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매번 날씨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는 객원 에디터 김고운이다. 외출 전 옷을 고를 때 가장 큰 관심사는 날씨. 변화무쌍한 날씨에 따라 선택할 옷도 달라지기 때문에 도입부에는 늘 날씨 얘기를 하게 된다.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위해 여름철에 덥게 입거나, 겨울철에 춥게 입고 아무렇지 않은 척 당당하게 걸어가는 능력이 나에겐 없다. 덥지 않은 척보다는 특히 춥지 않은 척하는 게 더 어렵다. 겨울 멋쟁이는 얼어 죽는 법이라는데 아무래도 멋쟁이는 어려운 걸까.
겨울철의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그건 방한용품이다. 매섭게 파고드는 바람을 막으면서도 포인트를 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뭇가지가 앙상해지는 이맘때가 되면 방한용품에 눈이 간다. 오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빈틈을 채워주는 방한용품을 준비했다. 겨울 멋쟁이도 얼어 죽지 않을 수 있다. 다가오는 연말, 선물하기에도 좋겠다.
[1]
목도리
벨리에 시티 그리드 머플러
추위를 느끼면 일단 어깨가 움츠러들고 턱이 당겨진다. 목이 찬 공기에 노출되면 단순히 목에서 그치지 않고 상반신 전체가 추워지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목도리로 목만 감싸도 추위에 대항할 온기가 든든하게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방한용품의 기본은 목도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목을 한가득 감싼 목도리는 불편하다. 고개를 움직이기 어렵고, 입에 목도리 털이 들어가는 것만 같으니까. 그럴 때는 가볍게 짠 면 소재 머플러를 사용하면 된다. 면이 섞이면 섬유가 매끈하고 짜임이 촘촘해져서 표면에 털이 적고 질감이 단정하기 때문이다.
벨리에의 시티 그리드 머플러는 울과 면이 혼방된 원단으로 제작되었다. 180cm의 긴 기장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착용할 수 있으면서도 목을 적절하게 감쌀 수 있다. 천연섬유인 울과 면에서 비롯되는 질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겨울 외투는 여름 옷에 비해 아무래도 화학섬유가 많이 사용되다 보니 자칫 단조롭게 보일 수 있는데 천연섬유의 부드럽고 포근한 질감을 더한다면 보다 자연스러워진다. 은은한 체크무늬라 과하지 않아 목도리를 감싸고 있을 아우터와도 잘 어울릴 거다. 가격은 10만 5,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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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
테켓 집 벨 비니
의외로 방한용품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생각나는 건 비니다. 다른 방한용품은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 사용하지만비니는 다르다. 더위가 가시고 바람이 선선해질 정도만 되어도 어김없이 비니를 찾게 된다. 사실, 추워서라기보다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시작되는 연말연시의 들뜬 감정을 빨리 불러오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비니는 겨울을 대비하는 물건이기 전에 겨울을 맞이하는 물건이 아닐까.
테켓의 ‘집 벨 비니’는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영화 <나 홀로 집에 2>에서 주인공 케빈이 썼던 비니를 닮았다. 이름처럼 종 모양으로 귀를 덮을 정도로 크고 그 끝에는 복슬복슬한 방울이 달려있다. 덕분에 한파에도 따뜻하게 착용할 수 있다.
테켓은 지난 모자 추천 기사에서도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다. 테켓은 타이포그래피를 잘 활용하는데, 그래서인지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90년대 후반 미국 IT 회사의 유니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비니를 쓰고 캐롤이 나오는 거리를 걷는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면서 벌써 올해도 다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벌써 내년이 2026년이라니. 가격은 4만 8,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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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홀리선 블레스 울 립 핑거 글로브
장갑은 크기도 작고 끼고 벗을 일이 많아 잃어버리기 쉽다. 그래서 서랍에 한 짝만 있는 장갑만 두 개다. 매년 잃어버리면서 차마 맨손으로 다닐 수 없다는 핑계로 다시 구매한 탓이다. 길을 걷다 누군가가 떨어뜨린 장갑 한 짝을 볼 때면 그 사람이 느꼈을 당혹스러움이 낯설지 않다. 어느 날은 급해서 짝짝이라도 끼고 나가려 했지만 왜 왼쪽만 남아있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장갑 선물이 반갑다. 직접 구매하기에는 조금 아깝게 느껴진달까.
