있다는 건, 전자담배의 축복이죠. 정말로 담배찌꺼기가 자꾸 끼는 것만 해결 된다면 아마 여기에 정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진 않을거에요. 일단은 이 추운 겨울 동안만 함께해 볼랍니다.

아! 그런데 말이죠. 제가 사실 요즘 아이코스 홀리데이 에디션에 빠져있긴 해요. 조만간 살지도 모르겠어요. 음 릴을 버리고 갈아타게 될까요? 아님 양다리? 아직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네요.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 할게요. 저는 갈대처럼 가벼운 여자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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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