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파

CULTURE

솔파스튜디오: 진짜를 보여주면 서사가 된다

[DeePick] 02. 출연자의 첫 번째 팬이 되는 제작사
[DeePick] 02. 출연자의 첫 번째 팬이 되는 제작사

2026. 10. 01

“요즘 잘하는 브랜드 어디에요? 너무 유명한 곳은 빼고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DeePick]은 한 가지 브랜드만 골라 ‘찍먹’하는 시리즈입니다. 유명한 브랜드보다는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동시에 실력과 매력, 철학을 지닌 스몰 브랜드만 소개합니다. ‘찍먹’할 수 있게 하이라이트만 골라 주목해야 할 이유를 알려드릴게요. 두 번째 브랜드는 <ODG>, <안원잘부>, <양홍원의 육아일기> 등의 채널을 만든 ‘솔파스튜디오’입니다.

안녕, 객원 에디터 지정현이다. 어느덧 올해 상반기가 훌쩍 지났다. 이맘때면 으레 ‘상반기 최고의 밈(meme)’을 꼽는 콘텐츠가 쏟아지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유독 잠잠하다. 굳이 비교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압도적인 독주자, ‘거제, 야호!’가 있기 때문일까. 유튜브 채널 <안원잘부>에서 유래한 이 밈은 아이돌 팬덤 내 유행을 넘어 유튜브 생태계 전반을 뒤흔든 현상이 됐다. 채널의 인기 요인을 분석하는 기사와 평론 영상이 줄을 이을 정도로 그 파급력은 엄청났다.

유행의 진원지는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를 전면에 내세운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이하 <안원잘부>). 아이돌 자체 콘텐츠인 듯, 웹 예능인 듯 오묘한 매력을 지닌 이 채널에서 ‘거제, 야호!’는 우연히 탄생했다. 화려한 갸루 차림을 한 일본인 멤버 미나미에게 거제 출신 원이가 “거제 시민들에게 혼난다”고 타박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미나미는 갸루 특유의 당당한 태도로 “거제, 야호!”를 외쳤고, 이 한마디는 채널의 흥행은 물론 리센느의 인지도까지 견인했다.

밈을 좇아 영상을 찾아본 대중은 원이와 미나미를 넘어 리센느의 다른 멤버들과 그들의 음악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대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올랐던 이른바 ‘중소 기획사 아이돌’의 치열했던 지난 시간도 재조명받았다. 매 순간 진심으로 부딪혀온 이들의 서사에 대중의 애정과 응원이 쏟아졌다.

아이돌의 자체 콘텐츠가 팬덤 밖에서 화제가 되는 일은 이제 흔하다. 하지만 <안원잘부>는 처음부터 팬덤 밖의 일반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달랐다. 그 성공 비결을 찾기 위해 채널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이들을 들여다봤다. 낯선 신인 아이돌의 목소리에도 기꺼이 귀 기울이게 만드는 영상 제작사, 바로 ‘솔파스튜디오’다. 콘텐츠 구성은 아래와 같다.

  1. 반응이 곧 포맷이다
  2. 관계를 이야기로 만드는 카메라
  3. 출연자의 팬이 되는 기획력

1. 반응이 곧 포맷이다 

사려 깊은 관찰자를 자처하라

ODG
유튜브 채널 <ODG>

솔파스튜디오의 기획력은 ‘담백함’과 ‘리액션’으로 요약할 수 있다. 너무 단순한 키워드 아니냐고? 이들의 제작 방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채널 <ODG>를 보자. 3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이 채널의 슬로건은 ‘You were a kid once.’다. 아이의 시선을 중심에 둔 영상은 출연자에게 정해진 답이나 과장된 반응을 요구하지 않는다. 제작진이 준비하는 것은 특정한 상황뿐. 그 안에서 튀어나오는 아이들의 솔직한 말과 표정이 영상의 중심이 된다.

‘한국 아이가 미국 아이를 처음 만나면 하는 말’, ‘아이유 모르는 척하기 챌린지’ 등이 대표적이다. 낯선 상황을 마주한 아이들의 반응은 이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게 한다. 어른의 기준으로는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을 지닌 존재로 말이다. 제작진은 원하는 답을 유도하거나 메시지를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영상의 의미는 출연자의 반응을 지켜본 시청자 각자의 감상 속에서 완성된다. 그래서 ODG의 영상은 담백하지만 정적이지 않다. 다음 반응을 예측할 수 없기에 계속 생동한다.