선물을 고민하고 있다면 홀리선의 브레스 울 립 핑거 글로브는 어떨까. 장갑과 손목 끝부분의 귀여운 배색을 보고는 틀림없이 기분 좋아질 테니까. 최상급 메리노울로 제작됐고 성기게 짜인 골은 입체적인 질감을 준다. 장갑에서 또 봐야 할 부분은 터치 가능 여부다. 브레스 울 립 핑거 글로브는 검지와 엄지손가락에 핑거홀이 있어 장갑을 벗지 않고도 스마트폰 조작을 할 수 있다. 손가락 끝에 터치가 가능한 소재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두툼해진 손가락으로는 자세한 조작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핑거홀 디테일이 오히려 사용하기 편리하다. 사실 내가 선물 받고 싶은 장갑이다. 만약 받는다면 절대로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가격은 5만 9,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4]
내의
유니클로 C 히트텍 캐시미어 블렌드 터틀넥T
바람이 가늘고 차가워지면 유니클로가 떠오른다. 히트텍 때문이다. 히트텍은 유니클로에서 2003년에 개발한 원단으로 몸에서 발생하는 열을 지켜주는 기능성 내복이다. 플리스, 에어리즘과 함께 지금의 유니클로를 만들었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은 히트 상품이다. 나는 히트텍을 입으면서 레이어링의 즐거움에 눈을 떴다. 두꺼운 패딩이나 코트의 보온성에만 의존하지 않고 옷장에 있는 여러 옷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 안팎의 극심한 온도차에도 입은 옷을 입었다 벗으면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점도 히트텍으로 누릴 수 있는 선물이다.
유니클로 C에서 지난 시즌부터 출시한 히트텍 캐시미어 블렌드 히트텍은 엑스트라 웜이라 일반 히트텍보다 1.5배 따뜻하다. 더욱 다양하게 레이어링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히트텍은 원래 부드럽지만 거기에 최고급 울인 캐시미어가 혼방되어 피부를 촉촉하고 부드럽게 감싼다. 터틀넥을 따가워서 입지 못했던 사람도 부담 없이 도전할 만하다. 크루넥 맨투맨, 니트 안에 셔츠를 입는 조합에서 셔츠 대신 이 제품을 입어보자. 캐주얼하면서도 단정함을 챙길 수 있다. 거기에다 매우 얇아 목도리로 한 번 더 감싸도 꽉 차지 않는다. 가격은 유니클로이기에 가능한 2만 4,900원. 구매는 여기에서.
[5]
베스트
브루먼 플리스 신슐레이트 베스트
레이어링을 위해서는 또 필요한 것은 중간 아우터다. 그중 가장 활용도가 좋은 것은 베스트.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간절기에는 입던 가을 옷 위에 베스트만 걸쳐도 따뜻하고, 본격적으로 추워질 때는 패딩, 코트 같은 최종 아우터 직전에 입으면 보온성이 극대화된다. 몇 년 전 정장을 주로 입는 직장인이 교복처럼 입던 경량 패딩 베스트를 떠올리면 된다. 여기에서 주로 무채색인 경량 패딩 베스트에 아쉬움을 느낀다면 브루먼의 플리스 신슐레이트 베스트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폴리스 신슐레이트 베스트는 8-90년대 아웃도어 베스트 디자인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 시기 아웃도어 제품은 가시성 향을 위해 밝은색을 주로 사용한 것이 특징. 플리스 신슐레이트 베스트는 다크 그린, 브라운, 블랙 색상으로 출시되었다. 빈티지 엘엘빈이나 파타고니아에서 자주 보이는 다크 그린 색상이 가장 구매욕을 자극했다. 무채색이 주를 이루는 겨울 의류에서 이런 색상은 포인트로 주기 좋다. 안감으로는 플리스 소재를, 충전재로는 신슐레이트를 사용하는 등 빈티지 디자인과 현대 기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도 재미있다. 가격은 11만 9,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6]
패딩 슬리퍼
노스페이스 눕시 뮬
올해 유독 발이 시리다. 평소에 수족냉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이건 날씨가 이상하거나 내가 이상하거나 둘 중 하나다. 둘 다 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패딩 슬리퍼를 찾아보았다. 패딩 슬리퍼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나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골라야 한다. 그중 노스페이스 패딩 슬리퍼가 눈에 들어왔다. 노스페이스의 대표적인 패딩인 눕시 디자인을 딴 눕시 뮬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패션 아이템은 두 가지 운명을 맞는다. 그 시절 물건으로 기억의 저편에 남던지, 버티고 버텨 마침내 클래식이 되던지. 눕시는 이제 나이, 성별, 스타일을 불문하고 사랑받는 클래식이다. 출시된 지 30년 동안 꾸준하게 사랑 받고 있으니 말이다.
눕시 뮬 슬리퍼는 리사이클 보온 소재가 볼록하게 충전되어 있다. 그리고 발 바깥에는 노스페이스 로고가 박혀있다. 단순한 배색에 로고가 박혀있는 간결한 디자인, 역시 클래식답다. 뒤꿈치 부분이 트여있는 뮬 형태이고 접혀있는 뒤꿈치 부분을 펴면 보다 안정적으로 착용할 수 있다. 리사이클 보온 소재를 충전재로 사용했고, 신발 안쪽은 플리스 소재로 되어 있어 한겨울 가벼운 외출에 신기 좋다. 눕시처럼 유광, 무광으로 출시되고, 겉감으로 나일론을 사용했다. 나일론은 불에 약하기 때문에 캠핑장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격은 8만 9,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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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운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누가 좀 말려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