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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 넘버 쓰리

모두가 아이폰X을 외치느라 아이폰8이 외면 받고, 아이폰8이 출시되는 통에 애플워치 시리즈3가 외면 받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소외된 제품에 눈길을 주는...
모두가 아이폰X을 외치느라 아이폰8이 외면 받고, 아이폰8이 출시되는 통에 애플워치 시리즈3가 외면…

2017. 11. 03

모두가 아이폰X을 외치느라 아이폰8이 외면 받고, 아이폰8이 출시되는 통에 애플워치 시리즈3가 외면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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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일수록 소외된 제품에 눈길을 주는 것이 나라는 앱등이의 길. 오늘은 애플워치 시리즈3를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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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안타까운 점 하나 짚고 넘어야겠다. 애플워치 시리즈3의 꽃은 ‘셀룰러 모델’이건만 국내엔 출시가 불발됐다. GPS 모델만 출시된다. 향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 상태론 기약 없는 기다림일듯. 개인적으로 애플워치 셀룰러 버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실 화장실 갈 때도 아이폰을 끼고 가는데, 아이폰과 워치가 떨어질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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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셀룰러 버전의 미출시가 앗아간 나의 ‘선택지’다. 국내 출시되는 애플워치 시리즈3 GPS 모델은 오직 알루미늄 케이스의 스포츠 버전뿐이다. 얄미운 애플이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나 에르메스 에디션 같은 건 셀룰러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게 해놨기 때문이다. 돈 쓸 준비가 되어있던 나는 많이 속상해진다. 내 돈 내가 쓰겠다는데 왜… 출시를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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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진(!) 마음을 가다듬고 새로운 워치를 볼 시간이다. 더 빨라졌다. 1세대 애플워치부터 꾸준히 쓰고 있지만, 늘 속도가 아쉬웠는데 괄목할 만한 변화다. 터치에 대한 반응 속도나 앱을 불러오는 속도, 화면 전환 속도들이 확실히 빨라졌다. 애플워치 시리즈2와 시리즈3를 나란히 손목에 차고 동시에 심박수를 측정해보았더니, 시리즈3 쪽이 훨씬 빠르게 응답한다. 기기 내에서 와이파이 구동도 더 빠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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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특징은 자체 GPS는 물론 고도계까지 품고 있다는 것. 만약 당신이 사무실에 앉아 키보드만 두드리는 타입이라면 크게 희소식은 아니겠다. 하루종일 경험하는 고도차가 엘리베이터뿐이라면 허무할 테니까.

하지만 활동적인 타입이거나, 활동적인 타입으로 변모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멋진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추천한다.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을 즐기며 언덕길을 오르내린 후에, 내가 오른 언덕의 높이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 몇 배로 동기부여가 될 것. 등산은 물론이고 말이다.

애플이 시리즈3의 고도계에 접근할 수 있는 API를 오픈했으니, 곧 재밌는 앱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고도 낙차를 측정할 수 있으니 겨울 스포츠 시즌에 스키나 보드에 접목할 수 있는 앱도 등장하겠지. 또는 내가 오른 산이나 언덕길의 총합으로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앱이 나와도 재밌겠다. 석 달동안 꾸준히 등산을 하면 에베레스트에 오른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던지, 이런 이야기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 모든 게 몸에서 가장 가까운 기기라서 가능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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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 OS4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자. 요즘 애플워치의 잔소리가 늘었다. 워낙 운동량이 없는 통에 애플워치도 날 포기(?)한 것 같았는데, 요즘 사무실을 얻고 인테리어 때문에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활동량이 늘어난 모양이다. 목표치를 웃도는 활동량이 연일 계속되니 애플워치가 날 보채기 시작했다. “지금쯤이면 보통 링3개가 더 완성되어있는데… 아직 만회할 시간은 있습니다.” 사무적이지만 단호한 말투를 보니 괜히 마음이 초조해진다.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잘했을 땐 칭찬도 화끈하다. “목표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바로 이거죠, 경화미님!” 영문을 번역한 것 같은 냄새가 나지만 힘을 실어주는 문구다. 저녁 무렵엔 5분만 더 걸으면 운동하기 목표를 채울 수 있다며 등을 떠밀기도 한다.

이게 바로 워치 OS4의 스마트 코칭이다. 설명만 들었을 땐 썩 와닿지 않았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확실히 마음이 간지러운 수준의 동기 부여는 된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된다는데 해볼까? 싶은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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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움직여서 성과를 이룰 때마다 애플워치가 화려한 애니메이션으로 축하해주곤 하는데, 너무 빠르게 지나버려서 한 번도 인증샷에 성공한 적은 없다(절대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게 아니다).

사람들이 내게 “스마트 워치 쓰면 좋아? 꼭 필요해?”라고 물어볼 때마다 나는 똑같이 대답한다. “이젠 써도 특별히 좋은 건 모르겠어. 근데 없으면 너무 불편해.” 애플워치는 나한테 딱 그런 존재다. 있으면 당연하고, 없으면 불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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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어떤 사람’에게는 애플워치가 정말 좋은 건강 코치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달리고, 수영하고, 땀 흘리고, 공을 던지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무의식 중에 스마트 워치의 운동은 건강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건장한 팔목에 워치를 두르고 올바르게 뛰는 심박수를 느끼며 운동하는 장면만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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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는 생각보다 넓은 삶을 포용한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의 활동량을 체크하기 위해 바퀴 돌리는 방식과 지형의 다양성까지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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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새로운 애플워치는 심박 센서를 통해 운동하지 않는 순간의 심박수까지 측정해준다. 하루 종일 말이다. 그러면서도 배터리 시간을 전작 그대로 유지한다. 솔직히 매일매일 철인3종을 하는 게 아니라면, 애플워치의 배터리는 부족할 일이 없다, 나는 의도치 않은 외박을 할 때 이틀까지도 거뜬히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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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의 고심박수 알림을 설정해두면, 10분 동안 활동하지 않았는데 비정상적으로 심박이 높아지는 순간을 알려준다. 나는 120BPM으로 설정해두었다. 건강한 내가 이 알림을 받을 일은 좀처럼 없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아주 중요한 알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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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답지 않게 디자인 얘기를 가장 마지막에 하게 되는 것 같다. 얘는 애플워치 시리즈3의 골드 알루미늄 케이스.  핑크빛이지만 에디터M이 현재 사용 중인 시리즈2 로즈 골드 케이스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다른 빛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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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8 골드 컬러와 매치해보니 딱 맞아떨어지는 컬러다. 애플워치의 골드 케이스는 썩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컬러는 잘 나왔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지 못할 바에야 이 컬러가 내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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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포츠 루프 밴드와의궁합도 좋다. 핑크 샌드 컬러인데 우븐 나일론과는 또 다르다. 벨크로 형태로 고정하기 때문에 벗다 빼거나, 사이즈를 조절하는 게 쉽다. 가볍고 통기성이 좋은 소재. 수건처럼 겉면의 섬유 재질이 보송보송하게 일어나 있는 볼륨감 있는 형태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라기 보단 간편하고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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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룰러 모델과 GPS 모델의 기능적인 큰 차이는 말 그대로 네트워크뿐이다. 실사용자가 와닿을 만한 건 애플워치 만으로 단독 음악 스트리밍이 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크게 중요치 않다. 그치만 한국 미출시가 여전히 아쉽다. 반짝반짝 빛나는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 그리고 크라운에 동그랗게 자리한 빨간색 포인트. 소외되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아래는 나의 어이없는 개봉기. 심심풀이로만 보시길. 찡긋.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