정해둔 건 출발점뿐

안원잘부
유튜브 채널 <안원잘부>

즉흥적인 생동성은  <안원잘부>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이돌 자컨을 표방하는 채널이나, 고정된 포맷을 답습하지 않는다. ‘성수에 간다’, ‘하루 종일 사투리만 쓴다’처럼 출연자에게 특정한 상황을 제시할 뿐이다. 썸네일과 제목 역시 기교 없이 상황 그 자체만을 직설적으로 명시한다. 맥이 빠질 만큼 직설적인 제목과 썸네일은 역설적이게도 콘텐츠의 핵심을 단숨에 꿰뚫게 하며 대중의 진입장벽을 허문다.

제작진의 역할은 출발선과 방향타를 설정하는 것 뿐. 주어진 상황 속에서 리센느 멤버들은 작위적인 대사나 리액션의 제약 없이 주도적으로 영상을 전개해 나간다. 그 틀 안에서 멤버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껏 춤춘다. 우리가 <안원잘부>에서 아이돌스러움이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이 묻어난다’고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 본디 사람의 매력이란 포장될 때보다 자연스러울 때 한층 입체적으로 빛나는 법 아니던가. ‘담백함’과 ‘리액션’이라는 재료로 빚어낸 이 근사한 즉흥 연주야말로 솔파스튜디오의 진짜 강점이다.


2. 관계를 이야기로 담는 카메라

영화적인 연출

양홍원의 육아일기

솔파스튜디오의 기획이 ‘담백함’과 ‘리액션’에서 출발한다면, 이를 화면에 담아내는 문법은 다분히 영화적이다. 특히 <양홍원의 육아일기>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나 윤가은 감독의 작품처럼, 거대한 사건 대신 인물들이 관계를 맺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음…너무 과대 해석일까? 분명한 것은 제작진이 리센느 멤버들을 섣불리 하나의 캐릭터로 단정 짓거나, 시청자의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000만 조회수를 훌쩍 넘긴 대표 영상 ‘갸루와 거제에 왔습니다’가 좋은 예다. 제목의 ‘갸루’와 ‘거제’라는 두 단어만으로도 미나미와 원이의 캐릭터가 선명하게 대비된다. 화려한 갸루 차림을 한 일본인 미나미, 편안한 추리닝 차림으로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거제 출신 원이.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신기한 여행지인 공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유년의 짙은 추억이 깃든 고향이다. 이처럼 강렬하고 이질적인 대비 위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엉뚱하고도 솔직한 ‘즉흥 연주’가 긴 영상을 지루할 틈 없이 이끌고 나간다.

공간이 사람을 설명하는 법

원이는 미나미를 데리고 익숙한 바다에서 낚시하고 물속으로 뛰어들며, 동네 어른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다. 미나미는 모든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같은 공간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캐릭터도 한층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이처럼 같은 공간을 전혀 다른 감각으로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두 사람의 캐릭터는 한층 입체적으로 표현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솔파스튜디오 특유의 따뜻한 디렉팅이 빛을 발한다. 제작진은 인물의 성격과 서사가 가장 잘 드러날 만한 장소를 찾아낼 뿐, 필요 이상의 연기나 억지스러운 설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멤버들의 관계와 ‘거제’라는 공간이 가진 힘을 믿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볼 뿐. 거제라는 공간도 재미를 위한 배경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아이돌 가수가 아닌 본명을 부르며 반기는 동네 어른들, 유년의 기억이 피어나는 장소들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거제는 ‘원이가 나고 자란 고향’이라는 애틋한 공간으로 비추어진다.

잔잔하면서도 인물에 집중하는 솔파의 시선은 짧은 웃음과 숏폼 소재만을 목표로 했다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기엔 촬영과 편집에 들이는 시간이 너무 많으니까. 솔파는 출연자의 외적인 매력이나 자극적인 소재에 기대기보다, 그들 본연의 매력이 어떻게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그 고민은 시작점은 자본과 마케팅에서 벗어난 솔파만의 기획력에 있다.


3. 출연자의 팬이 되는 기획력

제작진이 출연자의 1호 팬

<안원잘부>의 성공 비결은 제작진이 출연자의 ‘1호 팬’을 자처했다는 데 있다. 솔파는 아직 대중에게 낯선 리센느 멤버 원이의 매력을 먼저 알아보고, 직접 채널을 열어 시청자에게 소개했다. 이미 알려진 인지도만큼이나 누군가를 좋아하게 만드는 기획의 힘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솔파스튜디오 대표이자 <안원잘부>에서 ‘피디니무’로 불리는 윤성원 감독은 본래 영화감독을 꿈꿨다. 오랫동안 기회를 기다리다 유튜브로 시선을 돌린 그는 <Solfa>를 시작으로 <ODG>, <HUP!>, <Film94> 등 다수의 채널을 이끌었다. 출연자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내어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은 이 과정에서 단련된 솔파만의 무기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당신도 좋아하도록

<안원잘부>도 한 직원이 타 콘텐츠에 출연한 원이를 눈여겨보면서 기획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클라이언트가 기획안을 거절했지만, 솔파는 직접 채널을 운영하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원이가 가진 매력을 확신했고, 이를 영상으로 완벽하게 담아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 길고 낯선 채널명부터 미나미의 갸루 스타일까지 구성원들의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졌다.

