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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없는 에잇

고민이 많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에디터H입니다. 며칠 전부터 몇몇 친구들이 저를 들깨 볶듯  달달 볶고 있습니다. 아이폰8을 사야하느냐, 아이폰X을 사야 하느냐는...
고민이 많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에디터H입니다. 며칠 전부터 몇몇 친구들이 저를 들깨 볶듯 …

2017. 10. 26

고민이 많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에디터H입니다. 며칠 전부터 몇몇 친구들이 저를 들깨 볶듯  달달 볶고 있습니다. 아이폰8을 사야하느냐, 아이폰X을 사야 하느냐는 문제로 말이죠. 덧붙여 아이폰X이 언제 나오는지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습니다. 모릅니다. 저는 몰라요. 저는 애플 직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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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로 200개의 메시지가 옵니다]

여러분의 고민을 종결짓기 위해, 제가 미리 아이폰8을 써보고 왔습니다. 에잇이냐 텐이냐. 그것이 문제지요? 끝까지 읽으면 해답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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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부터 훑어봅시다. 예쁘지요. 네, 예쁩니다. 다들 케이스 씌우고 스마트폰 쓸 건데 디자인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그러시더군요. 그렇다면 양말을 신을 건데 복숭아뼈가 예뻐 무엇하겠고, 스웨터를 입을 건데 배꼽이 예뻐 무엇하겠습니까. 디자인은 사용자 경험의 일부입니다. 우리가 케이스로 꽁꽁 싸매 다니건, 밀스펙의 갑옷을 입히건, 제조사는 우릴 위해 전작보다 예쁜 제품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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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뜻에서 아이폰8은 아이폰6부터 오랫동안 함께 해온 이 디자인의 정점을 찍은 녀석입니다. 어제까지는 알루미늄이 최고라고 외쳤지만, 다시 돌아온 글래스 디자인 앞에서 알루미늄은 이제 과거일 뿐입니다. 전 마음이 가벼운 여자니까요. 반짝이는 건 짜릿해요. 이제 유리가 최고죠!

유리는 장점이 많은 소재입니다. 모양을 내기도 쉽고, 투명도가 높고, 전도성도 좋죠. 근데 강력한 단점이 있습니다. 깨지기 쉽다는 것. 아이폰4와 아이폰4S 시절을 떠올려 봅시다. 멋진 디자인이었지만, 자주 깨졌죠. 그 당시 우리 사랑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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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8의 유리는 고릴라 글래스 보다 표면을 더 강화시킨 소재입니다. 강화 유리라는 게 이름처럼 표면을 강화시켜서 외부의 충격으로 부터 면역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건데요. 이 강화 레이어가 50% 더 깊어졌다고 합니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현재 출시된 스마트폰에 적용된 유리 중에서는 가장 강한 소재입니다. 물론 제가 직접 던져보지 않아서 아직 확인하진 못했습니다. 용기가 부족하네요. 일본에서부터 힘들게 들고 온 아이인걸요.

그래서인지 손에 닿는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전후면 모두 손가락을 댔을 때 아주 가볍게 미끄러지는 느낌이 강합니다. 터치하거나 스크롤할 때 손가락이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 같으니 눈을 감고 느껴보세요. 어쩌면 그냥 새 제품이라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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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얘기는 아무리 해도 지겹지 않습니다. 골드,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익숙한 컬러지만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유리 안에 컬러를 입혀놨는데, 유리 코팅 특유의 거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유리 자체에 살짝 불투명한 컬러가 스며들어 있는 느낌이에요. 소재는 반짝거리지만, 컬러는 매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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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표현하기 정말 어려운데요, 실물로 보면 어떤 느낌인지 아실 거예요. 실버 모델을 보면 조금더 실감이 날까요? 얼핏 보면 화이트 컬러처럼 보이지만 매트한 그레이빛이 감돌아요. 수채화의 투명한 느낌과 페인트의 불투명한 느낌을 합친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필링이 이곳에… 참고로 아이폰X의 실버는 또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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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매트한 컬러 표현을 위해 7컬러 프로세싱을 거쳤다고 하네요. 역시 애플은 집요합니다. 모서리 밴드는 깔맞춤된 알루미늄으로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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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집요함을 조금만 더 구경할까요? 로고의 마감도 아이폰7과 조금 달라졌습니다. 메탈을 기화 시켜서 표면에 고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요. 아주 얇고 균일하게 고정됩니다. 뭘 이렇게까지 할까요. 이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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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리 디자인의 가장 큰 장점을 깜빡할 뻔했네요. 네. 드디어 무선 충전이 됩니다. 감동의 박수를 쳐봅시다. 더불어 뒤늦은 고속 충전도! 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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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는 전작인 아이폰7 시리즈와 동일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달라진 건 아이폰에 처음 적용된 트루톤 디스플레이입니다. 기존에 아이패드에서 트루톤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용자들은 처음 맛보는 기능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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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일반 디스플레이 오른쪽이 트루톤 디스플레이]

