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M의 첫 캠핑

여러분 안녕, 에디터M이다. 어제의 기사를 본 사람을 알겠지만(아직 안봤다면 여기로) 디에디트의 세 여자가 캠핑을 다녀왔다. 테마는 감성. 목표는 잘 먹기....
여러분 안녕, 에디터M이다. 어제의 기사를 본 사람을 알겠지만(아직 안봤다면 여기로) 디에디트의 세…

2017. 11. 30

여러분 안녕, 에디터M이다. 어제의 기사를 본 사람을 알겠지만(아직 안봤다면 여기로) 디에디트의 세 여자가 캠핑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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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는 감성. 목표는 잘 먹기. 이틀 전부터 치열하게 메뉴를 선정하고 주섬주섬 장비를 챙겼다. 우리가 원래 좀 유난스럽다. 기사 한 편으로는 다 담지 못한 우리의 캠핑 이야기. 그래서 이번 기사는 지난 기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캠핑의 즐거웠던 순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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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한 프로 캠핑인이 워낙 스노우 피크를 좋아해서 공교롭게 거의 모든 장비가 스노우피크다. 사실 난 태어나서 캠핑을 처음 가본다. 그동안 차가 없어서 혹은 문밖은 별로 취미가 없어서 이래저래 기회가 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스노우피크는 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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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만듦새. 자기네가 만들고 싶은 물건만 만드는 고집. 딱 필요한 기능은 넣고 불필요한 디테일은 버린고, 대신 그 자리에 감성으로 채우는 세련됨. 아마  내가 캠핑을 좋아했다면, 열렬한 스등이(내가 만든 말이다)가 되었을거다.

아쉽게도 당일 날 비가 온다는 섭한 소식을 들었다. 결국 내내 흐리다 비가 왔다. 하지만 뭐, 흐린날의 캠핑도 꽤 운치가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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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비를 막는데는 타프 만한 게 없지. 우리를 지켜줬던 스노우피크 헥사타프. 사방이 막히지 않아 우리가 간 캠핑장의 자연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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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각형의 렉타 타프가 더 실용적이긴 하지만, 6개의 팔을 쫙 벌린 헥사가 더 간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은 잣나무 아래서 우리의 타프가 그리는 우아한 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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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프를 치고 적당한 거리를 둔 후 장작을 피운다. 난생처음 ‘불멍’이란 단어도 배웠다. 화로대에 장작을 넣고 불을 보며 멍 때리는 걸 말한다. 장렬하게 자신의 몸을 불살르고 공중으로 흩어지는 불씨는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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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키우는데 최고! 지포 파이어 스타터. 삼나무를 혼합한 톱밥을 압축해 만든 동그란 스타터로 젖은 장작도 타오르게 한다는 물건 중의 물건! 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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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불씨를 키워도 관리를 잘못하면 금새 사그러든다(내가 활활타고 있는 불을 많이 죽여봐서 안다). 일단 장작을 잘 쌓는게 포인트다. 산소가 통할 숨구멍을 만들면서 쌓아야 균일하게 활활 타오른다. 참고로 화로도 스노우피크 제품이다. 역사각뿔 형태라 불씨가 퍼지지 않고 잘 모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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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도 챙겼다.  캠핑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캠핑장비는 과학이더라. 스노우피크의 테이블은 접힌 상태만 보면 이게 정말 테이블이 되는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접고 펴는데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펼쳐놓고 나면 꽤 근사하고 튼튼한 테이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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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음식을 시작하기전, 요동치는 위를 달래기 위해 뜨거운 커피 한잔. 스노우피크의 설봉스태깅머그. 세 개의 컵을 착착 접으면 컵 하나 정도의 부피로 변신하는 실용적인 녀석이다. 하지만 이 컵의 진짜 매력은 따로 있다. 티타늄으로 만들어졌지만 차갑지 않고 은은하고 따듯한 느낌. 특히 입에 닿을 때 쇠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서 커피 맛이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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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축적해 둔 지방이 거의 없는 막내는 추위를 많이 탄다. 요즘 부쩍 떨어진 기온 때문에 추울 수 있으니 챙긴 지포 미니 손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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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포 전용 기름을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옮겨 담고 또 이것을 미니 손나로에 옮겨야 하는 성가신 작업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 번거로움을 즐겨보자. 본디 캠핑은 귀찮고 번거로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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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불이 붙으면 12시간은 충분히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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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턴 본격적인 먹방이다. 에디터H가 소리친다. “캠핑은 먹으러 오는 거야. 여기선 먹는 거 말고는 딱히 할일이 없거든.” 그말이 사실이었다. 스파게티를 시작으로 두 번의 스테이크, 카프레제, 카나페, 마무리 라면까지. 정말 야무지게 먹고 또 먹다가 돌아왔다. 그중에 하이라이트는 당연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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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달궈진 무쇠팬위에 버터 한 조각을 올리고 스테이크를 굽는다. 치익. 잣나무 숲에 비내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아스파라거스와 파프리카, 양송이, 양파까지 올려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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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뇸뇸. 조금 오버쿡이 되긴 했지만, 유명 스테이크집이 부럽지 않은 맛이었다. 나중엔 버터에 야채만 구워먹었는데도 맛있더라. 에디터H는 싸온 귤도 구워먹던데 그것 빼고는 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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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너에 사용한 가스도 스노우 피크 제품. 솔직히 마트에서 사면 반 가격 정도에 구입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가스까지 맞추면 멋지잖아? 스노우피크는 심지어 가스도 시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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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배가 차니 다들 의자 자리를 잡는다. 접었을 땐 어른 팔 크기 밖에 되지 않더니, 펴면 튼튼한 의자가 된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높이에 팔걸이까지 있어 굉장히 편안하다. 여기에 앉아 불을 바라보다보면 몇시간도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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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옆에선 호즈키 모리 램프가 은은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불바람에 반응하는 흔들림보드가 있어 주변이 고요해지면 불빛이 잦아들다 소란스러우면 다시 밝아진다. 꼭 작은 반딧불이처럼 작은 생명체 같다.우리의 테마였던 감성캠핑에 딱 어울리는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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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은 장비발이다.” 캠핑 초보인 나는 이 말이 그저 허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캠핑을 마치고 짐을 정리하면서 이말의 의미를 실감했다. 황량했던 캠핑장에 불씨가 피어오르고 하나둘씩 장비가 채워지면서 무엇이든 가능한 공간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은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든든한 장비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캠핑이었다. 날이 좀 더 풀리면, 꼭 한 번 더 가고 싶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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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