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디툰] 웹툰 정주행 리스트

안녕, 여러분. 지금 기분이 어떠신지. 음력 팔월 보름을 맞아 어마어마하게 긴 연휴를 마주한 기분이 말이다. 아마 다들 거창한 계획 하나 정도는 품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여러분. 인정하자. 우리는 추석을 맞아 세운 그 거창한 계획을 해낼 수 없다. 우리는 게으르다. 우리는 피곤하다. 그러니 무얼 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자.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하시면 된다. 누웠는지 앉았는지 구분할 수 없는 편안한 자세를 취하자. 장소는 소파도 좋고 침대도 괜찮다. 안정감을 위해 베개를 서너 개쯤 깔아주면 더 좋다. 조금만 노력하면 본능적으로 가장 편한 자세를 찾을 수 있다. 화장실도 미리 다녀오고, 주전부리도 준비해두자. 우리는 이제 이곳을 벗어나지 않는다. 콘센트는 근처에 있는 게 좋다. 너무 편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자세를 찾았을 때, 스마트폰 화면을 열자. 태블릿이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가벼운 기기가 더 좋다.

이제 에디터H가 추천한 웹툰 리스트를 훑을 시작이다. 나는 웹툰광이다. 이번 리스트는 오로지 ‘오락성’에 치중했다. 말초신경을 짜릿짜릿 자극해서 끝까지 보게 만드는 중독성도 중요하다. 장르별로 다양하게 뽑았으니 골라 골라. 아, 대부분 유료 결제가 필요하다는 사실만 미리 말해두겠다.

TITLE : 양극의 소년
TYPE : 레진 코믹스
GENRE : SF / 학원

작화부터 세계관, 전개 방식까지 이른바 ‘소년물’의 클리셰에 정직한 만화다. 어렵게 설명했지만 쉽게 말해 재밌다는 얘기다.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지구에 전대미문의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발생해 감염자는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 ‘웜’으로 변이한다. 또, 몇몇 사람들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능력을 가진 헤테로로 진화한다. 그래서 잘생긴 헤테로 전사들이 용맹하게 싸운다는 이야기. 심지어 학원물이다.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흡입력도 굉장하다. 한 가지 죄송스러운 일은 아직 완결이 아니라는 사실. 그래도 현재 59화까지 연재중이니 우리의 시간을 빼앗기엔 충분하다.

TITLE : 순정 바로미터
TYPE : 레진 코믹스
GENRE : 로맨스 / 학원

순정 바로미터는 치즈인더트랩의 좀 더 귀여운 버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대학교를 무대로 여러 인간 군상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중심에 로맨스를 넣었다. 순수함으로 똘똘 뭉친 돌쇠 타입의 남자주인공은 정말 넘나 사랑스러운 것. 적절한 갈등과 유치하지 않을 정도의 로맨스가 만난 수작. 너무 간지럽지 않은 순정만화를 찾고 있었다면 추천. 60화 완결이다.

TITLE : 세컨드
TYPE : 레진 코믹스
GENRE : 로맨스 / 성인

이 웹툰은 참신할 만큼 막장이고, 막장인 주제에 스타일리시하다. 주인공은 남친의 세컨드였고, 홧김의 내 친구 남친의 세컨드가 되기로 한다. 네이트 판에 올라올 것 같은 막장 연애 스토리가 계속된다. 어이없지만 주변에 한 명은 있을 법한 일이다. 술자리에서 씹기 좋은 그런 여자애의 이야기. 불쾌하지만 눈을 뗄 수가 없다. 묘하게 현실적이다. 거의 매회 등장하는 베드신 사이 사이에 감정 라인을 치밀하게 잘 넣어놨다. 굳이 따지자면 여성향의 성인 웹툰이다. 꽤 야하지만 지저분하진 않다(스토리 말고 작화가). 아이폰을 쓰신다면 레진 코믹스 앱에선 볼 수 없으니 웹페이지에서 감상하셔야 한다. 32화로 완결.

TITLE : 인간의 숲
TYPE : 네이버 웹툰
GENRE : 공포

워낙 유명한 웹툰이라 이미 본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온몸의 감각을 자극하는 웹툰이다. 인간에 대한 실험을 위해 엄청난 거물급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을 모아놓은 수용소에서 생기는 일이다.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게 되고 쉴새 없이 사람이 죽어 나간다. 긴장감이 엄청나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절대 멈출 수 없을 것.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사람의 본성은 무엇인지를 계속 자문하게 된다. 정말 재밌다. 현재 네이버에서 재연재중이라 15화까지는 무료로 풀린 상태. 그냥 마음 먹고 뒷부분까지 쭉 결제해서 완결까지 달리자. 그게 정신 건강에 좋다.

TITLE : 후레자식
TYPE : 네이버 웹툰
GENRE : 공포

인간의 숲과 비슷한 장르라서 제외할까 했지만, 이 리스트가 아니면 따로 소개할 것 같진 않아서 넣었다. 재밌다. 재미가 없을 수 없는 자극적인 소재다. 몸이 불편하지만 부잣집 도련님인 주인공에겐 큰 비밀이 있다. 바로 아버지가 사이코 패스 연쇄 살인마라는 사실. 그것도 여자만을 범행 상대로 노리는 살인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사람 좋고, 인물 좋은 사업가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범행을 도와주며 공범으로 살다가 한 소녀를 좋아하게 되며… 여기까지. 스포가 좀 심했나. 완결난 웹툰이니 공포와 스릴을 맛보며 정주행해보자. 극중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서 이 웹툰 보면 자꾸 화장실 가고 싶어진다.

TITLE : 로렌스를 구해줘
TYPE : 다음 웹툰
GENRE : 드라마

이 웹툰은 정말 어마어마한 대작이다. 그 방식이 조금 1차원적이긴 하지만 현실을 그대로 풍자해 옮겨놓은 것 같은 미래 도시와 그 설정이 놀라울 만큼 치밀하다. 이 웹툰을 ‘영화 같다’는 말로 표현하는데, 어지간한 영화보다 훨씬도 몰입도가 높으며 완성도도 기가 막히다. 빈부의 격차가 극명하게 나뉘는 미래 사회에서 재벌들 만의 공간에서 일하는 하층민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현실적이다. 미래에는 정말 이런 세상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두려울 만큼. 무조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