아이폰7을 활성화해서 한참 설정을 하다가, 트루톤 디스플레이를 활성화하겠냐는 질문을 받으면 “이게 뭔데?” 싶으실 겁니다. 그리고 사실은 여태껏 트루톤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뒷통수를 맞게 되죠. 적용되지 않은 상태의 디스플레이 색감과 비교해보면 또 놀라게 되실 겁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주변 조명에 맞게 화이트 밸런스를 조절해주는 기능입니다. 주변광이 시시각각 변하면 그에 맞는 화이트 밸런스로 대응하죠. 실제로 쓰다보면 의식 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습니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기능이 왜 필요하냐구요? 스마트폰 화면은 사용자가 가장 오랫동안 골똘히 들여다보는 디스플레이기 때문에 눈의 피로를 줄일 수 있는 기능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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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기를 설정하는 과정이 쉬워졌다]

성능은 아주 간단하게 언급할게요. 아이폰8에 들어간 A11바이오닉칩은 당연한 얘기겠지만, 역대 아이폰에 들어간 칩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졌죠. 아이폰8에는 밥 적게 먹고 적당히 힘 센 애 4명과 밥은 많이 먹지만 힘 센 애 2명이 함께 사는 구조입니다. 근데 밥 적게 먹는 애들이 전보다 힘도 세졌답니다. 힘 센 애들은 순간적으로 필요할 때만 붙어 일합니다. 결과적으로 전력은 적게 소모하면서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는 얘기죠.

그래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겠죠. 아이폰7 플러스를 사용하다 아이폰8 플러스를 쓰게 됐으니, 세상이 바뀐 것 같은 성능 차이는 느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단 대부분의 작업들이 더 가볍고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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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ID에 엄지손가락을 갖다댔을 때, 카메라 앱에서 셔터를 눌렀을 때, 영상을 촬영하고 저장할 때. 일상적인 조작에서 속도가 빨라졌음을 체감합니다.

드라마틱한 차이는 AR, 증강현실 기능에서 느낄 수 있죠. 여러분, 말장난 같지만 저는 증강현실이 현실이 되는 건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현실이더군요. 증강현실은 이름처럼 현실 위에다 가상현실을 덧입히는 개념입니다. 이를 위해 여러 기술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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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ON AR 꿀잼입니당…]

카메라와 자이로 센서, 가속계 센서가 한 팀이 되어 빠르게 주변 공간을 스캔하면 이걸 순식간에 정확히 인식하고 그 위에 그래픽을 덧입혀줄 프로세서 성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실시간으로 이 스마트폰이 가진 역량을 빡세게 끌어다 쓰는 거죠. 되게 신기한 건데, 신기하지 않은 것처럼 구현되니 헛웃음이 나옵니다. 물론, 여러분은 이런 생각을 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와, 증강현실 재밌다! 이렇게 즐기세요. 추천 앱은 ‘AMON AR’ 이거야 말로 어른의 놀이. 테크놀로지와 아트의 만남!

4K 60프레임 영상 촬영을 지원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신나는 소식입니다. 이게 뭐냐구요? 아주 고화질의 영상을 아주 부드럽게 담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더 많은 정보가 담긴 무거운 영상이죠. 그래서 여러분이 아이클라우드를 결제하게 만들려는 애플의 빅픽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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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을 처리하는 방식도 아주 흥미로습니다. 화면을 아주 세밀한 타일 형태로 쪼개서 분석하고, 그 안에 담긴 피사체의 표면 질감을 다 분석합니다. 만약 하늘이라면 더 부드럽게, 모래알이라면 더 세밀하게. 피사체가 본래의 질감을 더 실물에 가깝게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이런 결과물을 위해선 영상이 프레임 단위로 보정되어야 하는데, 손바닥만 한 컴퓨터에서 이런 작업이 된다는 게 놀랍죠. 이 역시 여러분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영상을 찍으면, 아! 잘 나오는구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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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마지막으로 애증의 아이폰 카메라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입니다.

저는 많은 카메라를 갖고 있고, 쓰고 있고, 리뷰합니다. 하지만 감정적인 거리는 아이폰만큼 가까울 수가 없죠. 모두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을 찍는 게 사치스러운 작업이 아니라 일상의 자연스러운 의식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게 이 손톱만 한 카메라입니다. 아이폰의 카메라는 대단하죠. 자연스러운 색감, 가끔은 폰카메라라는 걸 잊게 만드는 표현력. 이걸 따라올 스마트폰은 없었습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요.

