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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취향] 못생긴 그거 써보니까 좋니

있을 땐 몰랐지만 막상 없으면 서운한 것들이 있다. 삼겹살에 흰쌀밥, 여행지에서의 손톱깎이 그리고 핸드크림과 립밤. 오랜만에 돌아온 에디터M의 인생템. 오늘은...
있을 땐 몰랐지만 막상 없으면 서운한 것들이 있다. 삼겹살에 흰쌀밥, 여행지에서의 손톱깎이…

2017. 11. 15

있을 땐 몰랐지만 막상 없으면 서운한 것들이 있다. 삼겹살에 흰쌀밥, 여행지에서의 손톱깎이 그리고 핸드크림과 립밤. 오랜만에 돌아온 에디터M의 인생템. 오늘은 핸드크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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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타닥 하루 온종일 맥북 키보드 위에서 칼춤을 추는 내 손가락은 온도와 습도에 아주 예민하다. 특히 겨울이면 대용량 핸드크림을 끼고 산다. 이솝 핸드크림이 있긴 하지만 그건 대외용.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을 닦는 나에게 이솝을 매번 쓰기란 좀 부담스러운걸.

그런데 말이지. 내 손이 건조한 것도 싫지만, 더 참을 수 없는 건 끈적임이다. 소중한 맥북에 번들번들 개기름이 끼는 건 참을 수 없어. 친 이 계절에 촉촉하면서도 끈적이지 않을 것.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역설적인 핸드크림. 그 어려운 걸 여러분, 저 에디터M이 또 이렇게 찾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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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못생긴 것은 무엇이냐. 요즘 나의 최애템, 오킵스(O’Keeffe’s)의 워킹핸즈 핸드크림이다. 좋아. 너무 좋아. 주변 사람들한테 자꾸자꾸 말해주고 싶다. 심지어 가격도 착하다. 96g 용량에 가격은 1만 3,000원(현재 올리브영에서 9,900원에 세일 중이다). 그런데 그동안 리뷰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한 가지. 못생겼다. 내 어여쁜 웹사이트에 개구리를 닮은 널 올릴 자신이 없었거든. 하지만 나처럼 촉촉하면서 끈적이지 않는 핸드크림을 찾고 있을 여러분을 위해 결심했다. 이걸 리뷰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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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994년에 시작했으니 역사와 전통이 있는 그런 브랜드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 핸드케어 시장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던 강자들을 제치고 오직 입소문만으로 점유율과 판매율 모두 1위를 차지한 ‘물건’이다. 한국에는 상륙한지 이제 딱 한 달된 따끈따끈한 녀석. 오킵스는 거친 목장일 때문에 빨갛게 트고 하얗게 갈라진 아버지의 손이 속상했던 약사 딸이 만든 크림이다. 미국을 휘어잡고 먼 나라 한국 땅까지 상륙했으니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는 말은 이럴 때를 위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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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텍스처를 뭐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까. 바게뜨를 찍어먹고 남은 생크림을 상온에서 하루정도 방치한것 같은 느낌. 뽀얀 크림을 손으로 꾹 누르면 뽀드득하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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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 손가락에 덜어 체온으로 녹이면 미끄덩거리는 것 같다가 어느새 흡수가 된다. 속은 촉촉한데 겉은 보송보송. 꼭 피부 표면에서 아주 얇은 실리콘 장갑을 씌운 것 같다. 특히 하얗게 일어나고 갈라진 손에 바르면 신속하게 촉촉함과 매끈함을 선사한다. 바로 타이핑을 해도 전혀 끈적이지 않아 마음에 든다 아주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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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H는 손은 잘 안 씻는 것 같은데, 건조함은 엄청 느끼는 것 같길래 리뷰를 핑계로 하나 더 샀다(난 벌써 두 통째다). 오킵스 핸드크림의 장점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튜브형보다는 내가 산 자(jar)타입을 추천. 일단 사서 책상에 모셔두고 퍽퍽 쓰자. 이게 바로 싸구려의 묘미. 올겨울 당신의 손에도 촉촉함이 있으리니.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