결과적으로 채널은 흥행했고 그룹 리센느는 역주행했다. 이는 스타가 대중적 인지도를 얻는 공식이 예전보다 훨씬 다변화되었음을 보여준다. 방송국의 섭외나 대형 기획사의 홍보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인물의 가치관과 성격, 타인과의 관계성을 드러내며, 매력을 설득하고, 팬들이 모이는 문화가 새롭게 자리 잡았다. 솔파가 직접 운영하는 채널은 시청자가 원이와 리센느 멤버들을 알아가고, 그들이 만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커뮤니티 공간이 됐다.

물론 기획력 하나만으로 흥행을 보장할 순 없다. 끼 넘치는 출연자, 매력을 발굴하는 제작진, 그리고 입소문을 내는 시청자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솔파가 돋보이는 이유는 이 모든 과정의 첫 단추를 꿰는 능력 때문이다. 대중이 아직 모르는 원석을 찾아내 진심으로 응원하고, 그 이유를 훌륭한 콘텐츠로 증명해 시청자를 설득하는 것. 이것이 솔파가 지닌 저력이다.


슴슴해서 땡기는
솔파스튜디오 작품 3선

나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유튜브를 구분해서 본다. 도파민에 푹 절여지고 싶은 날, 가만히 릴렉스하고 싶은 날, 그사이 적당한 재미가 필요한 날. 솔파스튜디오는 내게 딱 그 중간이다. 편안하게 보고 싶은데 심심하지는 않았으면 할 때 찾게 된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즉흥 연주에서는 어딘가 <무한도전> 초창기의 감성도 느껴진다. 자, 나의 주관적인 입맛에 따라 세 편을 골라봤다.

미나미의 뿌리를 찾아서 – 최종화 

갸루 캐릭터 너머의 미나미를 조명하는 방법으로 거제 편의 구도를 뒤집은 것이 특징. 미나미가 자신의 고향 치바로 원이를 데려갔다. 두 사람이 함께 모교를 찾아 나란히 교복을 입은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갸루’라는 캐릭터에 가려진 미나미의 학창 시절과 친구 관계를 오롯이 보여주려는 의도가 보이는 연출이기 때문. 00년대 일본 청춘 영화의 청취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아이유 모르는 척하기 챌린지 – ODG

‘당신의 최애가 나타났는데 모르는 척해야 한다’는 상황에 몰입한 아역배우 민서. 놀란 표정을 감춘 채 연기를 이어가지만, 아이유가 촬영장을 떠나려는 순간 팬심은 조금씩 새어 나온다. 열세 살이라고 믿기 어려운 관찰력과 공손한 말투에 아이유마저 감탄하고, 민서의 연기력도 일품. 어린이를 순수한 반응의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을 다룬 인간으로 바라보는 솔파스튜디오의 시선이 드러나는 편.

하루 종일 울면서 육아하는 브이로그 – 양홍원의 육아일기

악동 이미지로 각인된 래퍼 양홍원의 육아 브이로그. 밤샘 육아와 PMS로 지친 아내 현주는 유치원에서 의기소침해진 딸 루아를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홍원은 아내의 말을 묵묵히 듣고, 루아를 씻긴다. 단편 영화 같은 이 줄거리가 전부인 영상이지만, 감동을 부추기는 연출 없이 젊은 부부와 아기를 조명하는 연출이 소소한 감동을 주는 에피소드. 


솔파스튜디오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세 가지. 

1) 출연자의 첫 번째 팬
솔파의 제작진은 누구보다 먼저 출연자의 팬이 된다. 언제 가장 자기다워지는지를 관찰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한다.

2) 영화적인 호흡
빠른 자막과 잦은 편집 대신 관찰하듯 흐르는 영상은 눈을 편안하게 하고, 잔잔한 흐름 안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긴다.

3) 달의 뒷면을 비추는 카메라
이미 알려진 매력을 더 크게 부풀리지 않는다. 갸루 미나미의 학창 시절과 악동 래퍼 양홍원의 육아처럼, 자극적인 이미지 뒤에 가려진 면모를 비춘다. 

About Author
지정현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을 탐구하는 에디터.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마땅히 조명받아야 할 사람과 사물을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