갤럭시 노트8이나 V30 같은 신제품의 카메라로 저조도 사진을 찍은 뒤, 아이폰7 플러스로 같은 장면을 찍으면 참담합니다. 애플은 마치 “밤에는 사진 찍지 말고 집에 가서 자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멋진 카메라를 만드는 사람들이 왜 이리 저조도에 인색하게 구는 걸까요? 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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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8 플러스로 촬영한 저조도 촬영]

아이폰8의 카메라는 아이폰7 플러스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일단 셔터를 누르는 순간부터 다릅니다. 이 전에도 딜레이 된다는 느낌 없었는데, 더 빠르게 반응해요. 아이폰6s나 그 이전 모델을 쓰던 분들은 더 드라마틱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조도도 성에 차지 않지만 좋아졌구요. 경쟁사의 제품처럼 어두운 환경에서 밝게 나온다기보다는, 노이즈가 확연하게 줄었습니다. 전보다 깨끗하게 찍힌다는 게 맞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목마릅니다. 약간만 더 분발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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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8 플러스로 촬영한 퇴근길 촬영]

가장 달라진 건 포커스를 잡는 속도입니다. 아이폰8 플러스와 아이폰7 플러스의 카메라를 함께 켜놓고, 여기저기 휘두르고(?) 다니면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화면 속의 피사체와 거리가 바뀔 때마다 오토 포커스가 반응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영상 찍을 때 유용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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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8 플러스로 인물 사진 모드로 촬영한 저조도 사진]

인물 사진 모드도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제가 이 부담스러운 크기와 무게에도 불구하고 플러스 모델을 고집하는 이유는 듀얼 카메라로 구현할 수 있는 인물 사진 때문이죠. 초점 거리가 다른 두 개의 카메라를 이용해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기능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DSLR에서 할 수 있는 아웃 포커싱 기능을 스마트폰에서 흉내 내는 거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협업이 필요한 재밌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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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11으로 올리며 인물 사진 모드 자체의 완성도가 올라가기도 했지만, 아이폰8 플러스로 바꾸며 저조도에서의 인물 사진 모드가 많이 쓸 만해졌습니다. 사실 아이폰7 플러스 때만 해도 저조도 환경에서는 인물 사진 모드는 쓰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비교해보니 확실히 다르죠? 노이즈도 줄었고, 색상이나 디테일도 훨씬 선명합니다.

아직 베타 딱지를 붙이고 있는 무대 조명 효과는 잘만 쓰면 좋은 걸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 조명 효과나 윤곽 조명은 피사체를 조금 더 밝거나 선명하게 보정해주는 기능이라 지금도 꽤 쓸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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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무대 조명’ 효과는 아직 서툴죠. 인물(혹은 피사체)를 제외한 주변을 검은 배경으로 처리하고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받는 것처럼 처리해주는 기능인데요. 아직은 배경과 피사체를 정확히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팁을 드리자면, 되도록 화면 안에 피사체를 가득 채우는 게 성공률이 높더라구요. 그리고 흰 배경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거리를 인식하기 까다롭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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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수다스러워지는 것 같지만, 제 리뷰는 이미 폭주 기관차. 멈출 수 없습니다. 아이폰8 카메라의 컬러 표현력도 잠깐만 언급할게요. 요즘 에디터M과 디에디트의 첫 사무실 인테리어에 푹 빠져있는데요. 페인트를 고르러 갔는데 컬러가 너무 많은 거 아니겠어요? 네 가지 후보를 정해놓고 기록을 위해 카메라로 찍어두었는데. 에디터M의 아이폰7보다 제가 쓰는 아이폰8 플러스로 찍어둔 컬러가 더 실물에 가까운 컬러였습니다. 네, 여기까지만.

이제 정리 시작해볼까요? 그래서 아이폰8을 사라는 거냐, 아이폰X을 사라는 거냐. 이 질문으로 시작했으니까요. 아쉽게도 그건 여러분이 선택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아이폰X이 더 최신 기종이고 더 좋을 것 같아서 기다리는 거라면 잠시 계산을 해보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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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은 멋집니다. 저는 사심 없이 리뷰를 위해 그 아이도 들일 작정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도 있죠. 제가 사랑하는 홈버튼이 사라지고, 이렇게 편한 터치ID도 잃게 됩니다. 게다가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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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8과 아이폰X은 겉모습은 다르지만 알맹이는 거의 같습니다. 프로세서 성능도 똑같구요, 카메라도 똑같은 애가 들어갔어요. 물론 아이폰X의 망원 카메라는 조리개나 광학식 흔들림 보정 기능이 들어가긴 하지만, 기본적으론 같은 센서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전면의 트루 뎁스 카메라에요. 그걸로 얼굴 인식 기능인 페이스 ID 기능과 몇 가지 새로운 부가 기능을 누릴 수 있는지가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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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은 새롭고 쿨하고, 위험해 보이는 뉴페이스죠. 그렇다고 아이폰8이 구닥다리는 아니란 얘깁니다. 게다가 두 제품 사이엔 상당한 가격 차이가 있어요. 아이폰X이 제공하는 새로운 기능과 사용자 환경에 끌리는 게 아니라, 무조건 최신형을 사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면 내가 뭘 바라는지 합리적으로 고민해볼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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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이폰9는 없냐고 소비자를 짝수로 보는거냐고 물으셨다]

이 글을 블랙베리 키원을 사서 고통받는 내 친구 C와 아이폰6를 깨먹고 아이폰X을 기다리는 R, 아이폰X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갤럭시 노트8을 사야겠다고 하는 B와 G에게 바칩니다. 제발 그만 연락하고 아무거나 구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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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