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의 취향] OBXET 노트북 스탠드

지르기 위해 살지요. 무언가를 사면 기분이 좋아진다. 비싸지 않을수록, 나의 변변치 않은 일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일 수록 이...
지르기 위해 살지요. 무언가를 사면 기분이 좋아진다. 비싸지 않을수록, 나의 변변치 않은…

2016. 07. 11

지르기 위해 살지요.

무언가를 사면 기분이 좋아진다. 비싸지 않을수록, 나의 변변치 않은 일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일 수록 이 기쁨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휴지나 샴푸 같은 건, 설령 한 박스를 산다고해도 엄청난 즐거움을 느끼긴 힘든 법이다.

‘M의 취향’에서는 그냥 단순하게 갖고 싶어서 지른 나의 물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의 카드 명세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나의 발칙한 지름템들. 혹여 “쟤는 뭐 저런 걸 사?”라고 생각하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봐주시길. 어차피 누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내가 이미 돈을 썼다는 사실엔 변화가 없거니와, 또 원래 내가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편도 아니니까.

“이유같지 않은 이유”

batch_P20160706_152022000_2663EC2C-0E9B-41CC-BCC0-5011B8A7DAFA

지난 주말엔 노트북 스탠드를 샀다. 퇴사를 하고 온 세상이 내 사무실이 된 마당에 뭔가 나만의 ‘언제 어디든 콘센트만 있으면 그곳이 내 사무실 세트’를 완성하고 싶었달까.

1234

거북목이여 이제 안녕

게다가 일주일 내내 작디 작은 11인치 맥북 에어를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눈은 빠질 것처럼 아프고 목은 점점 앞으로 굽어 당장 거북이가 될 지경이었다. 날이 더워져서 곧 로켓을 발사할 것처럼 윙윙대는 맥북의 상태도 한 몫했고.

“예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어”

batch_P20160706_152415000_9F69E50A-659E-41F6-AF0C-7FEBE1B6B956

그래서 노트북 거치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트북 거치대는 하나같이 크고 못생긴 것들 뿐이었다. 저 거치대 위에 내 어여쁜 맥북을 올린다는 상상만으로도 맥북에게 죄를 짓는 것 같다. 만약 저걸 사면 집에 숨겨 놓고 나만 봐야 할 것 같아…

그러다 OBXET의 노트북 스탠드를 발견했다. 시크한 블랙 바디, 분리해서 가방에 쏙 들어가는 휴대성까지 내가 찾던 그런 녀석이었다. 심지어 가격도 23,500원으로 아름답기까지. 뭘 더 망설여! 일단 지르자.

“택배 왔다!”

4

우리나라 택배 시스템은 정말이지 훌륭하다. 다음 날 바로 내 손에 제품이 떨어졌다.

1234

이 노트북 스탠드의 구조는 간단하다. ‘ㄱ’ 모양의 두 개의 나무 판을 ‘X’ 자로 조립해서 사용한다.

6_1batch_P20160706_153615000_D42219F7-436D-4B17-ACB2-247129EED016

소재는 Valchromat(발크로멧)이라고 우드 패널로 포르투갈에서 자란 소나무로 만들었다. 소재가 나무라 쥐었을 때 생각보다 단단하고 가볍다. 또한 X자로 나무를 맞물렸을 때, 오차없이 착 하고 맞아 떨어진다. 음… 잘 만들었어.

7_1

쓰지 않을 땐 분리해 가죽 스트랩으로 고정해둘 수 있다. 색상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랜덤 배송이다. 감성 있는 갈색으로 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조금 아쉽지만 내껀 블랙.

8

따로 블루투스 키보드를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닌지라, 노트북 스탠드를 사면 타자를 치기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편하다. 노트북을 올렸을 때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아 오히려 타자 치기가 편하다고 느껴질 정도. 특히 요즘같이 푹푹 찌는 날엔 내 팔과 책상에 약간의 숨쉴 틈을 내준다.

“지름의 콩깍지가 벗겨지고”

6_2

일주일 정도 사용해보니 완벽한 제품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 몇 가지 불편한 점이 느껴진다. 11인치에서 15인치 노트북까지 가능한 제품이라 11인치인 내 맥북에는 아슬아슬하게 맞는다. 그래서 정확하게 제품을 올려놓지 않으면 노트북이 비뚤어진다. 그리고 타자를 칠 때 팔 안 쪽에 노트북 스탠드의 나무가 닿아서 아플 때가 있다. 이건 각도를 잘 맞추면 해결되는 문제긴 하다.

10

몇 가지 단점이 보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지름은 꽤 성공적이다. 가방에 넣어도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 노트북을 챙길 때 일단 넣고 본다. 게다가 자꾸 불끈불끈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내 승모근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이녀석과 함께 할 생각이다.

OBXET 007 노트북 스탠드
Price – 23,500원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